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낸다는 것: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 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이론 체계』 (서평)

Intellectual History 2023. 2. 19. 15:39

아래는 비평지 『문학/사상 5: 로컬의 방법』(산지니, 2022년 5월)에 실린 나의 서평 원고를 매체의 차이를 고려해 약간 수정하여 올린 것이다(출판본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4909718). 해당 서평은 홍정완 선생님의 역작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 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이론 체계』 (역사비평사, 2021;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9638238)를 다루었다.

 

서평의 목표는 세 가지다. 먼저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 밀도 높은--단언하건대 한국 저자의 작업물 중 이 책에 맞먹을만한 지적 밀도를 가진 예는 드물다--저작을 더 많은 독자에게 소개하고, 실제로 책을 읽어나가려는 분이 참조할 수 있는 간단한 지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여러 다른 서평에서 볼 수 있듯 아직 한국학 연구분야에 지성사 연구(intellectual history)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제대로 공유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이 지성사 연구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하는 일이다. 마지막은 냉전기 지식 연구에 관심있는 독자들을 위해 책의 주제가 인접 연구, 특히 북미의 냉전지식사 연구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암시하는 것이다.

 

본 서평이 실린 비평지가 출간된지 9개월이 지난만큼, 더 많은 독자가 해당 도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블로그에 올려둔다. 서평 집필 및 개고 과정에 유용한 조언을 해주신 오석주, 옥창준, 정준영 선생님, 그리고 서평 블로그 게재를 허락해주신 『문학/사상』 편집주간님께 감사드린다.

 

*서지사항: 이우창, 「길을 낸다는 것: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 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이론 체계』」, 『문학/사상』 5호 (2022년 5월): 231-42.

 

 


길을 낸다는 것: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 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이론 체계』1) 

 

 

모든 독자를 위한 완벽한 책이란 없다. 하지만, 내용을 완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독자층이 얼마나 되느냐를 떠나, 진정으로 우리 지식의 지반을 넓힌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경의와 감사를 표해야 하는 저작은 분명 존재한다.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이하 『기원』)은 단언컨대 바로 그 하나의 사례다. 저자의 박사논문을 보완하고 확장한 이 책은 지면을 낭비하는 대목이 없으며 거의 모든 문장에 학문적 무게를 싣고 있다.2) 물론 『기원』에는 명백한 진입장벽이 있다. 문장은 안정적이며 논지전개도 불필요하게 복잡하지 않으나, 비전문가에게 친숙하지 않은 1950년대 한국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은, 그리고 핵심부라 할 수 있는 1부 및 2부에서 해당 시기의 정치학자·경제학자들의 저술, 그중에서도 ‘덜 자극적인’ 개론서·원론서에 집중한다는 점은 여러 독자에게 주저함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엄청난 양의 인물과 문헌을 가득 머금은 저자가 세세하게 펼쳐내는 밀도 있는 서술의 물결은 잠시만 집중력을 흐트러트려도 문헌의 심해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가라앉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바로 이 시점에서 강조하고 싶다. 어떤 학술장의 수준은, 어느 사회의 지적 자긍심이라는 것은 정확히 이런 종류의 책들, 독자에게 문장마다 집중하고 생각할 것을 뻔뻔스럽게 요구하고, 인내의 시간을 통과한 사람의 손에 지적인 대가를 무심히 쥐여주는 책들을 얼마나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인문학술장의 질적 쇠퇴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기원』을 읽고 조금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사와 사회과학의 역사 모두 서평자가 유의미하게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만큼, 본 서평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이며, 또 나아가 어떤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을지를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3) 

 

『기원』의 서두에서 방법론적 문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으로부터 출발하자: 

 

“대학을 축으로 한국 사회가 처한 역사적, 세계적 ‘현실’과 실천적 ‘전망’에 관한 이념적, 지적 프레임을 제공한 대표적인 집단은 사회과학자들이었다. 이 책은 그들이 산출한 이데올로기와 지식체계를 정치사·정책사, 운동사의 일환으로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사’의 관점에서 조명하려 한 것이다.” (7, 인용자 강조) 

