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1976–2018): 성의 역사적 접근을 위한 커리큘럼

Intellectual History 2020. 1. 13. 00:47

1. 


본 포스팅은 2020년 1학기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에서 열릴 '젠더의 역사: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1976–2018)'(교수자: 김민철) 수업 및 그 커리큘럼을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작성되었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내가 지도하는 수업이 아니다). 하단에 좀 더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부분적으로는 커리큘럼 준비과정에서 교수자 김민철 선배와 많은 논의를 주고 받았다는 이유에서, 좀 더 중요하게는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인간사회의 성적 관념과 실천을 역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론의 문제를 다룬다는 이유에서, 나는 많은 인문사회연구자들, 특히 대학원생들이 이 수업 및 커리큘럼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수강 혹은 청강을 희망하는 분은 강의계획서에 포함된 교수자 이메일로 문의하시면 된다). 심지어 여성주의자 혹은 젠더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보유한 많은 분들을 포함하여, 우리는 인간사회가 어떠한 관념과 실천을 통해 성을 구축하고 이해해 왔는지를 너무나도 단순하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본 커리큘럼은 바로 그러한 상황에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품었던 푸코 및 그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이들의 저작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성적 실천을 좀 더 역사적으로,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하는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0년 1월 12일까지 기획된 강의계획서는 첨부된 파일을 참조하라; 구체적인 내용은 이후 수업진행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당연하지만 강의계획서 업로드는 교수자와의 협의를 거쳤다). 강의계획서 본문의 내용 일부는 아래 포스팅 2번 항목에, 커리큘럼에 관한 나의 추가적인 코멘트는 포스팅 3번 항목에 쓴다.

PG-Gender-History-Foucault-2020-1.pdf



2. 강의계획서 (일부)


젠더의 역사: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1976–2018)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대학원)


