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페미니즘 혐오

Critique 2017.02.14 16:56
1.

자료를 찾으러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심각한 우려를 느끼게 되었다. 원래 남초적 지향이 강한 곳인 줄은 알았지만, 현재 이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페미니즘(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으로 거의 "광기", "정신병" 급으로까지 매도된다. 일전에 몇몇 게시물에서 정리한 적이 있었지만, 남초커뮤니티에서 일베=메갈리아 <-> "정상 시민"이라는 포지셔닝이 지난 1년 여간에 걸쳐 만들어진 방식으로 일베=메갈리아=페미니즘 <-> "정상" "합리성"이라는 프레임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이 눈에 띤다. 이것과 함께 최근의 무고죄·"꽃뱀" 케이스로 인해 확대된 "한국은 여성차별이 거의 사라진 나라이며, 오히려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냉정히 말해 반지성주의에 가까운) 남성피해자주의 프레임이 결합되어 반여성주의적 담론을 형성한다. 물론 "페미니즘"의 기치 하에 이뤄진 모든 언행에 어떠한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여성주의를 단순히 비합리적 남성혐오와 여성상위사상으로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어떠한 지적인 검토도 없이 그것을 상식으로 삼는 태도가 만연하게 된 것은 무척 당혹스럽다.

이러한 현상을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페미니즘 혐오"라 부를 수 있다면, 이것은 역사적 사실의 선택적 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예를 들어 이 여성주의혐오자들은 성폭력이나 성차별에 문제가 있으며 (그게 뭐가 됐든) 우리사회가 합리적인 평등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연인관계에서 남성의 폭력이나 '연서복'적 태도가 긍정될 수 없다는 데도 동의한다(그런 점에서 이들은 과거의 여성주의혐오자들과 똑같지는 않다). 그러나 새터(신입생OT)에서 반성폭력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새터의 여성주의 교육이 "사상의 강요"라고 외칠 때, 애초에 반성폭력 교육 자체가 여성주의적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참고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그들 자신이 배척하는 유교적 가부장제가 바로 여성주의의 강력한 문제제기 덕택에 문제시되고 점차 사회적으로 "괴상한 것"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재의 온라인 여성주의자/넷 페미니스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여성주의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역사적 기여는 새로운 여성주의혐오자들로부터 무시당한다.

내가 이 과정에서 특히 우려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익명중심-폐쇄형 커뮤니티에서 종종 나타나는 태도, 즉 "그들만의 상식"을 유일한 표준으로 간주하고, 일체의 학적·제도적 논의 자체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이의제기를 배제·축출·무시해버리는 독특한 형태의 반지성주의다(물론 이 현상은 해당 커뮤니티만의 것이 아니며, 심지어 여초 커뮤니티라고 해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몇몇 개인이 경험한 '주관적 사실'이 제도와 학술적 합리성을 가뿐히 밀어낸다. 이 "사실"들은 몇 차례 게시판을 도는 과정에서, "카더라"가 그렇듯이 종종 크게 부풀어서, 어느새 암묵적인 사실처럼 성장한다. 이것은 물론 해당 커뮤니티, 혹은 유사한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커뮤니티들은 규모와 양 모두 크다. 이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왕왕 처음부터 "페미나치"나 "보빨"로 낙인찍히는데, 여기까지 오면 이제 해당 주제로 서로 다른 의견이 논쟁을 벌이고 입장을 수정해나가는 합리적 의사소통과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2.

2010년대에 들어와 좁게는 학생의견수렴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던 각종 사업추진, 넓게는 지난 9년간 자리잡은 한국 행정부에 대한 포괄적인 불신은 이러한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보인다. 공식적인 제도나 문제처리기구, 학술장에서 여성주의적 고려에 입각한 입장이 피력될 때 여성주의혐오자들은 이것을 공적 권위가 여성주의자들에게 굴복하거나 식민화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인권센터가 성희롱·성폭력·성매매 교육 등을 수행하면서 가해자를 남성으로 설정한 사례를 제시할 경우--한국에서 해당범죄의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와 여성인 경우 중 어느 쪽이 "대표성"을 갖는지를 아는 데 내 생각에 그렇게 높은 추리능력이 필요하진 않다--주로 여성들로 구성된 집단이 남성혐오를 전파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교수A가 여성주의에 가까운 제스처를 보일 경우 "수업을 들을 때는 좋은 선생님이었는데 페미니스트라니, 문제가 있는 분이다" 식의 논평이 어떤 반성도 거치지 않고 공유된다. 즉 이들은 자기들끼리 공유하는 상식과 제도·학술장이 상충할 경우 자신들의 믿음을 재검토하는 대신 제도나 지적인 권위가 비합리적이라는 판단으로 너무나 쉽게 도약한다.

