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을 문명비판/반세속주의 전통에서 이해하기?

Intellectual History 2018.12.09 12:56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었듯 나는 조던 피터슨에 대해 이미 충분히 내 의견을 밝혔고, 다른 분들의 독서에 특별히 더 코멘트를 붙일 생각이 전혀 없다(http://begray.tistory.com/480 참고). 그에게 과대한 지적권위를 부여하지만 않는다는 전제 하에, 특히 자기계발서는 읽고 싶은 분이 읽고 얻고 싶은 거 얻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빠 죽을 것 같은 와중 (3일 동안 이제 850쪽을 읽어야 한다! 우웩!) <슬로우뉴스>에 게재된 "조던 피터슨 이해하기"에 내가 어떤 의견을 지니고 있는지 여러 지인을 통해 문의가 들어왔다(http://slownews.kr/71809). 간략하게 의견을 밝힌다.

글에서 핵심줄거리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는 문명세계가 "계몽주의, 과학혁명, 산업혁명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또 "20세기 후반부터 동시다발적으로 가속화된 [산업적·기술적 발전 및 그로 인한 사회적] 경향들"에 의해 개개인들이 (주로 종교·공동체로 대변되는) "삶의 의미"를 상실한 세계가 되었고, 조던 피터슨의 저작은 그러한 변화에 대항해 삶의 의미를 다시 추구하는 책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는 것이다.

사상과 담론, 종교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한 "세속화"(secularization) 서사의 클리셰를 반복하는 이 서사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① 1990년대부터의 종교사회학 분야에서,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여러 분야의 세속화 연구에서 나타났듯 종교는 우리 삶에서 그다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20세기 서구 사회에서 68을 포함해 몇 차례에 걸쳐 기독교회의 힘이 점차 쇠퇴한 건 사실이지만 미국이든 한국이든 여전히 종교가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근래 수십 년 간의 지성사 연구를 보면 계몽시대든 산업혁명이든 종교적 논의의 영향을 더욱 강조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현재의 젊은 세대는 좀 다를 수 있겠는데, 실제로 기존 종교를 믿지 않는 게 곧 삶의 의미상실로 이어진다는 설명은 내 생각에 아직은 그닥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② 링크한 기고자 본인의 글을 포함해 세속화·의미상실의 세계를 한탄하는 내러티브 자체가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특정 시기 이후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다. 나는 영문학 전공자이므로 한정된 예만 들자면, 18세기 영국 혹은 보수주의 담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의 성찰>을 바로 떠올릴 수 있고, 19세기 중반에는 토머스 칼라일이나 매튜 아놀드, 존 러스킨 등 기술문명·산업화를 비판하는 "현자"(sage)들이 문화담론을 주도하고(현대 문화연구cultural studies의 출발점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초기 주저 <문화와 사회>가 결국 이 이야기다), 20세기 초반부터는 파시스트나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 눈에 띄며, 미국으로 넘어와서는 68 이후 (트루스포럼이 얼마 전에 인용하기도 한) 러셀 커크 같은 사람들도 이런 범주에 있다. 당연히 모두 우파도 아니고, 1970-80년대 영미 정치철학에서의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을 보면 후자의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나 찰스 테일러 등 전통적으로 좌파 스탠스에 더 가까운, 현재 살아있는 저자들도 있다(매킨타이어의 <덕의 상실>After Virtue이 처음부터 이 얘기 하는 책이다. 한국어 번역이 많이 별로지만).

③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재도 계속 저작들이 튀어나오고 있는데 피터슨이 거기에서 어떤 위치냐면... 역사는 지나간 다음에야 포착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중요한 기여를 하는 저자라고 볼 수 없다. <의미의 지도>를 보면 알아차릴 수 있지만 반反세속주의 전통에서 피터슨은 융·엘리아데·니체·프라이 등 신화학적 전통과 심리학을 연결시키는 매우 괴상한 포지션에 가깝고 이쪽 논의 핵심부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제대로 개입한 적도 없다. 굳이 말하면 68 이후 좌파 좀 발을 담갔다가 그 반동으로 종교적 영역으로 들어가 비의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괴짜 중 한 명이랄까. 세속화 논쟁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2000년대 이후 영어권에서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는 찰스 테일러의 <세속화 시대>(A Secular Age, 2007)지만 아직 한국어로 번역이 안 됐고 꽤 두껍기 때문에, 그리고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지적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에 읽어본 사람들이 아직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금은 당연히 테일러의 저작에 대한 비판적인 코멘트들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그러니까 지성사나 철학 쪽 학계에서는 말이다.

