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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20 21:05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A 2020.10.28 15:20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begray님! 번역하신 <지성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여쭤보고 싶은 점이 생겨서 고민하다 이렇게 방명록을 남깁니다. ㅠㅠ

    1. 해제에서 “언어맥락주의 (지성사)의 목표는 과거의 저자들이 논쟁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언어 및 지적 전통을 이해하고 복원하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성사가가 아무리 1차 문헌 및 관련된 다른 저작을 모두 세심하게 읽고 저자가 ‘의도’한 바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지성사가가 내린 결론에는 어느정도 주관적 해석이 개입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포콕과 스키너가 유사한 주제를 가지고 반대의 결론을 이끌어 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지성사가들이 비판한 다른 역사 방법론과 마찬가지로 지성사 역시 텍스트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언어맥락주의라는 방법론은 매우 흥미롭고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성사의 방법이 저자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비판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2. 그렇다면 결국 지성사가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기존에 (특정한 한 방향으로만 주로 해석되던) 어떤 텍스트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맥락중심의 해석을 제시함으로써 학계의 논쟁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또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가능해짐으로써 텍스트에 대한 담론 (또는 지성사적 해석에 대한 담론) 활성화시키는 것에 있는 것인가요?

    제가 영국의 지적 전통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고 지성사에 대해서도 문외한이다 보니 책을 완전히 잘못 독해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ㅠㅠ 답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BeGray 2020.11.02 11:57 신고 Modify/Delete

      이렇게 질문 주시는 건 (제가 답변이 약간 늦을 수 있다는 점만 감안해주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1. "객관성"을 어떻게 규정할지, 그걸 도출하는 절차를 어떻게 세팅할 것인지의 문제일텐데요, 실제 (꼭 지성사가 아니더라도) 역사학적 논쟁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만, 결국엔 자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갖고 논쟁하는 거죠.

      아주 간단히 말해, 역사학에서의 '사실'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사료확정 혹은 구체적인 개별 사실의 맞고 틀리고를 논하는 단계죠; A라는 책을 B라는 저자가 쓴 게 사실인가, 그 책의 첫 번째 구절이 C라고 쓰여진 게 맞는가, 그 책이 D 년도에 출간된 게 맞는가 등의 '객관적 사실의' 검토작업이 그러한 예에 해당합니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개별 사실들을 놓고 사태를 설명하는 해석적 서사를 도출해내는 것입니다. 스키너가 말한 "의도의 복원"이 한 예가 될텐데요, 결국 이 저자/텍스트가 다른 저자/텍스트와 관계 맺고 있는 과정을 추적해보면 저자/텍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는 식의 해석과정입니다. 이런 해석적 서사는 당연히 여러 서사들의 논쟁과 경합을 통해 전개되고요, 그중에서 자료를 가장 정확히 활용하고 반론의 여지가 적은 논증을 제시하는 사람의 해석이 (적어도 이상적으로는) '보다 설득력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그에 대해 유의미한 반론이 나오지 않으면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제가 잘 아는 부분은 아니지만, '과학적 사실'이 학계에서 어떻게 확정/공인되는가에 대한 논의를 생각하시면 비슷할 듯 합니다.

      요컨대, 언급하신 언어맥락주의적 입장의 객관성을 따지는 것은 대부분의 학문분과에서 연구자들이 논쟁 끝에 내리는 결론을 '객관적인 것'이냐고 따질 것인가 말 것인가와 비슷합니다. 첫 번째 기준에서, 즉 팩트냐 아니냐의 차원에서만 객관성을 논한다면 대부분의 학문적 해석이 그러한 것처럼 지성사가들의 작업도 그에 해당하지 않는 영역이 있겠죠. 하지만 우리의 학문적 시스템은 단순히 개별 팩트의 확정이 아니라 그러한 팩트들을 바탕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시하는 과정에도 '객관성'의 기치를 부여하는데요(당연하지만 모든 해석은 주관적이다, 라는 식의 진술은 실제 논쟁을 들여다보면 나올 수 없는 관념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지성사가들의 작업 또한 그러한 면에서 객관성을 추구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더하여 스키너와 포콕은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측면에 주목했다, 고 저는 생각합니다 ㅎㅎ

      2. 그런 점에서 말씀하신 목적은 지성사가들이 원하는 것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당연히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지성사가들은 당연히 실제 역사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석을 추구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거고요.

