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라비와 리얼뉴스의 안티페미니즘 게시물에 대한 짧은 코멘트

Comment 2018.12.05 15:34
요즘 다른 리딩 때문에 페이스북이고 블로그고 접속·관리할 시간이 없다. 가끔 지인들을 통해 들어오는 뉴스 정도만 보다가 오늘은 안티페미니즘 관련 몇 가지 흥미로운(?) 기사링크들을 봐서 짧게 언급한다. (아래 링크들은 안티페미니즘을 연구해볼 게 아니라면 굳이 클릭해볼 필요는 없다)

1. 오세라비의 조던 피터슨 찬가(?)
https://realnews.co.kr/archives/14757

나는 링크한 포스팅에서 다음 문구를 먼저 인용하고 싶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이 국내 출판되기 전부터 조던 피터슨 유튜브 영상을 보아 온 구독자들이 필자를 포함해서 상당수에 달한다. 그중 필자의 책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를 읽은 독자 한 사람이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해 대입수능시험을 앞둔 학생이었다. 자연스레 국내 페미니즘에 대한 비평과 필자의 책 이야기를 하며 조던 피터슨 교수까지 화제가 이어졌다. 자신은 대학 진학 후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영향이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
일반적으로 심리학, 임상심리학은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던 피터슨은 자신의 경험과 삶을 이야기하며 심리학으로 독자로 초대한다.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의 연속이며 세상은 시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인간의 내면, 심연에 잠겨있는 사악함, 사악한 행위를 보라고, 인간의 사악함은 세상의 천재지변이 주는 고통과는 차원이 다름을 직시하라고 한다. 그리고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사악함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최악의 고통을 유발한다고. 이것이 조던 피터슨 심리학의 출발점이 아니었을까."

: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 있듯, 외견상 '심리학자' 정도로 소개되는 조던 피터슨의 사유 토대에는 C. G. 융을 모델로 하는 신화학적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피터슨을 옹호하는 필자들은 종종 이걸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심성 정도로 최대한 가볍게 포장하거나 아니면 그냥 그 부분을 적당히 피해서 넘어가곤 하는데, 나는 누군가가 그의 메시지에서 받아들일 만한 부분을 받아들이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전체적인 사유가 합리적인 학자/사상가의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현대 학문의 합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학문으로서의 현대 심리학을 존중하는 독자라면 조던 피터슨을 통해 심리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는(!) 수험생이나 이를 기특하게 여기면서 "조던 피터슨 심리학"이 상식적인 의미의 심리학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오세라비의 감수성 가득한 언급을 보면서 기겁하는 마음을 감추기 힘들 것이다.

최근 서울대·카이스트의 일부 학생들이 오세라비 초청 강연회를 작게나마 성황리에 가진 걸로 안다. 나는 현재의 페미니즘/페미니스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을 그 자체로 비난할 생각은 없고, 그들이 뭔가 지적으로 신뢰할만한 스피커·구루·영도자를 찾고 싶어하는 건 그럴 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세라비를 추종하는 건, 솔직히, 한국 안티페미니즘 진영이 최소한의 지적인 자기검증조차 안 되는 집단임을 보여준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오세라비의 언급과 행보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냉정히 말해 그는 지적인 정직함과 엄밀함이 중요한 저자가 아니며, 그의 진짜 동기는 자신의 '시장'인 젊은 안티페미니스트 남성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최대한 해주면서 인지도를 올려 상업적 수익을 획득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든다.

오세라비의 강연 및 다른 언급을 거리를 두고 유심히 지켜본 관찰자라면, 우선적으로 그가 다양한 형태의 안티페미니즘 논의들을 마구 뒤섞는 비체계성에 놀라게 된다. 페미니즘이냐 안티페미니즘이냐의 논의와 별개로 확실히 그는 지적으로 훈련받은 저자가 아니며 오히려 '팔릴만한 건 뭐든지 가져오는' 담론판매자에 가깝다. 내 생각에 좀 더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특히 강연 등에서 '요즘 페미니즘 한다는 싸가지없는 어린 여자들'을 비난하는 걸 넘어 젊은 남자들의 상처를 돌보아주는 '우리 아들들 편들어주는 어머니' 역할을 열성적으로 수행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강연을 다녀온 안티페미니스트 남성들은 벅찬 감동과 함께 마치 (아마 실존하지 않았을) '우리 어머니'를 만난듯한 포근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인간이란 목적을 위해서라면 처음 보는 (아마 개인적으로는 혐오하기까지 할) 남자들을 위한 어머니 행세도 할 수 있고, 반대로 인터넷에서 '사이버 엄마'를 보면서 돈과 관심을 쏟는 것도 가능한 무척 신비로운 존재다.

...간단히 말해, 가슴 깊숙한 곳에 상처 하나쯤은 지니고 있는 우리의 안티페미니스트 청년들은 온라인에서는 강성(?) 페미니스트 여성을 보며 고통받고, 반대편에서는 사이비 페미니스트 '어머니'에게 돈과 관심, 존경심을 헌납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착취당하는" 애처로운 삶을 살고 있다.

다시 진지하게 말해보자. 물론 페미니즘 진영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쪽은 적어도 계속해서 입장충돌이 있고 누군가가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면 비판은 나온다. 나는 언젠가 정희진 선생이 갠지스 강물의 신비로운 효력을 언급했을 때 페미니스트를 포함한 각층에서 다양한 비판적인 반응이 나타났음을 기억한다. 하지만 안티페미니즘 진영은 어떤가? 한국의 안티페미니스트들, 특히 '신보수'를 자칭하는 젊은 청년들은 자신들의 합리성과 지적 우월성을 내세우지만, 그들 중에서 여러 안티페미니스트 필자들의 엄밀하지 않은 진술이나 황당한 소리에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적으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필자들이 나와서 조금만 비위를 맞춰주면 그걸 검증하기는커녕 찬양하기에 바쁘다. 만약 오세라비가 정말로 진지하게 현대적인 지적 사고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면, 다른 좀 더 신중한 보수파들이 현명하게도 언급을 회피하는 "심리학자"로서의 조던 피터슨을 저렇게 강조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안티페미니즘 진영은 거기에 대한 비판과 의심은 없다. 그곳에선 자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는 게 중요하지 무엇이 지적으로 맞고 틀린지를 논의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게 '신보수' 자신들이 (주로 문재인 지지자들을 "문베"로 비난하면서 갖다붙이는) 맹목적인 추종과 뭐가 다른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상상해보자. 우리의 지적으로 도발적인 안티페미니스트 청년이 어느 대학 심리학과에 찾아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저는 조던 피터슨을 통해 현대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칼 구스타프 융을 더 공부하고 싶고, 세상의 사악함과 그것을 견뎌내는 인간의 자유를 심리학적으로 연구하고 싶습니다. 심리학이 세계에 존재하는 차별과 갈등이 어쩔 수 없는 것임을 보여주고 페미니즘이 왜 틀렸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심리학 연구자의 답변이 어떨지 여기서 대신 상상해주지는 않겠다.

[* 추가 기록: 오세라비의 서울대학교 강연에 직접 참석한 분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강연장에 대놓고 출판사 직원을 대동하여 자신의 책들을 싸들고 왔다고 한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오세라비는 자신의 상업적 욕망을 훨씬 더 투명하게 드러내는 사람이었던 듯 하다^^;]

2. 리얼뉴스의 '[기획] 포스트 80년대 운동권 세력의 문화대혁명' 연재 시리즈(https://realnews.co.kr/archives/13797 ; 포스팅 앞부분에 연재 목록이 있다)

