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사란 무엇인가?>: 팟캐스트 <살롱 안드로메다> 녹음

Intellectual History 2020. 4. 19. 14:20
지난 주 금요일(4월 10일) 오후 녹음한 팟캐스트 <살롱 안드로메다> 《지성사란 무엇인가?》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목소리, 지나치게 빠른 말투와 그로 인해 뭉개지는 발음, 머릿속에서 급하게 답을 쥐어짤 때의 버벅거림, 충분히 효율적이지 않은 대답 등등...을 1시간 30분 동안 듣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그것보다 훨씬 괴로운 일이 있다면, 바로 그런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자기 자신일 때일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부터 끝까지 방송을 들은 뒤에 과연 이 방송의 공유가 책 홍보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심각하게 자문하기도 했습니다(다시 들으면서 '앗 여기서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조금만 천천히 여유있게 말하라고 바보야!ㅠㅠ' 같은 코멘트가 튀어나오는 걸 막을 도리가 없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초짜 느낌이 나긴 하지만 큰 문제없이 들었다'고 말씀해주신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들을 포함해 여러 흥미롭고 중요한 이야기들이 오갔던 자리기도 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방송을 공유합니다. 매우 대중적인 형태의 대화들이 오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연구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날카로운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주신 <살롱 안드로메다> 세 분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방송 내용 중 잘 안 들리거나(사실 제 말이지만 저도 알아들으려면 노력을...) 무슨 내용인지 설명이 더 필요하겠다 싶으시면 댓글 등으로 문의주시면 확인하는 대로 답변 드리겠습니다ㅠㅠ

**방송과 함께, 혹시라도 책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리처드 왓모어, 《지성사란 무엇인가?: 역사가가 텍스트를 읽는 방법》, 이우창 역, 오월의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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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덕근 2020.04.19 22:11 Modify/Delete Reply

    방송을 끝까지 다 듣지 못했고.. 이해를 위해서 책 구입해서 2장까지 읽었습니다.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마저 읽고 질문할 수 있으면 묻도록 하겠습니다.

    읽으면서 걸렸던 용어 '학제간'(48쪽 밑에서 9행, 49쪽 3행 외 여러 곳)이라는 말인데요. '학제적'이라고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참고로,
    https://korean.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8472239&ctg=

    그리고 오탈자 : 93쪽 밑에서 7행 : 여지가 다. --> 여지가 있다.

    좋은 책 번역해서 보게 해주셔서 감사드리며.. 평안한 시간 되세요.

    • BeGray 2020.04.20 14:23 신고 Modify/Delete

      꼼꼼히 읽어주시는 점 감사합니다^^

      interdisciplinary 번역어는 "간학문적" "학제"를 포함하여 이것저것 고민했는데, 그냥 현재 대학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표현을 선택했습니다.

      / 오탈자는 ㅠㅠ 말씀해주신 것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세 군데 정도 찾았는데요, 2쇄에는 (만약 나온다면) 꼭 반영하려고 합니다!

      질문은 언제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2. ㅇㅇ 2020.04.23 19:55 Modify/Delete Reply

    사회자가... 지성사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 없이 마구 질문을 하시네요. 중반에 "포괄적 연구를 하게 되었을때, 스키너나 포칵 모두 환원주의로 갔던거 아니냐.."라는 질문은 사회자가 주인장님이 번역한 책을 정말 읽은게 맞나, 라는 의문이 드네요

    • BeGray 2020.05.09 13:12 신고 Modify/Delete

      ㅎㅎㅎ 서로 다른 공부를 해온 연구자들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의문들이 차례대로 나열된 방송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 ㅇㅇ 2020.04.23 20:01 Modify/Delete Reply

    여성 패널분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책도 아예 안읽으셨고 지성사라는 연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하려는 태도 조차 보이시질 않네요- 질문의 수준도 '20년동안 서울대 영문과에서 해온 작업이 그거 아니냐...'라고 하시질 않나.

    • ㅇㅇ 2020.04.23 20:11 Modify/Delete

      여성 패널분은 역사를 안좋아한다, 포칵 책 읽다 말았다... 이런걸 어떻게 대놓고 밝히시고 방송을 하시는지 참- 본인이 이해하는 선 바깥으로는 전혀 이해를 하려고 하시질 않네요. 정말 들으면서 발암걸릴뻔 했습니다

  4. ㅇㅇ 2020.04.23 20:02 Modify/Delete Reply

    그래도 중반 이후로 봉인 풀리신(?) 주인장님의 17-18세기의 유럽 지성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잘 들었습니다. 지성사 연구가 대충 무엇인가에 대해서 저 분들이 10%나마 알아들으셨으면 좋겠네요