*(피터슨의 의미의 논리에 대해선 내 블로그 http://begray.tistory.com/478 을, 테일러의 <세속화 시대> 중 4부 내용을 요약한 챕터는 역시 내 블로그 http://begray.tistory.com/394 를 참고하시라)

세 가지 지적을 요약하면, 기고자의 문명비판적(?) 서사 자체가 최소한 18세기 후반부터 사회가 좀 바뀔 때마다 유행처럼 튀어나오는 이야기고, 그 이야기에 기초한 역사적 분석은 근래의 종교 관련 연구에서는 상당히 많이 수정되고 있으며, 설령 그 이야기 전통을 존중한다고 해도 피터슨은 거기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수많은 저자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인문학계가 이런 쪽 연구가 빈약하다보니 영어권 학계 논의를 파헤쳐보는 연구자가 않으면 잘 모를 수 있지만 그쪽에서 볼 때 적어도 반세속주의로서 피터슨의 이야기는 새로운 게 없다. 한국의 지적 전통에서 이런 쪽에 가까운 분들이라면... 굳이 꼽자면 젊어서 서양 학문 공부하다가 나이 들고 주역이나 불교, 동양고전으로 가시는 분들이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물론 대체로 그분들의 동양고전 해석은 진짜로 동양사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진지하게 취급받지 않는 듯하다).

그러니까! 제발! 피터슨에! 과장된! 의미부여 좀! 하지 말자! 가 오늘의 교훈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길 혹은 지적인 독서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한 코멘트.

링크된 기고문은 몇 가지 거시적인 변화를 상정한 다음 여기에서 곧바로 매우 미시적인 담론적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런 시도는 기고자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며 저명한 경제사가·사회사가들이 종종 해오곤 했다. 그리고 이중에서 멀쩡하게 성공한 작업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며칠 전 진짜로 지성사를 전공한 선배와 이야기하면서 나온 이야기지만, 경제사 하던 사람들이 지성사·사상사로 들어오면 매우 도식적이고 뻔한 이야기나 괴작을 내놓기 쉽고 실제로 구체적인 역사로 들어가면 죄다 틀린다. 현대 담론을 유의미하게 분석하고 싶다면 물질세계에서의 거시적 경향 몇 개를 뽑아내 모델링을 만들어서 썰을 푸는 거 말고 그냥 현대 담론을 분석하는 연구들을 참고하라.

그리고...특히 공부를 시작하는 똑똑한 학생들이 저지르기 좋은 실수인데, 큰 이야기하는 책 몇 권 읽고 세상만사 정리해보는 시도는 개인의 지적 훈련으로 나쁘지 않겠지만 세상엔 이미 그런 시도가 많이 있었고 대체로 별 소득은 없었으니 (그런 내러티브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것이 20세기 후반 역사학계의 수정주의자들이 남겨놓은 가장 큰 유산이다) 그냥 제대로 된 연구를 고생해서 뒤져보는 게 왕도다. 세상을 쉽고 단순하게 정리하고픈 태도는 실용적인 목표를 위해서는 의의가 있지만 진지한 역사적 탐구로는 독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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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갑습니다 2018.12.11 16:58 Modify/Delete Reply

    피터슨 교수 책에서 그런 맥락을 보셨나요? 일부를 왜곡, 일반화하신게 아니구요?
    산업화 고도화에 따른 세속화의 논지가 아닌걸로 아는데 어디서 그런 맥락을 보셨는지 인용해주시길 바랍니다.
    1. 삶의 의미 상실은 종교로 대변되지도 않고 산업화 고도화의 부산물도 아닙니다 그런 논지로 글을 쓰거나 말한 적이 없습니다. 최소한 제가 아는바로는요. 당신이 왜곡하는게 아니라면.
    2. 신비주의라거나 비의적인 영역을 만드는 듯 보이는데는 일부 동의하고 일부 반대합니다. 새로운 지성이니 뭐니 해도 맹종은 항상 경계의 대상인 것도 맞구요. 다만 제대로 인용한 부분도 없이 본인 입맛대로 비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 BeGray 2018.12.12 00:29 신고 Modify/Delete