: 2010년대 중반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 '인터넷 대안언론' 중 하나인 리얼뉴스는 공신력을 가진 언론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기구로(그리고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나 위키사이트에서 해당 이데올로기의 지지자들이 마치 자신의 말이 공신력을 가진 것처럼 주장하는 걸 돕는 장치로) 보는 게 좀 더 사실에 부합할 것이다. 물론 모든 언론인들은 각자의 관심사와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지만, 이른바 "조중동"으로 묶이는 보수언론이든, 아니면 그 반대편에 있는 "진보언론"이든, 최소한 형식상으로나마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한다. 리얼뉴스는 바로 그런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기자·필자·데스크의 주관을 최대한 표출하면서 독자의 의견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하고자 한다. 특히 안티페미니즘의 유포에 있어서든 그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링크한 연재물의 필자는, 그의 지적 이력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지적으로 정련된 글을 쓰는 저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가 자신의 여러 비판대상에게 퍼붓는 말은 실제로 이미 여러 차례 다른 발화자들을 통해 제기되어온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부 틀린 건 아니나, 그러한 몇 가지 비판론에서 재빠르게 특정 집단에 대한 거친 일반화로 비약하는 순간은 신중한 글쓰기를 훈련받은 필자에게선 나올 수 없다. 순전히 글만 갖고 판단했을 때, 해당 연재물은 문화비평 중에서도 낮은 급의 인상비평에서 찾아볼 수 있는 태도, 거칠고 크고 공격적인 멘트를 마구 날리면서 어떻게든 이야기만 나오면 된다는 식의 자세를 카피한 조악함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재물이 내게 흥미롭게 읽힌 까닭은, 그게 한국 안티페미니즘의 내러티브가 지향하는 거대서사의 일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0건 가까운 포스팅을 일일이 읽는데 곤혹스러움을 느낄 분들을 위해 간략히 정리하자면, 해당 연재물의 필자는 현재의 페미니즘을 진보진영의 "포스트 80년대 운동권 세력"과 "페미피아"의 연합으로 보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전자가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후자의 흐름을 이용하고 맹종하는 과정으로 서사화한다. 이때 "페미피아"는 "여성·페미니즘이라는 이름만 내걸면 그 구체적인 실상과 상관없이 무비판적·무조건 지지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관철하려고 드는 소위 ‘페미니스트’들의 행태"가 "‘마피아’의 그것"과 같다는 판단에서 나온 명명이다--내 생각에 필자는 "페미나치"라는 보다 넓게 유포된 안티페미니즘의 말을 채택하는 대신 무언가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대중의 언어에 각인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그의 부족한 교양은 "마피아"의 역사적 함의는 물론 언어적 용법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싶다. 다른 한편 "포스트 80년대 운동세력"은 "80년대 후반 및 90년대 이후 대학 생활을 보낸" 진보적 인사들로 80년대까지의 학번들과 달리 자신의 주체적인 입지를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상실의 세대"로 규정된다. 간단히 말해 민주화 이후 학생운동의 입지가 축소되면서 쪼그라든 진보세력이 문화계를 거점으로 삼아 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때마침 닥쳐온 "페미피아"를 홍위병처럼 이용한다, 가 필자의 서사를 요약한 것이 되겠다(이렇게 요약하고 보니 왜 굳이 12부작까지 가는 긴 연재물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내러티브에서 곧바로 뽑아낼 수 있는 정치적 겨냥지점을 거칠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필자의 서사는 80년대까지의 운동과 80년대 이후의 '문화적' 진보를 갈라놓고 전자는 사회의 거시적인 문제를 다루지만 후자는 대체로 사소하고 불필요한, 만들어진 문제의식이라고 본다. 마르크스주의·노동운동 계열에서 나온 안티페미니스트를 본 적이 있다면 이 포인트는 바로 캐치할 수 있다.

둘째, 필자는 민주당지지자, 특히 문재인 지지자들과 페미니즘 진영 및 이를 지지하는 진보를 갈라놓고 싶어한다. 그는 필요하다면 문재인 지지자 대 진보 언론 대립구도에서 나왔던 언어적 표현을 차용해서라도 문재인 지지자 대 페미니즘 이라는 구도를 만들고 싶어한다.

두 가지가 각각 전통적인 진보의 사회의제 및 현재의 정치적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페미니즘-진보를 고립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조작을 의도하고 있다면, 이는 다음의 두 가지 전제와 결합한다.

첫째, 필자는 "포스트 80년대 운동세력"을 무능하지만 열등감과 원한의식에 찌들어 있는 기회주의자로 형상화한다. 내가 필자를 사회의 분석자나 비평가라기보다는 어느 시대에나 나오는 저급한 정치팜플렛 작성자에 가깝다고 (어떠한 악의 없이) 판단하는 이유는, 그가 보다 크고 다양한 규모에서 전개되는 사회적·사상적 변화를 추상화된 도덕적 퍼스널리티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무척 거칠게 단순화하면서 독자의 특정한 도덕적 판단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둘째, 필자는 기본적으로 젊은 여성의 판단력이 열등하다고 전제한다. 특히 6번 연재물 "‘홍위병’ 이끄는 ‘강청’이 되고픈 ‘상실의 세대’ 1"에서 명확하게 언급되지만, 남성들은 "군대 및 여성보다 폭넓은 사회 경험을 겪게 되면서" 현실적인 사회인식을 갖기 때문에, "중장년층 이상 여성들 또한 같은 ‘여성’이지만 ‘학교’ 안에서보다 많이 겪었던 현실 경험을 강력하게 신뢰하며 이를 근거로 ‘페미피아’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아마 조금 냉소적인 독자들은 이게 리얼뉴스의 대표적인 두 기고자인 박가분[군필자 남성]과 오세라비[중장년층 이상 여성]에 대한 문학적 아첨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남자나 중장년층 이상 여성과는 달리 사회경험이 떨어지는 젊은 여성들은 대학에서 유포되는 페미니즘에 그대로 조종당하는 멍청한 인형들이고, 이 인형을 조종하는 손길은 찌질하고 무능한 문화진보다, 라는 게 필자의 주장을 간결하게 요약한 이야기가 되겠다(물론 이러한 스탠스는 특히 오세라비가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낸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이렇게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여성혐오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의 페미니즘·진보 비판은 여성혐오적 태도와 분리불가능하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겠다.

두 가지만 정리하자. 첫째, 해당 연재물의 필자는, 혹은 이를 그대로 게시하는 리얼뉴스의 정치적 목적은 현재의 페미니즘을 두 가지 차원에서 고립시키는 데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진보 및 민주당·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여성주의를 고립시키고, 다른 하나는 젊은 여성을 남성과 (페미니즘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오세라비와 같은) 중장년층 여성으로부터 고립시킨다. 요컨대 페미니즘을 외따로이 만들어 제거하는 일종의 대(對) 페미니즘 포위전략을 구사하는 게 필자와 리얼뉴스의 전략적 지향으로 보인다. 둘째, 이것이 일베나 기존의 남학생 중심 대학생 커뮤니티 등에 나타나는 주로 2030 남성들로 구성된 "신보수"와는 다른 결에서 나온 흐름임은 주목할 만하다. 즉 넓은 의미에서 진보진영에 속했던 그룹으로부터 페미니즘 배제를 시도하는 행위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리얼뉴스의 주 소비층 중 일부가 그런 신보수라는 점에서 (리얼뉴스가 조던 피터슨을 꾸준히 소개해 왔음을 상기하자) 중장기적으로 진보·민주당을 자임하는 그룹 내의 안티페미니스트들과 신보수가 결합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워마드가 나이든 극우, 즉 태극기부대나 대한애국당과 함께 친박근혜 집회를 여는 것과 비교해보면, 좋든싫든 (극)우파 헤게모니의 몰락과 페미니즘의 대두는 이전의 진보-보수 구도를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뒤바꾸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페미니스트들, 혹은 실질적인 성평등이 한국사회의 일반적 규범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이 질문에 답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건 안티페미니즘의 함정에 이끌려 고립된 포지션을 취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사고를 보편적인 규범으로 설정하는 과제는 좋든싫든 사회 다수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작업은 안티페미니즘을 담론적으로 역포위 하고 고립시키는 일을 포함한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훨씬 작은 규모의 적극적 안티페미니스트 행위자들도 하고 있는 일을 현재의 페미니스트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2018년 12월 5일 밤 9시 30분의 추기: 흥미롭게도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 페이스북에 올린 같은 포스팅이 비공개처리되었다. 페이스북은 고맙게도 내 블로그 링크로 연결되는 모든 포스팅을 잠재적인 스팸게시물로 간주해 전부 나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귀찮은 일이지만, 그게 오세라비의 지지자들이 됐든, 안티페미니스트들이 됐든 누군가에게 상당한 자극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는 반응이라 하겠다. 그들이 언어와 논리로 대응하기보다는 시스템을 통한 강제적인 침묵을 선호하는 비신사적인 사람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말이다.

신고자들이 무엇을 기대했든, 나는 이런 일로 딱히 분노하거나 겁먹거나 좌절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게 하나 있다면 강제적인 압박에 굴복하는 일을 몹시 싫어하는, 행위의 자유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같은 포스팅을 한번 더 페이스북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또 다시 신고가 들어와 페이스북이 스팸처리가 된다면 그때는 블로그 혹은 다른 경로로 더 크게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안티페미니스트든 아니든 신고자들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나와 같은 경멸감을 공유하는 분들은 지금 포스팅의 사후처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

Trackbacks 0 : Comments 45
  1. 김호 2018.12.11 15:00 Modify/Delete Reply

    페미니스트들도 젊은 여성 페미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 해줘서 인지도 올리고 돈 챙기는 건 마찬가지

    • BeGray 2018.12.12 00:23 신고 Modify/Delete

      당연히 그런 측면은 있겠죠. 현대 출판시장에서 그런 압력 또는 동기유발이 발생하는 걸 부인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적어도 주요한 페미니스트 저자들이 오세라비와 같은 급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거라면--그러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그건 확실히 과장된 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2. 김호 2018.12.12 14:50 Modify/Delete Reply

    안티페미니즘이라는 게 딱히 뿌리가 있는 이론이라고 할만한 게 못되니 오세라비같은 사람이 이 논리 저 논리 끌어다쓰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봅니다. 그런데 오세라비가 급이 낮고 페미니즘 진영에 오세라비보다 급이 높은 저자가 있다고한들 그 급 높은 페미니즘 저자들이 한 게 뭐가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그 급 높은 페미니즘 저자들이 폭주하는 패륜 래디컬들을 제지시키는 의미있는 저작물이라도 내놨는지?