공적 권위에 대한 불신 혹은 반제도적 음모론에 입각한 판단은 자신들끼리의 추천과 동조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여기에 자신들이 공식적인 언론과 제도의 "카르텔"을 통해 억압받는 피해자라는 감정이 결합하면 이 틀은 확고부동한 것이 된다--"내가 틀렸나"라고 잠시 질문해보지만 (같은 커뮤니티에 속한) 다른 이들로부터 곧이어 "네가 맞다"라는 코멘트가 붙고, 뒤이어 "그래, 이건 다 저 끔찍한 페미니스트들이 국가와 학교를 장악하고 나 같은 선량하고 합리적인 남성을 차별하고 박해하는 거야"라는 피해자 의식이 덧붙여져 일종의 확증편향이 발생한다. 그리고 대체로 익명커뮤니티에서 진행되는 이 대화과정에서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이들은 없다. 거대한 익명의 목소리가 "정신병으로서의 페미니즘"과 "페미니즘 음모론"을 만든다. 유감스럽게도 이 목소리는 비웃고 무시해서 치워버리기에는 너무 크다.

이 상황이 조금 더 악화될 때 우리는 "태극기집회"의 참여자들 및 충성스러운 트럼프지지자들처럼 애초에 합리적인 대화 및 설득수단이 불가능한 대규모의 집단을 마주하게 된다(나는 이 여성주의혐오자들이 자신들의 사고방식과 바로 그 자신들이 혐오하는 박사모, 트럼프 지지자들 등의 논리구조가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언제쯤 깨달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트럼프지지자들은 어쨌든 다른 나라 이야기고, 태극기집회의 할아버지들은 어쨌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다소 안이하게) 믿곤 하지만, 이러한 여성주의혐오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걸 현재와 같이 방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결과가 여성주의자들 및 불합리한 성차별이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좀 더 끔찍한 가능성은 여성주의혐오가, 마치 미국의 일부 힐러리 혐오자들이 보여주었듯, 대대적인 반지성주의로 이어지면서 여성혐오적 포퓰리즘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이 한국의 여성주의자들 및 제도적 합리성의 신봉자들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3.

2010년대 중반은 다른 무엇보다 이전까지 성평등, 젠더, 퀴어 등의 언어에 의해 차츰차츰 대체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던 "여성주의"라는 말이 다시금 극적으로 부각된 매우 놀라운 시기다(이것 자체가 운동사에 기초한 성인전이나 휘그사관으로 만족할 수 없는 진지한 사상사적 검토를 요구하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왜, 어떻게 이 말이, 이 입장이 이토록 단기간에 다시 부활할 수 있었는가?). 그러나 이 단어가 부활하면서 동시에 거대한 여성주의혐오가 표면화했다는 사실이 지적되어야 한다. 사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여성주의자들과 달리, 나는 여성주의혐오의 확산이 여성주의의 대두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병렬적으로 등장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메갈리아 및 넷 페미니스트들이 채택한 사이버불링과 혐오표현("미러링")이 기존의 반성없는 여성혐오자들을 공격하는데는 의미가 있었을지언정 새로운 여성주의혐오의 대두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방식인 것 같지는 않다.

내 생각에 가장 정도에 가까운 해결책은 어쨌든 이들과 적지않은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온건주의적이며 제도적 장치를 보다 편안하게 활용하는 스탠스가 지금보다도 더욱 중요한 입장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성차가 불평등의 원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합의가 거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지점까지 왔고, 과거에 비해 좀 더 합리적인 논쟁이 가능하게 되었다(불과 15년 전만해도 이러한 입장이 주류라고 보기 힘들었다는 걸 감안하면 확실히 한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것이 "급진적" 언행에 기초한 여성주의자들이 전부 배제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성주의를 단순히 반사회적 태도나 자의적인 공격성의 표출로 믿는 이들로부터--이는 심지어 자신이 여성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이 말을 구출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합리성"의 가치를 여성주의혐오자들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 이들"이라는 포지션을 내주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은 여성주의자들의 선택지를 매우 좁히는, 전략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다. 왜 페미니즘이 합리성, 지성, 제도적 실천, 공식적인 규범으로 기억되면 안 되는가? 왜 공격하는 페미니즘 못지않게 설득하는 페미니즘이 있어서는 안 되는가?