      다른 포스팅에 달아주신 댓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인데, 반갑습니다 님께서는 포스팅을 무척 편의적으로 읽는 경향이 있으시지 않나 싶습니다. 본 포스팅에서 저는 피터슨의 세부 논지가 어떻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비판적으로 다룬 기고문의 주장에서 제기한 주 서사를 좀 더 넓은 맥락에 놓았고, 그런 맥락에서 피터슨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 혹은 있지 않은가를 다루었을 뿐이죠. 따라서

      1은 그냥 제 포스팅을 사실과 다르게 읽으신 것 같고(지적하신 문구/논지 전부가 제가 인용한 글에서 원래 나오는 부분입니다)

      2의 세 번째 문장은, 애초에 이 포스팅이 피터슨의 특정한 논증을 검토하는 글이 아니며 그 의도도 명확하게 드러나있기 때문에 왜 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 "왜곡"을 말씀하고 싶으시다면 그건 제가 아닌 반갑습니다 님께서 포스팅을 읽는 방식 자체에 붙어야 하는 설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단지 성급함과 감정의 문제인지, 독서 역량의 문제인지, 혹은 특정한 악의의 문제인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2. 반갑습니다 2018.12.13 07:17 Modify/Delete Reply

    그러니까 여기에 위의 BeGray님이 재구성한 요약본을 가지고 논쟁하지맙시다.
    댓글 주신 내용을 보자면 인용도, 설명도, 반박도 아닌 것이 회피의 느낌이 강하네요.
    반대 의견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나 판단에 따른 행동이시라면 그대로 하시길.

    해당 저서의 경우 특히나 독자에 따라 다른 맥락을 짚을 수 있다는게 본인 논리인데.....
    제 편의적인 해석, 사실과 다름을 논하고 싶으시다면
    여기 인용을 해주세요. 정확히 어떤 문맥을 짚어 해석을 하시고 포스팅을 하셨는지
    얘기 해보고싶습니다.

    • BeGray 2018.12.14 00:01 신고 Modify/Delete

      ??? 이건 또 뭔가요 ㅋ

      위 댓글의 요점은 회피가 아니라 그냥 "반갑습니다 님이 엉뚱한 글에 와서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괜히 망신드리지 않고 예의있게 답변해드릴테니 적당히 가시면 됩니다" 입니다-_-;

      저는 반갑습니다 님의 이해력에 전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무엇을 읽든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제3자들을 위해 친절하게 재정리를 하죠.

      1. 슬로우뉴스의 어떤 기고문이 "피터슨은 세속화의 맥락에서 중요한 저자다!"라고 주장했다.

      2. 본 포스팅은 그 기고문에서 수행하는 맥락화가 어떤 지점에서 문제인지, 해당 맥락, 즉 세속화 논의 자체가 갖고 있는 역사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면서 "그 맥락에서 보면 피터슨이 그렇게까지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네요"라고 설명했다. 즉 좀 더 큰 지도를 그리는 게 주 목적이고 거기에 덧붙여 굳이 따지자면 피터슨의 위치는 여기쯤? 이라고 표시한 셈이다.

      3. 지나가던 반갑습니다 님은 "아니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라고!"라고 주장하면서 (그런데 그 반론 내용의 상당수는 1에서 언급한 포스팅에 대한 반론인 셈이니 2의 저자는 나 BeGray는 딱히 거기에 답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지도를 제시한 2번 글에 와서 해당 텍스트 해석을 다시 해보자고 문제를 제기했다.

      4. 2번 글의 저자 BeGray 는 "아니 나는 애초에 세속화 논의가 대충 어떤 학문적 지형으로 흘러가는지를 정리한 거고 피터슨 텍스트가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다른 데 가서 이야기하셔요 ㅇㅇ" 라고 답했다. 간단히 말해 지도 파는 곳에 와서 지도에 표기된 숲에서 나무 한 그루를 붙잡고 그 나무의 생김새를 논의하자는 데 지도파는 사람이 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5. 반갑습니다 님은 4번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에이 이 녀석이 내 질문을 회피하는군!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냐!"라고 다시 질문을 제기했다.