      제 생각에 실제 학문장에서의 논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과학철학/과학사 분야에서 과학적 사실의 인정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보시면 역사학의 '객관성' 문제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오래된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ㅎㅎ

  3. 2020.09.09 13:59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eGray 2020.09.17 14:52 신고 Modify/Delete

      댓글이 늘어나는 거 치고는 방문자 수에는 별 차이가 없어서 그냥 시간이 많이 남는 분들께서 이곳에서 소일거리를 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4. A 2020.09.02 14:19 Modify/Delete Reply

    호르크하이머의 <전통이론과 비판이론>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블로그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비판이론에 관심이 많은지라 2014-2015년도에 올리신 관련 글들을 하나씩 읽고 있는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코멘트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정말 많이 배우고 갑니다. 아도르노 관련 코멘트들이 많아서 너무 흥미롭고 행복(?)하게 읽고있어요. (프리즘에 수록된 것을 제외하고) 아도르노의 음악비평을 따로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블로그 둘러보고 바로 <신음악의 철학>을 주문했습니다. 기대되네요. ㅎㅎ 어찌되었든 좋은 블로그 운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학위논문 작업도 술술 풀리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 BeGray 2020.09.07 23:56 신고 Modify/Delete

      비록 제 공부의 방향이나 방법, 관심사 모두 5-6년 전과 상당히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아도르노는 (가끔 마주칠 때) 여전히 재미있게 읽는 저자입니다 :) 제 블로그 포스팅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과거의 좀 더 부족할 가능성이 많은 코멘트들이 A 님의 공부에 누를 끼치지 않기만을 기원합니다 ㅎㅎㅎ

  5. 2020.08.04 15:22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ㅇㅇ 2020.06.04 16:57 Modify/Delete Reply

    혹시 조지 플루이드 과잉진압 및 시위/폭동 사건에 대해서 (당연히 관심이 있으시다는 전제 하에)논평을 부탁드려도 될까요?참 노골적인 요구이긴 합니다만..제가 즐겨 보는 매체들 중에서 이 사건을 시의성 있게 다루는 곳이 좀처럼 없더라고요ㅜㅜ무조건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시위자들을 무지몽매한 폭도로 몰아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begray님의 "위플래시"감상평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한 적이 있어서 어째 사회적으로 굵직한 일들이 터질 때마다 begray님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집니다..ㅎㅎ

    • BeGray 2020.06.12 11:34 신고 Modify/Delete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답변이 좀 늦었습니다 ㅠㅠ 플로이드 사망사건과 그에 따른 후폭풍 관해서는 당장 코멘트를 남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간의 문제도 있지만, 해외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이어지는 소식을 접할수록 이 사태가 (한국에서 보는 것처럼) 인종갈등만 이야기해서 정리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인상을 계속해서 받게 되네요.

      가령 일부 보건전문가들이 시위참여가 코로나바이러스 예방보다 중요하다거나 시위참여는 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다가 전문가들의 중립성 논쟁을 불러일으킨 지점이라거나(사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피해를 생각하면 저는 그게 적절한 발언인지 의구심이 있습니다), BLM 운동 지도부가 무력화된 이래 현재 시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다양한 흐름, 일부 진보 인사들이 경찰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미국 경찰노조에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경찰을 해체하는 게 답은 아니겠죠), 좌우파 리버태리언들의 공공서비스/국가해체론이 끼친 (악)영향, 치안공백에 따라 시애틀 등지에서 나타난 '코뮌'들과 그 정황 등등... 워낙 얽혀있는 게 많고 사태도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사실 제가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인지에 의구심이 있습니다^^; 인종갈등이 가장 중요한 이슈인 것은 맞지만, 한국언론에서 그것밖에 짚어주지 못하는 건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이다보니 저는 지인들이 정리해서 보내주는 내용을 뒤늦게 쫓아갈 따름입니다 ㅎㅎㅎ

  7. 2020.04.11 14:44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eGray 2020.04.12 15:49 신고 Modify/Delete