 

인용한 문장으로부터 적어도 두 가지 인식을 읽어낼 수 있다. 첫 번째 문장은 저자가 1950년대 한국을 지식의 분업과 전문화가 촉진되고, 또한 사회의 자기분석이 그러한 전문적 지식의 일부이자 국가발전·통치를 위한 직접적인 해석틀로 기능하는, 적어도 그러한 변화가 본격화하는 ‘근대사회’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와 사상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로서 본 서평자가 좀 더 눈길을 주고 싶은 대목은 강조처리한 두 번째 문장이다. 저자가 본격적인 사상사가 혹은 지성사가로서의―사실 세부적인 명칭은 아무래도 좋다!―정체성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권의 경우 1960년대 이래 ‘케임브리지학파’의 언어맥락주의자를 중심으로 경제환원론 등과 거리를 두는 전문분과로서 정치사상사·지성사 연구가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훨씬 빠르게 수용된 독일의 개념사 연구와 달리, 한국 학계에 매우 제한적인 영향만을 주었으며 한국학 연구도 예외는 아니다.4) 사상사 연구를 표방하는 작업 자체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 사상가 개인의 연구나 지식사회사 연구, 혹은 지적 실천을 (종종 부르디외의 방법론을 따르는 연구자들이 시도하는 것처럼) 사상과 언어 외부 ‘구조’의 산물로 환원하는 연구를 넘어, “정치사·정책사, 운동사의 일환”이 아닌 “사상사”를 탐구하겠다는 작업은 여전히 새롭고 귀중한 것이다.5) 

 

그렇다면 어떤 사상사인가? 저자는 “특정 인물의 사상”이 아닌 “전체적인 사상 지형”을 재구성하며(7), “한국 사회의 사상적 흐름을 동아시아와 세계의 사상적 변동과 긴밀히 연관하여 파악하고, 그 속에서 반복과 차이, 전유의 양상을 밝”힌다는 말로 자신이 “사상사”라는 개념으로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제시하려 한다(8).6)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실천을 뜻하는가는 잠시 뒤에 살펴보도록 하자. 

 

이어지는 “서론”은 연구의 내용과 학술적 맥락, 대상을 상세히 밝힌다. 저자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4월 혁명을 지난 1960년대 전반까지를 배경으로 “당시 지식인층이 한국 사회의 현실을 파악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동원·활용했던 ‘근대화’에 주목”하겠다고 말한다(17). 이때 그가 “1950년대 말~1960년대 초반 케네디 정권의 등장과 함께 그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시켰던 ‘근대화론’”, 즉 “미국발 ‘근대화론’”보다 근대화의 개념을 더 넓게 설정한다는 사실에 유의하자(21). 기존의 근대화 이론 연구의 핵심적인 과제는 월트 W. 로스토(Walt W. Rostow) 등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근대화 이론’이 한국의 지식담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주목해왔다. 『기원』은 근대화 이론의 유입 이전부터 한국 지식인들에게 이미 보편적 근대발전사관 및 그에 따른 근대화의 방법을 탐색하는 사고로서의 근대화가 널리 공유되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기존의 연구사를 비판적으로 교정하고자 한다.7) 

 