      6. 이때 BeGray는 어떻게 해야할까? 친절한 BeGray는 한숨을 쉬면서 그냥 이 모든 과정이 왜 멍청한 짓인지를 메타적으로 설명해주기로 했다. 물론 상대방이 이해할 거라는 기대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보고 이게 무슨 일인가 정도는 이해해야 하지 않는가? 마치 도로 위의 사고 지점에서 사고표시 안내판을 세워두는 것처럼 말이다.
      .
      .
      .
      자, 반갑습니다 님, 저도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이고 서로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그냥 가던 길 가시면 되겠습니다^^;

  3. 반갑습니다 2018.12.15 17:44 Modify/Delete Reply

    알겠습니다.
    저자의 논증은 관계없고, 반세속화의 맥락으로 이해하는 포스팅이라는 거죠?
    BeGray님의 포스팅 요지와 제 성급한 코멘트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와 디테일은 무시한채로 외부적 입장에서 관찰하여 맥락안에 놓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포스팅을 보고 제가 받는 느낌을 표현하기에 '후려치기'보다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 BeGray 2018.12.17 21:18 신고 Modify/Delete

      음 제 생각에 그건 그냥 반갑습니다 님께서 이런 종류의 문헌들을 안 읽어보셨기 때문에 드는 괜한 감정인 것 같습니다. 거의 200년 넘게 엄청난 문헌이 쏟아져나온 조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피터슨의 텍스트를 일일이 특별대접해주어야 하면 그게 좀 더 이상할 거 같은데요. 그건 제가 피터슨을 이 포스팅에서 분석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요구죠. 가령 제가 물리학의 역사를 대략 정리하면서 뉴턴이 어떤 기여를 했고 <프린키피아>가 어떤 의의가 있다, 고 대략 정리하고 넘어가면, 그게 "저자의 의도와 디테일은 무시한채로 외부적 입장에서 관찰"한 "후려치기" 입니까? 저는 피터슨을 별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데 반갑습니다 님께서는 그냥 그게 싫으신 거겠죠(...)

  4. 반갑습니다 2018.12.15 17:51 Modify/Delete Reply

    '지도'의 비유는 맞지 않네요.

    '선물용 박스'를 보러갔는데 안을 보니 난잡하게 톱밥이 날리고 있어서 '톱밥'을 정리해 달라고 한겁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망신' 시키고 있는건 아닌지 재고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BeGray 2018.12.17 21:19 신고 Modify/Delete

      ㅎㅎㅎㅎㅎㅎㅎ 귀여우신데요, 누구의 '망신'인지는 그냥 제3자들이 판단하도록 맡겨둡시다^^

  5. 반갑습니다 2018.12.19 00:54 Modify/Delete Reply

    뉴턴 예를 드셨는데, 그 부분에 있어도 똑같습니다. <프린키피아>의 디테일과 맥락을 무시하고서 이를 대략 정리하겠다고 하시면 후려치기가 되겠죠. 갈릴레오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까지의 흐름을 얘기하면서 갈릴레이 변환이라는 작은 디테일을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와 같습니다.

    • BeGray 2018.12.20 16:34 신고 Modify/Delete

      ㅎㅎㅎ 아 네, 저는 특정한 종류의 역사기술에서 목적에 따라 그러한 방식이 채택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그 방식이 아닌 거시적인 정리가 "후려치기"라는 주장은 그냥 역사기술의 다양한 성격을 무시하는 별로 지적이지 않은,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편협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린키피아> 자체를 다루는 게 목적이라면 당연히 그 디테일과 맥락을 짚어야겠지만, <프린키피아>가 속해 있는 거시적인 논의의 맥락을 (그것도 짧게) 다루는 글조차도 일일이 문구를 다 인용하면서 책을 정리해서 소개해야 한다는 건 그냥 해당 글의 목적에 대한 몰이해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그러니까, 저는 이 부분에서는 반갑습니다 님이 저와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그냥 논란의 여지없이 틀린 주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상사가들도 마찬가지겠죠.

