초기 근대 및 계몽주의 "페미니즘" 연구동향에 관한 짧은 코멘트

Comment 2021. 2. 23. 01:15

0.

 

계몽주의 시대 (서)유럽 젠더/여성담론이 루소와 울스턴크래프트의 대립구도로 설명될 수 있다고 서술하는 것

=> 저자가 17-18세기 젠더/여성 담론 1차 문헌을 읽지 않았고 2000년대 이후 영어권의 초기 근대 여성문인/지성사 연구도 따라가지 않았다는 뜻.

 

1.

 

내가 프랑스어권 연구자가 아닌만큼 루소에 관해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보통 루소의 '여성혐오적' 입장이라고 지적되는 주장 대다수는 당대의 여성담론, 공화주의 계열 논의, 상업사회 비판론 등에 흔히 나오는 것들이다. 울스턴크래프트의 주요 논의는 "최초"라기보다는 (영어권에 국한할 때) 그 전 한 세기 동안 이어진 여성문인의 저작들 & "여성논쟁"에서 나오던 주제들을 축적하고 활용한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한 설명일 듯 싶다. 가령 여성이 교육을 못 받아서 자신의 이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래서 더 속박되는 처지에 있으니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늦어도 1670년 경에도 이미 상당히 체계적인 형태로 서술된다. 17세기 후반부터 읽고 이제야 18세기 들어가느라 박논 끝날 때까지 울스턴크래프트를 다시 읽을 시간은 없겠지만(최근 연구서들만 계속 모으는 중), 당대에 더 주류적이고 더 많이 교육받은 다른 여성문인들의 입장과 비교할 때 공화주의 급진파에 속하는 편인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 담론 내에서도 (<여권의 옹호>가 주목을 끈 것과 별개로) 주변적인 위치였음을 감안해야 한다.

 

차라리 18세기 중후반 영국에서 좀 더 영향력 있는 여성문인/지식인 집단이 있다면 '블루스타킹 서클'을 꼽는 게 맞다. 이쪽도 1990년부터야 체계적인 연구가 나오고 몇 년 주기로 연구논문집이 묶여 나오니만큼 약간 발품을 팔면 연구사 따라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기존 연구 상당부분이 인적 네트워크를 따라 주고 받은 편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각종 문서고 출입이 쉽지 않은 외국인 연구자들이 새로 영역을 개척하기가 까다로운 게 문제.

 

덧붙이자면, 1980-90년대부터 영국 18세기 교회사 연구가 일신되고, 계몽주의와 종교가 긴밀하게 얽혀있다는 걸 강조하는 연구 트렌드와 함께 당연히 (적어도 영국의) 여성지식인과 기독교-교회의 관계에 주목하는 연구도 계속 나오고 있다. 대충 2010년대 초반부터 논문집이 아닌 단행본 사이즈의 연구서가 나오고 있으며 그중에서는 교회사 베이스를 갖고 신학적 논쟁을 꽤 촘촘하게 따라가는 책도 있다. 처음에는 여성지식인들과 영국국교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17세기 후반 포스트-혁명기에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18세기 연구들을 모으다보니 적어도 18세기 중반까지 국교회와 여성지식인들의 관계는 꽤 가까웠던 것 같다. 구체적인 건 나도 이제부터 따라가봐야 알겠다. 오늘날 우리 입장에서는 기독교보다 반군주제적 공화주의자들이 여성의 평등 및 권리에 훨씬 우호적일 거라고 상상하기 쉽지만, 17-18세기 영국으로 들어가보면 오히려 여성들이 기독교적 도덕의 필요성을 여성의 교육 및 권리를 주장하는 받침대로 써먹고, 기독교 도덕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여성폄하/혐오도 더 거리낌없이 한다는 믿음이 보다 일반적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듯 하다.