2020년 1학기 / 목요일 12:00–14:45

사학과 김민철 / minchul@skku.edu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L’Histoire de la sexualité)』는 현재까지 총 4권으로 구성되는데, 1권 『지식의 의지(La volonté de savoir)』는 1976년, 2권 『쾌락의 활용(L’usage des plaisirs)』과 3권 『자기에의 배려(Le souci de soi)』는 사망 직전인 1984년, 4권 『육체의 고백(Les aveux de la chair)』은 2018년에 출간됐다. 제1권에서 푸코는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를 위시한 일련의 저자들이 제시한 “억압 가설,” 즉 근대 서구사회가 성을 억눌러왔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성과 권력의 문제를 새로이 역사화하고자 했다. 제2권부터 그는 처음의 6부작 계획을 폐기하고 새로운 접근법과 구성에 따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자기조절ㆍ자기관리 기술을 ‘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천착했다. 따라서 2권과 3권은 차라리 ‘새로운 성의 역사’의 1권과 2권이라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후출판금지”를 명시적으로 지시한 푸코의 뜻에 따라 공개되지 않고 있던 제4권의 수고가 2013년에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되었으며, 유족의 결정에 따라 2018년에 단행본으로 제4권이 출간됐다. 그러나 각권의 “진정한” 순서는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명확하지 않다. 푸코는 『육체의 고백』이 제3권이 될 것이며 『자기에의 배려』는 아예 『성의 역사』 시리즈의 일부가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쾌락의 활용』과 『자기에의 배려』가 합본단권으로 완성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 서론이 있는 2권과 서론이 없는 3권으로 분리되어 동시출간된 두 권의 책에는 원래 한 권이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게다가 푸코가 4권이 된 초기 기독교 연구의 원고를 1979~1980년에 집필한 뒤에야 2권과 3권의 작업에 돌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순서’는 더욱 복잡해진다. 그러나 푸코가 2권의 서론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연구가 그가 의도한 “단순한 연대기적 구분에 따라” 2, 3, 4권의 순서로 일단락되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푸코는 자신에게 낯선 고대 그리스ㆍ로마와 초기 기독교라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전에 내게 친숙했던 영역과는 동떨어진 시기와 관련해 그 질문을 구상해 나가려는 것, 그것은 분명 내가 계획했던 초안의 포기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로써 오래 전부터 내가 제기하고자 했던 질문에는 보다 근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에게도 힘겹고 “가장 덜 즐거운” 과정이었을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그의 통치성ㆍ권력 개념에 열광했던 독자들에게도 실망을 안겨주었다. 푸코의 기존 독자들이 실망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그의 말기 작업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학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의 역사』 2~4권은 푸코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힌 피에르 아도(Pierre Hadot), 피터 브라운(Peter Brown), 폴 벤(Paul Veyne) 등의 연구자들과의 교류와 떼어놓고 읽기 어렵다. 푸코는 2권부터 훨씬 더 결정적으로 ‘역사적’인 연구를 수행했는데, 그 목적은 “자신의 역사를 사고하는 작업을 통해 사고가 어느 정도로 무언중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얼마만큼이나 다르게 사고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었다.” 그가 이 작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호기심”이 그로 하여금 “삶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고 사람들이 보는 것과 다르게 인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문제가 (…)필요불가결한 순간들이 있다”고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푸코에게 “철학”이란 곧 “사고에 대한 사고의 비판작업”이었으며, 1980년대에 그는 이를 위해 자신에게 고대 서양에서 性이 “도덕적 영역으로서 정립되는” 과정을 느린 걸음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2020년 1학기 세미나는 푸코의 『성의 역사』에 대한 기존의 이해가 제1권에만 치중된 경향을 극복하고, 그것이 “페미니즘 편인지 그 반대편인지”와 같은 낡은 질문을 지양하며, 대신 1권부터 4권까지를 그 저술과정의 역사학적 맥락 속에서 총체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푸코의 저술뿐 아니라 그의 작업에 영향을 준 역사가들의 동시대 작업을 함께 살펴보면서 『성의 역사』를 하나의 역사적 텍스트로서 읽는것, 다시 말해 그것의 진리치를 다투지 않으며 다만 그 형성 맥락을 파악함으로써 푸코의 ‘발화’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즉 본 세미나에서 『성의 역사』는 역사서술인 동시에 사료로서 취급되며, 우리가 다른 사료를 읽을 때 이론적 혜안을 제공해줄 경전혹은 위대한 철학서로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로써 우리는 『성의 역사』 2~4권에 생명을 주고 그것들로부터 다시 자양분을 얻어간 역사학적ㆍ고전학적ㆍ사회인류학적 생태계를 조금 더 이해하고, 2~4권이 푸코의 일생의 작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음미하며, 나아가 젠더의 역사에 접근하는 사유와 방법을 성찰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푸코가 살아있었다면 제1권의 기획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던 1980년대의 그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시도를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다. “애를 쓰는 것,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는것, 시도해보는 것, 틀리는 것,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하는 것 (…) 요컨대 의구심을 품고서 신중하게 작업하는 것을 포기로 간주하는 사람들로 말하자면, 우리가 그들과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I. 강의 개요

 

 1주차

Eduard Fuchs, 풍속의 역사 1 : 풍속과 사회(llustrierte Sittengeschichte vom Mittelalter bis zur Gegenwart, 1909)이기웅ㆍ박종만 共譯 (까치, 2001), pp. 2387 (모럴의 기원과 본질).

 

II. 성의 역사 1권과 그 적들

 

 2주차

Wilhelm Reich, 성혁명(Die Sexualität im Kulturkampf, 1936)윤수종 譯 (중원문화, 2011)[각주:1]

Kate Millett, (정치학(Sexual Politics, 1970)김전유경 譯 (이후, 2009)[각주:2]

Shulamith Firestone, 성의 변증법(The Dialectic of Sex: The Case for Feminist Revolution, 1970)김민예숙ㆍ유숙열 共譯 (꾸리에, 2016)[각주:3]

 

 3주차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1 : 지식의 의지(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 : La volonté de savoir, 1976)이규현 3판 (나남, 2010), pp. 989 (1~3).

Cressida J. Heyes, “Introduction,” Foucault Studies, 16, Special Issue: Foucault and Feminism (2013), pp. 314.

Annamarie Jagose, Queer Theory: An Introduction (NYU Press, 1996), pp. 7593.

 

 4주차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1 : 지식의 의지(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 : La volonté de savoir, 1976)이규현 3판 (나남, 2010), pp. 91183 (4~5).

Carolyn J. Dean, “The Productive Hypothesis: Foucault, Gender, and the History of Sexuality,” History and Theory, 33:3 (1994), pp. 271296.