    • BeGray 2018.12.13 23:08 신고 Modify/Delete

      그 급이 있는 저자들 집단의 연구작업을 통해 다양한 자료, 정책, 분석들이 나온 거니까요. 말씀하시는 "폭주하는 패륜 래디컬"들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말입니다. 저는 기존의 여성주의자들이 워마드/TERF와 좀 더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현재 제가 원하는 방향의 액션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저자들이 "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그건 그냥 지적인 게으름이죠. 불과 30년 정도 사이만 잡아도 얼마나 많은 이슈/언어들이 우리 시야에 새롭게 들어왔는데요. 저나 김호 님이 살고 있는 세계는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3. 김호 2018.12.14 14:32 Modify/Delete Reply

    급 있는 페미 저자들의 연구가 이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는데요? 뭔가를 했다 칩시다. 그래봤자 그게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 내지도 못하고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는 남녀갈등 혐오에 대해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많은 이슈와 언어들이 우리 시야에 들어왔다고요? 그래서요? 그 이슈와 언어들이 무얼 해냈는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란 건 알겠지만 그 세계에 급 있는 페미저자가 기여한 건 쥐똥만큼이나 되겠습니까?

    • BeGray 2018.12.14 16:40 신고 Modify/Delete

      제 생각에 김호 님께서는 본인이 모르는 건 존재하지도 않고 그 존재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신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대화상대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몇 가지 고전적인 예를 들면, 애초에 사람이 성별과 무관하게 평등한 존재로서 대우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부터 출발해(역사적으로 이런 합의가 주된 입장으로 성립하게 된 건 비교적 근래의 일입니다), 여성을 포함해서 개개인이 가족단위와 독립된 정치적·사회적 권리를 갖게 된 것, 출산·육아·가족 관련 통계와 정책의 재구성, 성혁명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적 산물 및 논의들, 기존 남성성에 대한 연구, 갖가지 (성적) 폭력에 대한 제도화를 포함해 앉은 자리에서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게 이 정도입니다--가령 여성주의가 없었으면 우리는 일본군의 강제 성노예제 운영을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겠죠. 물론 페미니스트들 혼자서 이 모든 걸 만들어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당연하지만 세상의 중요한 변화는 그 어느 것도 단일한 입장이 멋대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성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게 전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전개된 건 아니겠지만, 페미니스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상기한 요소를 포함한 많은 지점에서 지금과 무척 다른 사회를 살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본인이 지금 당장 보고 있는 단 하나의 예, "악화일로를 걷는 남녀갈등"이라는 비교적 최근의 일부 현상 하나에 당장 여성주의자들이 직접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 모든 게 아무 것도 없는 거라고요? 눈 감고 그냥 떼쓰면 세상에 있는 게 없던 게 됩니까? 이런 건 반지성주의니 뭐니 말을 붙이기가 아깝고, 그냥 버릇없는 아이처럼 귀 막고 눈물콧물 흘리며 "몰라몰라, 내가 먹고 싶은 거 안 사주면 다 필요없어"하고 소리지르는 꼴과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김호 님께서 특정 분야를 잘 모르는 건 그 자체로는 나무랄 사항이 전혀 아닙니다만, 대화 태도가 이따위인 건 솔직히 보는 제가 수치스럽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더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나 나올지 모르겠는데, 저는 멍청하고 무례한 대화상대자에게 언제까지 봉사를 해드릴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적이고 차분한, 생산적인 대화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태도를 보여주세요. 그럴 자신이 없고 언제까지 되는 대로 떠드는 악플러로 남고 싶다면, 그건 김호 님의 인생의 자유입니다만, 그런 낭비적 시간을 제 블로그에서 보내시는 건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4. 김호 2018.12.14 14:37 Modify/Delete Reply

    그런 상황에서 이 페미는 급이 높네 저 페미는 급이 낮네 그 안티페미는 급이 낮네......그런 분류가 무슨 목적이 있는지......그저 스스로 급이 높다 생각하는 페미들의 정신적 승리를 위함인지.....

    • 나키스트 2018.12.20 12:59 Modify/Delete

      제가 끼어들어서 죄송하지만 인터넷상에 래디컬이나 남성혐오자만 잘 나오는 것은 대안우파의 수작입니다. 모든 페미가 래디컬이나 남성혐오가 아닌데도 그들만 부각하여 페미=정신병으로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유튜브에 나오는 해외페미비판자가 중립적인 인물로 알려져있지만 그들은 대안우파 일원이며 특히 안티페미여성은 대안우파가 거느리는 미인계입니다.

      대안우파는 서구의 페미를 비방하면서 중동의 페미를 지지하는 이중잣대가 있는데 이는 서구우월주의에 기반한 사고이지 진심으로 여성인권을 걱정해서가 아닙니다. 중동페미들도 중동내에서도 워마드취급받는게 현실입니다.

  5. 반갑습니다 2018.12.15 18:01 Modify/Delete Reply

    남성성에 대한 연구, 성폭력에 대한 제도화, 여성의 경제, 사회적 지위 형성, 성혁명 등 문제에
    페미니즘이 기여한 바가 얼마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성주의가 혼자 만들어낸건 아니라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어쨌거나 그 비중이 대단함에는 틀림없다는 논리 잘 봤습니다.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콘돔, 탐폰, 생리대, 진통제 등 기술발전과 여성주의 운동 중에 어떤게 더 많은 여성인권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 BeGray 2018.12.17 21:23 신고 Modify/Delete

      설마 해당 기술발전/용법의 채택/확산에 여성주의 운동이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진통제는 모르겠습니다만 탐폰과 생리대의 확산과 기능향상에 여성주의가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고 말하는 게 제 생각에는 매우 도발적인 주장일듯 싶습니다 ㅋ


      첫 번째 문단은, 그 어떤 역사적 진술이 특정한 사건과 변화를 단일 원인으로 놓습니까?-_-; 동료 역사연구자에게 폭격을 맞을만한 무모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렇게 말하지 않죠. 상식적인 진술조차도 낯설어보이시는 걸 보면 반갑습니다 님께는 이 세상이 무척 새롭고 즐겁게 보이실 게 분명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라면 그런 즐거움이 가득한 삶은 저 자신의 인격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하긴 하겠습니다만, 제 인생은 아니니까요 ㅋ

  6. 반갑습니다 2018.12.19 00:46 Modify/Delete Reply

    전 여성주의가 기술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얘기 꺼내시니 말씀드릴게요.
    해당 기술들은 여성주의로 인해 개발되거나 발전되어온 부분이 아주 적다고 생각합니다.
    개별사례를 따로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생리대는 약간의 상호성이 있다고 봅니다.

    '여성주의가 해당 기술발전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는 건 아니죠?'
    저는 한 적도 없는 말을 자꾸 꺼내오시지 마시구요.
    = 얼마나 기여한 지는 자신도 모르겠고 공부해본적도 없으며 애초에 상대방의 논리도 아니지만
    일단 대충 비슷한 맥락에서 맞는 명제 하나를 선점해서 찔러야지.
    정도로 밖에 안보입니다.

    제가 첫 번째 문단에서 지적한 것은 김호님과의 댓글에서 예시로 든 '고전적인 사례'들이 여성주의 운동이 해결해 온 사회적 문제인양 표현하셔서 지적한 겁니다. 다른 수 많은 원인은 한 가지도 언급조차 않고 여성주의가 해결한 사회적 문제의 사례로 표현하셔서요.

    • BeGray 2018.12.20 16:11 신고 Modify/Delete

      저는 개별 케이스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그건 그쪽을 연구하시는 분들께 맡겨두죠.

      + 본인이 한 적도 없는 이야기를 자꾸 꺼내지 말라는데, 스트레이트하게 반론하자면 애초에 기술발전과 여성주의 운동을 여성인권 발전과정에서의 (물론 "여성인권"이란 개념 자체가 여성주의적 전통과 무관하게 존재했는지에 대해서 저는 비관적입니다만) 경쟁구도로 질문하는 거 자체가 역사적으로 멍청한 질문입니다.

      당연하지만 여성주의가 중요하게 작용한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오로지 여성주의가 제기하고 해결했다는 식의 진술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걸 그렇게 읽고 비아냥 대고 싶어하는,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포스팅에서 논쟁을 꺼낼 때마다 오독으로 면박을 받아서 기분이 상한 어느 피터슨옹호자의 주관적인 마음이 상당히 강하게 되지 않았다면 그런 해석이 존재할 이유도 없고요. 당연하지만 역사를 다루는 사람이 A가 B의 해결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말할 때 어느 누가 그걸 A가 오로지 혼자 단독으로 B의 해결에 기여했다고 주장합니까?

      이 대화를 본인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싶은 욕심은, 비록 그것이 저급하긴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만, 그걸 자제하지 못하는 건 좀 다른 문제죠.

