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 <의미의 지도>에 대한 코멘트: <12가지 인생의 법칙>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Comment 2018. 11. 3. 15:17
조던 피터슨(Jordan B. Peterson)의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_12 Rules for Life: An Antidote to Chaos_, 2018)가 원서 출간 후 10개월만에 국역출판되었다. 한국에선 이전부터 피터슨이 북미의 대표적인 안티페미니즘 셀럽으로 수용되어 왔으며--그의 영상 및 스크린샷을 통한 번역소개는 이미 꽤 널리 퍼져있다--그에 따라 안티페미니즘·남성성·북미지식인(?)에 목말라 있던 일부 독자층과 보수언론에서는 적지 않은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3/2018110300106.html 및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172152642). 오세라비가 보여주었듯 안티페미니즘 계열 저자들에 대한 출판시장의 수요는 이미 일정 부분 있는데다가 한국의 많은 독자들은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면 일단 믿고 사보기 때문에, 비록 한국에서 이러한 '정신 똑바로 차려라!'식의 자기계발서 유행은 몇 년 전에 사그러들긴 했지만, 번역출판사가 손해를 볼 일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의문은 다음과 같다. 광고문구에서 '세계적인 지식인'·'우리 시대의 사상가'처럼 소개되는 조던 피터슨은 실제로 얼마나 진지하게 읽을만한 저자일까? 안티페미니스트의 대표로 불리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매우 괜찮고 지적으로 존중할만한 저자도 있을 수 있고, 페미니스트 독서시장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지만 막상 실제로 보면 별 내용이 없는 저자도 있을 수 있다. 북미의 대중독자라고 해서 딱히 한국의 대중독자보다 더 신뢰할만한 감식안을 가진다는 증거 따위는 없으며, 어떠한 저자가 한국 시장에서 소개·수용되는 방식과 그 저자가 속한 보다 전문적이고 진지한 지적 세계에서의 실제 위상·평가가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걸 특히 나와 같은 외국문학 전공자들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수준높은 리뷰문화가 부재한 환경에서, 출판사 광고문구야 말할 것도 없고, 그다지 지적이지 않은 언론리뷰 몇 건, 그보다 결코 더 낫지않은 한국의 이른바 사회지도층·명사들의 평가·추천사를 통해 해외 저자의 사유를 이해하고 평가하기란 무척 어렵다. 특히 피터슨처럼 관련 분야에서 신뢰할만한 전문가를 찾기 힘든 경우라면 따라서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책을 직접 읽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조던 피터슨이 1999년에 출간한 좀 더 진지한 저작, 출판사 소개문구에 따르면 "종교심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명저"로서 "이제는 고전이 된 책"이라는 <의미의 지도: 믿음의 고고학>(_Maps of Meaning: The Architecture of Belief_)을 간략히 훑어보기로 했다. 조금 두꺼운 이 책의 서언(Preface)의 말미에서 피터슨은 친절하게도 자신이 각 챕터의 앞부분마다 요점을 정리해놓았으니 그것만 읽어도 전체적인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써놓았고 나는 그를 신뢰하기로 했다. 다음은 서언, 챕터별 요약, 결론, 주석(*주석과 참고문헌을 훑어보는 건 시간이 없을 때 연구서의 성격을 빠르게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다)을 읽고 몇 가지 특징을 주관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1. 조던 피터슨은 절대로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그러니까 경험적 과학에 기초해서 연구하는 그런 심리학자가 아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준 저자는 다름아닌 칼 구스타프 융(C. G. Jung)으로, 집단무의식과 신화학적 관점이 <의미의 지도> 전체 사고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텍스트 전체에서 가장 일관되게 인용되는 사람들은 융(및 노이만 같은 그의 제자들), 니체, 미르체아 엘리아데, (20세기 중반 영문학연구에서 신화 비평으로 유명한) 노스롭 프라이 등이다. 나는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라서 이런 책이 심리학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짐작하기 힘든데, 내게 익숙한 사상·문학 쪽에서 보자면 피터슨의 1999년 저작은 20세기 초반에서 1960-70년대 정도까지 통용되었을 관점으로 집필되어 있다.

2. Preface를 읽어보면, 청교도/개신교 문헌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이 있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지만, 딱 개신교의 회심(Conversion)·거듭남, 변화(transformation) 내러티브에 입각해 있다. 서언과 결론(Conclusion)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는 내용을 정리해보면, 1962년 생인 저자는 어릴 적부터 핵전쟁에 대한 종말론적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었고(특정 시기에는 멸망에 대한 악몽을 계속 꿀 정도였다), 보수적 개신교 가정에서 자라다가 교회를 버렸다. 청소년기에는 나름 대학에서 정치학 전공하면서 캐나다 신민주당(NDP)을 지지하는 좌파적 운동도 해보지만 조지 오웰을 읽고 하면서 다시 또 그만둔다. 이후 대학원에서는 심리학을 전공으로 죄수들을 관찰하거나 등을 하면서 인간의 파괴적 본성(?)이야말로 세계의 현실(real)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는데, 정신적 방황 중에 융의 책을 읽으면서 일종의 개안(!)을 한다. 결론에서 이야기하듯 이후 (다소 자기식으로 해석한) 예수와 복음은 그의 정신적 토대 중 하나가 되었다. 불신·무의미·좌파적인 삶에서 종교와 신화, 복음으로 되돌아오는 전형적인 개신교 내러티브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별개로 남성다운 삶과 그에 부합하는 상징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또 강한 남자가 되기를 요구하는 저자가 정작 Preface 등에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자신의 취약한 남성성과 육체--마르고, 체구도 작고, 힘도 없는--에 대한 열등감을 곳곳에서 토로하는 건 무척 재미있는 지점이다.

3. 책에서 그가 설명하는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세계의 근본에는 '혼돈'(Chaos;=nature, unexplored=the Great Mother) 대 '질서'(Order; =culture, explored=the Great Father)의 긴장어린 공존관계가 있다. 이 두 가지 항과 함께 중요한 제3항이 양자를 오가며 매개하는(mediate) 존재인 원형적 개인(the archetypal individual, =the Divine Son, Jesus)이다. 즉 위대한 아버지=(질서와 확실성을 상징하는)문명과 위대한 어머니=(파괴적이고 창조적이며 불확실한)자연과 양자 사이에 있는 인간 개인의 세 항으로 이루어진 상징적 체계가 곧 세계 원리의 표현으로 제시된다. 피터슨은 여기서 인간·세계이 완전히 혼돈에 장악되어도 망하고, 반대로 질서에 너무 길들여져서 혼돈을 제대로 대면할 수 없게 되어도 망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파시즘과 전체주의, 데카당스는 혼돈을 대면할 수 없는 인간이 질서에 강박적이 되어 다른 걸 용납하지 못한다거나 만사를 포기하거나 할 때 나타나는 유형으로 제시된다. 이런 세계에서 인간이 선택해야 하는 올바른 길은 세계의 도덕적 질서를 존중하되 자신이 알 수 없는 혼란들이 계속 침투한다는 걸 인정하고 대신 개인적인 이해(Personal·Individual Interest; 단 interest가 정확히 어떤 함의까지 담고 있는지는 다소 불분명하다)에 집중해서 사는 길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도 그 부제 "혼돈의 해독제"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에 있는듯 보인다.

