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치. <청년 헤겔>. [130413]

Reading 2014. 3. 18. 14:04

* 2013년 4월 13일 페이스북


Lukacs의 _Der junge Hegel_(국역본)은 헤겔이 철학연구를 시작하는 초기 시기부터 <정신현상학>을 쓰는 시점까지의 사상적인 발전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연구서다(바이저의 책이 어디까지나 총체적인 입장에서의 입문/개설서라면, 이 책은 보다 깊이 있게 자신의 주제를 파고든다). 통상적으로 우리 세대에서 Lukacs는 아예 안 읽히거나(수업에서 "조지 루카스"라고 발음되는 경우를 실제로 본 적 있다), _Theory of the Novel_, _History and the Class-consciousness_ 같은 비교적 초기의 저작들만 강조되곤 한다--그나마도 교과서적인 요약수준으로. DJH는 <이성의 파괴>(국역이 되긴 했는데 완역인지, 번역 수준이 어떤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대체로 이전 세대에 번역된 Lukacs는 그 세대의 지적 관심의 집중을 증명이라도 하듯 괜찮은 퀄리티였던 것 같은데, 후기 저작들은 또 어떤지 모르겠다)와 함께 저자 본인이 강조하듯 저자의 후기에 중점을 두었던 철학사 연구서에 속한다. 물론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이른바 정통적인 실천철학을 바탕으로 KM(+FE)과 VL의 진술을 주어진 정답으로 놓는 입장은 일관되게 유지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GL을 단순한 이데올로그로 본다면 이는 충분히 세심하지 못한 해석이다. 실제로 철학사를 합리주의와 (반동적인)비합리주의의 대결구도로 보고 후자의 범람으로부터 어떻게 전자의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저자의 구도는, 비록 그러한 단순화된 구도가 비판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며 단순히 교조적인 정통에의 맹목으로 치워질 것은 아니다. DJH에서도 Lukacs는 자신의 가장 거시적인 철학사 구도 안에서 헤겔을 다른 해석자들, 곧 자유주의적 해석자들 및 비합리주의적 해석자들로부터 구해내고 온전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러한 해석-입장들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바이저의 책에서도 간략한 소개가 나온다). 물론 그것은 단순히 헤겔을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20세기 중반까지 공개된 헤겔의 초고들에 대한 인용을 포함해 GL은 당시에 가능했던 거의 최대치의 수준으로 문헌학적 연구를 수행하는데, 이는 헤겔 사유의 발전과정을 매우 세심한 레벨에서까지 포착하는 것과 19세기 초반 급변하고 있던 유럽의 정세 안에서 헤겔을 역사적 맥락에 넣는 과정을 함께 가능하게 한다. 곧 DJH는 부분적으로 19세기 독일 사상사, 나아가 그것을 포괄하는 독일 역사에 대한 조망을 담고 있다. 헤겔에 대한 꼼꼼한 독해는 동시대에 출현한 독일 관념론의 다른 계승자들(단적으로 피히테와 쉘링)과 헤겔의 유사점 및 이후에 근본적으로 드러나게 될 차이점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독일 관념론의 역사적 맥락 하의 사상 전개를 종합적으로, 다시 말해 단순히 외재적 요소들에 기인하는 바가 아닌 내적인 논리의 전개를 볼 수 있게 한다. 지금 읽으면 조금 교조적으로 읽힐 수 있는 몇몇 진술들을 무시한다면, 헤겔의 역사적 맥락과 그의 개념적 도구(특히 외화와 변증법)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진행하는 이 책이 바이저의 표현을 빌어 "[아직 읽을 가치가 있는]고전적 연구"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도 만델님의 코멘트 덕분인데, 역시 그의 추천은 정확하다. 더불어 후기 Lukacs가 단순히 교조적인 사상가가 아님을,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지성임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우리는 사후적으로 그 목적을 지정해놓고 연결하는 '선적인' 역사발전의 폐단을 손쉽게 지목하는데, 특정한 역사적인 궤도 안에서 볼 때 비로소 선명히 드러나는 지점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선명한, 그렇기에 기피되는 고전적 저작들이 갖는 독해력은 사실 이러한 방법론과 무관하지 않으며 오늘날의 역사적 연구들이 상대적으로 텍스트 해석에서 물러나게 되는 취약점은 이러한 '깊이 있는 시선'을 외면하는 바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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