  7. GRPN 2018.12.19 13:22 Modify/Delete Reply

    현 사회에서 공식적, 제도적으로 여성이 차별을 받는 요소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특혜를 받고 있죠. 각종 가산점이나 상당수 여성 전용 서비스, 의무 면제, 그리고 여성 관련 단체등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제도권을 벗어난 비공식적인 방면에서 여성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건 저도 인정합니다. 일단 신체능력의 차이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고,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의 어려움이 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편견으로 인해 불편함이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답시고 정치권이 여성에게 주어지는 공식적인 특혜를 더 늘리는 방안을 남발하면 안되죠. 이를테면 기업 임원 여성 할당제? 여성폭력 방지법? 무고죄 사실상 무력화? 이런 것들 말입니다. 평등을 위한답시고 불합리를 강화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진짜 문제는 제도 안이 아니라 제도 밖에 있는건데요.

    여성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이공계 진출을 독려한다던가, 육아를 돕기 위한 도우미를 저렴하게 쓸 수 있게 한다던가, 성범죄 근절을 위해 전담 치안 인원을 강화한다거나, 이런 걸 한다면 어떤 남성들이 반발하겠습니까?

    근데 지금 정치권이 한다는 여성 우대 정책은 이게 진짜 일반 여성들을 위한 성평등 정책인지 아니면, 알량한 몇몇 여성 정치인이나 일부 단체 관계자들의 잇속을 채워주기 위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안티 페미니즘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고요.

    • 익명자 2018.12.20 13:42 Modify/Delete

      일베,디시에서 활동하는 안티페미가 여성지위 증진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똑똑하고 자기 목소리내는 여성을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초와 안티페미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한국의 주류페미가 래디컬이긴한데 남성이 하는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저로서도 유감입니다. 그렇게 된 원인이 페미니스트를 양성한 이화여대가 기독교여성단체를 기반으로 한 지라 여성배려=페미니즘으로 잘못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근대에서도 여성배려가 있었다는 것은 매스큘리스트의 주장으로 드러났는데도 말입니다.

      한국의 주류페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성평등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남성에 대한 혐오감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원인은 기독교여성단체에서 훈련받다보니까 남성에 대한 성적 이해가 부족하고(그래서 한국주류페미들이 성매매,야동에 부정적입니다.) 남초가 한국군대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폭력을 무시하고 무조건 여성징병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주류페미 입장에선 자신을 사지로 모는 심정입니다.

    • BeGray 2018.12.20 16:24 신고 Modify/Delete

      GRPN 님 //

      기본적인 인식, 즉 우리가 성적으로 평등한 세계를 만들어야 하며 비제도적인 여러 차원에서, 그리고 경우에 따라 아직 남아있는 제도적인 차원에서 성적 차별이 철폐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저와 GRPN 님은 거의 같은 입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하신 개별 케이스의 경우 사안들마다 복잡한 논쟁들이 따라붙느니만큼 제가 여기에서 성급하게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싶지는 않고요, 기술적으로 법제화가 좀 더 정교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저도 갖고 있습니다.


      익명자 님//

      이화여대가 기독교여성단체를 베이스로 한 곳인 건 크게는 맞지만 이화여대의 여성주의자들이 전부 기독교적 신념에 입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저는 좀 의문이 있고, 그들이 전부 페미니즘을 여성배려로 알고 있는지도 역시 의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거나 저술을 찾아읽거나 한 분들은--물론 그 범위 바깥에서 말씀하신 믿음을 견지하는 여전히 있을 수 있겠지만--기독교적 신념에 입각하지도, 페미니즘이 곧 여성배려라고 주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죠.

      일단 저는 한국의 페미니스트 주류가 래디컬인지도 상당히 의문이 들고 (여론 상에서 과대대표되는 워마드 등은 당연히 주류가 아닙니다--한국의 주류페미니스트가 워마드처럼 박근혜 복권을 외치는 경우는 거의 드물죠) 해서, 물론 기본적인 지향점 자체는 저와 익명자 님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세부적인 진술에는 조금 생각이 다른 게 있네요^^;

  8. 김호 2018.12.19 17:57 Modify/Delete Reply

    성노예 문제가 왜 여성주의 덕분인지? 그건 인본주의에 입각한 문제인데요? 그럼 강제징용자 문제는 남성주의에 입각한 문제인가요??? 여성의 지위 생활 등에 관한 정책들이나 인식의 변화는 여성주의자들의 활약때문이 아니라 과거와는 달리 남성 혼자 부담해내기에는 힘든 경제상황이 닥침에 따라 여성에 대한 지위가 달라졌고 그 과정에서 여성주의자들의 연구가 이용이 된 것이지, 여성주의자들의 연구가 여성의 지위 변화를 촉발시킨 게 아닙니다. 여기저기에 여성주의자들을 끼워넣고 싶어서 안달이신 모양인데 참 딱해보입니다. 왜냐하면 실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 익명자 2018.12.20 13:21 Modify/Delete

      외람된 말씀이지만 중동의 여성인권 실태가 부각된 원인은 중동에 있던 페미니스트의 활약이었습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중동여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중동페미에 동정적인 대안우파조차 모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면 서구페미와 중동페미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지만 중동페미라고 해서 서구페미에 비해 순수한 페미만 있는 것도 아니거와 중동페미는 위에 나키스트님 말씀대로 워마드취급받고 있습니다.

    • BeGray 2018.12.20 16:14 신고 Modify/Delete

      김호 님 //

      그 "인본주의"의 역사적 구성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자체를 생각도 안해보니까 그런 멍청한 진술을 하는 겁니다. 되도않는 경제결정론적 설명은--당연히 경제적 측면이 중요하지만, 그걸로 사회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역사적으로 망상에 불과합니다--말할 것도 없고요. 여기서 "여성주의자"의 범위를 의도적으로 매우 좁게 잡지 않는 이상 저는 김호 님의 진술에 전혀 동의가 가지 않습니다. 가령 일본군 위안부 문제제기 과정이나 어떤 단체들이 거기에서 주로 활동했는가를 조금만 찾아봐도 여성주의가 아닌 인본주의다(애초에 저는 그 "인본주의"가 정확히 뭘 가리키는지 모르겠는데, 보편인권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아니면 인도주의humanitarianism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같은 건 그냥 공부도 안하고 떠벌리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너무 잘 티가 납니다.

      솔직히 김호 님은 안티페미니스트의 좋지 않은 사례를 정면으로 보여주시는 사례라서, 여기서 김호 님 댓글의 유일한 가치는 바로 그런 사례를 위한 표본으로 박제되는 게 좋겠다 정도 뿐입니다.

  9. 김호 2018.12.26 15:37 Modify/Delete Reply

    인도주의 인본주의 용어로 물타기 하지 마시고요 추잡스러우니까요. 강제징용자 문제든 성노예문제든 그것이 남성이고 여성이고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고 국민이기때문에 국가차원에서도 그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경제적 측면은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논리를 계속 펼치시네요. 간과할 수 없지만 전부는 아니다 식의 논리. 뭐 어쩌라는 겁니까? 누가 모릅니까? 제 말은 현대 여성의 지위는 페미니스트들의 그 같잖은 학문이 촉발시킨 게 아니라 경제적 환경 변화가 결정적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여전히 이 사회가 맞벌이없이 남자 한 사람이 대학나와 취직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회였다면 여성의 지위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을까요?? 당신이 페미니스트라서 페미니스트의 가치를 상향조정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요....현실은 전혀 아니란 얘기입니다.

    • BeGray 2018.12.27 15:59 신고 Modify/Delete

      며칠 만에 접속했더니 이미 아래에 대화가 다 되어 있네요 ㅋ 자 김호 님께서는 이제 떼 그만 쓰시고 가실 길 가보세요 ㅎㅎㅎ 애초에 김호님의 "경제적 환경 변화"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무척 모호하지만, 그 경제적 환경 변화가 구체적인 삶의 성평등으로 이어지기까지--대표적으로 보편선거권--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 쏙 빼놓은 다음에 저렇게 대충 썰 푸는 게 책상물림이 아니고 뭡니까. 그럼 단순 GDP상승과 여성의 권리상승이 알아서 비례하게요? 역사가 무슨 진보의 신의 섭리 구현 장소입니까?

      "당신같은 책상물림의 아주 나쁜 습성 중 하나"는 책조차도 보지 않고 인터넷에서 포스팅 몇 개 본 걸로 세상을 다 설명할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저 같은 책상물림은 여러 논의를 가져와서 그런 사이비 책상물림을 박살내는 게 할 일 중 하나고요. 김호 님의 주장은 간단히 말해 예전에 "신의 섭리"로 만물을 다 설명하던 구식 멍청이들의 말을 "경제적 환경 변화"로 바꾸어놓고 나머지는 다 별 거 아니다 라고 떠벌리는 거랑 질적인 차이가 없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건 개인적으로야 행복할 일입니다만, 그 행복은 혼자 조용히 갖고 살아가세요.

