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정치사상사 독서를 위한 주요 문헌: 초기 근대에서 20세기 중반까지 (2024.6. 일부 보충)

Intellectual History 2024. 6. 28. 00:20

아래 리스트는 초기 근대 이후의 서구 정치사상사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단 세 권을 제외하고) 한국어 번역본이 존재하는 주요 저작을 거칠게 분류하여 나열한 것이다. 아래 목록은 내가 주로 공부해왔고 또 관심을 두고 있는 초기 근대 시기부터 20세기 중반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성립에 이르기까지 크게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 소개한 저작을 읽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정치사상사 연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연구, 혹은 큰 흐름을 설명하는 저작을 읽을 때 주요 1차 문헌의 독서경험이 무시하기 힘든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힘주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첫 번째 항목은 계몽주의 전통의 핵심적인 주제 중 하나인 종교와 시민사회, 주권국가의 관계가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한 목록이다. a가 군주권과 헌정주의의 갈등을 다룬다면(유감스럽게도 중세부터 종교전쟁 시기까지의 논쟁을 구성하는 주요 문헌은 거의 번역되지 않았기에 스키너의 고전적인 개설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b는 특히 잉글랜드에서 종교내전을 거치면서 자연법에 기초해 세속정부(civil government, 시민정부)와 주권자, 시민사회의 역할 및 관계를 설정하려는 흐름을 일부 보여주는 초기 근대 정치사상사의 가장 중요한 고전을 포함한다. c는 b에서 설명한 교회비판론이 이른바 "계몽주의" 시대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다룬다.

 

이 목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번째 항목은 특히 계몽주의 시대를 중심으로 역사서술이 정교화되는 흐름 및 그 과정에서 정치체, 국가, 사회, 문명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델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짚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한편으로는 마키아벨리와 몽테스키외를 경유하여 고대 로마사를 중심으로 정치체의 흥망을 설명하는 원리들을 도출하는 흐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로마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역사를 종합하여 어느 사회·문명의 발전사를 규명하려는 흐름이 있다. a는 인문주의적 전통에서 정치체의 흥망을 분석하고자 하는 저작을, b는 계몽주의 역사-사회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저작을, c는 그 연장선에서 문명사, 사회경제사, 문화사를 규명하려는 저작을 포함한다. 역사와 사회의 작동방식을 규명하는 이론이 그 자체로 정치사상의 중요한 영역임을 환기시키는 것이 이 항목의 중요한 목적이다.

 

세 번째 항목은 각각 계몽주의의 사회개혁프로젝트, 프랑스혁명기의 논쟁, 혁명 이후 '긴' 19세기의 자유주의 전통,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사회비판적 전통을 소개한다. 계몽주의와 혁명의 소용돌이를 겪은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현재를, 그리고 그 현재를 만든 과거를 어떻게 이해할지 다양한 방향의 답변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전에 다루었던 역사와 사회이론의 전통은 각각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구성하기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되었다. 사회는 한편으로 분석의 대상이 되었으며, 동시에 그 자체로 그에 속한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모아주는 총체적인 개념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개인과 국가, 시장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공동체', '집단'의 범주들이 출현한다.

 

네 번째 항목은 19세기 자유주의의 끝에서 붕괴의 위기에 직면한 세계의 정치사상을 다룬다. 역사가 자신들의 편에 있다고 믿은 이들은 혁명과 종말론으로--혹은 벤야민과 블로흐의 경우 둘 모두로--향했다. 좀 더 비관적으로 위기와 충돌의 필연성을 인정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질문한 이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현재의 파국으로 이끈 원리 자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a와 b가 그러한 흐름의 일각을 제시한다면, c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전후의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건립하고자 했던 현대의 주요 정치철학저작을 소개한다. 반세기 가까이 지난 후의 우리는 이들을 너무 납작하게 바라보기 쉽지만, 전후의 (냉전) 자유주의자들이 대혼란과 파국의 시대를 겪었으며 그들의 철학적 작업은 종종 과거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염려와 분리되기 어렵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후에 이들과 정면충돌하게 될 다양한 형태의 급진주의 혹은 비자유주의적 전통은 이미 1960년대부터 태동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다음의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이 목록은 17-18세기의 유산이 그 이후의 시기에 어떻게 지속 혹은 변화하는가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19세기 이래의 법학적 전통이나, 20세기 초중반 마르크스주의자들과 투쟁한 국제주의자들을 포함해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중요한 흐름이 여럿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앞으로 한국 학술장의 번역이 현재의 목록이 소개하지 못한 여러 빈 공간을 조속히, 또 성실하게 채워주기를 희망한다.