물론 적지 않은 여성주의자들은 왜 여성혐오주의자들과 굳이 대화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지, 그냥 서로 무시하고 살면 되는 게 아닌지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나의 답변은 간단하다. 만약 여성주의가 이 세상 자체를 좀 더 평등하고 합리적인 곳으로 재구축하고자 하는 사상·입장이라면, 이게 현시점에서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우리와 다른 입장에서 시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투표를 통해 공통의 정치적 대변인을 선출하는 나라에서,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을 여성주의혐오자로 남겨두는 것은 바로 국가, 법, 행정권력의 상당한 부분을 여성혐오적 정치가들에게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그런 점에서 나는 국가와 제도에 대한 "대항"만을 강조하는 입장이 한국의 현실에서 볼 때 나이브하다고 지적하고 싶다). 여성주의의 승리라는 걸 말할 수 있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더 많은 수의 여성주의자들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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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2017.02.14 18:17 Modify/Delete Reply

    1. 해당 태도는 안티페미니즘 이전에 페미니즘 진영에서 먼저 보이던 것.
    성평등의 기치에 동의하더라도 페미니즘에 반대, 혹은 그 운동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도 성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어내는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인 선각자라는 입장에서 나와' 상대방에게 책이나 더 읽으세요 따위의 방식으로 논의를 차단하며 발언했던 '독특한 형태의 반지성주의'를 보이던 행위.

  2. 2. 2017.02.14 18:19 Modify/Delete Reply

    2. 역시 페미니스트들이 동일하게 보이는 태도.
    특정 사회적 문제, 혹은 현상에 대해 우선적으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부터 접근을 하며, 자신들끼리만 가지는 그 상식이 제도, 학술장이 상충할 경우 자신의 믿음을 재검토하는 대신 제도가 비합리적이라는 믿음으로 너무나 손쉽게 도약을 함.

  3. 2. 2 2017.02.14 18:21 Modify/Delete Reply

    (래디컬, 혹은 극성) 페미니스트들이 갖는 태도 또한 태극기집회 참여자, 트럼프 지지자들과 다를것 없이 합리적 대화를 차단하거나 설득을 당하거나, 오히려 더 심하게 설득을 하지조차 않음.

  4. 2017.02.14 18:25 Modify/Delete Reply

    자신이 지적하는 행태들을 보이는 페미니즘 - 일부라고 쳐냄과 동시에 연대하는 - 의 극렬한 방향에 대한 문제점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편협함. 1번에서 2번까지 이르는 내용 하나 하나가 전부 여성주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기 가능함에도 그들이 보이는 문제는 '어떠한 문제도 없는것이 아니겠으나'와 같은 추측성 발언으로만 정리하고 넘어가지밖에 않는

    • BeGray 2017.02.14 19:12 신고 Modify/Delete

      제 댓글은 하나만 달겠습니다.

      1. 그건 지적 오만함이나 옳지 않은 논쟁방식이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물론 실제로 분석할 때는 좀 더 복잡할 겁니다) 제가 여기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형태의 "독특한 형태의 반지성주의"하고는 다릅니다. 저는 여기서 공적으로 승인된 학적·제도적 담론과의 관계를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는데, 그 이야길 쏙 빼놓고 "논의를 차단했다"는 것만으로 반지성주의라는 게 어떻게 적용가능합니까?(모든 넷 페미니스트들이 그렇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페미니스트들이 기존의 학문전통들과 논쟁하면서 학적인 담론을 쌓아올리고 이걸 활용한 건 사실이죠) 저는 댓글달아주신 분께서 "반지성주의"라는 말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좀 더 사려깊게 숙고해주셨으면 합니다.

      2.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그러한 행태를 보여주었다는 걸 부인하지 않습니다만, 여성주의자들과 지금의 여성주의 혐오자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1번에서 지적했듯 전자의 경우 꽤 긴 시간을 두고 공적 지식으로 자신들의 논의를 쌓아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논쟁을 수행했다는데 있죠. 후자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니고요. 여성주의 일반을 말하고 싶으면, 그만한 시공간적 넓이는 갖고 이야기해야죠.

      2-2. 바로 그 지점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게 제 입장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신다면 저는 대화를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글을 파트만 보지 말고 전체의 요지라는 걸 좀 생각해주시면 좋겠네요.