  5. ㅇㄹ 2020.04.30 12:42 Modify/Delete Reply

    참 유치하지만 녹음본을 들으면서 제가 begray님에게 글빨이나 이론 쪽은 압도당하더라도 말싸움만큼은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ㅋㅋㅋㅋㅋㅋ접속어미마다 올라가는 음정이나 쉴새없이 허둥지둥하시는 모습이 여태까지 느껴왔던 지적 아우라와 사뭇 달라서 의외였습니다ㅎㅎ낯설은 작업에 진빼시느라 수고하셨고 제가 해당 분야를 이해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공부량이 쌓였을 때 꼭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

    • BeGray 2020.05.09 13:14 신고 Modify/Delete

      그런 식으로나마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은 어차피 입문서니까 충분히 공부량이 쌓인 뒤에 읽는다고 생각하시기보다는 그냥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그 공부량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좀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차피 나중에 또 읽으면 또 보이시는 게 있을 거라서 ^^

    • ㅇㄹ 2020.05.13 18:42 Modify/Delete

      앗 이렇게 홍보를 하시다니!!ㅋㅋㅋㅋ제가 이공계 출신이라 인문학에 관련해서는 문외한 그 자체라서요..ㅎㅎ슬쩍 훑어본 목차조차도 제게는 참 멀게만 느껴집니다.녹음본도 그냥 begray님의 육성?이 궁금해서 들어본거지 뭔가 지적으로 얻어가려고 들은 건 아니구요.그래서 공부량이 쌓이면 읽어보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뭘 공부해야할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이랍니다ㅜㅜ이런 독자도 읽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 BeGray 2020.05.16 14:37 신고 Modify/Delete

      어차피 이 책은 전문서라기보다는 입문서에 가까워서 ㅎㅎ 용어나 배경지식이 ㅇㄹ 님께서 갖고 계신 배경지식에 합치하지 않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어차피 저자의 모든 배경지식을 다 알아야지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면 세상에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을 겁니다 ㅎㅎ

      천천히 읽어보시고 의문 나는 점을 남겨주신다면 (물론 제가 블로그에 들어오는 텀이 좀 있긴 합니다만) 제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ㅎㅎ

  6. 조덕근 2020.05.20 23:27 Modify/Delete Reply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겠는데요...
    이성현 지음 <<노론의 화가, 겸재 정선>>(들녘, 2020)을 읽으면서 이 책과 같은 저자의 <<추사 코드>> 그리고 <<추사 난화>>가 바로 저 지성사가들이 주장하는 바 '역사가가 텍스트를 읽는 방법'을 따라서 읽은, 아니 그 이상으로 가장 이상적으로 텍스트를 읽은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써 봅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으면 꼭 읽어보시기를...

    • Lecanix 2020.05.21 00:57 Modify/Delete

      비록 주인장분을 대신하여 답변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글을 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주인장님의 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애독자로서 또한 최근 해당 저서<지성사란 무엇인가>를 나름 주의깊게 읽었던 독자로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제 사견을 밝히자면 거론해주신 그 두 저서에서 다루는 내용 및 논의가 딱히 지성사적(정확히는 언어맥락주의) 방법론과 매우 부합한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략적으로 훑어본 것입니다만, 두 저술은 그냥 단순히 추사 김정희의 의도를 복원해놓았을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상당히 큰 의구심이 듭니다. 물론 저의 의견이 질 나쁜 인상비평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ㅎㅎ; 만약 그러하다면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럼에도 굳이 제 주장을 계속해서 밀고나가자면, 제가 알고있는 지성사 방법론은 단순히 저자(행위자로서)의 의도만을 발굴(?)의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는 기본적으로 그 의도가 놓여있는 특수하고 구체적인 언어적-사상적 맥락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특정 저자의 은폐된 의도를 밝히기 위한 "역사가가 텍스트 읽는 방법"이 지성사 방법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7. 조덕근 2020.05.21 09:42 Modify/Delete Reply

    제가 지금 읽고 있는 『노론의 화가, 겸재 정선』에서 겸재의 그림 <피금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인데요..