 

 

2. 비전공자들을 위한 정리를 하자면,

 

"페미니즘 사상이 울스턴크래프트로부터 시작했다"는 역사적으로 틀린 이야기다. 여성의 평등과 권리에 관한 담론이 곧 페미니즘이라고 한다면 프로토페미니즘이라 할 만한 논리는 르네상스 시기부터 조금씩 나오고, 울스턴크래프트와 비슷한 정도의 주장은 17세기 후반쯤에는 나온다. 반대로 "페미니즘"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사회운동가들은 19세기 후반부터 등장한다(이쪽에 관한 연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띄엄띄엄 책이 나오고 있다). 이름을 기준으로 삼든, 특정한 논리를 기준으로 삼든 울스턴크래프트는 딱히 페미니즘의 원조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17세기 후반부터 울스턴크래프트까지 제대로 정리하는 연구서는 영어권에서도 아직 안 나온 것 같고 (울스턴크래프트 연구 중에서는 계몽주의 연구로 거슬러 올라가고, 17세기 후반 연구에서는 18세기 연구로 내려오는 중인데 18세기 중반이 정리가 되기 전까지 랑데뷰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진짜 "페미니즘"은 책 사이즈 연구서들이 몇 권 있긴 한데 아직 필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물론 내가 19세기 후반 연구자가 아니므로 열심히 찾아본 건 아니다).

 

언젠가 연구트렌드를 좀 정리하는 리뷰를 쓸 날이 오면 좋겠지만, 일단 모든 건 박사논문 끝난 뒤에 :)

 

P. S. 18세기 계몽주의 젠더 논의를 다룬 논문 하나 읽다가 짜증나서 푸념하던 중 여기까지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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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rchetype 2021.03.25 01:46 신고 Modify/Delete Reply

    레디컬 페미니즘의 시작은 어디서부터라고 보시나요??

    • BeGray 2021.03.25 19:53 신고 Modify/Delete

      학계에서 말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이라면 1960년대 유럽과 영미부터 봐야할 것 같고, 요즘 한국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종종 TERF와 교차되어 쓰이는) "랟펨"은, 물론 영어권 일부 저자들에서 지적인 권위를 찾긴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매우 특수한 맥락 속에서 생겨난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2. archetype 2021.03.27 23:07 신고 Modify/Delete Reply

    쓰신 글을 몇개 읽어봤는데 전체적으로 페미니즘에는 우호적? 이신거 같고 샌델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정말 얕고 짧은 지식을 가진 제가 알기로는 정치철학을 크게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로 나눌 수 있는것으로 아는데 님께서는 공화주의쪽에 가까우신건가요 자유주의쪽에 가까우신건가요? 페미니즘은 지식이 얕은 제가 알기로는 자유주의 쪽 사상인 것으로 알고있고 샌델은 공화주의쪽인 것으로 아는데 제가 맞나요??

    • BeGray 2021.03.27 23:26 신고 Modify/Delete

      음... 정치철학의 여러 전통을 자유주의 대 공화주의라는 틀로 나누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현대 영미 정치철학이 자유주의--물론 이 자유주의가 무엇을 어디까지 의미하느냐는 시대와 상황마다 달라지겠지만--와 (좁은 의미에서의 "공화주의자"들을 포함한) 그 도전자들이라는 구도로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기는 하겠지만요. 저 자신은, 결국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특별히 어느 한쪽에 스스로를 정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너무 역사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이네요 ㅎㅎ

      페미니즘은, 물론 한국에서 주류 페미니즘은 자유주의와 긴밀하게 결합되고 있다고들 합니다만, 사실 자유주의 혹은 공화주의 어느 한쪽에만 결합될 이유는 없습니다. (종종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 오독되는) 울스턴크래프트처럼 공화주의 전통에 가까운 저자에서부터, 20세기 후반 법 담론에 가까이 붙어 있는 좀 더 '자유주의적'인 페미니스트들도 있겠죠.

    • BeGray 2021.03.27 23:27 신고 Modify/Delete

      샌델은 흥미롭고 중요한 사상가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그의 구상이 일관성 있는 정치적 프로그램으로 번역되기에는 여러 난점들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정치철학이라는 것들이 그렇긴 하지만요^^.

  3. ㅇㅇ 2021.04.04 01:31 Modify/Delete Reply

    트젠을 배제하는 페미니즘은 다 terf라고 불리는건가요? 정통 이론적 기반을 갖춘 페미니즘은 모두 트젠을 안고 가야 하는지요? 오늘 그알에서 트젠을 다루었는데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성전환 수술도 안한 남자가 정신적 여자라며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고 그걸 다른 여자가 신고했는데 차별이라고 하네요.