      공부를 진득하게 시작하려 하신다니 좋은 일입니다. 앞으로 즐겁고 보람있는 나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1) 지금 책이 곁에 없어서 흐릿하게만 남은 기억에 의존해서 부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벤느의 그 책은 역사학-사회(과)학/인간과학-철학적 조류들이 활발하게 마주치고 충돌하던 20세기 중반 서유럽의 지적 조류를 배경으로 (지식으로서) 역사학의 영역과 과제가 무엇인지, 그 중요한 주제들이 어떤 것인지를 검토하며 나름의 의견을 내놓는 저작입니다. 따라서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의 이상적인 독자는 벤느가 염두에 두고 있는 논쟁과 각 논쟁에 소환된 텍스트들의 주요한 입장을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런 독자는 학부생 이전에 애초에 한국에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너무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제가 (특히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에게) 권장하고 싶은 독서는 a. 각 챕터별로 벤느가 문제시 삼는 질문이 정확히 어떤 것이고 왜 중요한지 b. 그 질문에서 벤느가 대질시키는 입장/전제들이 대략 무엇인지 c. 벤느는 무엇에 근거해서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 등을 질문하고 정리/이해하면서 읽는 것입니다(거기에 가급적이면 '나라면 무엇에 근거해 어떤 입장을 선택할지'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겠죠). 박식함과 여러 뉘앙스가 담긴 함축적인 코멘트들로 가득한 책이긴 하지만, 중요한 주제와 그에 대한 답변이 무엇인지 이야기하지 않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읽어가면 어느 정도 요점은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사전지식이 필요하시다면...그나마 프레더릭 바이저의 <헤겔 이후>에서 서문과 역사학을 다룬 4장 정도는 도움이 될 것 같고, 매우 상투적인 코멘트이긴 하지만 G[게오르그]. 이거스의 <20세기 사학사>, 역사학에 사회과학적 논의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부분적이나마 친절하게 설명한 피터 버크의 <역사학과 사회이론>, 프랑스 아날학파에서 역사학과 사회과학이 어떻게 조우하는지를 제시한 뛰어난 사학사인 프랑수아 도스의 <조각난 역사>, 대략 프랑스 역사학의 주요 연구자들의 지적 흐름을 훑어볼 수 있는 <20세기 프랑스 역사가들> 등등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물론 벤느는 그런 '역사학의 과학화'에 냉소적인 코멘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얼마 전 제가 번역한 <지성사란 무엇인가?>도 맥락은 다르지만 사실 벤느가 선택한 입장과 꽤 닿아있는 책이라(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것들을 다 읽은 뒤에야 벤느를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고, 함께 읽어가시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2)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해서 곧바로 풀 수 있는 문제 아니라면)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대로 넘어가서 일단 끝까지 읽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학자의 책읽기는 한 번에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서 나중에 비슷한 물음을 어디선가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데, 그래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읽은 책들이 많이 쌓이면 언젠가 그것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앞서 풀리지 않던 질문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히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어차피 공부를 계속 할수록 당장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 모르는 대목은 끝없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일단 그런 게 있다는 걸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하니까, 멈추지 말고 읽어가시는 게 좋아보여요.

      언제라도 공부 관련 이야기는 환영입니다 :)

    • Lecanix 2020.04.12 22:56 Modify/Delete

      매번 꼼꼼하고 친절하신 코멘트 정말 감사드립니다! 느리더라도 한번 열심히 정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D

  8. 안녕하십니까! 2020.04.03 15:15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최근에 다른 글에 댓글을 달았던 학생입니다. 4.3을 맞이하여 한 가지 의견을 여쭙고 싶은 게 있어 글 남깁니다. 자칭 우파라고 하는 이들 중 몇몇은 4.3사건을 불가피한 사건이었다는 식으로 옹호합니다. 저는 당시 이승만 정권의 학살이 집에 들어온 도둑 하나 잡자고 가족들까지 태워죽인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보고, 또한 (관념적으로 설정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자국민 수만 명을 살해한다는 논리 회로 자체가 모순이라고 보는데요. 선생님은 이러한 일부 우파들의 논리에 뭐라고 답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BeGray 2020.04.03 20:22 신고 Modify/Delete

      음...우파들도 한 가지 논리만 쓰는 게 아닐테니까, 먼저 구체적으로 그들이 어떤 논지를 주장하는지 샅샅이 뜯어낸 다음 약한 고리부터 하나씩 격파하는 게 가장 좋을 듯 합니다. 특별히 염두에 두신 우파들의 논리가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생각해보겠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2020.04.03 23:34 Modify/Delete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는 식으로 4.3사건을 규정하려는 시도를 종종 보아왔습니다. 먼저 그것이 정말로 체제의 유지와 다수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저는 회의적일뿐더러, 4.3사건은 도리어 그들이 수호하려고 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의 근간을 망각한 몰지각한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머리가 굵어진 타인의 견해를 수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여하튼 항상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 대한 감사는 제쳐 두고 현대적 관점에서 이승만 정권을 비판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뭐라고 덧붙여야 할지 참 어렵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접근하시는 지성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저러한 조악하고 취사적으로 구성된 역사적 관점의 모순이 보이지 않을까 하여 질문드립니다...!

