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일기. <군주론> 등.

Intellectual History 2015. 11. 24. 22:06

1. 대학원 수업 연강은 언제나 힘들지만, 오늘은 특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날 때쯤 밀튼 수업을 쉬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는데, 이미 이전에 한번 결석한 적이 있어서 참고 버텼다(막상 들었을 때는 생각보다 버틸만 했다). 지난 주말에 수면패턴이 한번 완전히 무너진 뒤 회복이 안 된 것도 있고, 무엇보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이 너무 쌓였다. 오늘도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자기 생겨서 이거 커버하고 나면 언제나 잘 수 있으려나 ㅠㅠ


2. 407건 이후로 페이스북 읽은 도서 목록이 추가가 안 된다. 혹시 이유&개선책을 아시는 분?; 독서노트를 쓰기 전 급할 때 페북 목록에 먼저 올려놓고 나중에 확인하면서 노트를 썼는데, 이게 안 되니까 은근히 불편하다.


3. (아마도 고딩 때) 까치 판으로 읽었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올해 새로 출간된 곽차섭 선생 번역으로 읽었다; 앞에 텍스트비평을 포함해 110여쪽의 역자서문이 붙어있고, 무려 이탈리아어 판본이 왼쪽에 붙어있다(Mario Martelli의 국가판Edizione Nazionale). 완벽히 잊어버린 이탈리아어를 오랜만에 보는데 그래도 원어 대조가 바로 되니 용어를 확인할 수 있어서 편하긴 하다. 텍스트비평에 쏟은 공도 그렇고, 한동안 <군주론>의 한국어판 정본이 도서출판 길&곽차섭 역본이 될 것은 분명해보인다(심지어 잘 읽힌다!). 


비르투(virtù)를 "덕"으로 옮긴 것에 대해(역자 해명은 XCIV-XCVII 참고) "힘"이 좀더 맞다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안재원 선생의 비판적인 논평이 있었는데(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037), 개인적으로는 안재원 선생의 요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게 곽차섭 선생의 입장보다 충분히 우세한지는 잘 모르겠다--나는 기본적으로 virtue 계열의 용어들을 "덕" 혹은 그에 준하는 표현으로 옮긴 뒤 그때그때 맞춰 추가적인 뉘앙스를 덧붙이는 게 한국어 내에서 어휘들의 의미망을 형성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virtue 계열 파생어들에 엄청난 역사가 쌓여 있고, 텍스트 하나에서만이 아니라 이 역사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고민하는 쪽이 내 성향에는 더 와닿는다. 기타로 곽차섭 역본의 특징 중 하나가 서문과 각주를 통해 루크레티우스의 영향을 매우 강조한 것일텐데, 나는 고대 철학에 대해 거의 모르므로 이 부분은 논할 지점이 없다.


 <리비우스 논고>와 <전쟁의 기술> 번역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텐데, 전자는 당분간은 한길사 판 강정인/안선재 선생 역으로 읽어야 한다. 가능하면 이번 주에 <마키아벨리언 모멘트> 1권을 마무리하면서 <논고>를 읽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4. 방학 동안 할 일이 예상보다 너무 많아서 뭐부터 잘라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원래는 세미나만 하고 싶은 시간이었는데, 역시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일하고(그러나 일거리가 충분할 것인가?), 기고할 글 최소한 한 편을 쓰고, 제발 좀 영어 공부를 하고, 원총 일을 하고 등등. 아마 여기에 틀림없이 지금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최소 하나가 붙겠지. 돈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는 건지...


5. 솔직히 지금은 기말페이퍼가 더 걱정이다. 야심을 줄이고 가벼운 주제로 쓰면 될텐데, 수료가 점차 다가오니까 페이퍼 퀄리티는 좀 떨어지더라도--어차피 이제 10여쪽 짜리 글을 쓰는 훈련은 대충 된 것 같다--공부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주제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6. 그만 징징거리고 일하자 일! 일 하나를 마치고, 희곡 한 편을 읽고, 7시간 수면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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