2) 위의 3항 구도에서 바로 알아차릴 수 있듯 조던 피터슨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변종과 신화학의 기묘한 조합이다(저자는 기독교 철학의 근본적인 뿌리가 그노시스주의에 기초한다고 주장한다). 책 후반부에 가면 연금술(...) 이야기가 한참 나오는 부분도 있고, 세계를 파괴하면서도 창조시키는 혼돈의 용("dragon of chaos", 이런 신화학에서 그렇듯 종종 여성, 어머니랑 동일시되는)에 대한 언급도 엄청나게 자주 나온다. 사회의 혼돈과 무질서는 이런 용이 돌아와서 준동을 부리는 걸로 묘사되고, 용을 막아내는 게 인간문명과 도덕적 질서를 지키는 일이다--이때 인간은 자연스럽게 "기사"(Knight)로 표상된다. 피터슨은 이런 상징적 설명틀이 여러 사회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기본적인 논리라고 믿는다. 물론 (도스토예프스키가 종종 인용되는 데서 알아차릴 수 있듯) 인간은 예수와 복음을 따라 올바른 개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

3) 이런 책에서 흔히 그러하듯 문명의 역사가 중요한데, 피터슨에게 역사는 당연히 신화학적·유사기독교적 구도를 토대로 하는 걸로 설명된다. <의미의 지도>는 종종 전체주의나 각종 학살의 이유를 탐구하여 제시했다는 식으로 소개되곤 한다. 그러한 소개문구에서는 더 설명하지 않는 사실을 지적하자면, 피터슨이 그런 세계의 재앙·학살·사상을 설명할 때 그가 채택하는 논리는 바로 위에서 든 바와 같이 혼돈과 질서의 신화적인 대결인 것이다(...). 피터슨은 생물학적·신경심리학 연구가 바로 그러한 신화적인 역사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주장한다--인간의 생물학적 결정론이 인간과 세계의 운명이 신화적인 틀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예측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이건 내가 멋대로 요약한 게 아니라 결론 장에서 저자 본인이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라는 형식으로 자신의 기본 전제를 적어놓은 걸 옮긴 내용에 불과하다. 간단히 말해, 피터슨에게 인간의 역사는 (기독교와 연금술, 각종 신비주의, 전통신화 등이 뒤섞인) 신화고 생물학·심리학은 그걸 보여주는 학문이다!

4) 상당히 자기식대로 변형된, 또 신화학적으로 해석한 버전이긴 하지만 기독교는 피터슨에게 엄청 중요하다. 그는 기본적으로 20세기 후반부터 극우파로 급진화한 미국 복음주의자들·보수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세속화(교회의 쇠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마 그것이 그의 주장이 현대적 학문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무척 괴상한 시대착오적인 내용에 기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북미의 다양한 우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이유일 수도 있다.물론 이 사람이 주장하는 것들은 기독교 정통파에서 볼 때 거의 신비주의·이단 급이지만, 어쨌든 반종교 세속주의·리버럴의 융성에 대한 적대감은 공유할 수 있으니까.


4. 요약하자. 조던 피터슨이 20년 전 출간한 <의미의 지도>에서 보여주는 세계관·인간관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적' 심리학과는 상당히 다른, 신화와 종교적 사유에 기초한 거의 신비주의적 상징질서에 기초해 있다. 사상의 역사에서 보자면, 피터슨 식의 상징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주로 유행한 반공산주의 계열 정치신학과 19세기 말-20세기 초반의 신화학적 감성이 섞여 만들어진 무척 흥미로운 변종이라고 할 수 있다--21세기에 등장했다는 거대한 시대착오만 아니었다면, 그러니까 대략 한 세기 혹은 반 세기 정도 일찍 나왔다면 피터슨의 책은 해당 분야에서 몇십 년 정도는 읽혔을 가능성이 있다. 바꿔 말하면 나는 <의미의 지도>를 들면서 피터슨이 진지한 의미에서의 사상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책을 안 읽었거나 현대 학문·지식의 역사를 통채로 부정하는, 지적 분별력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피터슨의 신화적·신비적인 세계관을 고려하면, 남성을 순종적(?)으로 만드는 교육제도, PC나 여성주의를 비난하는 피터슨의 논리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한국에 광신적인 극우들이 자리잡는 상황보다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주의가 주를 점하는 편이 모두에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피터슨이 (꼭 신념어린 우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독자들에게 진지하고 신뢰할만한 사상가이자 보수의 새로운 지성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복잡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진보·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런 비합리적이고 거의 신비주의에 가까운 저자가 젊은 보수의 새로운 우상이 되는 걸 무척 기뻐할 것이다--자신들의 잠재적인 적이 반지성주의의 오물덩어리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게 어찌 기쁘지 않겠나? 그러나 나는 광신과 비합리성이 사회에서 목소리를 얻는 게 단순히 보수의 파멸이 지속되는 결과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전망하기에, 그리고 미국에서 극우 복음주의의 성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가 똑똑히 볼 수 있기에 그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피터슨의 독자·수용자들이 걱정된다. 이미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구매한 독자라면, 어쨌든 자기계발서에서 뭐든 건질 말이 없진 않을테니까, 적절히 걸러서 읽는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설령 피터슨의 안티페미니즘적 언어가 유혹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그게 한국의 페미니즘 비판자·우파를 미신과 광신, 비합리성으로 이끄는 독이 든 사과라는 점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피터슨을 사상가이자 지식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건 조금 세련된 버전의 종말론과 신비주의라는 돼지의 발목에 진주를 채워주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런 태도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 자신의 사상과 지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까지도 불러온다는 점에서 정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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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가베 2019.05.14 13:42 Modify/Delete Reply

    모든 학문이 과학이 아니라는 코멘트가 인상 깊네요.

    앎의 JTB에서 결국 마지막은 Believe니까요

    • BeGray 2019.05.22 02:47 신고 Modify/Delete

      ㅎㅎ (자연과학에 가까운) '과학'도 있고, 문헌학이나 역사적 접근처럼 완전한 과학화가 되기 힘든 영역들도 있고, '믿음'의 영역도 있다고 할 때, 여러 인문사회 분과는 '과학'과 '믿음'(혹은 '비학문') 사이의 가운뎃길을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을 쳐왔다고는 할 수 있겠습니다.