      총. 죄송하지만 제가 지적하신 모든 것들을 최대치의 넓이로 표현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의 논쟁사를 전부 정리하고 평가하거나, 페미니즘의 휘그사관을 쓰는 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특정한 여성주의혐오/안티페미니즘의 등장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여성주의가 어떤 선택지를 채택하는 게 맞는지를 문제제기하는 글이죠. 글의 합목적성과 효율성을 생각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제기하지 않을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P. S. 제 블로그는 문해력이 떨어지는 독자들에게도 열려있지만, 대신 그분들께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 것을 요구합니다. 질의를 하고 싶으시면 똑바로, 기본기를 갖춰서 하세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5. smu 2017.02.16 11:52 Modify/Delete Reply

    말씀하신대로 "그들만의 상식"을 표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일체의 합리적인 비판을 무조건적인 비난, 공격하는 행위는 지양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행위를 하는 자칭 여성주의자들이 굉장히 많은 것도 현실이죠. 온건적이고 논리적으로 대화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여성주의자들도 많겠지만, 일상적으로 온라인상에서 접하는 많은 여성주의자분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죠. 메갈 혹은 그것에 동조하는 이들은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자신들의 의견에 대한 이의제기자를 성차별주의자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여성주의 혐오자들도 여권이 신장되어야 하는 것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이들에 대한 반발로 생기는 것이고요. 글쓴 분이 말씀하신 비판점에 동의하지만, 이것은 전부 이들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뿐만아니라 선후 관계로 따지면 이들이 우선적으로 비판되어야 합니다. 이들이 전체 페미니스트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잘 모르겠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 이들은 전혀 '일부'가 아닙니다. 적어도 페미니즘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이 매우 높은 빈도로 접하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알고계시겠지만, 페미니즘을 비롯한 모든 인권운동에 있어 '공감'은 생명과 같습니다. 급진적 언행에 기초한 여성주의자들의 행동이 이제까지는 효과를 보았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겠죠. 공감을 더 이상 얻기 힘들고 오히려 잃을 지경이니까요. (연령과 성별을 아우르는 공감)이들을 완전히 배제 해야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페미니즘 내부에서 이들을 대대적으로 비판해야 합니다. 합리적, 논리적, 온건적으로 대화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 BeGray 2017.02.16 12:23 신고 Modify/Delete

      진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 저는 저와 smu 님이 근본적으로 동일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다음 두 지점에 조금 다른 관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1. "이것은 전부 이들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뿐만아니라 선후 관계로 따지면 우선적으로 비판되어야 합니다"
      -> 선후관계를 따지는 게 그다지 생산적인지 모르겠는게, 온라인 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듯 공격적인 발언이 팽창하기 전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넓은 범위의) 여성혐오적 발화·사고방식이 만연해 있었으며, 특히 일베를 필두로 그중에서는 명백한 여성혐오적 입장을 공공연하게 표명하는 곳도 있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공격적 여성주의자의 등장을 탓하려면, 사실 이전에 여성혐오/남성중심주의적 사고가 무반성적으로 확산되어 있었다는 걸 먼저 지적해야 공정합니다. 이 글에서 굳이 거기까지 올라가지 않은 건 계보 따지기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고요.

      2. "페미니즘 내부에서 이들을 대대적으로 비판 해야한다"
      -> 저는 이 문제를 좀 더 현실주의적으로 바라보고 싶은데요, 만약 정말로 온건파 페미니즘이 확고히 자리잡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게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 저는 아직 합리주의적 여성주의자들이 충분한 다수를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극단주의자 대 합리주의자 전선이 형성되었을 때 이것이 후자가 전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후자의 붕괴를 촉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측합니다. 애초에 공격적 발화가 이토록 늘어나게 된 것 자체가 그것이 무언가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제가 그러한 전략에 이제 어느 정도 거리를 둘 때가 되지 않았나 보는 것도 그게 더 이상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에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고요). 바꿔말하면 온건파/합리주의자들의 방법이 한국사회를 개선시키는데 실제로 효과를 낸다는 것이 분명해진다면 공격적인 극단주의자들 중 상당수는 스스로 온건파적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그 상황까지 가지도 않은 시점에서 온건파·합리주의자들에게 먼저 여성주의 내부에서의 전투를 수행하라고 요구하는 건 사실상 자멸하라는 요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6. BeGray 2017.02.16 20:57 신고 Modify/Delete Reply

    *글을 읽을 줄 모르고 예의도 없는 댓글은 사전 경고없이 삭제합니다^^;

  7. 메갈천국 2017.02.16 21:23 Modify/Delete Reply

    https://www.youtube.com/watch?v=zmvtb4djAXM
    진보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동영상 링크다. 영국 bbc 방송에서도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의미로 이퀄리즘을 사용했다. 이래도 이퀄리즘이 없는 개념이고 날조냐? 날조는 너희 메갈리아 기레기들이나 평론가들이 더 심한거 같다. 예의 없는 댓글이라고? 너희들 날조는? 그건 예의 있고?