책은 이러한 목표를 다음과 같은 연구방향으로 구체화한다. 먼저 한국전쟁 후부터 1950년대까지, 즉 미국의 근대화 이론이 본격적으로 수용되기 이전의 사회과학 문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담론을 살피고 그것들이 한국전쟁 이후 (일정 정도는 미국의 학적 담론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궤적을 살피는 일이다. 이때 한국 지식인들이 이와 같은 근대화의 언어를 통해 한국의 위치와 상태, 발전 전략을 어떻게 설정했는가를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근대화의 언어가 설득력 있게 공유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화물숭배의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이를 수용한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각자의 상황에 맞춰 설명하고 ‘적절한’ 행동지침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어 저자는 여기에 주목하여 한국의 지식인들이 근대화 담론을 활용해 한국의 비교대상인 ‘제3세계’를, 또 그러한 나라들을 옭아맨 ‘후진성’을 어떻게 규정했는지, 또 그들이 “근대화를 실현해 나갈 집단적 주체이자 단위로서 ‘민족’을 호명하는 이데올로기, 즉 ‘민족주의’”(들)를 구축하는 사상적 과정을 추적하겠다고 말한다(24). 즉 당대의 폭넓은 근대화 담론의 언어적 맥락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바탕으로, 미국의 근대화 이론이 수용·활용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사회과학자를 포함한 한국의 지식인들이 이러한 담론을 활용하여 구축한 학문적·지적 체계란 무엇인지, 또 그들이 이를 통해 한국 사회를 어떻게 규정하고 설명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기원』의 전체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기원』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총 4부 구성을 취한다. 세목을 요약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은 책이니만큼 최대한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20쪽을 넘는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하는 1부는 해방 전에서 60년대까지 남한 정치학계에서 정치학 및 주요 개념의 규정이 변모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재구성한다. 일본과 독일, 영국 저자들의 논의를 포함해 해방 전후 한국의 정치학적 사고의 장을 교차하던 다양한 논의 흐름을 복원하려는 1장에서부터 엿보이듯, 저자는 단순히 ‘일본 정치학에서 미국 행태주의 정치학으로의 발전’이라는 단선적인 서사를 그리는 대신 당대 정치학적 담론의 변화에 내포한 트랜스내셔널한 복잡성을 포착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경제학 및 경제발전 담론의 사상적 변천을 다루는 2부는 한국전쟁 시기 이후의 케인즈주의 수용, 그리고 1950년대부터의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후진국 개발론’을 중점에 놓는다. 1부가 상대적으로 근대화 이론과의 영향관계가 희박한 편이라면, 2부는 정책적 지향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제학자들이 당대에 유통된 근대화의 담론구조 속에서 한국의 후진성을 규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골몰했음을 잘 보여준다. 3부와 민족주의 담론에 초점을 맞춰 각각 제3세계 이해와 후진성 극복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4부는 4월 혁명 이후 민족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하는 흐름 속에서 경제개발론·자유민주주의론과 같은 근대화 담론이 전자와 어떻게 결합하는가를 살펴본다. 특정한 분과학문을 상세히 파고드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담론장에서의 일반적인 문제의식과 변화를 규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소 다르다. 

 

사상사·지성사 연구방법론의 측면에서 볼 때 『기원』의 성과는 인상적이다. 몇 가지 지점만 짚어보자. 첫째, 특히 1부와 2부에서 저자는 방대한 문헌 비교연구를 통해 자신의 연구대상이 어떠한 언어를 공유하며 어떤 맥락을 구성하고 있는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이는 후속 연구자들이 반드시 참고해야만 하는 토대와 같은 작업이자, 제도사나 정치사 등 외부적 맥락에 기대는 간편한 해결책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사상과 학술적 실천을 최대한 그 자체의 언어적 맥락 속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사상사 연구라 할 수 있다.

 

둘째, 자료의 선택 역시 주목해야 한다. 소수의 지성사 연구자를 제외하면, 한국의 학계는 여전히 사상사를 뛰어난 사상가 개인의 사상을 탐구하는 분야인양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대사상가’의 개인적 성취를 조명해야 한다는 믿음은 연구자의 태도라기보다는 아마추어적 애호가의 그것에 가깝다. 사상사·지성사 연구가 하나의 전문화된 역사연구 분과로서 이룩한 혁신은 과거의 인물들이 공기처럼 호흡하는 구체적인 언어와 논변의 맥락을 역사연구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렇게 복원된 맥락 속에서 특정한 언어적 실천을 다시 이해하는 연구모델을 구축한 데 있다. 따라서 원론서와 개론서를 파고든 것이야말로 연구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선택이다(다만 1950년대의 한국 대학에서 원론서가 갖는 매체적 의미를 조금 더 밝혀주었으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은 있다). 더불어 『기원』에는 개별 문헌의 내용과 함의를 간결하게 언급하면서도 종종 숙고할 지점을 남겨두는 대목이 있는데, 비록 그 함의를 음미할 수 있는 독자는 그러한 지평에 가닿은 적이 있는 소수에 국한되긴 하겠으나, 이는 여러 맥락이 교차하는 복잡한 구도를 섬세하게 다루어본 저자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라는 점도 짚어두자. 