  2. 공대생 2019.05.30 00:18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요즘 유튜브를 통해 조던 피터슨의 영상을 찾아보며 감명깊게 읽고, 이후 의미의 지도 책을 검색해 보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쓰신 글을 읽고 다소 반감이 든 것은 사실이나 이렇게 사고하는 방식이 제 전공이 아니기에 우선 댓글들까지 모두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인이지만 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이다보니 기존의 보수적인 기독교인의 사고방식보다는 보다 열린 기준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쉽지 않은 내용이 많네요 :)

    하하 그래도 많은 분들이 사고하고 또 뜻하는 바를 서술해주시는 것 같아서 우선 경청하였습니다.

    블로그는 처음 들어와서 아직 잘 모르지만 좀 더 둘러보고 생각하는 바가 명확해지면 그때 개인적인 의견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많이 배웠고 좀 더 배우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BeGray 2019.06.01 01:22 신고 Modify/Delete

      ㅎㅎ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 저와 의견이 달라도 물론 괜찮으니, 혹시 대화하고 싶으신 바 있으시면--물론 제가 답변이 꽤 늦는 편이지만--언제든 코멘트 남겨주세요!

  3. ㅇㄹㅇ 2019.06.22 05:56 Modify/Delete Reply

    이것보다 더끔찍해질수 있습니다.히틀러는 반지성주의자였지만 과학의 탈을 쓰고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시켰습니다.그는 지성인들을 혐오하고 음모론을 펴트렸지만 단하나 그가 그시절 과학한테\
    신세진게 있다면 우생학뿐이었죠< 스웨덴에서 지적장애인 거세를 의무화 시킨것처럼 그 시절 우생학은 싸이언스였습니다>피터슨을 추종하는게 피쇼를 추종하는것보단 나은것처럼 그도 꽤나 쓸만한
    사람입니다.제가 왜이런 말을 하냐면 전 개인적으로 그런 충동을 많이 느꼈습니다. 히틀러같은
    절대적 지도자한테 제무든걸 넘기고 자유의지조차 반납하고 수많은 군중속에서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망상을 할때면 제가슴이 뛰고 제가 살아난는 느낌을 얻었습니다.하지만 피터슨이 저의 이런 광증을 약간이나마 해소 시켜주었다는점에서 전 그한테 꽤나 큰 빛을 지은 셈있니다. 피터슨을 추종하는
    자들이 다른 극우보다는 온건한게 그나마 안도감이 드는 점일것입니다.

    • BeGray 2019.06.25 23:43 신고 Modify/Delete

      ㅇㄹㅇ 님께 피터슨이 그런 용도로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용도는 기꺼이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4. ㅇㅇ 2019.07.10 12:06 Modify/Delete Reply

    <의미의 지도>는 말하자면 썰 푸는 책에 가까운 느낌인데, 당연히 그 책 자체가 학문적으로 진지한 책이냐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진지한 대중서'라고 하기도 민망한, 말 그대로 썰 푸는 수준의 책일 뿐이고요. 전체적으로 BeGray님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의미의 지도> 내용만으로 피터슨을 사이비 심리학자라고 매도하는 건 하버드 테뉴어도 떨어진 어쩌고 하는 인신공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런 류의 인신공격은 공격자에게도 별로 득이 될 게 없죠. 피터슨이 학자로서 성실하다고 하기 어려운 사람인 건 맞지만, 그건 음모론 수준의 썰풀이를 무비판적으로 늘어놓는 태도 탓이지 심리학자로서의 능력 부족 탓은 아닙니다. 그가 계량적인 심리학자로서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건 그냥 억측일 뿐이죠.

    쓰고보니 이 포스트 자체가 꽤 오래된 거라, 상당히 뒷북이긴 하네요.

    • BeGray 2019.07.12 16:56 신고 Modify/Delete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는 신비주의적인 심리이론(?)을 채택한 책을 공공연하게 출판했다는 시점에서 그는 authentic 한 심리학자, 즉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완전히 받아들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그가 계량연구를 포함한 생리학적/심리학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창조과학의 신봉자도 대학에 취직해서 좋은 과학논문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포스팅이 딱히 "매도하는 인신공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정확히 말해 이 포스팅의 의도는 그를 북미 명문대 심리학 교수라는 자리를 바탕으로 '과학적 논의에 입각한 현대의 지성'으로 묘사하는 오류를 시정하는 것입니다.

  5. 적는사람 2019.10.17 06:47 신고 Modify/Delete Reply

    조던피터슨을 어떻게 읽어내야할지 몰라서 이곳까지 찾게 되었습니다. 그의 유튜브나 책'12가지 인생의 법칙'을 보다보면 받아드려도 좋을 유익한 말들도 많지만, 일종의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 있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이 시원해졌어요!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BeGray 2019.11.05 17:52 신고 Modify/Delete

      제 글이 아주 약간이라도 그러한 기여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쁩니다 :)

  6. ㅇㅇ 2019.10.18 13:23 Modify/Delete Reply

    조던 피터슨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 한참 여기 저기 구글링했었는데, 이걸 읽고 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확 정리되는 기분이네요. 피터슨의 논리가 어떤 구조로 진행되는지 큰 틀을 보게 되었어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7. 루스리 2019.11.27 23:12 신고 Modify/Delete Reply

    조던 피터슨은 자신을 임상심리학자로써 소개하고 있고, 분야가 분야다보니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수준을 넘어, 그 방법론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본인이 일을 하면서 여러 클라이언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문제점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거라고 보는데, 말씀대로 그 방법론의 본질적인 한계로 그의 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과학적이지 못합니다. 아마 엄밀하게 이론을 정립한다기보단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거나, 실제 현장에서 상담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가져와서 그럴싸하게만 합쳐놓은 모양새가 되지 않았나합니다. 그의 주장은 극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진 모르겠으나 분명 반동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다행인 점은 여러 오류에도 불구하고 피터슨은 일관적으로 좌우를 막론한 정체성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대안우파 세력에 비해 피터슨의 팬층은 덜 극성인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극성인 사람들은 극성이지만.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BeGray 2019.12.06 18:40 신고 Modify/Delete

      후, 이미 피터슨의 팬층에서 충분히 극성인 사람들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대안 우파 중에서 더 심한 사람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군요 :(

      차분한 코멘트 감사합니다!