    • BeGray 2017.02.16 21:38 신고 Modify/Delete

      ㅋ 제 다른 게시물(http://begray.tistory.com/403)을 통해 이 주제를 다루었지만, 저 Equalism 운운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아직은 소수의 용례에 불과합니다. 간단하게 구글에서 Gender Equalism으로 검색하시고 각각의 사용례 중에서 Feminism 을 대체하는 용법으로 사용된 걸 찾아보세요. 당연하지만 어떤 어휘, 개념의 빈도를 추정할 때 문자적 동일성이 아니라 어떤 용법으로 사용되었는지를 따지는 건 언어적 산물의 분석에서 아주 기본적인 지침입니다(물론 댓글 주신 분께서 영어 검색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요). 그 "진보 커뮤니티"에서 사실 검토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링크하신 영상에 나오는 과학자의 경우 그런 용례를 좀 더 일반화시키고 싶어하는 드문 사례에 불과했고,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의 경과를 볼 때 그의 시도가 그다지 성공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저는 이미 이 주제를 댓글 주신 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다루었는데, 그걸 참고한 다음 제대로 된 논평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동영상 한둘과 게시물 몇 개 보고 신나서 달려온 다음에 너희 메갈 운운하고 댓글 써제끼는 건 어디에서 배워먹은 귀여운 말버릇인가요?^^ 악플러 흉내나 내면서 본인 시간 낭비하지 말고 뭔가를 주장할 때는 자료부터 열심히 찾아보는 방법을 배웁시다. 그럼 얌전히 돌아가셔서 공부나 하세요.

  8. Broken 2017.02.16 22:47 Modify/Delete Reply

    smu님 관점에 동의하며, 저도 다른 관점을 덧붙이고 싶네요.

    첫째. 전통적 세계관, 다시 말해 남성중심주의적 사고 안에는 여성혐오적 사고뿐만 아니라 남성혐오적 사고도 공존했습니다. '가정을 책임지는 건 남자야.'나 '힘든 일은 남자가 해야 돼.' 같은 것들요. 2000년대에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과 성폭행은 사회적으로 크게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유교적 가부장제 배척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비판받는 이유는, 1. 새로운 권리를 누리려고만 하면서 2. 상대편이 받는 혐오에는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이중성 때문입니다(이를 남성중심주의적 가치관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선후관계가 중요한 것 같은데, '유교적 가부장제 - 급진적 여성주의자의 등장 - 여성주의 혐오자의 출현'이라고 봅니다. 이전까지는 '유교적 가부장제를 교육'받았습니다. 하지만 '가치관 교육 철폐'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반발심으로 여성주의 혐오자들이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둘째. 급진적 여성주의자들 스스로 온건파로 돌아올 것 같진 않습니다. 현재 한국 페미니즘의 흐름으로 미뤄볼 때, '효과를 보였던' 지름길을 마다하고 우회하려 노력할 것이라 여기기 힘듭니다(인간은 항상 합리적이진 않죠). BeGray님처럼 온건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지도 의문이고요. 대대적인 비판은 무리더라도, 온건/합리주의자들이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 사상적 동지를 늘려나가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달았던 댓글을 수정하려다가 실수로 삭제했네요... 에궁.
    급하게 다느라 전개를 조금 빼먹은 것 같은데, 참고해서 봐주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BeGray 2017.02.17 01:24 신고 Modify/Delete

      1. "1. 새로운 권리를 누리려고만 하면서 2. 상대편이 받는 혐오에는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이중성" 이건 어떠한 유보조건 없이 그대로 인정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애초에 그 '전통적 세계관 안에 있는 남성혐오적[정확히는 남성에게도 억압적으로 작용하는, 정도가 맞겠죠] 요소'를 드러내고 제기한 게 여성주의 연구전통이기도 하죠. 물론 "급진적 여성주의자"에 한정하신다면, 온라인 상의 논쟁에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었겠다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기하신 선후관계는 큰 틀에서 동의할 수 있는데, "유교적 가부장제"의 철폐 이후 새로운 상식이 그렇게 빠르고 확실하게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이 워낙 빨리 바뀌는 사회인 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회가 그렇게 빨리 바뀌진 않죠. 심지어 자신이 성평등에 동의한다고 믿는 사람 중에서도 종종 특정 사안에서 문제적인 시선을 드러내는 경우가 꽤 있고요(그런 점에서 저는 현재의 여성주의 운동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로 올바른 남성의 모델을 새롭게 제시하려는 시도를 꼽고 싶네요). 저는 지금을 일종의 과도기로 보는 편이 좀 더 역사적으로 적절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 저는 사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예측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어차피 지난 1-2년 간 잠재적 여성주의자들이 무척 많이 늘어난 상태고, 이들 중에서 온건파적 입장까지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저는 이쪽을 합리적 여성주의 진영으로 구축하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그 다음에 급진파에 대한 설득 같은 걸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물론 역사적으로 이런 운동을 보면 급진파는 늘 일정 지분은 존재한다고 봐야겠죠).