  10. 김호 2018.12.26 15:43 Modify/Delete Reply

    그리고 당신같은 책상물림의 아주 나쁜 습성 중 하나가 책 속에 있는 글자로 이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세상은 그런 게 아닙니다. 책에서 눈을 떼 밖을 보세요. 과거 남녀임금격차도 다룬 글이 있던데 가관이더군요. 간단합니다. 남성이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그러나 수입이 높은 직종에 많이 종사하기 때문입니다. 온건페미든 래디컬페미든 임금격차 얘기 나올때 동일직종 동일직급 격차 통계를 가져오는 꼴을 본적이 없습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시길.....

    • Bernstein 2018.12.26 20:11 Modify/Delete

      격차를 통계해서 연구한 자료들 많은데?
      김선함님의 글입니다. 전체 시리즈를 다 보셔도 좋도요.
      https://m.huffingtonpost.kr/sunham-kim/story_b_14633390.html#cb
      오히려 김호님이 개인의 경험에 매몰되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펼치시는 거 같네요. 본인은 제대로된 근거하나 내놓지 못하면서요.

    • 나키스트 2018.12.26 21:30 Modify/Delete

      대표적인 대안우파 인사인 크리스티나 호프 서머즈와 조던 피터슨의 동영상을 보고 그러는 듯한데 두 사람은 대표적인 어용학자입니다. 즉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윙넛 복지(Wingut Welfare)라고 해서 우파 인사가 기업에게 돈 받고 대변인 역할하고 있는데 지구온난화 회의론도 대기업의 투자로 퍼트린 학설중 하나입니다.

      임금격차 부정도 이런식입니다. 문제는 래디컬 페미들이 남성 탓으로 잘못 돌리는 바람에 대안우픠 입지만 높아졌다는 것뿐입니다.

    • 궁금한점 2019.01.01 04:15 Modify/Delete

      김선함님의 포스트 중 3, 4, 5를 대강 보았고 정독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것이 우리가 가진 최선이다'라면서 차별이 20%라는 결론으로 나가는걸 볼 수 있었는데요.

      복잡한 얘기를 복잡하게 잘 서술했으니만큼 전제조건들이 여러개 결합되어 있는게 비판에 대한 방어를 용이하게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만(차별 수치는 차별의 최대치다라고 하는 부분도 방어할 부분을 남겨놓은 것이고 이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궁금한건 그럼 한국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여성 임금 '차별'(격차가 아닌)이 실제한다고 믿었을 때, 이걸 '이용'해서 더 싼 값에 (여성)노동자를 쓰는 방법 같은걸 연구하는 분야는 왜 없을까요?

      연구자는 연구만 하면 되고 변화는 정책결정자들이 하면 된다거나 시장에 맡기면 된다, 정확한 정보만 전달하면 나머지는 자정기능에 맡기는게 맞다 이런 생각일까요?

      아니면 이미 '싼 값에 여성 노동자를 쓰는 현실'에 있으니만큼, 굳이 연구하지 않아도 '차별의 결과'로 임금 착취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이미 이용 중인 결과가 현실이기 때문에) 중복해서 이용할 방법이 개념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일까요?

      모든걸 다 떠나서 제가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여자만 뽑겠습니다. 동일한 직종에서 동일한 능력의 사람을 쓰면서 20%나 임금을 아낄 수 있는데...

      실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사례분석 1개만 널리 알려도, 여성 임금격차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을까요. 아비트리지인데.

    • Bernstein 2019.01.02 15:53 Modify/Delete

      2010년에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의 성별격차를 외국기업이 이용한다는 기사가 나온적이 있습니다. 노동경제학에서 Jordan Siegel의 연구를 이용한 것 같습니다.(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10/10/21/profiting-from-sexism?story_id=17311877)
      이후 후속 논문이 작년에 나왔네요.
      https://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0001839218769634
      확인해 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논지는 한국 기업이 여성고용을 기피하는 것을 이용해서, 외국계기업들이 좋은 인력을 더 낮은 가격으로 교용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 Bernstein 2019.01.02 16:17 Modify/Delete

      노동경제학이 아니라 경영대학으로 정정하겠습니다. 항상 오타가 있는데,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반페미입니다만... 2019.01.02 18:01 Modify/Delete

      Bernstein //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가 한국이라 그러죠.

      이 페이지에 나온 차트를 보면 백분율로 그 격차가 무려 34.6%네요.

      https://data.oecd.org/earnwage/gender-wage-gap.htm

      저 역시 이 34.6%의 임금격차 중에서 차별로 인한 부분이 없을 리가 없다고 여깁니다. 여기서 차별이라고 할 땐 <여성에 대한 고용자 측의 의식적, 무의식적 편견>이란 협의의, 직접적인 차별에 국한시키겠습니다.

      이공계에 왜 여성이 덜 진출하는가, 성별고정관념을 통한 일종의 문화적 차별의 결과가 아니냐, 이런 식의 <광의의 차별>문제는 논하지 않겠다는 거죠.

      해서 앞서 말했다시피 저 역시 한국에서 고용주에 의한 여성차별이 많건 적건, 의식적이건 아니건, 벌어지고 있다고 여기기는 한데, 여성에 대한 고용 및 임금차별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사람들이 여성에 대한 고용 및 임금차별 문제를 중요한 사회의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시키고 싶다면 문제제기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뻥 좀 치지마라"는 거죠.

      저 34.6%의 임금격차가 100% 여성에 대한 고용주의 고용/임금차별일리도 역시 없죠 (일테면 경단녀의 문제가 100% 고용주측의 책임은 아니죠).

      근데도 어떻게든 이 사안을 조금이나마 더 선정적으로 포장하려고, 임금격차는 곧 100% 임금차별의 결과라는 식으로 호도하는 걸 지금까지 너무 자주 봤어요.

      예를 들면 이런 글.

      "it is very, very real. U.S. census data from 2015 shows that women working year-round and full-time were, on average, paid 80 cents for every dollar a man received"

      이거 딱 보면 어떻게 들려요. 학력, 경력, 업무능력, 업무시간, 생산성 등등의 변수를 모두 통제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여자라서 동일노동, 동일직종에서 남자에 비해 80%밖에 못 받는다는 식으로 들리잖아요.

      이런 구라 좀 치지 말자는 거죠.

      사람들이 바보도 아닌데 이거 안 속죠.


    • Bernstein 2019.01.02 18:37 Modify/Delete

      서두에 올린 김선함님의 글을 읽으신게 맞죠? 그런 차이와 차별을 통계적으로 구분 할 수 있다는게 Oaxaca decomposition의 주장입니다. 최소한 글을 읽고 답을 다시죠.

    • 반페미입니다만... 2019.01.02 19:00 Modify/Delete

      "서두에 올린 김선함님의 글을 읽으신게 맞죠? 그런 차이와 차별을 통계적으로 구분 할 수 있다는게 Oaxaca decomposition의 주장입니다. 최소한 글을 읽고 답을 다시죠."

      아니, 뭔 소릴 하시는지...

      내가 김선함님의 글이 뻥을 치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 그 김선함님 글은 나도 읽었습니다).

      오히려 난 저런 글들이 더 많이 쓰이고 읽혀야 한다고 보는데.

      내 댓글을 김선함님 글을 깐 댓글로 오해하신거 같은데, 님이 다시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건 그 김선함씨 글에 쓴게 아니라 지금까지 성별임금격차에 관해 쓴 수준 이하의 페미글들에 관해 문득 생각나서 쓴 글이었어요.

  11. 체사레 2018.12.26 21:07 Modify/Delete Reply

    인신공격에 말도 안되는 논리. 이쯤되면 댓글 교환은 불가능하겠네요. 꾸준히 리플을 지켜봤는데 이상한 분들이 많이 꼬여 필자 분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BeGray 2018.12.27 15:58 신고 Modify/Delete

      염려 감사합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아마 앞으로도 많이 겪을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12. 체사레 2018.12.26 21:20 Modify/Delete Reply

    그리고 김호님. 가볍게 생각해보세요. 70~80년대 가족 임금이 남성 노동자들에게 주어졌나요? 아니죠. 하도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에 최저생활비에도 못하는 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심심하면 당시 신문기사를 뒤져보세요. 어찌나 임금이 낮았는지 노동자들이 임단협때 임금 상승을 전년대비 50%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래도 최저생활비에 달하지 못했죠.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는 가족 전부가 일을 해서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여성의 지위는 어땠는지요? 여성의 임금은 많은 가족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벌어오는 돈은 용돈 수준으로 격하받았고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김호님의 논리대로 남성의 경제력이 약해져서 여성의 권리가 상승했다면 모두가 "평등"하게 못살았던 저희 윗 세대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건가요?

    또한 성노예 이슈에서 여성주의/자 들이 공론화의 중요한 계기였다는 것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인가요? 여성주의자들이 아니었다면 성노예 문제는 수면 밖으로 나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역사에 if는 없으니까 되도않게 여성주의자들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성노예 문제가 다루어졌을거라 하지는 마십시오. 본인이 좋아하는 현실만 그대로 놓고 보시면 됩니다.