  8. BeWhite 2020.01.07 16:48 Modify/Delete Reply

    글쓴이분은 조던 피터슨보다 심리학적 지식의 레벨이 높거나 업적이 많거나

    조던 피터슨과 논쟁식 토론을하면 100% 이길거라는 보장때문에 이 글을 쓰시는거맞죠?

    • BeGray 2020.01.07 17:11 신고 Modify/Delete

      그런 게 대체로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걸 알만큼의 지성은 있으니까 이런 포스팅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ㅋ

    • ㅇㅇ 2020.10.23 15:37 Modify/Delete

      글에 대한 비판을 하는데, 그 사람보다 뛰어나야하나;;
      대체 뭔 바보같은 질문임 이건..

    • 2021.08.22 03:51 Modify/Delete

      뭔.... 개논리를... 지식이 많고 토론을 100% 이기는 상황이여야만 비판을 할 수 있는 건가요?ㅋㅋㅋ 그런식으로 따지면 대통령 비판도 어디 무서워서 하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통령보다 재산도 적고, 인맥도 적고, 정치 경험도 적을테니까요ㅋㅋㅋ

      그리고 님은 이런 댓글 왜 쓰세요? 블로그 주인장님 보다 글을 더 잘 쓸 수 있고 토론하면 100% 이길 자신 있어서 쓰신건가요?^^

  9. 오송인 2020.02.14 15:13 신고 Modify/Delete Reply

    전 심리학 전공자인데 글의 논조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조던 피터슨이 튀어나온 정치적 종교적 맥락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됐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10. 오잉 2020.02.24 22:03 Modify/Delete Reply

    저는 진화론과 심리학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유튜브에서 조던피터슨이 강의하는거 보고 오호?똘똘해보이는 사람인데? 근데 뭔가 딱딱하고 날이 살짝 서있는 느낌이 들어서 검색해보니 과거사가 많은 분이더군요. 12가지 법칙 책을 서점가서 읽어보니 법칙1까지는 이해가 갔지만 난해하게 느껴졌고,, 신을 믿지 않는 저로써는 법칙2부터 시작되는 성경에 관련된 내용이 도저히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인터넷 리뷰중에 글이 잘 안읽혀지고 난해하다 라는 어떤이의 댓글에 답이 달렸는데, 지식이 부족한 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라는 내용이였습니다. 공략?해보고 싶은 마음에 바로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후 읽어보았으나 역시나 머리속에 잘 안들어옵니다. 그래서 의미의 지도라는 심리학 책을 썻다길래 검색하다 들어와서 이글을 보고 도움을 얻어갑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잘 이해가 갈까요? 12가치 법칙이라는 책이 내용이 너무 왓다갓다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 여하튼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BeGray 2020.03.29 02:38 신고 Modify/Delete

      진화론이든 심리학이든 피터슨의 책이 해당 분야를 공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은 바가 없습니다. 피터슨의 책 자체를 더 파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게 아니라면 굳이...그냥 그 책은 내려놓으시고 다른 좀 더 좋은 책들을 보시는 게 (그쪽은 제 공부분야가 아니라 아쉽게도 추천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더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

  11. ㅇㅇ 2020.03.17 14:26 Modify/Delete Reply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풍문으로는 진화심리학 자체가 학계에서 그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던데, 그걸 넘어서 이런 인식기반에 근거한다면 그의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언들은 답을 정해두고 끼워맞춘 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입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그가 맨박스에 갇힌 존재라는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지만요.

    • BeGray 2020.03.29 02:39 신고 Modify/Delete

      네, 사실 피터슨의 주장 여럿은 논리의 문제라기보다는 믿음의 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그 믿음이 한국 사회에 그다지 유익하게 작용하지 않을 거라는 데 있어 보이지만요.

    • ss 2021.11.10 20:52 신고 Modify/Delete

      진화심리학은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게 아니고 여성주의 학자들과 pc주의자들이 애써 부정하는 것 뿐입니다...

  12. ragonody 2020.09.22 10:50 Modify/Delete Reply

    저는 2년전쯤부터 조던피터슨을 유튜브에서 봐왔던 사람인데(조던 피터슨의 추종자는 아닙니다. 연구대상으로 보는 느낌에 가까워요, 왜 이 사람이 인기가 있는지) 좀 고개를 갸웃이게 만드는 내용이네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동의하는가 아닌가를 논하기 위한 충분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은 느낌이에요.

    일단 조던 피터슨의 과학자로서의 태도에 대해 비판한 부분은 100% 공감합니다. 글에서 조던 피터슨은 자신의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과학적 사실들을 거기다 끼워맞추신다고 지적하셨는데 제가 조던 피터슨에 대해 봐온바로는 정말 정확한 지적으로 보입니다. 제가 봐온 조던 피터슨은 그냥 일개 심리학자로서 아는 건 제대로 알지만 모르는 건 모르는 사람, 그런데 모르는 것도 아는 것처럼 말하는 문제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러한 태도로 보아 보수의 지성으로 불리기에 적합한 과학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공감합니다.

    고개를 갸웃이게 만드는 부분은 조던 피터슨의 세계관에 대한 공격입니다. 비판점으로 드신 게 1. 신화적인 세계관 2. 자기 임의대로 해석된 기독교, 기독교 관점에선 이단 이정도인데, 다른 댓글에서 신화적인 세계관을 그 자체로 문제로 보신다고 밝혀주셨지만 여전히 그래서 조던 피터슨이 가진 세계관의 정확히 어느 부분을 문제시하시는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위에서 반갑습니다 님과 나누신 대화에서 반갑습니다 님이 조던 피터슨의 세계관에서 평등과 신성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설명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 조던 피터슨의 기독교 해석의 중점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조던 피터슨의 강의 Psychological Significance of Biblical Stories에서 조던 피터슨이 이 부분을 설명하는데 요약해 보자면 한때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왕을 최고의 가치를 지닌 존재로, 그리고 그 밑으로 사람들의 가치가 나뉜다고 믿었고, 이 믿음이 신, 즉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또는 윤리 강령?)가 있다는 개념이 생김으로써 초월의 존재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할 뿐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 내용이 조던 피터슨의 기독교 해석의 중점이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포함되어 있는건 확실하고요, 중점이 정말 아닌지도 저로서는 조금 의심스럽네요. 쓰신 대로 조던 피터슨의 세계관에서 정말 중요한 내용이 Chaos와 Order의 밸런스인데, 힘(또는 가치)의 위계질서 및 그것을 초월하는 존재(신)는 조던 피터슨이 그렇게 강조하는 Order의 핵심적인 내용들입니다.