 

III. 푸코의 고대 그리스ㆍ로마 성의 역사 2~3

 

 5주차

Pierre Hadot,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a philosophie antique?, 1995)이세진 譯 (열린책들, 2017), pp. 1928 (들어가는 글), pp. 289410 (9~10).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2 : 쾌락의 활용(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I : L’usage des plaisirs, 1984)신은영ㆍ문경자 共譯3판 (나남, 2018), pp. 17128 (서론~1).

 

 6주차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2 : 쾌락의 활용(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I : L’usage des plaisirs, 1984)신은영ㆍ문경자 共譯3판 (나남, 2018), pp. 129308 (2~결론).

 

 7주차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3 : 자기에의 배려(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II : Le souci de soi, 1984)이영목 2판 (나남, 2004), pp. 17119 (1~3).

 

 8주차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3 : 자기에의 배려(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II : Le souci de soi, 1984)이영목 2판 (나남, 2004), pp. 121270 (4~결론).


 9주차

Pierre Hadot, Philosophy as a Way of Life: Spiritual Exercises from Socrates to Foucault, ed. Arnold I. Davidson (Wiley-Blackwell, 1995), pp. 206213 (Reflections on the Idea of the “Cultivation of the Self”).

Daniel Boyarin and Elizabeth A. Castelli, “Foucault’s The History of Sexuality: The Fourth Volume, or, a Field Left Fallow for Others to Till,” Journal of the History of Sexuality, 10:3/4 (2001), pp. 357374.

Peter Brown, 후기 고대사생활의 역사 1 : 로마 제국부터 천 년까지(Histoire de la vie privée, tome 1 : De L’Empire romain à l’an mil, 1985)주명철ㆍ전수연 共譯 (새물결, 2002), pp. 351452.


IV. 푸코의 초기 기독교 성의 역사 4

 

 10주차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4 : 육체의 고백(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V : Les aveux de la chair, 2018)오생근 譯 (나남, 2018), pp. 27221 (1).

 

 11주차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4 : 육체의 고백(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V : Les aveux de la chair, 2018)오생근 譯 (나남, 2018), pp. 225363 (2).

 

 12주차

Michel Foucault, 성의 역사 4 : 육체의 고백(Histoire de la sexualité, tome IV : Les aveux de la chair, 2018)오생근 譯 (나남, 2018), pp. 367526 (3).

 

V. 푸코 이후

 

 13주차

Peter Brown, The Body and Society: Men, Women, and Sexual Renunciation in Early Christianity, 2nd edition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8), xxi-lxvii (Introduction for the 20th Anniversary Edition), pp. 532 (Body and City), pp. 3364 (From Apostle to Apologist).

 

 14주차

Peter Brown, The Body and Society: Men, Women, and Sexual Renunciation in Early Christianity, 2nd edition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8)pp. 213240 (The Desert Fathers), pp. 387427 (Augustine), pp. 428447 (The Early Middle Ages).

 

 15주차

Ilsetraut Hadot, “The Spiritual Guide,” in A. H. Armstrong (ed.), Classical Mediterranean Spirituality: Egyptian, Greek, Roman (Crossroad, 1986), pp. 436459.

Thomas Flynn, “Foucault’s Mapping of History,” in Gary Gutting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Foucault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pp. 2846.

Stuart Elden, “The Problem of Confession: The Productive Failure of Foucault’s History of Sexuality,” Journal for Cultural Research, 9:1 (2005), pp. 2341.

Sverre Raffnsøe, “Michel Foucault’s Confessions of the Flesh. The fourth volume of the History of Sexuality,” Foucault Studies, 25 (2018), pp. 393421.

 

추가 참고문헌 (출간연도순)

 

Michel Foucault, 안전영토인구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7~1978(Sécurité, Territoire, Population. Cours au Collège de France (19771978), 2004)오트르망 譯 (난장, 2011), pp. 167327.

Allan Megill, “The Reception of Foucault by Historians,” Journal of the History of Ideas, 48:1 (1987), pp. 117141.

Judith Butler, “Foucault and the Paradox of Bodily Inscriptions,” The Journal of Philosophy, 86:11 (1989), pp. 601607.