    … 조정에서 밀려난 선비들이 금강산 지역의 사찰을 근거지 삼아 재기를 도모해왔고, 불교계가 이들을 보호하며 동조해 왔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결국 삼연 김창흡이 한 해가 멀다 하고 금강산을 찾았던 것도 단순한 유람이 아니라 금강산 지역의 동태를 살피고자 기획된 것이었으며, 겸재의 금강산 그림과 진경산수화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 되니,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중략)
    ‘피금정’은 육각 정자이다.
    이는 결국 겸재는 <피금정>이란 작품을 36년 시차를 두고 두 차례나 그렸지만, 정작 ‘피금정’을 그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셈이 된다. 그렇다면 겸재는 ‘피금정’ 없는 그림에 왜 ‘피금정’이라 써넣었던 것일까? 겸재의 <피금정>은 ‘피금정’에 앉아 강 건너 금성읍 쪽 나루터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피금정’을 그리지 않았지만, ‘피금정’에서 본 풍광을 그렸으니 <피금정>이라 하였던 것이다. 무슨 말인가?
    겸재의 <피금정>은 육각정자 ‘피금정’이 아니라 ‘피금정’에서 만나기로 하였던 금성현감 홍중복을 기다리며 강 건너 나루터를 무거운 침묵 속에 지켜보던 일을 잊지 않기 위하여 그린 것이란 반증이다.
    (중략)
    겸재의 진경산수화는 실제 풍경에서 받은 감흥을 실감나게 표현한 순수예술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특정 장소에서 경험한 특정 사안을 그곳의 풍경을 빌려 비유한 것이라 해야 할까? 겸재의 진경산수화를 알아갈수록 후자라는 생각이 점점 굳어진다.
    (이성현 지음, 『노론의 화가, 겸재 정선』(들녘, 2020), 163, 165쪽.)

    무작위로 한 부분을 가져와 봤습니다만.. 겸재의 <피금정>이라는 텍스트를 말씀하신대로, ‘그 의도가 놓여있는 특수하고 구체적인 언어적-사상적 맥락’에서 읽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사를 다룬 두 책도 이런 식으로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요. 한문의 한 글자의 사전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단어가 함유하고 있는 전거를 통해서 사전적인 의미에 더해서 그 전거에서의 의미로부터 사용자가 의도한 의미를 추론하고, 당시 지식인들과 화가들의 경향,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던 주자 성리학에 따른 조선중화사상의 맥락, 그리고 노론 강경파의 정치적 위상이라고 하는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겸재의 그림과 글이 어떻게 당대에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산출되고 소비되고 향유되었는지를 살피고 있으니 지성사에서 말하는 바로 그러한 방법론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 것입니만.. 아니, 지성사의 방법이라고 내세우는 방법론 너머에 있는, 그들이 짐작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텍스트 읽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Lecanix 2020.05.21 16:47 Modify/Delete

      앗 역시나 의도만을 밝힌다는 제 주장은 상당히 적절치 못한 오만함의 표현이었군요...ㅠㅠ 죄송하다는 말씀과 덧붙여, 상세한 인용과 진중하신 코멘트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에도 약간은 의견을 달리하게되는 부분은 없지않아 있는데요, 물론 어디까지나 스스로도 신뢰할 수 없는 제 미숙한 식견 탓에 진지한 논의보다는 한번 부딪혀보며 조금이라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재답변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egray님의 역서 <지성사란 무엇인가>에서 나와있듯이, 사실 지성사라는 분야 자체가 매우 상이한 여러 학술 영역들로부터 비롯된터라 최근까지도 매우 명확하면서도 포괄적인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때문에 그 방법론에 대한 논쟁 역시 어느 제대로된 합의 없이 다양한 입장들이 산재하고 있기 때문에, 말씀하신대로 그 저술들이 지성사 방법론과 어느정도로 유사한 측면들을 공유하고 있다고도 생각함과 동시에, 그러나 그것이 매우 완벽하게 이상적인 방법을 지녔다고 보기에는 다소 성급한 주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또한, 더더욱 조심스럽게 밝히는 것입니다만, 아직까지 지성사는 커녕 언어, 사상, 관념에 대한 연구의 관심도 자체가 미숙해보이는 한국사학계에서 과연 조선시대의 정신적-사상적 맥락을 훌륭한 수준으로 연구해놓은 작업이 있기나한가 싶은 의구심이 심히 드는 저로서는 추사에 관한 해당 저술들의 논의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복잡하게 드는 바입니다. 설령 그 미술사적 작업이 매우 뛰어난 분석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 기저의 다른 연구자료들을 참고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여기까지 적고보니 제가 또 어딘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늘 그렇듯이 그 부분은 begray님과의 대담을 통하여 유효한 지점으로 이해될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ㅎㅎ...제 석연찮은 글을 읽고 답장을 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 BeGray 2020.05.21 18:01 신고 Modify/Delete

      아 확인이 늦은 사이에 두 분 간의 대화가 있었군요^^. 해당 책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기회가 되면 읽어보겠습니다. 다만 저 책을 기사로 접한 뒤 제 주변의 관련 전공자들에게 인상을 물었는데, 책의 재미와는 별개로 역사적으로 충분히 엄밀한지는 모르겠다는 유보섞인 답변을 받기는 했습니다. 제가 해당 시대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맥락이 충분히 엄밀히 검토된 것인지를 평가할 역량은 없지만요 ㅠㅠ

      + 사실 해당 책에서 인용해주신 대목만으로 "지성사에서 말하는 그러한 방법론과 같은 것" 혹은 "그들이 짐작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텍스트 읽기"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왜냐하면, 인용해주신 부분에만 국한하자면, 저자가 들고 있는 근거로부터 텍스트와 저자의 의도로 들어가는 단계가 다소간의 비약을 무릅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가령 "~~가 된다" "~~는 뜻이 되니" 같은 추정이 저자의 논지로 가기까지 너무 잦게 쓰인다는 인상이 있죠). 물론 과거의 시각화된 자료에서 저자의 의도를 추출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게 곧 이 저작의 분석의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제가 이해하는 언어맥락주의자들은 특정한 표현의 용법과 그 맥락을 좀 더 타이트한 근거에 기초하여 읽어내는 걸 요구할 성 싶습니다.