 

『기원』 이후의 연구가 나아길 수 있는 길을 꼽아보는 것으로 서평을 마무리하자. 첫째, 1부에서 살펴본 한국 정치학의 행태주의로의 이행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학술적·사상적 실천을 (불)가능하게 했는가는 여러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1960년대 초까지의 연구만으로는 해명되기 어려운 문제라면, 보다 긴 시간적 범위의 학술사적 탐구가 필요한 주제가 아닐까 한다. 둘째, 미국의 냉전사 및 사회과학 학술사 연구와의 연결이다. 특히나 서구 연구자로서 본 서평자가 『기원』에서 아쉽게 느끼는 면은 1차 및 2차 문헌 모두에서 저자가 장악하고 있는 일본 문헌에 비해 참고되는 영어권 문헌의 수가 현저하게 적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 사회과학의 역사는 그 나름의 역사와 깊이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냉전사와 결합하면서 현재도 확장 중인 분야인만큼 앞으로 한국 현대 사상사와의 본격적인 조우가 기대된다.8) 미국의 냉전사 연구 또한 마찬가지다.9) 

 

당연하지만 이는 저자와 같은 한국 현대사 전공자들만의 몫이 아니며, 20세기 미국사 전공자들 및 사회과학 연구자들과의 장기간에 걸친 두터운 협력연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국의 학과 간 격벽은 심지어 거의 같은 시공간을 연구하는 연구자들 사이에도 여전히 공고하다. 지금 학계를 새로 구축해나가는 연구자들이 그런 비효율적인 단절상태를 유지해야 할 타당한 이유는 없다. 시간이 지난 뒤 우리에게는 연구자들의 소속이 아니라 중요한 문제제기와 탁월한 연구저작만이 남을 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원』 스스로가 증명하게 될 것처럼 말이다. 


1) 홍정완,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 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이론 체계』, 역사비평사, 2021. 

 

2) 홍정완, 『전후 한국의 사회과학 연구와 근대화 담론의 형성』, 연세대학교 사학과 박사학위논문, 2017. 

 

3) 전공자들의 유익한 논평으로는 다음을 참조: 역사문제연구소, 「사상사의 흐름에서 보는 한국 사회와 근대화론의 만남: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이론 체계』(역사비평사, 2021)」, 『역사문제연구』 46호 (2021년 11월): 135-92; 옥창준, 「사상사로 본 한국 현대사」, 『인문논총』 78.4 (2021): 417-30. 

 

4) 언어맥락주의 지성사 연구의 동향과 쟁점에 관한 소개로는 다음을 보라: 리처드 왓모어, 『지성사란 무엇인가?: 역사가가 텍스트를 읽는 방법』, 이우창 역, 오월의봄, 2020; 제임스 탈리 엮음, 『의미와 콘텍스트: 퀜틴 스키너의 정치사상사 방법론과 비판』, 유종선 역, 아르케, 1999. 스키너의 좀 더 다듬어진 입장은 퀜틴 스키너, 『역사를 읽는 방법: 텍스트를 어떻게 읽고 해석할 것인가』 (황정아·김용수 역, 돌베개, 2012)에서 볼 수 있다. 