    백인이 흑인 되고싶어서 전신 성형을 하고 티비에 나온적이 있습니다. 방텅객 흑인들은 모두 경악 했고요. 블랙피싱이라는 용어도 있더군요. 한 mtf 트젠은 비장애인인데 장애인이 되고싶다며 휠체어를 타고 다닙니다. 이런것을 보면 그저 트젠도 자신의 성별과 신체에 극단적으로 불만족 하여 수술하는 사람의 한 부류 같거든요. 실제로 정신과 질병중에 이런 병이 있고 다리나 팔이 있으면 안될것 같다고 생각하여 잘라내고싶어하는 등의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화장실이든 탈의실이든 여자것을 뺏어서 트젠 공용으로 만들것이 아니라 트젠용을 따로 만들어야죠 그러는 비용과 과정이 귀챃아서 여자것을 없애버리고요

    트젠의 인권은 트젠이 신경써야하는데 어째서 여성이 트젠 인권까지 신경쓰고 보호해야 하나요? 페미니즘 자체가 인권 운동을 포함하기 때문일까요? 페미니즘에 LGBT 인권운동까지 포함되는것인가요?

    이는 마치 아시아인들더러 흑인인권 신경써라 흑인 죽었을때 아시아인들에게 기부 강요하던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그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외국에서 아시아인의 인권이란 흑인보다도 못한것을 다들 알잖아요 너희 동양인은 돈이라도 벌고 성공했으니 흑인이 더 약자야!! 하는것처럼(실제로는 동양인이 더 약자) 트젠들은 마치 여성들이 기득권인것처럼 자신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여성이 기득권인가요? 그저 다 여성에게 떠넘기는것 같습니다.

    여성만을 위한 인권운동으로 분리하는것이 더 좋다고 보는데 아무래도 학문적으로는 분리가 되어 있지 않나보군요 트젠을 제외하는것은 학문으로도 주류가 아니고 터프로 불릴수 밖에 없나봅니다

    • BeGray 2021.04.05 00:40 신고 Modify/Delete

      단순히 특정한 정체성을 연출하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페널티와 어려움을 감수하며 의료적·법적 절차를 밟아가는 사람이 그렇게 흔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말씀하시는 논리는 결국 "나는 a, b라는 몇 가지 사례에 근거해서 C라는 큰 흐름 전반을 규정할 거야"라는 식의 구조를 띠고 있는데요, 저는 그런 식의 논리구조를 채택하는 분이 "봐라, 페미니스트니 여권신장이니 뭐니 떠드는 애들이 말도 안되는 실수를 저지르는 예가 a, b가 있지 않냐, 그러니 전체 페미니즘이나 여권신장도 다 그런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떠드는 안티페미니스트 앞에서 여성주의를 옹호하기가 무척이나 곤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그러니까 논리적 일관성이라는 게 중요한 분이라면 말이죠.

      여성주의에 여러 스펙트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니 제가 싸잡아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말씀하신 바와 같은 입장을 논박하는 아주 쉬운 경로 한 가지는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여러 유형의 여성주의를 포함해 여성의 권리와 평등의 인정을 요구하는 입장이 겨냥하는 대상은 '성차에 기반하여 부정의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을 일관되게 밀고 나간다면, 여러 형태의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위험, 피해 또한 비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성차라는 특정한 요인이 인간을 불필요하게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옳지 않다면, 당연히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누군가가 그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기입된 성적 요인만으로 부적절한 대우를 받는 것 또한 옳지 않은 일이 될 테니까요.

      설마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틀렸지만,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괜찮다고 주장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만약 그렇게 주장하시고픈 거라면, 그건 다른 사람의 존중과 설득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태도라기보다는 '내가 갖고 싶은 건 뭐든 내거야!'라고 외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라는 평을 피하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린 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관대하게 봐주지만, 성인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도덕적으로 역겨운 추태라고 생각하는 문화권에 살고 있고, 저 또한 그런 기준에서 크게 벗어날 생각이 없습니다.

    • ㅇㅇ 2021.08.16 09:13 Modify/Delete

      제 말은 트젠을 차별한다는게 아니라 트젠까지 신경쓰고싶지가 않다는 겁니다. 이름부터 여성주의인데 왜 그들을 포함해야하는지 의아할수 있죠. 생물학적 성만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수 있는거죠.

      님과 달리 생물학적 성, 염색체로만 규정된 xx와 xy 외의 성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많은 사람들은 트젠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울겁니다. 트젠들도 호르몬 질환으로 병원 가면 생물학적 성으로 분류 될 것 아닙니까?