    • BeGray 2020.04.04 22:06 신고 Modify/Delete

      말씀하신 내용은 결국 해당 사건에 대한 학계의 역사적 분석들을 참고하는 지점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당시 제주의 상황이 실제로 어땠는지, 경찰/군대 주요 행위자들이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했는지 등등을 포함해서요.

      다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 대한 감사는 제쳐 두고 현대적 관점에서 이승만 정권을 비판한다"는 식의 주장은 좀 억지라고 생각합니다(애초에 과거인을 단죄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이승만 옹호론으로 나온 거라면 말이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승만의 문제적이고 독재적인 행위에 대한 수많은 비판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있을 수 있고, 그러니 너도 감사한 마음으로 이승만 비판에 합류해야 한다"를 포함해서(소위 '김재규 열사론'에서 보이는 논법이죠) 과거의 거의 모든 걸 옹호하는 게 가능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식의 반론으로는, 물론 이승만 혹은 군경의 의도 자체는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의 행위를 가치판단할 때 의도만을 유일한 요소로 놓지는 않죠(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은 의도에 따라 행동한다고 믿습니다). 가령 길가의 경찰이 4.3 학살을 옹호하시는 분을 끔찍한 범죄자로 오인하고 사살했다고 했을 때, 우리는 해당 경찰이 어디까지나 좋은 의도에 입각해서 그 사람을 사살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끔찍한 잘못이었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4.3에서의 끔찍한 학살은, 그 의도의 선함 이전에 완전히 잘못된 결과를 낳은 거죠. 혹시라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선한 의도에 따라 그게 용서될 수 있다'고 반론하는 사람이 있다면, '똑같은 기준에 입각해서, 매우 선한 의도를 갖고 엄청난 학살을 저지른 폴 포트부터 옹호해봐라'라고 돌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2020.04.05 16:21 Modify/Delete

      답변 감사드립니다. 수사적인 곁가지들을 다 떼어내고 나면, 결국은 제 입장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에 있어서 당시 제주학살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논파해야 할 것 같은데요. 4.3사건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논문이나 저술이 있을까요???

    • BeGray 2020.04.10 11:18 신고 Modify/Delete

      저도 해당 분야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이다보니, 추천할만한 도서를 딱히 잘 알지는 못합니다 ㅠㅠ

  9. sin 2020.03.24 19:30 Modify/Delete Reply

    답변 잘 들었습니다. 최근 n번방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n번방은 삐뚤어진 포르노 공유문화가 가장 악질적으로 진화한 예라고 볼 수 있겠죠. 대부분의 여성단체는 n번방은 남성들의 사이버 성범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남성에 의한 온라인 상의 성폭력을 비판합니다. 이 기회에 남성들이 성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n번방의 폐쇄적인 특성상, 남성 집단을 n번방과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반화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일부 여성이 운전을 못 한다고 해서 '김여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잘못되었듯이 남성 전체에게 성범죄자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 또한 옳지 않다는 논리죠. 사실 저도 이 문제에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네요. begray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 BeGray 2020.03.29 02:33 신고 Modify/Delete

      모든 남성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그러나 또래 집단이 됐든, 특정한 (남초) 커뮤니티가 됐든, 한국 사회의 많은 남성들에게 그런 종류의 행위가 '어쩌다 그럴 수도 있지' '자연스러운 성욕이 뭐가 어때서' 등등의 말들로 칭송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용인되거나 묵인되어 온 것은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26만명 혹은 6만명--정확한 수치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인데--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한국 사회의 남성문화에 섞여들어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르노 공유' 문화나 그와 연관된, (특히 모니터 속의) 여성을 한 명의 인격으로 대우하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가 별 문제없이 유통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이런 문화/관습을 비판하고, 그런 것들이 재생산되지 않도록 (엄격한 처벌과 함께) 보통교육과정에서의 철저한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민교육에는 당연히 성평등과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명확하게 지도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할 테고요. 이게 저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10. sin 2020.03.12 20:24 Modify/Delete Reply

    2017.09.09 남초 커뮤니티의 "자유주의"와 포르노문화 (5)

    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댓글 남겼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깊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대화하고 싶네요.

    • BeGray 2020.03.21 22:37 신고 Modify/Delete

      최근 거의 두 달 가까이 접속할 틈이 없다가 지금에야 확인했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저 또한 여초/페미니즘 이슈의 대두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30, 40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커뮤니티 안에 숨어 있었던 남초 커뮤니티의 고질적인 문제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라는 건 제가 글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랑은 약간 다른 이야기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