 

5) 예컨대 『기원』을 다음의 작업과 비교하면 ‘사상사 연구로서의 자의식’을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방기중, 『한국근현대사상사연구: 1930·40년대 백남운의 학문과 정치경제사상』, 역사비평사, 1992; 김건우, 『“사상계”와 1950년대 문학』, 소명출판, 2003; 신주백, 『한국 역사학의 기원: 근현대 역사학의 제도·주체·인식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휴머니스트, 2016; 이시윤, 『90년대 하버마스 네트워크의 형성과 해체: 딜레탕티즘과 학술적 도구주의는 어떻게 하버마스 수용을 실패하게 만들었는가』,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논문, 2021; 정수복,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전4권, 푸른역사, 2022. 언급한 저작은 모두 현대 한국의 지식과 학술 연구에 중요하게 기여하고 있으나, 하나의 전문연구 영역으로서 사상사·지성사적 연구모델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다. 

 

6) 저자가 밝히는 사상사 연구의 보다 상세한 규정은 『기원』 17쪽의 각주2를 참고: “‘사상사’ 연구는 크게 보아 ① ‘사상적 표현’인 텍스트를 탐색하고 그 내적 논리구성을 이해하고 재현하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② ‘텍스트’와 ‘텍스트’의 관계들, 나아가 텍스트가 놓여 있는 맥락(컨텍스트)과 텍스트의 관계를 해명하고, ③ 그 속에서 텍스트의 의미―의도와 기능, 효과―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 시간·공간·관계의] 구획을 설정하면서 특정한 문제와 연관된 당대의 사상적 지형을 재구성하는 가운데, 그 지형 속에서 해당 텍스트가 갖는 정치적·사회적 의미―의도와 기능, 효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한 의미의 계열에서 또 다른 구획으로의 흐름―지속과 단절, 전환―이 갖는 의미를 나타내야 한다.” 

 

7) 미국의 근대화 이론은 냉전사의 부흥과 함께 미국 역사학계에서 많은 연구가 축적되었으며, 최근 마이클 레이섬의 고전적인 연구서 『근대화라는 이데올로기』 (권혁은, 김도민, 류기현, 신재준, 정무용, 최혜린 역, 그린비, 2021)가 국역되었다. 근대화 이론이 한국 지식인에게 끼친 영향은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축적되었다: 그렉 브라진스키,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 (나종남 역, 책과함께, 2011), 특히 6장; 신주백 편, 『근대화론과 냉전 지식 체계』 (혜안, 2018), 특히 1부에 실린 논문을 참조; 연구사의 개괄로는 『기원』 서론 2장(25-43)의 정리를 보라. 

 

8) 몇 가지 예를 들자면, Joel Isaac, Working Knowledge: Making the Human Sciences from Parsons to Kuh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2012; Mark Solovey and Hamilton Cravens, eds., Cold War Social Science: Knowledge Production, Liberal Democracy, and Human Nature, 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12; Joel Isaac and Duncan Bell, eds., Uncertain Empire: American History and the Idea of the Cold War,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Daniel Immerwahr, Thinkin Small: The United States and the Lure of Community Development,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2015; Nils Gilman, “The Cold War as Intellectual Force Field”, Modern Intellectual History 13.2 (2016): 507-23; Mark Solovey and Christian Dayé, eds., Cold War Social Science: Transnational Entanglements, Cham: Palgrave Macmillan, 2021; Dorothy Ross, “Whatever Happened to the Social in American Social Thought? Part 1”, Modern Intellectual History 18.4 (2021): 1155-77; Dorothy Ross, “Whatever Happened to the Social in American Social Thought? Part 2”, Modern Intellectual History 19.1 (2022): 268-96. 연구동향의 이해에서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오석주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음을 밝혀 둔다. 

 

9) 이주영, 「미국사학계의 새로운 냉전사 연구」, 『역사비평』 110호 (2015): 86-111; 김일년, 「오만과 타협: W. W. 로스토우와 근대화론의 변화」, 『미국사연구』 53호 (2021): 163-91은 미국정치의 맥락 속에서 로스토우의 입장변화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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