      자궁내막증이라는 병을 아시나요? 이는 복막, 장기 등에 자궁내막이 생성되어 물혹이 생길 수 있는 병입니다. 자궁을 떼어내도 통증은 남는 경우가 있고 명확한 원인이 없어 환경호르몬과 여성호르몬 과잉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인체가 환경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 더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ftm 같은 경우 트젠이 되었더라도 이런 병으로 고통받을 수 있죠.

      mtf의 경우 전립선 제거 수술은 개복해야 하는 큰 수술이라 보통 전립선 제거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고환 떼어내고 가슴 수술하지만 전립선은 있는데 여자 몸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저는 이런 생물학적 문제 때문에 생물학적 성 외의 다른 성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성 역할, 성 고정관념 등이 있겠지만 꾸미는걸 좋아하는 남자는 꾸미는걸 좋아하는 남자지 그 이유로 성별을 바꿔야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미성년자인 안젤리나 졸리의 딸이 크게 꾸미는것을 좋아하지 않고 편한 옷차림으로 다니는데요 그거때문에 벌써부터 얘 성정체성이 남자인거 아니냐 그를 지지해줘야(?)해 하는 헛소리도 난무합니다. 영국 같은 유럽에서도 이미 유치원 들어갈 나이의 애들한테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너는 정신적 성별이 다른가보구나 하며 주입시켜서 오히려 그런 pc한 어른들이 정체성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게 문제가 없나요? 오히려 그런 성적 고정관념을 먼저 타파해야 하지 않나요?

      님의 말처럼 그나마 수술하는 트젠들은 진정성이라도 보이지만 현재 ioc에서도 비수술 트젠을 여자로 인정해주고 여성선수로 출전시키자는 말이 나오고 있구요

      https://theqoo.net/index.php?mid=hot&document_srl=2031518304

      도핑테스트는 그렇게 하면서 어릴때 자연 테스토스테론 분비하며 남자로 살다가 갑자기 여자로 출전이라니 체급부터 다른데 말이 됩니까?

      님 댓글의 첫번째, 두번째 문단까지는 무슨말인지 알겠습니다. 설명을 보고 이론적으로 '성적 정체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페미니즘의 중요한 부분인건 알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런 어려움들이 있네요. 오히려 트젠 때문에 생물학적 여성들이 차별 받는 문제가 생기니까요.

      그리고 저는 트젠이 트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게 괜찮다는 말을 한적이 없는데 마지막 문단 급발진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네요 그런 주장을 한적이 없는데 혼자 그런 가정을 하고 섀도 복싱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님은 고학벌, 고학력의 성인 남성으로 크게 보면 일종의 기득권에 속하고요 앞으로 기득권(교수나 연구자 등)으로 더 올라갈 일만 남은 분이시죠. 공부 잘하는 학생이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대접받는지 잘 알고 계시겠죠? 똑같은 말을 해도 공부 잘하는 학생이 하면 더 영향력 있고 어른들이 더 귀 기울여줍니다. 선생님은 아마도 크게 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을것 같다는 뜻입니다. 아마 학문적으로 이상적으로 차별이라는것 자체가 부당하니 그렇게 접근하시는거겠죠. 트젠들의 인권 자체야 존중하지만 그렇다면 여자에게 또다른 차별과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트젠 화장실, 트젠 탈의실, 트젠 올림픽 등을 따로 만들고 트젠 인권운동 따로 하는게 나은것 같다는겁니다. 이런말이 다 무슨소용일까요? 차별 받아본적이 없어서,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있던곳에 여자화장실 없애고 남자화장실/공용화장실 이렇게 바뀌는걸 봐도 아무 감흥 없으실텐데. 이러나 저러나 님은 크게 사회적으로 차별 받을 일이 드문 사람이니까요.

    • BeGray 2021.08.16 20:47 신고 Modify/Delete

      1.

      유전적/생리학적 이유로 발생하는 특정한 생물학적 문제가 있다는 것과, "생물학적 성 외의 다른 성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보입니다. 특정한 염색체 혹은 기관, 호르몬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이 누군가의 성별을 A or B로 규정하는 확고한 근거가 된다는 믿음 사이에 도대체 어떤 논리적 연결고리가 있단 말입니까?