    • 비이상 2017.02.17 11:51 신고 Modify/Delete

      다른 걸 떠나서 '유교적 가부장제 - 급진적 여성주의자의 등장 - 여성주의 혐오자의 출현' 부분에서, '여성주의 혐오자'들이 타격해야 할 건 급진적 여성주의를 등장케 한 유교적 가부장제에 있는 것이지 왜 그게 그러므로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이 문제다' 돼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상대의 태도를 보고 지지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부터 본인이 그런 권력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9. 메갈천국 2017.02.16 22:54 Modify/Delete Reply

    공부타령 골때리네. 이봐. 공부타령 하기전에 너희가 주장한 그 이퀄리즘이 실존하지 않는가 하는가부터 찾아보고 나서 그 다음 논지를 전개하는게 맞지. 페미니즘에 대한 반개 개념으로도 이퀄리즘이 뻔히 사용되고 있는데 또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냐, 비교적 최근의 예라고? 비교적 최근의 예라도 엄연히 반대개념으로 쓰이고는 있잖아 ~ 고작 동영상 한둘? 그 고작 동영상 한둘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니가 보기에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개념으로써의 이퀄리즘이 아니라고 부정은 못하네? 그 고작 한두개 에서 나오는 내용조차 찾아보지 못해서 이퀄리즘은 없다고 저능한 기사나 올린 주제에 남한테 공부하라고 타령은 ㅉㅉ 기본 전제부터가 글러 처먹었는데 구 좌파 놈들 하는 짓은 한결같이 똑같구나~. 너는 남한테 공부타령 하기 이전에 논점이 무언지 파악하는 안목부터 기르는게 좋겠다. ㅉㅉ 같잖아서 웃고간다 ㅋ

    • BeGray 2017.02.17 00:16 신고 Modify/Delete

      위에 링크한 글 제대로 안 읽어보셨죠? 메갈천국님이 말씀하신 거 안 보고 썼겠습니까? 뒷북치지 마시고 조용히 가보세요 :) 왜 본인보다 남이 적게 읽었을 거라고 그렇게 쉽게 확신하는지 의아하긴 한데, 하긴 메갈천국 님 시야를 고려할 때 딱히 그러실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지 않긴 하네요. 글도 잘 못 읽으시는 것 같고^^;;

    • BeGray 2017.02.17 00:21 신고 Modify/Delete

      솔직히 나무위키 성평등주의 날조건 다룬 글에 지금 메갈천국 님이 제시한 논점들이 다 다뤄져있는데, 여기와서 이런 타령 이야기하는 걸 보니 딱히 제대로 답해주고 싶은 생각도 안 드네요. 대화를 하고 싶으면 글을 읽고, 그럴 능력이 없으면 조용히 가시죠. (ㅋ 그리고 저는 구 좌파인 적이 없어서^^;;; 포지션 구별 같은 거 제대로 못 하시죠?)

  10. smu 2017.02.21 03:03 Modify/Delete Reply

    시간이 좀 지났지만, 다시 답글 다네요. 우선, 정성스럽고 논리적으로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남성이고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성이라서 혹은 남성이라서 차별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말씀하신대로 글쓴분과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답변해주신대로, 비판의 선후관계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과격한 여성주의자가 나타난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과격한 여성주의자(메갈 혹은 그 지지자같이 이의제기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배제,축출하고 그들만의 상식을 가지려는 사람들에 한해서)에 의해 여성주의에 반발하는 남성들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반발하는 남성중에 차별주의자도 있겠지만, 양성평등에 찬성하지만 메갈 혹은 그 지지자의 발언 혹은 행태를 본 남성들이 반발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페미는 악이다 혹은 정신병이다 같이 단정짓는 건 비판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페미니즘 내부에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많은 분들도 똑같이 비판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글의 기본적인 논조에 동의합니다.