  6. 익명자 2018.12.20 17:49 Modify/Delete Reply

    조던 피터슨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피터슨은 남녀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여성이 신경질적이라니 식으로 여성을 부정적으로 설명하곤합니다. 이게 남녀차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건지 여성혐오 발언을 하는건지 분간이 안갑니다. 마치 앤드리아 드워킨이 남성을 부정적으로 설명한 것이 연상되어서 말입니다.

    근데도 나무위키에서는 조던 피터슨 팬중에 성소수자와 여성이 있다는 이유로 대안우파가 아니라고 서술했습니다. 대안우파 인사중에 성소수자,여성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 BeGray 2018.12.20 18:01 신고 Modify/Delete

      나무위키의 서술자가 그렇게 서술했다면 그건 참 뭐랄까, 매우 단순한 반박이 아닐 수 없군요(...)

    • ㅇㅇ 2018.12.21 20:42 Modify/Delete

      카더라카더라하지말고 문제가 되보인다는
      근거원문 앞뒤맥락 그대로 복붙하셔야죠 뭐하는거임?

    • 김동영 2018.12.28 00:27 Modify/Delete

      여성을 비하하기위한 목적으로 말한게아닙니다 그냥 사춘기이후 생물학적 차이를 말한것뿐입니다
      감옥에 있는 대다수가 남성이란말도했는데 이건 남성비하인가요?

    • ㅇㅇ 2019.01.12 14:45 Modify/Delete

      여성분이신거 같은데 신경질적이셔서 그 내용을 민감하게 반응하셨나보네요^^ 조던피터슨교수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사실대로 서술한겁니다. 남자는 더 여성에 비해 폭력적이고 친화성이 덜하다고도 말하죠. ‘남성비하’ 발언은 눈에 잘 안 들어오시나 보네요 ^^

  7. 바보개 2018.12.21 14:56 Modify/Delete Reply

    몇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1."세속화"가 삶의 의미 상실과 별관계가 없다면 왜 "세속화"로 삶의 의미가 상실되었다는 서사가 빈번하게 나올까요?

    2."세속화"가 "삶의 의미"를 오히려 제공한다면 그 가치들은 무엇일까요?
    진실 연민 용기 자유 평등?

    • BeGray 2018.12.27 15:46 신고 Modify/Delete

      두 가지 모두 매우 큰 질문인데요, 제 생각에 바보개 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유의미한 포인트는 세속화보다는 오히려 "삶의 의미"가 무엇에 기초하는가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질문에 이미 대략 원하시는 내러티브는 어느 정도 있지 않나 싶은데요, 저는 그 논쟁에서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 정도의 포지션입니다 ㅎㅎ

  8. 지켜보는이 2018.12.21 18:28 Modify/Delete Reply

    저 예전에 영상 보내줬던 사람입니다.
    그 영상을 보면 열을 다 알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 같아서 이렇게 이야기할게요.


    님이 유튜버를 하는 겁니다. 어쩌면 지금이 유튜버 기회입니다 유튜버

    누가 요즘 지식 얻는데 책 읽습니까 다 인터넷이지
    그리고 책 안좋습니다 순수이성비판 안티오이디푸스 이거 사람이 읽으라고 쓴 책 아닙니다 선생님

    지금이 얼마나 공부가 부족한 시대입니까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개논리가 있습니까
    언제까지 조던 피터슨 이야기만 유튜브에서 듣게 놔둘겁니다
    이 세상에 공부한 그 지식을 알리는 겁니다
    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떤 철학자가 쓴 용어인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니체 이야기하는겁니다
    푸코 이야기 팟캐스트수준으로만 영상 짜서 한시간씩 24편 하는겁니다 선생님
    제가 도와줄겁니다 영상 마지막에 나온 진수 안 아시죠
    그거 제 어머니 이름입니다 선생님

    인기 안좋을거라 생각하는데 높으신 사람들 까시면 바로 뜹니다
    유시민 까세요
    아니면 나무위키 까세요

    제 고교 동창 중에 용호수 스튜디오라고 있는데 소개시켜주겠습니다
    이거 어쩌면 기회입니다 선생님



    하하하… 농담 반 진담 반입니다.
    농담에 더 많은 뼛국물이 들어갔지만 말입니다

    제가 질문하고 싶었던건 이거뿐이예요.
    그 영상에서 푸코는 Power와 Knowledge가 inseparable이라고 했는데
    푸코의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이 이것을, 지식이 권력과 불가분적이라는 내용을 가장 많이 다룹니까?
    알고 싶네요