      좀 더 파고들어가서 말하면 "생물학적 성"이 남성과 여성의 두 가지 종류만 있다는 거 자체가 (물론 그러한 규정이 거시적으로 편의성을 가지는 점을 부인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사회 내에서 만들어진 규정이죠; '두 가지 성' 사이에--혹은 그 바깥에--다양한 형태의 개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진심으로 "성적 고정관념을 먼저 타파"해야 한다고 믿으신다면, "생물학적 성"이란 개념 자체가 (그것의 여러 효용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인위적인 개념이며, 우리의 사회가 두 가지 성 개념만으로는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다양한 현상들을 맞닥트리고 있다는 사실부터 먼저 지적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런 현상들까지 유의미하게 포괄할 수 있는 접근법/개념을 갱신해나가는 게 사회의 발전이고, 현대인은 지금 그런 발전에 필요한 논의를 겪고 있는 거죠.

      성별 개념에 따른 "정체성 혼란"이 그렇게 우려되신다면, 그 분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하며 가정에 머무르지 않을 때 사람들의 도덕관념이 흔들리고 사회도 쇠퇴할 것이다'라고 진지하게 외쳤던 18-20세기의 남성우월론자들이야말로 권위있는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니 그쪽과 하이파이브를 하시면 될 것 같네요. 아니면 "남성우월론자들이 말하는 성적 정체성은 나쁜 고정관념이지만, 내가 말하는 성적 정체성은 바람직한 것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ㅇㅇ 님께는 후자가 좀 더 매력적인 선택지일텐데, 그 선택지에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내로남불"이라 부르면서 낮게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2.

      ㅇㅇ 님이 트랜스젠더에 관해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는 건 본인 의견이니까 그렇다치고, 그게 왜 여성주의가 트랜스젠더문제를 포괄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 댓글에 이야기했으니 부연할 필요가 없겠죠.

      "트젠 때문에 생물학적 여성들이 차별 받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런 불편사항이 있다면 더더욱 트랜스젠더 이슈를 통해 기존 성별체계를 어떻게 조정하는 게 맞을지, 각자에게 어떤 권리/권한을 부여하는 게 형평과 효율 양자에 부합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하는 게 맞겠죠. 솔직히 말씀하시는 역차별 논의는 여성의 사회진출·권리신장에 관해 남성의 역차별을 말하는 남초 논리랑 매우 구조가 흡사해보이긴 합니다. "여성들의 인권 자체야 존중하지만 그렇다면 남성에게 또다른 차별과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는 식의 그런 항변 말예요. "우리는 차별 받고 있으니 우리와 관련된 자원을 조금이라도 축소시킬 위험이 있는 논의는 모두 문제다"라는 식의 태도가 도대체 뭐가 도움이 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ㅇㅇ 님께서 제 인생이 어떤지 이해할 수는 없겠고 그렇게 해달라고 권할 생각도 없습니다만, 유입량도 많지 않은 티스토리 블로그까지 와서 논의를 할 거면 "어쨌든 너는 기득권이니까 네 태도가 틀렸어" 따위보다는 좀 더 괜찮은 논리를 준비해오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따져보면 ㅇㅇ 님보다 더 저 학력이고 가난하며 성정체성 이슈로 더 많은 고통을 느껴온 누군가가 나타나 억지논리를 들이밀며 "시스젠더 여성이니까 트랜스젠더가 겪는 고통이나 차별을 상상도 못하겠지, 그러니까 네 말은 틀렸어"라고 이야기하면 ㅇㅇ 님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물러가시겠네요?

      저는 그런 식의 웃기지도 않는 반지성주의는 대체로 해롭다고 생각하고 이 공간을 그런 원리에 따라 운영할 생각도 없습니다. ㅇㅇ 님께서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으시면 논리와 근거, 예의를 갖추면 충분합니다. 지금은 그냥 ㅇㅇ 님의 논거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 않으니까 반론이 제기되는 것 뿐이에요(저는 ㅇㅇ님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저보다 기득권(?)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 논박이 오가는 걸 견딜 자신이 없다면 인터넷을 끄고 거울 보면서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며 살아가는 게 좀 더 현명하겠죠. 그럼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로운 영향력을 끼칠 일도 없을테니까요.

  4. 종종 2021.04.09 11:09 Modify/Delete Reply

    저는 TERF가 페미니즘에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티페미들이 공격할만한 빌미를 너무나 많이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에잉.. 쓰고보니 무슨 의미인가 싶네요. 저부터가 혐오에 찌든 인간인데 말입니다. 물러갑니다. 총총..

    • BeGray 2021.04.12 16:32 신고 Modify/Delete

      이제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미러링(?)해서 안티페미니스트적 문화/정책전쟁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20대 중심 남성집단이 대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서 착잡한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2015-16년에 시작한 한국 넷페미니즘의 한 사이클이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런 경로로 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만...