 

보충되어야 할 문헌이나 수정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서구 정치사상사 독서를 위한 주요 문헌: 초기 근대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최종 업데이트: 2024년 6월 27일)

 

1. 접근법과 기본적인 줄거리

김민철,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 하는가?>***
(초기 근대까지 공화주의와 자연법 전통, 그리고 민주정 논의에 대해 업데이트된 아주 좋은 개괄)

 

2. 계몽주의1: 종교전쟁과 그 이후. 자연법, 주권자, 시민사회

 

a) 군주권과 헌정주의

-단테, <제정론>

-존 칼빈, <기독교 강요> (한국어판 <기독교 강요: 1559년 라틴어 최종판 직역>, 특히 4권 제20장 국가통치)

-장 보댕, <국가에 관한 6권의 책>

[*퀜틴 스키너,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 (전2권)를 함께 참고]

 

b) 종교전쟁과 자연법, 세속정부

-제라드 윈스턴리, <자유의 법 강령>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상세한 입문은 https://begray.tistory.com/537 참조)

-스피노자, <신학정치론> (길 출판사 역본이 새로 나오기 전까지 만족스러운 판본은 없으며, 무엇보다 <리바이어던> 3, 4권과 함께 읽어야 함)

-존 로크, <통치론> [후마니타스에서 제2통치론이 새로 번역되었으니 이를 참조]*, <인간지성론>(한길사판 전2권; 특히 본문 기준 4권*), <관용에 관한 편지>* 

[-사무엘 푸펜도르프는 홉스와 로크, 루소, 칸트 등의 자연법론의 기본 골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어 번역은 없다. 푸펜도르프 본인이 자신의 자연법론을 쉽게 요약정리한 The Whole Duty of Man, According to the Law of Nature(Liberty Fund 판)가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영어비평판이니 추천.

-고대 문헌이지만 키케로의 <의무론>도 17-18세기에 많이 읽혔으니 자연법론의 도덕적 측면을 파악할 때 함께 참고할 수 있음]

 

c) 계몽주의의 시민사회와 교회비판

-스피노자의 정신, <세 명의 사기꾼>

-크리스티안 볼프, <중국인의 실천철학에 대한 연설>

-볼테르, <관용론>, <철학 편지>, <불온한 철학사전> [볼테르는 반드시 니컬러스 크롱크, <인간 볼테르>*를 먼저 읽기를 권장]

-장-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에밀>*

-토마스 페인, <이성의 시대>

-이마누엘 칸트, <윤리형이상학> 중 <법이론>, <학부들의 논쟁>,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계몽 관련 가장 좋은 입문서 중 하나는 John Robertson, The Enlightenment: A Very Short Introduction 으로, 존 로버트슨, <계몽: 빛의 사상 입문> (박영사)으로 국역되어 있으나 번역 및 역주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기본적인 영어가 된다면 원서를 직접 읽는 것도 좋다.]

 

3. 계몽주의2: 역사서술, 문명사, 사회이론. 초기 근대에서 20세기 초반

 

a) 인문주의의 정치체론 및 역사서술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레오나르도 브루니, <피렌체 찬가>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 <로마사론>(로마사논고)*, <피렌체사> [전2권, 박영사판]

-조반니 보테로, <국가이성론>

-프랑수아 페늘롱, <텔레마코스의 모험>(책세상, 전2권)*

 

[한스 바론,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위기>; J. G. A. 포칵, <마키아벨리언 모멘트>를 함께 참고]

 

b) 계몽주의의 역사와 사회이론: 로마사에서 유럽문명사로

-몽테스키외, <로마인의 흥망성쇠 원인론>[마키아벨리의 <로마사논고>를 염두에 두고 볼 것]*. <법의 정신> [나남출판사에서 3권 분책으로 새롭게 국역되었다]*

[-데이비드 흄의 경우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만이 좀 아쉬운 번역본으로 들어와 있으나, 그것보다는 Essays를 추천(Liberty Fund edn).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영어에 덜 익숙해도 읽을 수 있음]

-장-자크 루소, <학문예술론>*, <인간불평등기원론>*, <언어기원론>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번역서는 두 종이 있는데 둘 다 만족스럽지 않다]*,<국부론>(김수행 역)* <법학 강의>**

[-윌리엄 로버트슨William Robertson, A View of the Progress of Society in Europe in The Works of William Robertson Vol. III, History of Charles V.]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민음사 판 전6권)**

-요한 고트프리드 헤르더, <인류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역사철학>, <언어의 기원에 대하여>

 

c) 19세기: 유럽문명사와 문화사

-G. W. F. 헤겔, <역사철학강의>

-프랑수아 기조, <유럽 문명의 역사>*

-레오폴트 랑케, <근세사의 여러 시기들에 관하여>*, <강대세력들·정치대담·자서전>

-야콥 부르크하르트,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세계 역사의 관찰>[세계사적 성찰]

 

-허버트 스펜서, <진보의 법칙과 원인>

-루이스 헨리 모건, <고대사회>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베르너 좀바르트, <사치와 자본주의>, <전쟁과 자본주의>