    또 앞서 저 역시 조던 피터슨은 보수의 지성으로까지 불리기엔 적합치 않다고 생각한다 밝혔지만, 이 책의 경우엔 자기계발서가 아닌가요? 조던 피터슨 본인은 스스로 보수의 지성을 자처한 바가 없는 걸로 압니다. 쓰신 대로 자기계발서 집필에 열심인 사람이지, 정치적 행보가 논란이 되고있긴 하지만 본인은 심리학 얘기 및 자기계발 얘기에 집중하고 있지 (자기계발은 본인의 연구주제 중 하나였답니다) 정치적 얘기를 중점으로 하고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조던 피터슨은 처음 접하면 보통 '뭔가 확신을 갖고 얘기하긴 하는데, 뭔가 이해가 확 와닿지는 않네...'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지적하신 대로, 과학적 사실들을 취사선택하는 경향성이 있는 사람이라 그래요. 그래서 조던 피터슨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이 글이 유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던 피터슨이 어떤 심리학자이며 과학자로서의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 글로 설명을 들으면 확실히 좀 더 깊게 피터슨을 이해할 수 있을거에요. 그러나 저처럼 피터슨이 이미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 반면에 비그레이님의 세계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은 이 글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이게 되는군요. 비판의 깊이에 비해 논조만 지나치게 강한 것처럼 느껴져요. 자꾸 댓글로 피터슨 추종자들의 감정적인 공격을 받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 ragonody 2020.09.22 11:44 Modify/Delete

      별개로, 왜 감정적인 조롱과 도발을 남발하시는 거죠? 상대가 먼저 무논리로 덤볐으니 상대하기 싫어지는 건 당연하시겠지만, 상대를 논리로 찍어누르실 수 있다면 그냥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굳이 감정적인 조롱을 곁들이셔 봐야 본인 입장에서만 속 시원하지 저처럼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상대가 먼저 무논리로 덤볐다지만 그에 대응하는 태도도 그저 거만함으로만 보인답니다. 나는 이런 내용없는댓글까지 읽고 대응해줄 시간이 없다느니, 기본적 논리를 갖추고 다시 오면 상대해 주겠다느니 하는모습...음...존댓말을 쓴다고 예의바른게 아니랍니다...물론 상대가 먼저 예의를 상실했기 때문이지만...이런 식으로 대응하시면 구경꾼들 입장에선 둘다 재수없어 보일뿐이에요. 비판하시는 조던 피터슨이 인기를 얻었던 핵심적인 이유가 본인 강의에 시위대가 쳐들어와 난동부려도 침착히 대응하는 냉정함에서 왔다는걸 생각해 보시면 좋을것같아요. 물론 피터슨의 그 이미지는 지젝과의 토론에서 깨져버렸지만. 어쨌든...개념없는 댓글들에 어떻게 대응하시든지 본인자유지만, 이 글의 댓글창이 더러워보이는 건 시비걸러 온 사람들만이 아닌 그에 대응하는 본인의 반응도 한몫한다는걸 구경꾼들중 누군가는 지적해주고 가야할것같아서요.

    • BeGray 2020.09.23 11:26 신고 Modify/Delete

      진지한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다른 일을 처리하는고 있는 중인 관계로 최대한 간략하게 답을 드리자면,

      1) 신성과 평등에 관한 대화의 경우, 저는 저의 논쟁 상대방이 피터슨을 주류적인 기독교 정치사상의 입장에 지나치게 가깝게 위치시킨다고 보았습니다. 저는 그러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데, 고유의 신비주의적/신화적 세계관의 설정이야 말할 것도 없고, "평등"에 초점을 두자면, 제가 보기에 피터슨은 그러한 전제를 어느 한 켠에 세워두되 실제로는 자연의 위계적인 질서가 현존함을 승인하는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피터슨에게 평등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그의 논의의 핵심이라고 볼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것입니다(물론 제가 피터슨을 제한적으로 보았던 만큼 그의 체계를 설명하는 좀 더 적확한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그가 자기계발서로 대대적인 영향력을 얻었다는 것과, (스스로에게 슬픈 결과를 초래한) 지젝과의 토론이나, 그 이전에 "문화마르크스주의" 관련 논의 등등에서 볼 수 있듯 영어권에서 '공적 지식인'들이 하는 행동양식을 밟고 있었다는 건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조사하고 지금은 더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기억이 흐릿합니다만, 제 기억이 맞다면 최소한 90년대 정도부터 상당히 정치적인 뉘앙스가 들어가 있는 대목들을 써왔고요. 피터슨을 단순히 심리학자-자기계발서 저자 라고 보는 건 실제 그의 행동이나 영향력 양자 모두에서 아주 정확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두 번째 댓글에서 건의해주신 바에 대해 제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a. 서로 간에 적절한 예의를 지키는 상황에서 b.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할 때 설령 저와 입장이 매우 다르더라도 최대한 예의를 갖춰 대화하려 노력합니다. 반면 저 두 조건을 갖추지 못한 대화자에게는 상황에 따라 비판적인 태도를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무례한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 불쾌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를 해봐야 대체로 무익한 노력으로 끝나기 때문이죠. 물론 양자 모두에 대해, 적어도 후자에 대해 좀 더 온건한 태도를 취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만(실제로 저는 많은 포스팅에서 그렇게 합니다), 블로그에서의 대화 또한 저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행위인만큼, 어떤 선택지가 저와 블로그에 가장 좋은 선택인지에 대한 결정권은 어느 정도는 제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시는 우려는 처음 듣는 것도 아니고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거고요(저는 6년 여 전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부터 상당히 많은 키배를 봐 왔습니다), 제 선택이 그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이뤄졌다고 말씀드리면 아주 약간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

    • ragonody 2020.09.23 14:06 Modify/Delete

      블로그의 다른 글들을 보는 중이었기에 이미 다른일을 하시느라 바쁘다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답변 받으려면 한 3일쯤 기다려야 하려나 하고 예측하고 있었는데 간략하게라고 해도 어쨌든 빠르게 답변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피터슨이 현존하는 불평등을 전부 자연적인 것이라고 여기려 한다는 비판 동의합니다. 저로서도 정말 불편해요, 피터슨의 그런 부분은.

