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30대 전후 신진연구자 좌담회 소회

Comment 2022. 4. 19. 18:08

『교수신문』에서 <천하제일연구자대회> 연재기획의 일환으로 진행된 30대 전후 신진연구자 좌담회 요약기사가 두 차례에 걸쳐 공개되었습니다. 기대보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동감이든 비판이든 의견을 내주시는 걸 보면 어느 쪽이든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기사에서 잘 된 지점은 좌담에 흔쾌히 참여해주신 선생님들 및 깔끔하게 편집을 맡아주신 교수신문의 몫이고, 부족한 지점은 전체 좌담을 기획하고 조직한 저의 몫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링크 아래에는 간단한 소회 및 무대 뒤의 이야기를 남겨 봅니다.

 

"30대 신진연구자에게 듣는다①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87193

 

"30대 신진연구자에게 듣는다② 학문생태계 무엇을 바꿔야 하나"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87533

 

 

먼저 이 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간단히 풀어보겠습니다. <천하제일연구자대회> 기획회의 때 아무래도 개별 기고 외에 청년(?)/신진(?)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필연적으로 기획위원 중 유일한 30대인 (...) 제가 좌담 기획을 맡게 됐습니다.

 

이런 자리를 준비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좌담 한 회 정도로 전체 인문사회계열 연구를 온전히 대변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목표도 아닙니다. 대신 좌담 참여자를 선정할 때 저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좀 더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첫째, 가급적 스스로의 연구도 좋아하면서 동시에 대학원을 둘러싼 거버넌스와 제도를 이해하는 감각/경험이 있는 연구자를 초청한다. 둘째, 가능한 다양한 지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조우하는 자리를 만든다--좌담회에서 이공계 배경이 있는 분이 세 명, 대학 바깥에서 활동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 역시 최소한 세 명이 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런 조건을 염두에 두고 제한된 시간 동안 저의 인간관계 안팎에서 추천을 받아 좌담 참여진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는 더 많은 분을 모시고 싶었습니다만, 8명으로 꾸리는 것도 결코 적지 않다는 현실적인 지적을 고려했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분야를 바탕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여러 연구자들을 충분히 모시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게 생각합니다.

 

본래 좌담은 다섯 가지의 질문을 준비하여 3시간 안팎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가 참여자들이 얼마나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지니고 계신 분들인지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셈이 되었습니다. 실제 좌담은 5시간 가까이 진행되었고, 그나마 시간이 부족해서 좌담 중에 사회자 직권으로 질문을 하나 줄였습니다(...). 녹취원고를 보면 A4 40쪽이 넘는 분량이 나오더군요. 그러고도 시간 및 체력부족으로 다루지 못하고 넘어간 주제가 많습니다.

 

기사의 분량에서 짐작하시겠지만, 현재 공개된 요약기사는 전체 좌담에서 나온 이야기 중 매우 제한된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편집과정에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을 교수신문 담당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게 들었던 많은 디테일들이 지면 분량의 한계로 인해 이번에 공개되지 않은 점은 무척 아쉽습니다. 이번 공개분에서는 아무래도 한국 대학원 환경에 느끼는 아쉬움과 단점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만, 좌담 참여자들 모두 단순히 불만의 성토만으로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인 만큼, 본인의 연구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갈지 진지한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차후에 별도의 지면으로 좌담 내용의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부연하겠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이미 지적해주셨듯, 지방 대학원의 연구환경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획위원회도 공유하고 있는만큼 차후 지방 대학원 및 외국인 유학생 문제 등에 관해 별도의 기획을 고민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다음으로, 저는 이번 기획처럼 단순히 고난과 역경, 피해의 서사가 아니라 우리의 대학원·교육연구환경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냉정하게 짚고 개선방향 및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가 좀 더 자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거버넌스와 연구환경/제도를 고민하는 연구자들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가 좀 더 공식적인 제도의 차원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해 한국의 인문사회 대학원 제도는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위기를 정확하게 사고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하는 게 아니라 대학원생 때부터 거버넌스 관련 고민을 축적해온 사람들이 유의미하게 늘어날 때 비로소 가시화합니다.

 

현재와 같이 '힘든 건 아는데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전공공부 열심히 하고 실적만 쌓는 게 정답'인 분위기 하에서는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연구환경을 고민하는 대학원생들은 불평분자가 아니라 자신의 환경을 성찰하는 역량을 가진 귀중한 인적 자원이며, 이런 사람들이 그만큼 존중받고 또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받을 때 우리의 환경 역시 더 나아질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현재 자원과 권한을 보유한 분들의 의무와 책임이지 않을까 합니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공개된 지면에서 중요한 문제를 함께 논의해준 동료 연구자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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