-막스 베버, <사회경제사>(조기준 역, 삼성출판사; 스미스의 법학강의, 기번의 로마사를 염두에 두고 보길 권장), <프로테스탄트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의 고대 중세 연구>, <관료제>

-테오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허버트 조지 웰스, <H.G. 웰스의 세계사 산책>

-지그문트 프로이트, <문명 속의 불만>, <종교의 기원>

 

[*앤서니 그래프턴, <각주의 역사>; Arnaldo Momigliano, The Classical Foundation of Modern Historiography ; 도로시 로스, <미국 사회과학의 기원> (전2권) 참조]

 

 

4. 계몽과 혁명, 자유주의와 사회비판: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말

 

a) 계몽주의와 개혁

-체사레 베카리아, <범죄와 형벌> (가장 최신 번역은 한인섭 선생님의 2006년 영어중역 박영사 판)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 <페더럴리스트>

-제러미 벤담,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파놉티콘>

-이마누엘 칸트, "세계 시민적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 "추측해 본 인류 역사의 기원"

-이마누엘 칸트 외, <계몽이란 무엇인가> (임홍배 역)

-시에예스,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

 

b) 프랑스혁명 논쟁

-토마스 페인, <상식>, <인권>*

-에드먼드 버크,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울스턴크래프트, <여권의 옹호>(한국어 번역 비교는 안 해봤으나, 연암서가 판의 원저가 자료가 가장 풍성하게 들어있음)

-니콜라 드 콩도르세,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이마누엘 칸트, <영구 평화론>(<영원한 평화>)

-토마스 맬서스, <인구론> [단, 동서문화사에서 출간된 유일한 국역본은 제6판을--아마도 일어 중역으로--옮긴 책으로, 혁명기 논쟁에 뛰어든 초판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퍼시 비시 셸리, <셸리 산문집: 예언의 나팔소리> [19세기 초 영국의 '래디컬'/급진주의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한국 문헌]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c) 혁명 이후: 자유주의의 전통

-알렉시 토크빌,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아카넷, 전2권),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대의정부론>

-월터 배젓, <영국헌정론>

-매슈 아널드, <교양과 무질서>

-허버트 스펜서, <개인 대 국가>

-토머스 힐 그린, <윤리학 서설>

-L. T. 홉하우스, <자유주의의 본질>

-월터 리프먼, <여론>

-존 듀이, <공공성과 그 문제들>,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권 <자유주의>

 

[*헬레나 로젠블랫,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참조]

 

d) 사회학, 사회비판, 사회주의, 공동체

-오귀스트 콩트, <실증주의 서설>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 <소유란 무엇인가>, <경제적 모순들의 체계 혹은 곤궁의 철학>(전2권)

-존 러스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윌리엄 모리스,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에코토피아 뉴스>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페이비언 사회주의>

-비어트리스 웹, 시드니 웹, <산업 민주주의> (전3권)

-에밀 뒤르켐, <사회분업론>

-J. A. 홉슨, <빈곤의 문제>, <제국주의론>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Theory of Business Enterprise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에 일부 포함)

-허버트 조지 웰스, <타임 머신>

-페르디난트 퇴니스, <공동사회와 이익사회>

-해롤드 라스키[래스키, Harold Laski], <국가란 무엇인가>, <래스키 - 현대국가에 있어서의 자유>

-G. D. H. 콜, <영국 협동조합의 한 세기>, <영국 노동운동의 역사>

 

 

5. 혁명, 파국, 재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

 

a) 혁명과 종말

-카를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 <자본> 1권 4편의 "협업" "분업과 매뉴팩처" "기계와 대공업"; 후반부의 "이른바 시초축적"("이른바 본원적 축적")

-에두아르드 베른슈타인, <사회주의의 전제와 사민당의 과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외>

-조르주 소렐, <폭력에 대한 성찰>

-레닌, <제국주의론>, <국가와 혁명>

-발터 벤야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역사철학테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빌헬름 라이히, <성혁명>

-에른스트 블로흐, <희망의 원리>(전5권)

 

b) 위기, 충돌, 파국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프리드리히 마이네케, <세계시민주의와 민족국가>, <국가권력의 이념사>*

-칼 슈미트, <정치적 낭만주의>, <정치신학>,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 "프리드리히 마이네케의 '국가이성의 이념'에 부쳐(1926)"(<입장과 개념들>에 수록)*

 

-조지프 슘페터[요제프 알로이스 슘페터],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노예의 길>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막스 호르크하이머, <도구적 이성 비판>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c) 새로운 질서의 회복: 자유주의, 민주주의, 회의주의

-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전2권)

-위르겐 하버마스, <공론장의 구조변동>*, <의사소통행위이론>

-이사야 벌린,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 중 특히 "20세기 정치사상" 및 "자유의 두 개념"*

-존 롤스, <정의론>*

-카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마이클 오크쇼트, <신념과 의심의 정치학>

-로버트 달,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

[*우디 그린버그, <바이마르의 세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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