    • 나키스트 2018.12.26 21:34 Modify/Delete

      대안우파는 페미니즘 자체를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래디컬 페미니즘만 부각하거나 페미니즘과 관련없는 여성우월주의자, 남성혐오자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그렇고 중동의 여성인권이 널리 알려진 것은 중동내 페미덕택인데 대안우파를 비롯한 네오콘(신우파)은 이들의 업적을 훔쳐서 자기덕택이라고 헛소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안우파는 이중적이게도 중동페미를 긍정하고 있지만 중동페미도 중동내 이슬람주의자들한테 혐오대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페미혐오는 착하지만 이슬람주의자의 페미혐오는 나쁘다는 이중잣대입니다.

  13. 반페미입니다만... 2018.12.31 20:48 Modify/Delete Reply

    우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사람이 성별과 무관하게 평등한 존재로서 대우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 1919년 대한민국 임시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헌법 제정자들이 여성주의자라서 이렇게 정한게 아닙니다. 만민평등주의(Egalitarianism)의 지지자였기 때문입니다.

    여성주의가 없었다면 이런 합의가 나올 수 없었단 님의 믿음(착각)은, 아마도 평등주의와 여성주의를 혼동한데서 기인했을 겁니다.

    2018이 끝나가는 현재, 현대여성주의의 핵심은 (양성) 평등주의가 아니라, 가부장제로의 억압, 지배로부터의 여성을 해방시키자라는 사상입니다. 1) 가부장제라는 사회체제가 존재하며, 2) 이 체제는 남성이 여성을 (의도적이건 비의도적이건 혹은 의식을 하건 하지 않건) 제도적, 구조적으로 억압, 착취하게끔 작동하고 있으며, 3) 가부장제의 철폐없이 여성은 인간다운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라는 겁니다. (60년대 중후반부터 70년대 초반, 이 시기 이후의 서구의 주류페미니즘운동은 죽 그래왔으니까 제법 오래 됐죠).

    이건 가부장제로 상정되는 사회체제를 전복시키고 대안적 체제를 일으키겠다는 체제변혁운동/사상/이론이지 양성평등운동이 아니에요.

    현대 페미니즘을 만민평등사상을 여성차별의 경우에 적용한 사상/운동 정도로 나이브하게 오해해버리면, 최근에 기사화된 된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나윤경의 이 발언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남혐(남성 혐오)’은 단어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힘의 균형 자체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 ‘여혐’과 대립구도로 남혐을 거론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논리입니다."

    페미니즘 잠깐 잊어버리고 누가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고요.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국력 및 영향력, 위상 면에서 일본에 비해 여전히 약자다. 이렇게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의 재특회가 거리에 뛰쳐나와 '한국인 남자는 죽이고 한국여자는 강간하자'라는 증오발언을 보란듯이 해대고 일본에 간 한국관광객들에게 ♪♩♬♪은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시비를 터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명동에 관광온 일반 일본관광객들을 ♬♩♪♩로 부르거나 일본으로 꺼지라고 하거나 한국에 있는 일본남자는 죽이고 일본여자는 강간하자는 '일본인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부정적인 발언'들은 증오발언이 될 수 없다. 왜냐고? 다시 말하지만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발언을 국내의 공공기관장이 한다면 제정신인지 의심받을 겁니다.

    국내의 예를 든다면, 영호남 갈등과 관련해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지저분한 지역발언들, (♩♬♬♫라든지 홍어라든지 등등 뭐... 잘 아시죠?)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영호남은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므로 호남사람들을 중심으로 "♪♪♩♫, 흉노종자들 욕하는 운동", 일베의 호남증어발언을 미러링한 호남사람들의 운동이 있다한들 이를 지역에 근거한 증오발언, 증오운동으로 볼 순 없다라고 어느 공공기관장이 인터뷰 중에 발언한다면 역시 제정신인지 의심받을 겁니다.

    왜 제정신을 의심받을 것인가? 한국사회에서 "제3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라는 만민평등주의는 사회적 합의로 자리잡은 원칙 중 하나인데 이 원칙과 위의 일본증오발언옹호론 및 경상도증오발언 옹호론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페미니즘 진영에서 나윤경 원장의 저 메갈-워마드 옹호발언에 관해 이렇다 할 반발들이 터져 나오고 있나요? 사실상 없죠?

    현대 여성주의 운동의 핵심은 1) 가부장제 체제의 존재주장 2) 이 체제로부터 야기되는 결과 (구조적 여성억압) 3) 이 체제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방법론 및 실천에 관한 <혁명사상> 혹은 <해방의 사상>이지 양성평등사상 별무상관이에요.

    페미니즘에 관한 인식을 다룬 여론조사에 관련해 <성별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을 반대한다, 만민평등사상을 지지한다>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자신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응답하는 응답자 비율이 높게 나온다는 서구권 뉴스 기사들 곧잘 뜨잖아요?

    예를 들어 Yougov가 유럽국가시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페미니즘 여론조사결과를 논평한 글에 이런 대목이 있죠.

    "Respondents in seven European countries were randomly asked one of three questions to ascertain whether they identified as a feminist. The first group were shown a question directly asking whether or not they are a feminist (this is the Word-Only group). The second was asked whether men and women should have equal rights and status in society (the Definition-Only group). The third were told that the definition of feminism was believing that men and women should have equal rights and status in society and then asked whether or not they are a feminist (what we call the Definition+Word group).

    In all countries, the vast majority of people in the Definition-Only group (80-91%) say that they believe men and women should have equal rights and social status. By contrast, the Word-Only group sees far fewer respondents saying that they are a feminist – between 8-40%."

    https://yougov.co.uk/topics/politics/articles-reports/2018/03/08/when-feminist-not-feminist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권리와 사회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십중팔구의 사람들이 동의하는데 반면, 페미니스트냐고 물어보는 질문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비율의 응답자들 (8~4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하죠. 페미니스트들이 제아무리 ""feminists are simply for equality of the sexes"라고 거듭해서 포장해도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에겐 이게 안 먹히고 있는거죠. 페미니즘이니 자유주의니 하는 정치이데올로기에 관해 그닥 관심 없는 사람들도 페미니스트들이 현실에서 하는 발언과 실천을 보고서 직관적으로 눈치 까는 거에요. 만민평등주의에 동의하는 것과 페미니즘에 동의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걸.

    이 현상은, 로크나 존 스튜어트 밀 (여성 투표권 주장한 사람이기도 하네요) 류의 고전적 서구자유주의 정치이데올로기엔 동의한다면서도 한편으론 맑스주의같은 사회변혁이론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게 딱히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






    • BeGray 2019.01.06 14:46 신고 Modify/Delete

      여러 쟁점을 던져주셨는데요, 최대한 간략하게 제 답변을 쓰겠습니다.

      1) "만민평등주의"에 여성이 포함되게 된 것과 여성주의가 무관한지를 엄밀하게 파고들면 저는 조금 복잡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복잡한 문제인 까닭은, 서구에서 "여성주의"(feminism)란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 18-19세기의 (이후 여성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원류로 설정하게 되는) 여러 성평등에 대한 논의를 여성주의로 포함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사상사적으로 볼 때 조금 까다로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그러한 과거의 담론들을 직접적으로 자신의 선조로 삼는 현대의 거의 유일한 집단이 여성주의자들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그러한 연속성을 인정할 수 있지 않나 싶은데, 정말로 연구사 내로 들어가면 이 지점은 (적어도 제가 읽은 논문들 사이에서는) 부분적인 연구만 되어 있는 상태라서 확정된 사실은 아닙니다. 실제 연구가 나오다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뒤섞여 밝혀지곤 하니까요.

      만약 서구, 영국 18-19세기의 성평등/여권 담론이 여성주의의 원류 중 하나라고 할 때, 저는 "만민평등주의"와 여성주의적 담론들을 분리시키려는 반페미입니다만... 님의 관점에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애초에 그러한 만민평등주의에서 성차의 문제가 당연한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논의의 영향이 없었다고 전제하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17세기 혁명기에 나오는 공화주의적 담론이든, 18세기의 문명화 담론이든 남성과 여성의 평등은 스탠다드가 아닙니다. 18세기 중후반 텍스트에서도 인민/시민의 기본단위는 남성-가부장이고, 여성의 평등함을 주장하는 논의는 도전자 입장이죠.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민의 평등함"에 여성을 당연하게 포함시키는 경로로까지 이어지는지는 물론 앞으로의 연구가 나오는 걸 봐야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여권/성평등 담론의 존재를 부인하고 "만민평등주의"가 하나의 완결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식의 주장은 비역사적일 것 같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겠네요. 오늘날 만민평등주의의 선택이 곧 페미니즘의 선택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만민평등주의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원-)여성주의의 역할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입니다.