    • 종종 2021.04.14 16:20 Modify/Delete

      소위 인셀이라 불리는 젊은 안티페미니스트들이 서구에서는 그래도 주류가 아니라고 하던데 말씀대로라면 우리는 주류로 자리잡는다는 말씀이실텐데 어째서 그런 걸까요. 인터넷? 암튼 좀 착잡하네요

    • 약간조던피터슨팬보이 2021.04.18 23:24 Modify/Delete

      인셀이 주류가 될까봐 걱정하시는데..
      차라리 어떤 세력이 나타난다면 군대를 독박병역으로 정의하고
      반 페미, 반 가부장주의를 외치는 MCTOW로 나타나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면 요즘 넷상의 남자들은 (맹목적 안티페미하는 남자들을 제외)
      보통 조던 피터슨이나 벤샤피로등등 우파인사들의 논리를 가져다가
      반 페미,반 피씨를 합리화?정당화합니다.
      그중 조던 피터슨은 오히려 인셀들을 깨부시는 입장으로 알고있습니다.

      무해한 남자가 아닌 강하고 선한 남자가 되라고 격려하고,
      딸딸이같이 책임감없는 쾌락을 쫒지말고,
      현실 속의 남녀관계, 서로에게 헌신하고 책임지는 관계속으로 기꺼이
      자발적으로 나아가라고 한것으로 기억합니다.

      적어도 조던피터슨 팬보이들이 늘어난다면 인셀들이 많아질 걱정은 안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ㅎㅎ?

      말이 횡설수설하네요 죄송합니다

    • 종종 2021.04.19 15:45 Modify/Delete

      죄송하지만 제 댓글의 포인트는 '인셀'이 아니라 '안티페미니스트'입니다. MCTOW가 뭔가 한참 찾았는데 MGTOW군요. 말씀하시는 맹목적 안티페미와 그렇지 않은 안티페미의 차이가 뭔지도 모르겠고요. 이제는 미러링의 단계를 벗어난 ♩~♩♩ 같은 혐오발언을 까는 거나 TERF의 혐오발언을 까는 것 정도면 몰라도 안티페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던데요. 최소한 제 경험에서는요.

      그리고 왜 남자는 강해야하죠? 그것부터가 전 성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 약간조던피터슨팬보이 2021.04.21 22:55 Modify/Delete

      그쵸 맞는 말씀인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진영에 속해서 돌출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해서 자동적으로 그 반대진영에
      속하게 되는것이 아니듯..

      나는 안티페미다 라고 하는 사람들은 맹목적 안티페미라고 볼 확률이 높은 것 같긴 합니다. 딱히 페미니즘에 어디는 동의하고 어디는 동의하지 않아라고 분별하기 이전에 한 진영에 속한채로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논리만을 찾아보기 일쑤일테니까요.

      그리고 남자는 강해야한다라는 주장을 하려했기보다 그의 말 중에 "무해한 것과 선한 것은 다르다."라는 내용을 제 삶에 나름대로 적용한 것을 쓴 것입니다.

      한동안 힘=폭력=악 이라는 도식으로 생각하며 살았던 적이 있어서 저 스스로 남자이지만서도 남자들을 악의 씨로 생각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대신 스스로 무해해지기로 결정했던 적이 있었고, 그것이 선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해해지기로 택함으로서 정작 선한 행동을 해야할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하게된 경험이 있는데 그게 다 힘이 없어서였습니다.

      남자는 강해야한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구요, 남자와 여자가 한쌍으로 살아갈 때 어떤 삶의 고난을 마주하게 될 텐데, 그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강함 중에 적어도 육체적인 강인함을 최대의 아웃풋으로 갖출 가능성을 가진 쪽은 남자라고 생각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어느정도 강해지기를 미리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권유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종종 2021.04.27 00:11 Modify/Delete

      자칭 여부가 뭐가 중요할까요. 안티페미 성향을 보이는 남초커뮤니티든 2,30대 남성이든 페미니즘 관련 얘기 나오면 눈 벌개지는 건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인데요. 거기에 어떤 부분에 동의하고 어떤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고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현실에서도 페미니즘 나오면 그냥 까기 바쁜 사람들이 수두룩한데요.

    • BeGray 2021.04.29 02:43 신고 Modify/Delete

      음 몇 주만에 들어왔더니 이런 대화가 전개되고 있었군요.