      제가 남긴 댓글은 이 글의 댓글창을 쭉 읽어보며 느낀 소감입니다. '신화적인 세계관'이라는 비판만으로는 조던 피터슨의 세계관의 정확히 어느 부분을 문제시하는지 명확히 알 수가 없다는 소감은 바로 왜 위 댓글 중 뜬금없이 '인상비평이 아니냐?" 라는 공격을 시도하는 피터슨 옹호자가 있었는지 설명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전 댓글에서 설명한 대로, 피터슨을 알지만 비그레이님을 모르는 사람이, 특히 피터슨 추종자라면, 이 글을 읽으면서 충분히 그렇게 느꼈겠구나 하고 느꼈기에 그걸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둘째로 피터슨을 단순한 심리학자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피터슨의 인기는, 즉 피터슨의 팬덤은. 전부는 아니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피터슨의 심리학자로서의 면 및 멘토로서의 면에 매료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피터슨 홍보대사를 하고 있는 유명한 유튜브 채널들을 보십시오.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의 영상 대부분은 자기계발에 대해서이지 반페미니즘에 대해서가 아닙니다. "조던 피터슨의 일기장" 채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문장: "What remarkably stupid things am I doing on a regular basis to absolutely screw up my life?" 해당 채널의 커뮤니티 탭에서도 자기계발 관련 내용만 가득합니다. 조던 피터슨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도 들어가 보면 메인 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추천 영상은 "어떻게 자살 충동과 싸우는가" 에 관해서입니다.

      따라서 위 댓글들 중 "의도가 뻔히 보인다"나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마라"라는 댓글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맥락이 제겐 보인단 이야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피터슨을 알지만 비그레이님을 모르는 사람, 특히 피터슨 추종자라면, 이 글을 읽으며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고 저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 글로 처음 비그레이님을 접한다면, 피터슨 추종자로선 '아, 또 피터슨을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치병자구만.' 라고 느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지만 당연히 예의없는 댓글들에 어떻게 대처하든 본인 자유가 맞죠. 여긴 블로그니까요. 또 비그레이님이 제가 한 것과 같은 지적을 처음 받아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블로그의 역사를 볼 때 그리고 비그레이님의 그러한 태도가 다른 글들에서도 일관적임을 볼 때 self evident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누군가는 이 블로그의 댓글창을 보며 이 블로그의 주인장의 태도가 크게 불쾌했다는걸 전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불쾌할 수 있다는건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알고 계신다 하더라도 어쨌든 누군가의 그런 피드백을 reminder로서 받아보는건, 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할 가치는 있다고 느꼈으니까요.

    • BeGray 2020.09.24 11:33 신고 Modify/Delete

      맥락과 의도를 잘 설명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말씀해주신 것 자체에는 이의를 제기할 지점이 딱히 없습니다^^. 다만 저 포스팅을 작성할 당시에--지금도 그렇지만--한국의 피터슨 수용양상을 별도로 탐색해서 그에 맞는 글쓰기를 할만큼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는 않기로 선택했던 거죠(그래서 반발이 나오리라는 것도 아주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反리버럴 담론의 유통과 영향에 평균적인 한국인보다는 약간 더 큰 흥미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전문성을 쌓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피터슨 포스팅을 쓰게 된 이유는 ragonody 님께서 짐작하시는 바가 있을테니 부연하지는 않겠습니다 ㅎㅎ

      누군가가 저의 기준설정을 불쾌하게 여길 수는 있겠지만, 제가 이 공간에서 유지하고 싶은 어떤 분위기가 제게는 더 중요한 거죠. 결국 완전히 득만 있는 선택은 없고, 지금까지는 그다지 후회할 일은 없었던 듯 합니다 ㅎㅎ 이미 아시겠지만 ragonody 님과 같은 정도의 톤과 태도를 유지하시는 분께 제가 손님으로서의 대우를 포기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듯 싶습니다 :)

  13. ,, 2020.12.28 21:35 Modify/Delete Reply

    윗 분의 대화는 인터넷에서 좀 처럼 보기 힘든 대화였네요. 너무 멋지십니다 두분다

    • BeGray 2020.12.28 22:25 신고 Modify/Delete

      그렇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ragonody 님께서도 조만간 이 댓글을 보시기를 바랍니다 ㅎㅎㅎ

    • ragonody 2021.03.20 23:17 Modify/Delete

      댓글달아주신지 3개월 지나 이제야 읽었네요. 덕담 감사합니다.

  14. ㅇㅇ 2020.12.31 00:30 Modify/Delete Reply

    12가지 인생의 법칙 책도 읽어보고, 그의 강연도 유튜브를 통해 여러번 접해봤습니다.
    전, 그가 대단히 신선한(당시 기준) 방법으로 폭력적인 PC주의를 타파해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서구의 사정을 정확힌 모르지만 서구에서도 PC에 반하면 꽤나 괴롭힘이 있다고 들었기에
    공개적으로 저렇게 PC주의를 엿먹이다니 용기가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올린 영상들, 그가 했던 강연들을 하나둘씩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팬이 되긴커녕 점점 의구심만 점점 커져갔습니다.
    첫째론, 이분의 주장이 대단히 신화적이고 또 너무 모호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분 특징이, 말을 대단히 돌려서 얘기합니다. 거기다가 신화적인 얘기를 중간중간 넣어 더 이해를 어렵게 합니다.
    그래서 이분의 글이나 강연을 듣고 있다보면 길을 잃기가 쉽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효용 빵점이라는건 아닙니다. 결론 자체는 대단히 사람을 고무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해놓곤
    "그래 삶의 무게를 짊어지자. 타인을 위하자. 세상을 이롭게하자." 이런 생각이 들게 합니다.
    살아가야할 이유가 좀 더 분명해집니다. 실제로 그의 팬들도 이런 점에서 반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고맙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둘째론, 그가 정말 뭘 알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마르크시즘에 대해 한두번 얘기한게 아닙니다만,
    지젤과의 대담에서 이에 대해 별 준비도 못한듯 보였고,
    역시나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기 바빴습니다.
    이게 가장 결정타였습니다 저에겐...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가 파괴시킨 PC주의자들은 딱 사고가 감정 수준에 머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생각합니다.
    대충 말하자면 단순히 "여자니까 약자야 빼액~~ 남자 죽어~~" 이러는 애들 때려잡은것이죠.
    정말 우파의 우상, 뭐 그런걸로 삼아도 될 사람인지.. 전 회의적입니다.

    • BeGray 2021.01.02 16:35 신고 Modify/Delete

      말씀하신 대로 지젝과의 논쟁을 통해 거품이 빠져서(?) 이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만, 저는 피터슨과 같은 인물이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참고해야 할 위대한 지식인인양 떠받들여지는 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우파에게도 나름의 지적인 아이콘과 사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피터슨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제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15. 오귤유자 2021.03.05 08:47 Modify/Delete Reply

    ragonody님 댓글에 답글을 달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일반 댓글로 답니다.

    본인이야 말로 존댓말로 길게 늘여가며 댓글을 써서, 예의바른 논리적인 지적을 하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고 있으세요.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상대가 먼저 무논리로 덤볐다지만 그에 대응하는 태도도 그저 거만함으로만 보인답니다.'
    :이건 순전히 본인의 의견일 뿐인거죠. 논리도 사실도 아니에요. 이 블로그에 처음 온 사람들이 Begary님의 대응하는 태도를 뭘로 보는지 그걸 본인이 어떻게 알 수가 있습니까. 블로그의 모든 첫 방문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게 아닌 이상은요.