    • BeGray 2017.02.24 22:29 신고 Modify/Delete

      답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최근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의원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 선언 이후로 (문 의원의 본심이 뭐든 간에) 다시 이 말의 용법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 궁금해집니다만, 어쨌든 '합리적' 여성주의자들을 위한 영역들이 점차 넓어지고 더 많은 비 여성주의자 남성들을 설득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는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페미니즘 내부에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많은 분"들이 여성주의라는 걸 무기로 삼아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그릇되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지칭하시는 거라면, 그들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다만 그걸 (이제야 출발점에 선) 온건파 여성주의자들에게 맡기고 그들에게만 책임을 지워서는 현실적으로 더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게 저의 예측이다, 이런 정도만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차분한 어조로 말 걸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11. 2017.03.30 03:29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eGray 2017.04.04 09:10 신고 Modify/Delete

      아 댓글이 달린 걸 지금에야 봤습니다^^; 흥미롭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언제든 코멘트는 환영입니다 :)

  12. ㅇㅇ 2017.04.09 13:22 Modify/Delete Reply

    1. 구글에서 "라창년"을 검색해 봅니다.
    2. 아, 심각한 여성혐오 단어군요.
    3. DCinside 남자 연예인 갤러리를 들어가 봅니다.
    4. 신나는 "라창년"들의 "애미"드립과 "줌년", "종년" 드립을 감상합니다.

    ...설득이 되겠습니까?

    • 비이상 2017.04.09 13:45 신고 Modify/Delete

      여성도 혐오를 할 수 있다는 하나마나한 소리죠. 이 글과 대체 무슨 상관인지?

    • BeGray 2017.04.24 03:06 신고 Modify/Delete

      소년의 노래 님// 제 타이핑을 절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3. 안녕하세요 2018.10.10 04:48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오래된 글이지만 혹시나 답변을 받을 수 있을까해서 글을 남깁니다.
    먼저 본문을 전부 다 읽었고, 댓글 내용들과 그에 답변하신 내용들도 전부 읽어 보았습니다.

    가장 궁금한 점은 1년이 넘게 지난 이 시점에도 '반페미', '안티페미'등과 같이 여성을 위한 급진적 언행이 심각한 역효과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도 급진적 언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같이 여성인권을 고민해보던 저도 '여성인권'에 대해서 혐오의 감정이 일어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급진적 언행이 필요하다 라는 견해가 저와 가장 상충된 의견이여서 그렇습니다 :)

    두 번째로 궁금한 점은 이퀄리즘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퀄리즘이란 운동은 존재하지 않는걸로 보시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즘 운동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이퀄리즘이란 운동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기존의 페미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좀더 쉽고 편리하게 합리적인 양성평등을 주장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집니다만 꼭 페미여야 하는건가요?

    (무례하지만 하나만 더 억지로 가정한다면 만약 페미가 아니고 다른걸 해야한다면 무엇으로 대체하시겠습니까?)

    • BeGray 2018.10.10 11:16 신고 Modify/Delete

      안녕하세요, 제 글이 의도한 바대로 전달되었는지 자신이 없습니다만 일단 답변을 드리자면,

      1. 저는 본문 3절에서 "나는 여성주의를 단순히 반사회적 태도나 자의적인 공격성의 표출로 믿는 이들로부터--이는 심지어 자신이 여성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이 말을 구출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합리성"의 가치를 여성주의혐오자들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데서 잘 나타나듯 이 글을 쓸 시점이나 지금이나 합리주의적 여성주의 포지션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1년이 넘게 지난 이 시점에도 '반페미', '안티페미'등과 같이 여성을 위한 급진적 언행이 심각한 역효과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도 급진적 언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와 같은 질문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조금 헷갈리는데요--만약 질문이 제가 "급진적 언행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걸 전제로 한다면, 저의 주장은 그게 아니었으니까요!--일단 그와 무관하게 질문 자체에 답변하겠습니다.

      "급진적"이란 말이 여성주의자 집단 내에서도 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저는 모든 급진주의를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른 포스팅을 통해 몇 차례 밝혔듯 저는 워마드나 TERF 계열은, 비록 거기에서 여러 쟁점이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한 건 사실이지만, 여성주의자들이 확실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같은 페미니스트'로 묶이는 걸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마드·TERF와 다른 '래디컬 페미니스트' 의 경우는 당연히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이러한 주장이 지금 시점에 그다지 인기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합리적인 스탠스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최소한 상호존중할 수 있는 포지션을 획득하는 여성주의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더 해로우리라는 데 의견의 변화가 없습니다.