      종종 님께 //

      저는 한국의 안티페미니즘 확산이 "인셀문화"와 꼭 동일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게 없지는 않겠지만, 영어권 인셀문화에서 나타나는 (남성성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남성위계 구별짓기나 더 '여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동경 같은 요소는 최근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커진 안티페미니스트들의 기조와는 꽤 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디씨의 일부 갤러리나 오덕커뮤 등에서 그러한 인셀적 기조가 나타나는 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보기에 한국 청년집단은 그 정도로 강력한 남성성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거나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 한국의 안티페미는 한국의 상황에서 봐야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ㅎㅎ


      약간조던피터슨팬보이 님께 //

      본인의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힘과 무해함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운데요, 말씀하신 것과 같은 입장을 견지한 집단이 한국에도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혹은 그것이 한국청년남성의 주류적 입장과는 다른 본인의 독특한 지향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

    • 약간조던피터슨팬보이 2021.05.08 20:02 Modify/Delete

      일단 힘과 무해함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 계기는 이 영상이었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pn0kaSSr0IM

      남자가 육체적으로 강해지기로 택하는 것이 남성으로서 할 수 있는 도덕적? 선택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입장은 일단 저만의 지향인 것 같습니다.

      남자들 사이에서 육체단련을 하라고 설득하기위해 저런 논리가 딱히 필요없기 때문이죠. 보통은 그냥 여성들에게 어필하기위해서, 또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심플한 이유로 육체단련에 나서지요.

      저 입장은 남성들의 힘의 논리, 위계질서 문화에 질려서 남성성 자체를 죄악시하게 된 남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 자신을 설득하기위해서 생각한 끝에 나온 논리입니다.

      앞서말한 내용들 때문에 한국청년남성의 주류적 입장이 되기는 힘들것 같네요..다만 굳이 이런 입장의 남성들이 모여있을 만한 곳을 꼽자면 유튜브 세상의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의 후원자들이 아닐까합니다. 금욕운동을 중심으로 남성성의 회복을 꾀하는 남자들이 주로 모여있는 곳 같거든요.

    • BeGray 2021.05.10 16:06 신고 Modify/Delete

      약간조던피터슨팬보이 님 //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서구, 특히 미국에서 저런 형식의 '남성성'=투쟁적이고 파괴적인 역량의 획득이라는 논리가 통용되는 건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징병제 국가로서 상당수의 남성들이 기초적인 총기사용과 신체단련을 자연스럽게 익힐 것을 요구받는 한국에서는 그러한 스타일의 남성성이 소수에게만 인기를 끄는 것 같지만 말입니다.

      혹시라도 괜찮으시다면, 1) 왜, 어떤 경로를 통해 저러한 성향이 곧 '남성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셨는지, 2) 어떤 경로/계기로 본인 혹은 다른 남성들에게 그러한 남성성의 회복 혹은 강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셨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급한 질문은 아니니만큼 편하실 때 생각나시는 대로 말씀주셔도 좋고요. 만약 공개된 댓글창이 꺼려지신다면, 비밀댓글로 메일주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메일을 드리겠습니다 :)

  5. 안녕하세요 2021.04.09 23:41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블로그에 쓰신 여러 글들을 읽고 생각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혹시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려면 어떤 글들을 참고해야 좋은지 추천 해주실 수 있는지요?

    • BeGray 2021.04.12 16:33 신고 Modify/Delete

      음 사실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나름 역사가 쌓였고 + 다양한 배경에서 분출하다보니 아주 다양한 영역이 있고, 또 제가 한국어로 된 좋은 (그리고 동시대의 변화를 고려한) 책을 본 게 거의 없어서 뭐라 추천할만한 게 없는데요, 혹시 관심사를 조금 추려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에 있는 문헌들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6. 거봉 2021.04.12 18:44 Modify/Delete Reply

    이번 재보궐선거와 이를 둘러싼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서 한국이 정말 정치적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넷페미스트들이 청년남성 집단의 부실한 정치적 행동력을 조롱하며 자신들의 (거품이 잔뜩 낀) 공격력을 과시하곤 했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져도 한참 달라진 것같습니다.앞으로 좌우를 불문하고 청년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할텐데 과연 오만한 넷페미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요.