      2) "가부장제로 상정되는 사회체제를 전복시키고 대안적 체제를 일으키겠다는 체제변혁운동/사상/이론"은 여성주의의 여러 스펙트럼 중에서 일부에 적용될 것 같습니다. "현대여성주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핵심"이 무엇인지, 또 그게 무엇을 토대로 규정될 수 있는지는 모두 하나하나가 논란거리입니다만, 저는 여론 상에 과대대표된 바를 치우고 전체 스펙트럼에서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로 보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대안적 체제에 대한 명확한 구상을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의 비중이 얼마나 될지도 의심스럽고요. 그런 점에서 평등주의와 여성주의를 "별무상관"이라는 반페미입니다만... 님의 진술은 저는 여성주의를 지나치게 좁은 대상에 국한시켜서 볼 때만 가능한, 동의하기 힘든 진술이 아닐까 합니다.

      인용하신 나윤경 원장의 발언은 201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여혐" "남혐" 논쟁의 맥락에서 봐야하는 발언인데요, 그 논쟁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작업입니다만(당연히 저기에서 "혐오"는 통상의 의미와 다릅니다), 반페미입니다만... 님의 문제제기는 맥락을 다소 이탈해서 인용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 대화가 건전하게 전개된다는 가정 하에서 풀어놓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넓은 의미에서 "남성혐오" 또한 존재하며, 나윤경 원장 식으로 말하는 건 이제 유효성을 상실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는 사실도 덧붙여 둡니다.

    • 반페미입니다만... 2019.01.10 00:49 Modify/Delete

      BeGray님 이 댓글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 님이 댓글 쓰실 때 '반페미입니다만..."라고 타이핑하기 좀 귀찮으셨을 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레몬'으로 댓글필명을 바꾸겠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노래제목입니다).

      1) 항목에서 쓰신 내용에 관해서는 저로선 크게 이견이 없어요. 하나 하나 따져보면 대체로 제 생각과 같거나 입장이 가깝거나 혹은 딱히 이렇다하게 토를 달만한 내용이 거의 없거든요. 다만 만민평등주의가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뚝하니 나타났다는 식으로 제가 비역사적인 시각을 주장했다고 받아들여진 점에 관해서는 약간 추가 발언을 하고 싶네요. 일테면 (원-) 여성주의가 해왔던 역할에 관해서는 저도 충분히 의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울스턴크래프트나 밀 등이 그랬듯이 고전적 자유주의에 입각해 여성의 정치 (대표적으로 여성투표권) 및 교육에 관한 권리를 옹호한 사례들이 있겠네요. 그런데 제가 앞서 댓글에서도 "60년대 중후반부터 70년대 초반, 이 시기 이후의 서구의 주류페미니즘운동은 죽 그래왔으니까 제법 오래 됐죠"이라고 쓴 데서도 시사했듯이, 제 댓글에서 주된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60년대 후반, 70년대 이후의 소위 제 2세대 서구 페미니즘 및 그 이후의 현대 (동시대) 페미니즘 운동이었지 18세기까지 2, 300백년을 거슬러 올라가 근대 서구 페미니즘의 원류부터 지금까지를 통틀어 따지려는 게 아니었거든요.

      아무튼 님의 요약, "오늘날 만민평등주의의 선택이 곧 페미니즘의 선택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만민평등주의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원-)여성주의의 역할을 부인하기는 어렵다"에 관해선 토씨 하나 고칠 거 없이 동의하는 주장입니다.

      2) "전체 스펙트럼에서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하셨는데, 이게 만약 현실적으로 시행되는 페미니스트 국가 정책들에 국한된 진술이라면 동의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것이 동시대 (현대) 페미니즘 진영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스트가 다수고 또 그 이념이 주류라는 뜻의 말이라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이런 질문을 던져보죠. 1) 미국의 경우 벨 혹스 (Bell Hooks)와 같은 페미니스트가 페미 진영에서 주류인가? 2) 그리고 이런 부류의 페미니스트들을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 분류할 수 있는가? 전 첫번째 질문에 관해선 "그렇다", 두번째 질문엔 "아니다 (그렇게 보기 어렵다)"라고 보는 거죠.

      과거 수십년 전 이승만, 박정희 정권 당시 반공이란 이념을 국시로 삼아 헌정 가치 위에 두었듯이, 페미니즘을 국시로 삼아 자유민주주의 기본원칙(사상 및 언론의 자유)을 침해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이념을 국가적으로 시민에게 강요하려고 손이 근질근질한 페미니스트들 한국에 수두룩할 겁니다.
      녹색당 신지예가 그렇고요, 한국양성평등진흥원장 나윤경이 그렇죠. 다만 지금 이 땅이 과거 중국식 문혁이 가능했던 정치체제가 아니라 자유주의 정치이념이 비교적 단단히 뿌리내린 땅이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죠.
      그러니 현실적으로 이뤄지는 페미니스트 정책이란 것도 결과적으로 대개의 경우 자유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심각하게 반하지 않는 것만 추려져서 시행되는 거죠.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하며 이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에겐 벌칙을 준다, 이런 신지예식의 반자유주의 전체주의 페미정책이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한국에서 시행될래야 될 수가 없잖아요. 신진예나 나윤경 같은 사람들, 2019년 대한민국이 아니라, 마오쩌둥의 문혁 당시의 중국에 풀어주고 자기네들 하고 싶은거 뭐든지 맘대로 해보라고 밀어줬으면 아주 볼 만 했을 겁니다. 이들을 포함한 한국 주류 페미들 다수가 지난 수 년간 "옳지 않은 목소리라도 여성의 목소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신념 하에 시시비비를 따지기 이전에 남녀 권력관계를 따져가며 메갈/워마드를 어떻게 감싸고 돌아왔는지만 봐도 알 만하죠. 일베가 한국 보수우파의 본성과 그 바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크게 한 몫했다면, 메갈/워마드가 한국 페미니즘에 관해 그와 흡사한 역할을 한 셈입니다.


    • BeGray 2019.01.12 15:21 신고 Modify/Delete

      레몬 님 //

      먼저 보여주신 차분한 답변 및 배려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마 현실의 여러 문제에 관해 구체적으로 들어갈수록 저와 레몬 님의 견해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고--또는 대체로 나름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생각합니다^^.

      이번 대화의 쟁점은 결국 20세기 후반의 여성주의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인데요, 이 시기는 제가 극히 제한적인 영역을 제외하고는 최소한의 지적인 훈련을 쌓은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만 몇 가지 논점을 짚어볼 순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첫째, 1960-70년대 이후의 서구 페미니즘(당연히 이것도 나라마다 다른데, 편의상 미국으로 좁히면)은 지나치게 크고 다양한 영역이라서 저는 무엇 하나의 입장을 주류라고 규정하기가 주저됩니다. 일단 우리에게 주어진 20세기 후반 미국 여성주의의 역사라는 게 (대체로 자유주의적 통치 내에서 이해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적 논점들에 대한 역사라든가 반대로 자유주의와 좌파적 스탠스의 입장들이 섞여들어가 있는 사회적 논쟁의 역사, 그리고 보다 '신좌파적' 논의에 기초한, 그리고 문학/문화분과를 중심으로 벌어진 '문화전쟁' 및 여성주의 '이론'/철학의 역사 정도로 극히 제한적일 뿐더러, 이 모든 영역에 걸쳐 종합적인 이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여성주의 연구자들 중에서도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저는 굳이 따지자면 여기서 세 번째 영역, 즉 문화전쟁 및 여성주의 이론의 역사에 보다 친밀한 분과에서 공부한 사람이지만 (그러나 당연히 저것들을 제대로 판 건 아닙니다) 그 쟁점을 갖고 전체 서구 여성주의 판을 정리하기는 당연히 무리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문화전쟁과 몇 가지 젠더이론 및 급진적 구호를 바탕으로 여성주의를 개략화할 수 있다는 입장 또한 특정한 분야를 지나치게 과대대표하는 거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특히 안티페미니즘 진영에서 여성주의의 역사 혹은 현대 여성주의를 정리(?)하는 몇 가지 시도를 보면 저는 꼭 여성주의자의 입장이 아니라고 해도 그냥 대체로 비역사적인, 그 자체가 정치적인 슬로건에 불과할 뿐이라고 믿습니다. 대체로 그걸 할만한 스칼라십 정리가 된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저는 대중적인 여성주의자들이 요약한 여성주의의 역사도 다소 과도하게 '휘그적인' 관점이 투사된 게 아닌가 하는 학문적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 20세기 후반, 특히 1990년대부터의 한국이 미국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으며 이 시기 여성주의 논의의 수입이 영문과를 비롯해 당시 미국의 논의를 보다 빠르게 수용할 수 있던 위치의 사람들에 힘입은 바가 큰 건 사실입니다만, 당연히 미국과 한국은 다릅니다. 제가 그런 점에서 20세기 후반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와 1990년대 이래 한국 여성주의의 역사를 (후자가 전자를 광범위하게, 그러나 역시 선별적으로 참조했다는 전제 하에서) 구별해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해도 딱히 무리는 아니겠지요. 물론 2010년대 중반의 SNS 해시태그 운동부터 촉발된 새로운 여성주의 운동이 동시대의 영어권 온라인 자료를 매우 크게 참조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나 싶습니다만, 그 경우에도 구체적인 효과나 전개는 같을 수 없다고 봅니다--영어권과 한국의 행위자들이 속해 있는 맥락과 환경이 다르니까요.