Paul Veyne, Seneca: The Life of a Stoic (Routledge, 2003)

Roy Porter et al, 몸의 역사 1 : 르네상스부터 계몽주의 시대까지(Histoire du corps, tome I : De la Renaissance aux Lumières, 2005)주명철 譯 (, 2014)

Alain Corbin et al, 몸의 역사 2 : 프랑스 대혁명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Histoire du corps, tome II : De la Révolution à la Grande Guerre, 2005)조재룡ㆍ정숙현 共譯 (, 2017)

Lisa Downing, The Cambridge Introduction to Michel Foucault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pp. 86103.

Stuart Elden, Foucault’s Last Decade (Polity, 2016)

Chloë Taylor, The Routledge Guidebook to Foucault’s The History of Sexuality (Routledge, 2017), pp. 207243.



3. 


2년 전, 『성의 역사』 4권 프랑스어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성의 역사』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1980년대의 푸코'에 속하는 2-4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리딩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초에 해당 리스트를 거의 짜 둔 뒤 게으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혼자만 간직하던 차에, 민철 선배의 수업을 기회로 리스트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구도를 상당 부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다(무엇보다 나의 다양한 제안에 성실하게 답해준 선배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어권에서--영어권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보이지만--『성의 역사』 2, 3권은 비교적 일찍 번역되었음에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다루어졌다. 푸코를 공부하고 인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절대적으로 1960-70년대의 푸코, 권력과 통치성의 푸코에 집중하며, 1980년대 푸코의 고전기·후기 고대시기 작업 또한 전자의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놓고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에 권력과 통치성의 문제에 천착한 푸코가 저항의 가능성을 놓고 고민 끝에 주체성·윤리·진실(말하기)의 문제로 이행 혹은 퇴행했다는 식의 구도가 그렇다. 실제로 푸코가 자신의 작업을 그런 방식으로 이해했는가 여부는 별도로 한다고 해도(1980년대 푸코의 모든 강의를 검토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접한 푸코의 1980년대 작업 중에 그러한 의도가 나타나는 예를 본 기억은 없다), 이는 1980년대에 들어서며 그가 단순히 고전기의 '자기배려'로 연구주제를 바꾼 것이 아니라 연구대상에 접근하고 그를 기술하는 방법 또한 바꾸었다는 사실, 그리고 피에르 아도, 폴 벤느, 피터 브라운과 같은 (후기)고대연구의 대가들 및 그들의 저작과 깊이 교류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불충분하다.


크게 두 가지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푸코를 한 명의 고립된 철학자 또는 (그 자신이 매우 경멸했을) '성인'으로 숭배하거나, 혹은 프랑스의 다른 철학자·이론가들과의 대화 속에만 가두는 대신, 그의 저작을 그가 학문적으로 실제로 교류했던 위대한 역사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읽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모두 자신들의 분야에서 푸코보다 훨씬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이들인) 아도, 벤느, 브라운을 함께 볼 때 우리는 푸코의 후기 저작을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정신수련'으로서의 고대철학에 대한 아도의 연구는 푸코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고대철학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전환점을 제공했다--푸코의 후기 연구, 브라운의 『몸과 사회』(The Body and Society), 벤느의 세네카 연구는 모두 아도가 열어놓은 지평 없이 생각할 수 없다. 위대한 후기 고대사가 브라운의 저작은 가장 압도적인 수준에서 후기 고대/초기 기독교 시대의 성적 실천과 통치의 문제를 다룬다; 『몸과 사회』는 단순히 후기 고대와 기독교 사유에서 섹슈얼리티가 얼마나 풍성한 주제였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젠더/섹슈얼리티 연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도, 푸코, 브라운 세 저자를 함께 읽으면서 고대의 (성적)자기실천과 기독교적 통치의 관계가 각각의 저자에서 어떻게 설명되는지를 비교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주제다. 바로 그러한 관계 속에 푸코를 위치시킬 때 우리는 그의 후기 저작을 실제보다 축소하거나 반대로 부풀리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둘째, 『성의 역사』를 단지 푸코의 권력/통치론의 일부로서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섹슈얼리티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 것인지를 고민한 역사학적 시도로, 다시 말해 역사학적 방법의 탐색으로 고유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성의 역사』 1권은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에 기반한 성의 억압-해방 구도에 명시적으로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1권이 정말로 자신이 비판하고자 했던 '억압 가설'에서 근본적으로 탈피한 책이었는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우리는 반대로 『앎의 의지』가 억압과 해방의 도식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않은 책이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젠더 트러블』(Gender Trouble)의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를 포함한 (주로 미국 학계의) 푸코의 '신좌파적' 후계자들이 그 책을 쉽게 전유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내 생각에 푸코가 억압적인 근대화의 거대서사에서 일순간이라도 벗어나 가장 역사가의 모습에 가까운 면모를 보인 적이 있었다면, 이는 고대인들의 자기통치술과 성의 문제가 어떻게 얽혀있는가를 고대인들 자신의 관점에서 보고자 했던 후기 저작에서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1980년대의 푸코가, 물론 그가 마지막에 고대-기독교-근대라는 『안전, 영토, 인구』에서 가장 상세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 시대구별을 정말로 수정 혹은 폐기했는지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지만, 『앎의 의지』에서의 방법론적으로 혼란스러운 위치에서 드디어 벗어나 '성의 역사적 연구'를 위한 다른 연구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해를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아도와 브라운의 연구를 함께 읽을 때에야 비로소 분명해진다.