      2. 질문에 전제되어 있듯, 인간의 언어는 계속해서 변하곤 하니 언젠가 긴 시간이 지나면 "이퀄리즘"이 중요한 용어로 받아들여질 때가 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가 사용된 건 19세기 후반 정도부터지만,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입장은 서구에서 적어도 17-18세기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전통이 있고, 20세기에선 페미니즘이란 말을 빼고 성평등의 전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퀄리즘이 진지한 용어로 도입되기를 원한다면, 그 주장자들이 페미니스트 전통을 거부하는 대신 자신의 중요한 원류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20세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을 담아낼 수도, 지금처럼 안티페미니스트들의 무기라는 의혹을 떨쳐낼 수도 없으니까요.

      다음으로, 현실적인 문제입니다만, 현재 대부분의 여성들이 성평등을 위한 핵심어로 페미니즘/여성주의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오세라비 같이 지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필자는 일단 논외로 합시다) 거기에 적지 않은 수의 안티페미니스트가 포함된 상대적으로 소수의 집단이 이퀄리즘이란 말로 페미니즘을 대체하는 데 성공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언어에도 부침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언젠가 사람들이 다시 페미니즘이란 말 대신 다른 용어를 채택하고자 할 시절이 올 수도 있고, '이퀄리스트'들이 주도권을 잡고 싶다면 그때를 노리는 편이 현명하겠죠. 물론 그것도 지금 묻어있는 안티페미니즘의 잔재를 전부 털어버린 뒤에야 설득력이 있겠지만요. 초기에 "이퀄리즘"을 주장한 사람들이 나무위키 위조문서 작성 같은 워낙 황당한 짓들을 해놔서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기까지는 한참 걸릴 수 있겠습니다만,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글쎄요, 뭐가 됐든 해당 시점에서 성평등/인권/시민성 등에 가장 잘 부합하는 용어를 쓰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필요에 따라 젠더블라인드한 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현 시점에서 페미니즘을 "대체"할 용어가 등장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14. 안녕하세요 2018.10.10 15:08 Modify/Delete Reply

    빠른 답변에 감사합니다.
    본문 3절이 가장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독해력이 딸리나 보네요ㅠ)
    답변 주신 내용대로 제가 잘못 이해했다라는 생각을 했고 몇번 읽어본 끝에 글 쓰신분의 의도를 명확히 알게되었습니다.

    글 전체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글 쓰신분이 주장하는 페미니즘이라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수용될 여성운동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굳이 이퀄리즘을 쓰지 않아도 말이죠)
    본문에도 쓰신 것처럼 페미니스트가 합리성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페미니즘 운동 뿐 아니라 실질적인 여성인권에도 심각한 피해가 야기될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심각한 피해가 있다고 생각하구요.)

    비지성주의에 대해 비판하셨는데 문제는 이것이 다수의 국민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는 점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임을 씌워 메갈 = 페미 = 여성인권 = 혐오로 쉽게 받아들이는 현실인만큼 일부 여성인사가 주장하는 미러링에 대한 옹호가 과연 여성인권에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해 생각한다면 절대 아니라고 판단되어집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페미니즘 운동은 사회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에 씌워져 남성들에게는 물론 여성인권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여성분들한테도 외면받는 운동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시각으로 단정 지은 것입니다)
    때문에 이퀄리즘이나 휴머니즘 같은 운동을 제안한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페미니즘의 전통을 원류로 받아들이는 대신 '과격한 페미'라고 인식되는 것에서 프레임 탈출을 하고, 과거와 다르게 인식이 개선된 여성인권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주장한다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해서 질문 드렸던 겁니다.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을 한 댓글에도 친절히 답변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BeGray 2018.10.11 02:00 신고 Modify/Delete

      어떤 글이든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건 늘상 있는 일이니 괜찮습니다 ㅎㅎ

      지금과 같은 상황에 앞으로의 일을 전망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겠죠. 10년 뒤에 우리가 성평등을 위해 어떠한 언어와 논리를 사용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저는 제 생각에 지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가끔씩이라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다보면 이런 입장의 페미니즘이 좀 더 확산될 가능성도--저는 사실 적극적으로 의사개진을 하지 않는 분들 중에서 이러한 입장의 지지자들이 적지 않게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있겠죠. 어쨌든 일부 극단적인 안티페미니스트나 수구론자들을 제외하면 성평등의 기본적인 가치에는 대체로 합의해가고 있으며 과거에는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불법촬영 및 유포 등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으니 장기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금이 우리의 실감과 달리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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