    '음...존댓말을 쓴다고 예의바른게 아니랍니다...물론 상대가 먼저 예의를 상실했기 때문이지만...이런 식으로 대응하시면 구경꾼들 입장에선 둘다 재수없어 보일뿐이에요.'
    :이 부분도 위와 마찬가지의 내용입니다. 논리도 사실도 아닌 개인의 의견일 뿐이죠.

    표현 방식 내지는 말투에 대해 사람들마다 여러가지 취향과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죠. 그러나 본인의 말마따나 '개념없는 댓글들에 어떻게 대응하시든지 본인자유'이고, Begary님의 대응 방식이 본인 취향이 아닌거면 딱 거기까지만 말씀하시면 되는거지, 본인 포함 사람들이 안 좋게 본다는 식으로 본인의 개인적 취향을 일반적 사실인양 말씀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와 별개로 피터슨 관련 댓글은 잘 읽었습니다.



    • ragonody 2021.03.20 23:26 Modify/Delete

      지적감사합니다. 이답글을 보고 제 댓글을 다시읽어보니 확실히 '내가 불쾌하다'를 '나를 비롯한 이용자들이 불쾌하다'로 일반화시키고 있군요. 이에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조금 변명하자면, 저 댓글은 그냥 제 감정에만 기반해 쓴 것이 아니라 댓글에도 써 있듯 '나는 이런 내용없는 댓글까지 읽고 대응할 시간이 없다', '기본적 논리를 갖추고 다시 오라' 등 취향의 문제를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확실히 예의 없어 보이는 댓글들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부적절한 일반화였군요.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죠.

    • BeGray 2021.03.22 12:38 신고 Modify/Delete

      한동안 정신없이 지내다가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이런 대화가 있었군요 ㅎㅎ

  16. 종종 2021.04.09 11:06 Modify/Delete Reply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란 책이 베스트셀러란 사실을 접하고 비그레이님의 글이 생각나 다시 한 번 읽어보려다가 귀찮아져 댓글만 훑어봤는데 수준 높은 분들이 많네요.

    • BeGray 2021.04.12 16:29 신고 Modify/Delete

      댓글을 통해 그러한 느낌을 받으셨다면 어쨌든 저의 블로그 운영은 그럭저럭 성공적인 것으로 ㅎㅎㅎ

  17. ss 2021.11.10 20:46 신고 Modify/Delete Reply

    조던피터슨 비판한 글 중에서 가장 수준 낮은 글입니다.. 종교와 무의식, 가치를 논하는 책을 보고 "과학적"이지 않고 신비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그런 부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책입니다... 이건 마치 페미니스트가 쓴 책을 보고 페미니즘이라고 비판하는 것과 같지 않나요..? 책에 나온 논리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성향 자체를 비판하는 게 님께서 말한 '비합리적' 지식인 아닌가요??.... 위에 댓글에도 이런 맥락의 비판이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우파가 좌파보고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수준의 비판입니다. 본인은 그런 이분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새로운 종류의 종교-합리 이분법을 따르고 계신것은 아닙니까..?

    그리고 융이 경험과학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글쓴이 님이 융을 아예 모른다는 걸 입증할 뿐입니다... 융의 핵심적 개념인 '원형'과 같은 개념들은 수많은 국가에서 경험적으로 검증된 개념입니다. 물론 융의 사상중에서 사변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건 무의식의 특성상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고 이를 비판하려면 무의식 연구를 하는 모든 심리학자를 비판해야 합니다;; 위에서 지젝과의 토론을 얘기하시는데, 오히려 과학적 사고의 입장에서 보면 지젝이 더 비 과학적인 인물입니다.. 프로이트 이후로 무의식연구의 두 거장이 라캉-융인데, 지젝은 라캉으로부터 배웠고 피터슨은 융으로부터 배웠습니다. 그리고 융보다 더 비경험적이고 사변적인 학자가 라캉입니다..

    • BeGray 2021.11.11 01:48 신고 Modify/Delete

      미안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1. <의미의 지도>는 종교, 무의식, 가치와 같은 개념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논해서 문제인 게 아니라 (저는 전공상 그런 연구들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고 또 그러한 대상을 연구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종교적 관념이 마치 그 자체로 세계의 진리인 것처럼 전제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저작입니다. 제가 종교학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현대의 종교 연구자들은 본인의 신앙이나 종교적 입장과 별개로 적어도 연구를 할 때는 자신이 연구대상으로 설정하는 종교적 관념과 어느 정도의 거리두기를 합니다. 피터슨은, 적어도 그 저작은 그러한 학문적인 거리두기는커녕 그러한 도식을 통해 곧바로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요. 20세기 초반까지는 제법 이름난 학자들도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지금 누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앞에서는 뭐라고 안 해도 뒤에서는 다 이상한 사람 취급합니다.

      archetype 님께서는 적어도 인문학 분야에서 전문연구자들의 학술장에 어떤 것이 통용되고 어떤 것이 통용되지 않는지 구별하는 훈련을 받지 않으신 분이라고 생각됩니다만(아마 그러니까 애초에 제 포스팅에서 완전히 핀트를 잘못 짚은 댓글을 쓰셨겠죠), 적어도 해당 저작에서 피터슨의 논리 대다수는 본 포스팅에서 썼듯이 그만의 오리지널한 것도, 학문적으로 엄밀한 것도 아닙니다.

      2.

      융의 '원형'은 애초에 경험적 검증을 위한 지적 도구가 아닌데 무슨 수많은 국가에서 경험적으로 검증된 개념이라는 말씀을 하십니까? '검증'의 의미를 저와는 상당히 다르게 규정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융 식으로 몇 가지 보편적인 구도를 설정해놓고 그에 맞춰 현상을 설명하려는 논리는 융이나 정신분석학에 특유했던 것도 아니고 19세기-20세기 전반부까지 비일비재하게 나오던 것들입니다(그 한 가지 잔재가 MBTI겠죠). 당연히 애초에 그런 보편유형을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 자체가 학문적으로 정당화가 되기 힘들다보니 그런 경향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험적인 성격을 띤 학술장 전반부에서 점차 사라졌고요. 무의식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꼭 융 식으로 이야기해야만 한다는 것은 매우 다른 주장이고, 여기서 그걸 구별하지 못하고 잘못된 비판을 전개하는 분은 archetype님 혼자 뿐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융이나 라캉이나 20세기 학문의 역사 내에서 보는 게 흥미로운 대상이지 그걸로 사회현상 같은 걸 설명하는 건 대체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그래서 지젝의 사회비평도 그냥 '비평' 정도로 받아들여야지 진지한 설명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다만 지젝과 피터슨의 논쟁의 경우는 그거랑 큰 상관이 없는 게, 그 논쟁에서 사람들이 주목한 쟁점은 지젝이 라캉을 이용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피터슨의 (문화적)마르크스주의 개념 사용에 관해 지젝이 상식적인 반론을 가했고 피터슨이 거기에 제대로 된 재반론을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융이고 라캉이고가 도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archetype님이 연구자로서의 엄밀한 지적 훈련을 받지 않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입니다만, 실제 논쟁에서 사람들이 주목했던 맥락을 다 지우고 전혀 상관없는 논제랑 연결시키는 건 봐드리기 좀 힘들군요. 해당 논쟁 및 사람들의 반응을 실제로 따라가고 말씀하시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18. ss 2022.01.15 08:09 신고 Modify/Delete Reply