요컨대 이 수업 커리큘럼의 주요한 의도는, 적어도 나의 의도는, 다음의 두 가지다. 하나, 후기 푸코를 '프랑스 철학'의 좁은 관에서 꺼내어 그가 실제로 활발하게 참여했던 학문적 관계 속에 위치시키는 것(예컨대 스튜어트 엘든(Stuart Elden)의 책은 푸코와 미국 학계의 관계가 결코 문학-이론 필드에 국한되지 않음을 잘 지적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가치가 있다). 그리하여 그가 하고자 했던 작업이 무엇이었는가를 이해하고, 경우에 따라 그것을 더욱 잘 수행한 이들의 연구에게까지 시선을 돌리는 것. 둘, 『성의 역사』 1권에만 집중하는, 통상적으로 푸코-버틀러-젠더/퀴어연구 등으로 이어지는 '이론적 진보의 서사'에서 좀처럼 고민되지 않는 주제, 즉 성이라는 주제에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 진정으로 비판적이고 급진적인 연구는 이전 시대에 구축된 모델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게 아닌, 어떠한 방법들이 가능한지, 각각의 방법이 어떤 전제에 입각하고 있으며 무엇을 불/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선택을 요구한다. 『성의 역사』 시리즈에서 푸코는 그 자체로 상이한 방법들을 오가며, 그의 후기 저작은 단순히 고대의 성적 실천을 연구한 저작이 아니라 그 자체로 특정한 역사학적 방법론의 선택을 보여준다. 그러한 방법과의 조우와 질문을 통해 연구자의 사유 자체를 재구축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푸코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1. Wilhelm Reich, “The Sexual Misery of the Working Masses and the Difficulties of Sexual Reform,” New German Critique, 1 (1973), pp. 98–110; John Levi Martin, “Structuring the Sexual Revolution,” Theory and Society, 25:1 (1996), pp. 105–151; 윤수종, 「오르가즘과 성혁명 : 빌헬름 라이히의 논의를 중심으로」, 『진보평론』, 40 (2009), pp. 281–305. [본문으로]
  2. Patricia Ticineto Clough, “The Hybrid Criticism of Patriarchy: Rereading Kate Millett’s Sexual Politics,” The Sociological Quarterly, 35:3 (1994), pp. 473–486. [본문으로]
  3. Jacqueline Rose, “Femininity and Its Discontents,” Feminist Review, 14 (1983), pp. 5–21; 매들라인 요한슨, 「페미니즘의 고전 『성의 변증법』의 의의와 한계」, 책갈피, 『마르크스21』, 20 (2017), pp. 48–6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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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도니스 2020.01.13 14:53 Modify/Delete Reply

    드디어 피에르 아도와 피터 브라운 옆에 푸코의 자리가 마련되는군요. 푸코 자신도 아도와 폭넓은 대화와 논쟁의 자리를 가지고 싶어했지만 결국 못이룬 꿈(아도의 성의 역사에 대한 논평을 제하면)이 이렇게 이뤄지는 건가요.

    • BeGray 2020.01.13 22:21 신고 Modify/Delete

      사실 브라운은 푸코를 꽤 자주 중요하게 언급해주는데, 한국에서 푸코를 읽는 사람 중에 브라운을 보는 사람이 없는 건지;; 지금까지 같이 언급한 예를 본 적이 없군요. 본 커리큘럼 자체에서 아주 심도 깊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비적인 지평 정도는 만들어놓고자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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