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억 이상 결혼할 남성 구합니다"와 여성혐오 이데올로기

Critique 2014. 8. 4. 02:16


"연봉 5억 이상 결혼할 남성 구합니다" 유머 전문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82707


아래는 이 유머의 서사/효과 분석. 페북에 가볍게 적은 거라 문장이 제대로 완성되어 있지 않은데, 어차피 대략의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사실 이 자료는 몇 년 전부터 떠돌던 것이라 새로울 건 없다. 예전에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이 글이 돌고 있는 현상 자체가 웹 상의 여성혐오를 드러내고/증폭시키는 과정이다. 즉 이런 종류의 글은 지성이 결여된 성 판매자(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창녀')로서의 여성이란 이미지를, 왜 그러한 종류의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없이, 우리에게 제시할 뿐만 아니라 (특히나 남성독자들에게) 조롱하고 경멸하도록 권한다. 이런 글이 경제학적인 원리를 설명해준다고 생각하는 순진한--멍청한--독자들이 없기를 바라는데, 이 글은 실제로 어떤 지식을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 본문에 제시된 스테레오타입화 된 여성을 하나의 보편적 형상으로 각인시키고 그 상대편에 똑똑하고, 구매력있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돌려 표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극히 공격적인 남성인물을 등장시키면서(그리고 알다시피 이러한 남성 이미지야말로 오늘날 남성들이 되고자 열망하는 또 하나의 스테레오타입이 아닌가?) 후자로 하여금 전자를 조롱하는 '광경' 자체를 보여주는 걸 통해 남성독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쉽게 말해, 이 유머는 여성혐오를 되풀이하면서 남성들에게 쾌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데올로기적이다.


이 유머의 서사 및 그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분석해보자.

1) (오로지 미모, 그러니까 성적인 매력만을 갖추었고 그것을 관계의 중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섹스화된" 여성인물의 등장 및 속물적인 가치관 전시display

2) 남성독자: 그 여성이 원하는 인물이 될 수 없는, 그러니까 그와 같은 여성과 섹스를 할 능력이 결여된 남성독자들의 분노와 열등감 자극, 이 과정에서 "저런 게 요즘 여자들이지"와 같은 여성혐오적 태도의 강화)

3) 남성인물 등장: 부유하고, 지적이고, (미숙하고 자신의 발언이 독자들의 감정을 어떻게 자극할지 생각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여성 인물--심지어 한국어 번역문의 말투조차도 이러한 이미지의 구축에 한몫한다--과 반대되는) '자신의 언어를 통제할 수 있으며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분명히 알고 있는' 이성적인 존재, 거기에 "리스계약에 관심 있으면 연락주세요"와 같은 말에서 드러나듯 성욕도 지니고 있음 : 말하자면 남성독자들의 자아-이상에 가까운 존재

4) 남성인물에 의한 여성인물 조롱: 시장원리를 통해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상대방을, 상대방의 유일하게 핵심적인 요소인 섹슈얼리티(왜냐하면 이 여성인물은 오로지 미모밖에 가진 게 없으며 도덕적 가치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섹슈얼리티만이 존재의 유일한 정당성이자 존재 그 자체의 핵을 이룸)를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폄하이며, 거기에 그 가치 또한 보이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는 점에서 이차적인 폄하가 덧붙여짐

5) 남성독자: 최초에 여성인물에 가해진 '모욕감'--자신들의 무능력을 건드리니까--을 보상받으면서 더 강한 쾌를 얻으며, 이 과정은 최초의 모욕감으로 인해 주관적인 수준에서 도덕적 정당성까지 획득함. /

이 전체 과정에서 여성은 오로지 섹슈얼리티만 갖추었고 + 노골적인 금전추구라는 점에서 자신의 도덕적 존엄을 상실한 존재로서 '창녀'의 이미지를 뒤집어쓰며, 남성들은 그러한 이미지를 비난하면서 스스로를 "여성혐오적 주체"로 형성.


...그런 점에서, 이 유머는 실로 여성혐오 및 여성을 동등한 주체로 간주하는 대신 오로지 성욕충족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오래된 전통에 입각해 있는데,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웹을 통해 재전파되는 상황은 웹상의 여성혐오가 증가하고 일상화되는 현재의 조건 위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나는 여성혐오는 남성들의 ressentiment과 절대로 무관할 수 없다는 말만 덧붙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