    벌써부터 2030남성의 대표자 이준석 씨께서는 안티페미니즘-혐오 포퓰리즘으로 노선을 확실히 하는 것같습니다.앞으로 한국에서 더욱 성행하게 될 혐오정치와 젠더갈등에 벌써부터 눈이 질끈 감기네요;;

    • BeGray 2021.04.29 02:55 신고 Modify/Delete

      답변이 많이 늦었습니다ㅠㅠ

      이번 선거에서 2030 집단의 선택은 그 자체보다 그를 둘러싼 해석의 논쟁의 향방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차피 이미 문은 열렸고 관련된 주요 행위자들에겐 상황을 통제할 의지도 역량도 딱히 없는 것 같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연구삼아 열심히 따라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정답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ㅠㅠ

  7. 안녕하세요! 2021.04.20 16:35 Modify/Delete Reply

    선생님, 안녕하세요! 블로그 글도 항상 챙겨보고, 번역하신 지성사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재밌게 읽은 독자입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혹시
    1) 페미니즘의 간략한 역사
    2) 1950년대 이후 래디컬 페미니즘 이론에 대한 간략한 입문서, 혹은 주요 저작
    3) 영미권에서의 여성성, 남성성에 대한 입문서, 혹은 주요 저작
    이 세가지에 대해 자료나 책 추천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주 추상적인 질문인 것을 알아 죄송합니다 ㅠㅠ 영어로 쓰인 문헌 추천해주셔도 괜찮습니다!

    • BeGray 2021.04.29 03:20 신고 Modify/Delete

      셋 다 제가 충분히 답변해드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일단 가능한 범위 내에서 떠올려 보면...

      1) 저는 아직까지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페미니즘 혹은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여성의 권리와 평등에 관한 사유와 실천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역사적으로 만족스럽게 서술하는 저작을 본 적이 없습니다(물론 제가 제대로 리서치를 진행한 게 아님을 미리 강조해둡니다). 포스팅에도 밝혔듯 영어권에서도 르네상스 시기, 18세기,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20세기 중후반 등 각 시대별로 이제 좀 연구가 쌓였거나 한창 진행되는 중이고 아직 이것들을 묶어서 통사를 쓴 책은 없는 걸로 압니다(아니면 너무 역사적으로 부실하거나요). 그나마 작년말에 영어권에서 Lucy Delap의 _Feminisms: A Global History_ (Pelican Books; 어느 정도 대중적인 독자들을 염두에 둔 듯 합니다)가 나왔는데--나올 예정이라고 체크만 해두고 잊고 있었다가 이번에 확인했네요--이 책이 아쉽지만 약간의 갈음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https://www.amazon.com/Feminisms-Global-History-Lucy-Delap/dp/022675409X/

      2) 아마 1960년대부터의 가장 고전적인 저작으로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베티 프리던, 케이트 밀렛 등이 있고(셋 다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로부터 게일 루빈, 주디스 버틀러 및 젠더퀴어까지 오는 루트가 '통상적인' 경로가 아닌가 싶은데요, 다만 이런 고전적인 커리큘럼은 1960년대부터 미국 대학의 영문과/비교문학과 등을 중심으로 급진적 페미니즘 이론이 커지는 과정을 (한국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 듯 합니다. 20세기 후반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지성사를 다루는 논문이 이제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역사적으로 만족할 만한 조망은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별개로,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국한된 자료는 아닙니다만, 작년 하버드에서 카트리나 포레스터Katrina Forrester가 강의한 <페미니스트 정치사상Feminist Political Thought> 실라버스&커리큘럼이 공개되어 있으니 어느 정도 참고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https://scholar.harvard.edu/katrinaforrester/classes/gov-1029-feminist-political-thought

      3)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은 R. W. 코넬의 <남성성/들>인데요, 절판되기도 했고...저는 18세기 설명하는 대목만 조금 훑어봤는데 역사적으로 동의하기 힘든 내용이 많아서 (물론 공정하게 말하자면 코넬은 역사가도 아니고 18세기 전공자도 아닙니다) 참고는 하되 너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패권적 남성성" 개념도 그게 설득력있게 적용될 수 있는 시공간과 아닌 시공간을 구별해야 한다고 보고요.


      그 외에 Lisa Disch&Mary Hawkesworth eds., _The Oxford Handbook of Feminist Theory_ (2016) 도 개괄적으로 참고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8. 2021.04.22 03:10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우연히 다른 커뮤니티를 타고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걸 다 자유롭게 열람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도움이 되는 글이 많네요. 필력이 참 좋으세요. 문장이 깔끔한 덕에 재밌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양질의 정보와 의견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종종 들를게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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