    • BeGray 2018.12.27 15:50 신고 Modify/Delete

      마지막 질문에 먼저 답하자면, 사실 그건 푸코가 자신의 박사학위논문 <광기의 역사>에서부터 최소한 1970년대 말의 연구까지는 계속해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다룬 주제입니다. 바꿔말하면 <감시와 처벌>이든 <성의 역사 1권>이든 다양한 강의록이든 그 주제를 다룬 케이스 스터디들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책들이 곁에 없기도 하고 바로 딱 한권을 꼽기는 좀 어렵네요^^;;

      / 다른 내용은 그냥 좋은 격려의 말씀 정도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직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요 ㅎㅎ

  9. Athypia 2019.02.25 03:04 Modify/Delete Reply

    제가 인용문이랑 제 생각을 토대로 글을 길게 썼는데 실수로 삭제해서 날아갔습니다... 너무 슬프네요 거의 4시간 걸려서 생각하고 쓴 건데...

    • BeGray 2019.03.03 21:26 신고 Modify/Delete

      앗 ㅠㅠ 어떻게 복원할 방법이 없나요? 저도 무척 안타깝습니다 ㅠㅠ

    • Athypia 2019.03.11 00:51 Modify/Delete

      우선 이런 논의를 공짜로 접할 수 있다는 것에 주인장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1년 전쯤인가 방명록에 글을 남겼었는데 젠더 이슈에 관한 글들을 통해서 입문했다가 가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보고 싶을 때 블로그를 들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영문학과라서 배울 것도 많더라구요(하지만 저는 사상사 같은 건 잘 모르는 학부생입니다). 아무튼, 최근에는 Peterson의 주장들(+그를 둘러싼 코로나같은 무리)이 많이 이슈가 되더라구요. 그러나 저는 그 주장들을 따르기엔 아무래도 뭔가 마음 속에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아서 몇날 며칠 레딧도 뒤지고 생각해보다가 블로그에 들어와보니 역시 주인장님이 쓰신 글이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고 많은 걸 얻어가네요.

      그런데 얻어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실 12 Rules를 며칠 전에 직접 읽어 본 경험을 토대로 contribution을 하고 싶었는데요. 별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책에 드러난 주장들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간단히 생각나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Peterson의 가장 도드라지는 주장은 "Gender is not a social construct"입니다(self-help book에서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성 평등이 가장 많이 추구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남녀의 직업 선택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는 근거를 제시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근거가 맞다고 쳐도 논증이 설득력있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Peterson의 social construct 개념이 너무 좁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중국 명청 시대에는 전족을 하지 않은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차별받은 시대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 당시에 사람들이 생각한 "진정한 여성"은 그냥 자연스럽게 나고 자란 여성이 아니라 전족이라는 사회적 관습을 거쳐서 만들어진 여성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군대 갔다오지 않았으면 남자도 아니지"하는 "진정한 남성"의 rhetoric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social construct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인간이 모여 만든 사회 속에 살면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단지 그 social construct는 우리가 biological factor를 넘어서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지 그 반대의 역할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Peterson의 생각을 읽다보면 이분이 거꾸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특히 책의 마지막 Coda 부분은 정말 종교적이더라구요. Peterson의 꿈은 아내를 성자(그의 언어에 따르면 그냥 사회 생활 잘 하고 세상의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만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를 품고 기르는 Holy Mother로, 아들을 True son of God(앞서 말씀드린 그런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딸로 하여금 자신의 야망이나 직업을 쫓음으로써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을 하구요. 제가 rephrase한 게 아니라 진짜 이렇게 말을 합니다...

