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 <속설에 관하여> [130224]

Reading 2014. 3. 18. 14:17

*2013년 2월 24일 페이스북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는 기본적인 전제에서는 <판단력 비판>의 2부와 논의가 연결된다. 서로 다르지만 연결되는 주제들을 가진 4개의 논문들로 구성된 이 책은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까지 수행한 작업들을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문제들로 확장하고 있다. 첫 번째 논문에서부터 언급되는 근본적인 악이 (3비판에 걸쳐 가장 중요한 주제인) 인간의 이성과 자유에 내재적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자유-이성 자체로부터 출현하는 근본악을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다시금 윤리의 근본적인 문제로 제기된다. 칸트의 '정치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흥미를 끌만한 부분은 역시 세번째, 네번째 논문들이다. 얼핏 보면 단순히 현실 종교에 대한 언급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종교와 정신적인 이성의 문제들에 멈추어 있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정치체제와 종교와의 관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후 <속설에 관하여>에서 직접적으로 비판적 언급을 하는)홉스를 떠올리게 한다. <리바이어던>의 3부와 4부를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홉스가 정부와 종교의 분리와 함께 전자의 우위를 주장하는 논변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정치적 공동체와 종교적 공동체의 필연적인 분리불가능을 주장하는 칸트와 대립될 수밖에 없음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칸트의 중후기 저작을 한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에게는 필요없는 설명이겠지만) 칸트가 계속해서 종교를 붙잡는 까닭은 단순히 신에 대한 믿음에서가 아니라 '순전한 이성종교'를 통해서만 도덕/윤리적인 차원이 가능해진다는 결론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즉 칸트가 종교와 이성의 관계를 논할 때, 이는 후자가 전자를 한계짓는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후자의 실천적 사용을 위해서 전자가 반드시 필요해지며, 양자의 종합이자 후자의 완성을 가능케 하는 체제로서 (그 단어만으로는 오해를 사기 쉬운)이성종교를 말하는 것이다.

이론과 실천의 관계를 부제로 내세우는 <속설에 관하여> 역시 칸트의 정치적/현실참여적(애초에 칸트의 체제 자체가 가장 이념idea적인 지점으로부터 가장 현실적인 지점까지 분리되지 않는, 이어져 있는 것이지만) 면모가 강하게 드러난 저술이다. 사실 이념 및 자유의 층위를 다루는 이론의 영역이 실천적인 영역과 별개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주장 자체는 상식적인 층위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고, 홉스 및 루소를 걸고 넘어지면서(정작 <순수이성비판>에서 자주 언급되는 로크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유의하자) 원초적 사회계약과 저항권의 문제를 다루는 두 번째 파트가 제일 주목할만하다. 공동체를 파기하는 무정부상태를 낳는 저항권을 부정하는 칸트가 대신 내세우는 카드가 바로 "펜의 자유"로서 칸트는 이것을 통해 공동체/정치의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며, 그렇기에 언론 및 비판의 자유가 현실의 (주변 시민들로부터 초월적인 위치에 놓인) '입법자'의 개입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는 영역임을 주장한다. <학부 간의 논쟁>을 읽어봐야겠지만, 이러한 '분리'로부터 대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논의가 뻗어나옴을 인지하고는 있어야겠다. 또 하나의 주제는 모제스 멘델스존을 거론하면서 인간사회의 진보가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한 주제인데, 특별히 중요하게 읽히지는 않았다(애초에 내가 이미 여기에 대해서는 나름의 입장이 있기에...). 여튼 종합적으로 꽤나 불편한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하게 읽을 대목들이 많다. 홉스로부터 출발하고 벤섬, 밀의 공리주의에까지 이어지는 영국 경험론 전통에 대한 칸트의 비판적인 태도를 정리해보는 것도 매우 유익한 과정일테다. (공동체의 목표가 구성원들의 행복이 아닌 자유에 있다는 칸트의 기본적인 입장도 언급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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