      위 두 가지로부터 저는 이 대화에서, 혹은 한국의 평균적인 페미니스트와 안티페미니스트, (꼭 안티페미니스트는 아닌) 페미니즘 비판자가 성실하게 대화하고자 할 때 유의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영역은 1990년대 이래의 한국에서의 여성주의 정도로 좁히는 게 타당하지 않나 하는 견해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 견해에 입각해서 여성주의자들에 관해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논의를 붙일 수 있겠지요.

      첫째, 2010년대 중반 이전과 이후 한국에서 여성주의의 의미가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걸 부인하기는 어려울텐데요, 당연하지만 그 전과 후 여성주의자들도 엄청나게 다른 존재들입니다. 가령 제가 레몬 님의 말씀에서 결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사례가 신지예 전 후보와 나윤경 원장/교수를 하나로 묶는 서술인데요, 전자는--물론 신지예 전 후보의 교육이력을 보면 저는 그와 오늘날 젊은 여성주의자들의 관계가 겉보기보다 더 까다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만--어쨌든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새로운 온라인 여성주의자들에 동일시하는 경우라면 후자는 200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박사를 받은, 다시 말해 한국적 세대감각에서는 80-90년대 학번의 감각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제가 저술을 자세히 찾아읽은 것도 아니니 가능성의 정도로만^^;;). 그리고 제가 매우 거칠게 자른--당연히 2010년대 이전에 여성주의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도 세대와 진영, 학적 경로 등에 따라 다 다르니까요--구별에서 볼 때 두 집단은 심지어 비슷한 언어를 이야기할 때조차 상당히 다른 전제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어느 정도는 서로의 이질성을 눈감아주는 '편리한' 오해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초기에 메갈리아의 등장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던 이전 세대 여성주의자들이 점차 워마드에 관해서는 아예 입을 닫거나 (조심스럽게) 비판적인 코멘트를 내는 쪽으로 옮겨가는 걸 보면--적어도 제가 언행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윗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윤김지영 교수 같이 작정하고 TERF와 결합하기로 한 케이스를 빼면 이런 경향을 보여줍니다--그 차이는 계속 드러나는 중이라고 봅니다.

      즉 이전 세대의 당시로서는 지금보다 훨씬 마이너그룹이었던(당연히 실제로 남성중심적인 제도/문화에 따른 피해를 일상적으로 겪었던), 그리고 보다 다른 좌파적 입장들과의 연결도가 높았던 여성주의자들이 오늘날의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여성주의 관련 논의를 다 따라가고 있는지에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이분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여성=피해자 정체성'에 입각한 발화를 하는 건 사실인데 저는 그건 이 집단의 세대경험이 남아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고요.

      둘째, 당연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새롭게 여성주의 정체성을 부여받은 세대도 스펙트럼이 갈립니다. 메갈리아의 경우 진짜로 파고 들어가보면 굉장히 다양한--결국 나중에는 서로 치고받는 결과에까지 도달하게 될--사람들이 들어가서 활동한 커뮤니티였기 때문에 저는 한 마디로 단정짓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워마드의 경우엔 이게 얼마나 주류인지 솔직히 전 회의적입니다. 워마드 커뮤니티는 물론 한 두 명이 노는 것보다는 꽤 큰, 수백명 정도가 상시로 오가는 걸로 보이는데, 이 인원은 아주 적은 인원은 아니지만 젊은 여성집단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인원이라고 보기는 매우 힘드니까요(차라리 일베가 10-30대 남성의 견해를 대표하는 정도가 부분적으로라도 더 크겠죠). 워마드를 공공연하게 비판/거부하는 젊은 페미니스트들도 많고... 물론 여성=피해자 정체성의 유통범위는 광범위합니다만, 저는 이 정체성의 공유가 정치적 입장의 공유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겠습니다만 한국이 1990년대 이후로 담론의 전개와 분화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보니, 거기에 몇 달도 안 돼서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한국 여성주의자들을 하나로 묶는 건 매우 쉽지 않다, 몇 가지 키워드는 있겠지만 적어도 최근 온라인 여성주의자들 일부를 보고 "주류페미니즘"을 도출하는 건 꼭 그게 여성주의 비판이라서가 아니라 사실관계에서 무리한 추측이 아니냐, 가 제가 동의하지 않는 지점이 되겠습니다.

      이러한 여러 세부적인 입장에 입각해서, 저는 레몬 님의 주 논지인 "페미니즘을 국시로 삼아 자유민주주의 기본원칙(사상 및 언론의 자유)을 침해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이념을 국가적으로 시민에게 강요"하는 입장이 한국의 주류페미니즘의 본성이라는 주장에 상당히 회의적입니다(물론 사상과 언론의 자유는, 냉전기 서구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볼 수 있듯, 자유민주주의 내에서도 언제든 필요에 따라 제약될 수 있는 권리이긴 했다는 점을 미리 짚어둬야겠지요). 일차적으로 주로 온라인에서 과대대표된 몇몇 발화자의 입장이 전체 한국페미니즘(사실 이것 자체가 정의하기 무척 힘듭니다만)의 본성을 보여준다고 보기도 힘들고요(그게 아니다, 라기보다는 그걸 보고 그런 결론을 끌어내는 게 설득력이 있나?의 차원에서 말이죠), 거기에 페미니스트 국가정책을 보면 자유주의적이지만 그것은 자유주의가 단단히 뿌리내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뿐 실제 페미니스트들의 본성은 다르다,는 주장도 저는 좀 지나치게 tour de force 에 가까운 과도한 추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라리 그것보다는 실제 정책에 참여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여성주의자들과 문화전쟁에 참여하는 보다 '급진적인' 여성주의자들의 결이 다르고, 한국 여성주의(옹호)자들의 다수는 전자에 가깝지만 여론상으로는 후자가 더 크게 대표된다, 가 더 설득력 있는 추정이지 않을까 가 제 생각입니다.

  14. 질문자 2019.01.15 02:07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한가지 질문을 하고자 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Begray님께서 지적하시는 안티페미니즘의 조잡함에 공감하는 편인데, 반대에서 체계성을 가진 페미니즘에 대한 저의 지식이 부족한것 같아서 혹시 이에 대한 지식을 키울수 있는 서적, 아니면 탐구해보면 좋을 인물에 대해 알수 있을까요? 국내의 인물이면 더 좋을것 같습니다

    • BeGray 2019.01.17 23:42 신고 Modify/Delete

      저도 그런 책을 보면서 공부한 게 아닌지라 (사실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같은 프로세스를 제대로 따라가는 학술서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뭐라고 한 권을 꼽기 힘든데요, 관심있으신 주제/분야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주변에 문의해볼 수 있겠습니다!

  15. 질문자 2019.01.19 02:59 Modify/Delete Reply

    음 2010년대 이전 대한민국에서의 페미니즘 담론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책이 있을까요?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프로세스를 따라가는 학술서가 없다고 하셨으니 적어도 그 이전에 벌어진 여성운동에 대해 좀 알고 싶거든요. 레디컬 페미니즘이 한국 페미니즘운동을 이끌면서 개인적으로 그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으나 이전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페미니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것 같은데 그 이전에는 왜 이렇게 단일되고 거대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해서요.

    • BeGray 2019.01.21 01:51 신고 Modify/Delete

      저는 아직 본 적이 없는데 (사실 페미니즘만 아니라 한국의 어떤 분야든 담론/사상을 역사적 컨텍스트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예는 잘 없습니다) 혹시라도 보게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16. 나키스트 2019.01.19 17:08 Modify/Delete Reply

    유튜브를 찾아보고 새롭게 안 소식이 있는데 리얼뉴스와 오세라비 측에서 님의 글을 비판한 동영상을 게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9DMdKlCUU

    • BeGray 2019.01.21 01:50 신고 Modify/Delete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나름 제 이름이 거론돼서 그래도 끝까지 참고 들었는데, 오세라비와 리얼뉴스는 그냥 원래 본인들이 하던 거 계속 하네요. 어차피 제 글에 진지하게 반론할 생각이 없다는 건 저의 비판 포인트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내가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니까 욕하는 거 아니냐" 식으로만 논지를 풀어가는 데서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PPSS랑 엮어서 조회수나 좀 더 찍어보자는 건가, 가 솔직한 감상이랄까요.

      사실 영상이 조회수도 낮고 반응도 별로 없기 때문에, 그리고 재미조차도 없기 때문에 이런 건 그냥 신경을 끄는 게 모두에게 현명한 일인 듯 보입니다 ㅎㅎ

  17. 산딸나무 2019.04.07 03:50 Modify/Delete Reply

    혹시 어느정도 체계성을 가진 안티페미니스트 진영도 한국에 있나요?ㅠ 조던 피터슨같은 알트라이트 외에는 못찾겠어요

    • BeGray 2019.04.26 16:37 신고 Modify/Delete

      논의의 체계성에 관해서라면, 사실 그게 안티페미니스트 진영의 목표인지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