  8. 조덕근 2020.05.23 00:24 Modify/Delete Reply

    대화를 나누게 되어 반갑고 고맙습니다. 저도 읽은 것을 정리하고 배우는 자세로 다시 글을 올려봅니다.

    이 책에서 정선의 <錦城平沙금성평사>라는 그림을 읽는데 이 그림이 사전 이병연과 시와 그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그려진 것입니다. 그림에 이병연의 시가 첨부되어 있어요. 그 시의 마지막 행 ‘평사낙안도’가 중국에서 유행하던 그림 ‘소상팔경도’ 가운데 하나이므로 그 그림이 중국 역사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고 유통되었는지를 살핍니다. 조선후기에 ‘소상팔경도’는 판소리 심청전에도 등장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만큼 서민들에게까지 익숙한 그림이라는 것. 조선후기 최고의 시인 이병연이 사용한 시어 ‘평사낙안’이 담고 있는 의미망을 조선중기 시인의 ‘평사낙안’과 고려 후기 시인의 ‘평사낙안’에서 가늠해 봅니다. 그리고 이병연의 시 첫 구절을 주어와 술어의 관계를 분석해서 문법적인 기초에 따라서 기존의 해석을 교정합니다. 그림에서 평사낙안이 가지는 의미를 정선과 이병연이 속한 노론 강경파의 정치적 입장에서 해석합니다. 시에 사용된 글자들의 연원을 추적해서 통시적인 의미와 공시적인 의미를 밝힙니다.
    그리고 <宗海聽潮종해청조>라는 그림에서는 당시 균역법을 실시하면서 일어나게 될 부작용과 서민들에게 일어나게 될 불만을 다소 교활하게 예견하고 그 민초들의 불만을 이용해서 중앙무대에서 밀린 노론 강경파의 재기를 위한 기회를 엿보는 매우 정치적인 지방 수령, 노론 강경파의 선전 화가로서 겸재 정선과 얽힌 당시 정치와 사회를 읽어냅니다.
    이성현 선생의 이런 텍스트 읽기가 바로 그 ‘언어맥락주의자’들이 말하는 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성현 선생의 추사에 관한 전작들과 겸재에 관한 이번 책에서, 1차 사료들을 이용하여 해석을 하고 <<논어>>나 <<서경>> 같은 고전의 문구도 기존의 해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잘못된 부분은 문법적으로 따져서 바로잡아 읽으면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언어맥락주의자들이 그렇게 언어에 집중한 것이 그 언어를 잘못 읽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지 짐작이 됩니다. 이성현 선생의 책을 읽다보면 여러 번 헛웃음이나 쓴웃음을 짓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겸재 정선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최완수 선생이 <종해청조>를 그저 절경을 읊고 은거하는 노정객의 자연 사랑을 읊은 것이라고 감탄만 하고 있으며 그 후학들도 똑같은 전제 하에 비슷한 찬사를 덧붙이고 있는 것을 지적하는 부분들을 읽게 되는 경우입니다. 사회·정치적 맥락을 도외시하고 텍스트를 읽을 때, 기존의 학설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할 때에 얼마나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게 되는가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 BeGray 2020.05.27 15:28 신고 Modify/Delete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자의 일반적인 접근법 못지않게 그러한 맥락화가 역사적으로 충분히 엄밀하게 되고 있는가, 즉 기술적으로 다른 연구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만큼 촘촘하게 '잘' 되고 있느냐가 관건일 듯 합니다(즉 특정한 원칙을 적용하느냐 못지않게 그 원칙을 '잘' 적용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앞서 인용해주신 문장에서는 그 지점을 잘 알기 어려운데요, 언젠가 해당 책을 접하게 되면 읽으면서 판단해보겠습니다.

      정성을 갖고 책을 소개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 ㅇㅇ 2020.05.24 00:44 Modify/Delete Reply

    전자책으로도 나오나요?

    • BeGray 2020.05.27 15:29 신고 Modify/Delete

      아직까지는 출판사로부터 전자책 출간 계획을 들은 바가 없네요. 혹시 계획이 잡히게 되면 포스팅을 남기든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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