      두 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남아선호사상이 생물학적인(자연스러운) 근거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Peterson은 남아선호사상에 사회적인 영향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그가 생각하는) 가부장제의 신화 중 하나를 걷어내려는 조심스러운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요. 근거는 남아를 낳는 것이 더 많은 자손을 전파하는 데 (또는 우리 유전자의 명령대로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이행시키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예시를 들기 위해 Peterson은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의 자손 번식과 몽골 제국 황제와 같은 남성의 자손 번식을 비교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일단 이미 Peterson은 책의 앞부분에서 우리가 평균적으로 여성 조상을 남성 조상보다 2배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건 남녀 둘다 평균 1명의 아이를 낳지만 남자는 0명을 낳을 수도 2명을 낳을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요. Peterson은 글에서 확률을 언급하면서 남아를 낳는 것이 유리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저게 어떻게 확률적으로 유리한 건지 도무지 납득이 안됩니다... 그리고 몽골 제국 황제가 현재 아시아 인구 14%의 조상이 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다른 남성들이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을 지 생각해보면 이건 그다지 과학적인 논증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지금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것인데요. Peterson은 "허리케인이 오는 것을 모르고 이에 피해를 보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허리케인이 오는 것을 알고도 이에 피해를 보는 것은 죄다"라는 언급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허리케인이 오는 걸 알고도 피해를 보는 건 보통 the marginalized 입니다... 그리고 덧붙이면 대규모 농수산업, 가축업 하는 사람들(환경학에서는 좋게 볼 수 없는 산업이긴 하지만)도 포함되겠네요.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Peterson이 언급한 허리케인이 인생의 전반적인 고난에 대한 비유가 아니라 진짜 자연 재해와 같이 uncontrollable한 부분을 포함한 허리케인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논리대로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현실화되어버려요. 그래서 이 밖에 환경에 대한 Peterson의 입장을 찾아봤는데 global warming이나 climate change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움직임을 마냥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고 좀 많이 실망을 했습니다. 혹시 관심있으시면 이 링크를 보시면 더 자세히 나오네요. (https://www.quora.com/Why-does-Jordan-Peterson-deny-climate-change-given-that-he-seems-to-respect-scientific-empiricism)

      페미니즘 비판과 관련되서 대두되고 있는 학자(Peterson phenomenon을 "대두된다"라고 하는 것이 제 견문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말일 수도 있으나)라서 저는 솔직히 젠더 문제와 그 밖에 많은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길 바랐습니다. 저 또한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부분 중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이 많고 (예를 들어 affirmative action) 안티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부분 중 동의하는 부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Peterson은 몇 가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젠더 이슈를 명쾌하게 풀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제 글이 지적 대화를 위한 어떠한 공헌이라도 했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댓글 달아줘야겠다는 부담은 느끼지 마세요. 가끔 블로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구요, 솔직히 블로그 들어올 때마다 "학자가 되려면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데미지가 좀 큽니다... 바쁘신데도 운영하시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만 자러...

    • BeGray 2019.03.13 01:44 신고 Modify/Delete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이미 보셨다시피 사실 제게 조던 피터슨에 대한 관심은 한국 안티/페미니즘에 관한 보다 큰 흥미의 일부분으로서만 존재하고 있는데요, 그의 저술이 제 시야에서조차 많은 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걸 보면서 이 주제를 더 다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12 Rules 에서도 <의미의 지도>에서 나타났던 '신화학적' 입장이 그대로 드러난다니 더욱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군요(현재 북미에서 진행되는 담론은 제 범위 바깥이긴 합니다만ㅠㅠ).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여성주의와 젠더에 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 보면 페미니즘/안티페미니즘 양측 모두의 주장에서 지금과는 다른 평가들이 내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입장들이 나올 수 있을텐데, 피터슨의 저작이 그중에서 중요한 지적 도구로 쓰이곤 하는 광경에 저는--물론 사상의 역사는 이러한 일이 언제나 일어난다는 걸 보여주지만--조금 아쉽습니다. 특히 짚어주신 내용을 보면 더욱이요.

      물론 저는 Athypia 님의 댓글이 이 포스팅에 좋은 contribution 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형태로든 제 생각이 지적 대화를 위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면 그건 제가 이 블로그를 처음 운영하게 된 이유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이므로 무척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제 바쁜 일정은...제가 아마 다른 여러 가지 활동을 축소한다면 덜 바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성격 상 그렇게 되지 않겠죠 ㅎㅎㅎ

  10. 이영민 2019.05.08 03:47 Modify/Delete Reply

    피터슨의 12가지 인생 법칙을 읽으며 의아했던 내용을 당신의 지식을 프리즘 삼아 비판해봤습니다. 식견과 통찰 그리고 정중한 태도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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