    대댓글에 댓글남기는 법을 모르겠어서 댓글 하나 새로 쓸게요. begray님 계속 "학계에서는 이런거 안 통해" "이름난 학자들은 이런식으로 연구 안 해" 라는 식의 답변을 하시거나 "넌 몰라" "조던피터슨은 최근 트렌드를 몰라" 라는식의 어이없는 답변뿐이네요.. 그래서 조던피터슨 책의 어떤 논리가 어떻게 잘못됐냐구요.. 다른 학자가 뭐가 어떻고 그런건 제 알바가 아니구요. 융이 뭐 어떤 논리가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보세요. 제가 님 글을 보고 수준낮다고 한 부분은 그런부분 때문이에요. 자꾸 권위에 기대서 말씀을 하시네요..;; 질문하겠습니다. 조던피터슨 발언의 어떤부분에서 "특정 종교적 관념이 진리인 것처럼 전제"하였나요?? 제가 본 조던피터슨은 성경에 기반하긴 하지만 불교나 도교사상도 인용을 많이합니다.

    "원형"은 융이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그들의 무의식속에서 발견한 심상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원형이라는 개념 전부가 경험적으로 완전히 증명됐다고 하는 것은 무리지만, 어느정도 경험적으로 발견된 현상들을 근거로 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 "원형"이에요. 융이 죽고 나서도 세계 각국의 융학파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그들의 무의식속에서 공통된 '이미지' '심상'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들은 국가나 문화와 관계없이 공통된 특성을 가집니다. 심지어 현대까지 남아있던 원시부족들에게서도 발견됩니다. 이런 심상, 이미지들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 '원형'인데 이것을 보고 "신비주의"라는 둥의 발언은 무식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발언입니다. 그게 신비주의면 한국 융학파 의사들은 전부 무당들인가요?

    물론 원형이라는 개념이 무의식을 연구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고 경험적 검증이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신비주의"라니요 한심합니다..;;

    • 2022.01.15 20:40 Modify/Delete

      ss님도 인정하셨듯이 '원형' 혹은 무의식의 '내용'같은 것은 경험적 검증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는 곧 그 개념이 '과학적'(경험과학)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당장 칼융 스스로부터가 생애동안 신비주의에 몰두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와 별개로 과학적이지 않다고 해서 곧 신비주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원형'이 개념자체로 신비주의인가 하는 논의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애초 이 글 어디에도 원형이 신비주의라는 언급은 없습니다.

      begray님의 글에서 '신비주의'는 '과학적'에 대비되는 '종교적', '상징적', '신화적'을 묶는 수사로서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종교, 상징, 신화를 근거로 삼는, 오늘날 과학적 세계관에 맞지 않는 피터슨의 방식을 가리키는 듯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비주의가 딱히 부당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경험과학이려는 심리학과는 조금 달리 임상심리학의 경우(피터슨이 그렇듯) 그 분야의 특성상 여전히 프로이트나 융을 연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융학파가 정확히 무엇을 연구하는지 모르겠지만 '원형'같은 걸 연구한다면 무당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그런 연구와 관련해서는)과학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형'이 경험과학적이지 않다고, 과학이라 보기 어렵다 말한다고 발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철학자를 과학자라 부르지 않듯이 말입니다.

    • BeGray 2022.03.24 15:55 신고 Modify/Delete

      객 님 // 제가 오래 자리를 비운 사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9. Aegish 2022.02.21 10:46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선생님, 먼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리뷰를 읽고 생각한 점은, 제가 비전공자이고 인문학 계통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책을 그렇게까지 비판적인 시선으로 읽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의견들과 수준 높은 댓글들을 100퍼센트 이해하진 못했지만, 저에겐 매우 흥미로웠고 또 비판적인 시선으로 '의미의 지도'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인문학 계열의 다른 좋은 저서들을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BeGray 2022.03.24 15:56 신고 Modify/Delete

      제가 확인이 너무 늦었습니다. 인문학 계열이라고 해도 아주 많은 책들이 있는데요, 어떤 분야/문제의식에 관심이 있으신지 말씀해주신다면, 제가 답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전제 하에, 생각나는 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ㅎㅎ

  20. ㅇㅇ 2022.04.16 07:12 Modify/Delete Reply

    이런 블로그가 있기때문에 우리 사회에 균형잡힌 시각이 어느정도 유지될 수 있다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 또한 기독교 근본주의에 물들어 탈동성애 운동까지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조던피터슨류의 사람(말씀하신것처럼 피터슨은 정통 기독교라고 보긴 힘들것 같긴합니다만..)은 닳고 닳도록 본 것 같습니다. 그 후 기독교의 역사나 사상사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기독교는 상상도 하지못했을 정도로 역사가 다양하고, 제가 그때까지 믿어왔던 복음주의적(?) 세계관은 애초에 근거가 없다시피하다는 것을 알고나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아는게 없는 저입니다만. 저분들께서 들으신다면 기분이 나쁘실수도 있겠지만 저 위에 쓰여진 수많은 댓글들을 보니 제 과거의 모습이 겹쳐보일락말락하는군요..

    당시 기독교 근본주의에 빠진 제가 BeGray님과 같이 균형잡힌 견해를 말하는 신학생분과 논쟁을 하며 당신이 가진 믿음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무례하게 몰아붙였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정말로 후회되는 시간들이고 지금은 함부로 판단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쉬운 교양용 철학 서적이라도 읽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썰 풀어서 너무 tmi네요. 어쨌든 이런 균형잡힌 글을 게재해주셔서 정말감사합니다.

    • BeGray 2022.04.19 18:10 신고 Modify/Delete

      제 블로그에서 한동안 가장 격전(!)이 벌어지는 곳이었는데, 이렇게 격려의 댓글 달아주셔서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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