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uel Moyn. "From Communist to Muslim" 읽고 간단 정리

Intellectual History 2016. 8. 10. 16:48
[8월 1일 여행 중 기록한 내용을 옮겨둔다. 티스토리에서 이제 스마트폰으로 글을 올리려면 반드시 앱을 설치하도록 바꿔놓아서 그동안 업데이트를 못했다.]

모인의 논문 간단 정리.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쪼개 작성한 거라 글이 덜 다듬어졌다.

Moyn, Samuel. "From Communist to Muslim: European Human Rights, the Cold War, and Religious Liberty." _The South Atlantic Quarterly_ 113.1(Winter 2014): 63-86.

모인의 글은 당시 유럽연합 인권재판소가 공적 공간에서의 무슬림 두건 착용 금지가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삼았던 유럽인권협약 9조 종교의 자유(religious freedom) 항목이 20세기 중반 유럽에서 어떤 맥락에 기초해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한다. 그는 유럽연합 인권재판소의 판결을 수긍하는 측과 비판하는 측 모두 종교의 자유를 세속주의(secularism)의 맥락 하에 속한 것으로 전제하는 상황이 잘못된 역사적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놀랍게도 해당 조항은 오히려 양차대전부터 냉전기에 이르는 20세기 중반부 유럽의 기독교도들이 세속주의, 특히 공산주의 세속주의자에 대항하기 위해 채택했다고 주장한다--논문명인 "공산주의에서 무슬림으로"는 과거 공산주의(세속주의자)를 겨냥한 장치가 오늘날에는 무슬림을 향하게 되었다는 모인의 주장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모인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종교개혁을 전후해 점차 등장하기 시작한 종교적 자유가 세속화의 흐름에서 이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중반 유럽 기독교도들은 역으로 이 개념을 세속화의 파고로부터 신앙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는 방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2차 대전을 거쳐 냉전기로 들어서면서 기독교의 최대 적수로 등장했던 공산주의에 대항해서 말이다. 이 개념이 (유럽 및 미국에서) 국제적으로 전파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첫번째 도구가 바로 세계인권선언(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었고, 우리는 이후 유럽인권협약이 전자로부터 종교의 자유 항목을 차용하다시피하는 걸 보게 된다. 실제로 양자의 작성에 깊게 관여한 프레데릭 놀데(Frederick Nolde)와 찰스 말릭(Charles Malik) 모두 독실한 가톨릭이었을 뿐더러 종교의 자유를 인권의 핵심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현대 인권의 기원과 기독교(특히 가톨릭)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68-69).

가톨릭은 종교전쟁 시기부터 세속화에 거세게 저항해왔고 195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까지도 종교적 자유를 "모던한 것"으로 간주하며 비판하지만, "그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사상가"이자 인권선언의 초안작성에 참여한 자크 마리탱(Jacques Maritain)은 51년에 이미 양심의 자유가 "진리를 자유롭게 믿을 수 있는 권리"(the right freely to believe the truth)로서 무관심주의, 상대주의, 세속화에 대항하기 위해 이론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72). 냉전기는 유럽 각국에서 최대의 정치세력이었던 기독교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경쟁구도가 펼쳐졌고, 유럽인권협약은 전자의 투쟁을 위한 도구로서의 측면을 갖추고 있었다. 한때 세속주의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것처럼 보였던 이후와는 달리, 당시에 기독교는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한 최소의 요건"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다--우리는 유럽인권협약 9조 2항 종교적 자유의 제약가능요건을 이해함에 있어서 오늘날과 당시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60년대 이후 유럽 기독교의 급작스런 붕괴가 이러한 맥락을 매우 낯설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놓았지만 말이다.

"정치적 권위와 종교적 권위를 분리하지만 종교적 규범이 공적인 생활에 침투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적 지배"가 "헌정주의적 신정"(constitutional theocracy)이라면, 모인은 이것이 단지 유럽의 기원에만이 아니라 현대 유럽의 시작을 이해하는 데도 여전히 중요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무슬림 두건 착용 금지 판결의 문제점은 종교적 자유라는 개념 자체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세속주의에 깃든 노골적인 차별적 기제에--왜 기독교적 장식물은 허용되고 무슬림의 것은 허용되지 않는가?--있다.

이어서 해볼 수 있는 질문들: 권리 언어를 포함해 규범적 언어의 한계지점에는 종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가? 모인의 2016년 책 및 테일러, 월드론 읽기.

세속화의 진행은 규범언어와 종교의 관계를 다시금 강화시키는가? 세속화는 단지 신학적인 것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고유의 규범을 가질 수 있는가?

뿌리깊은 기독교 전통도 없으며 천주교를 제외한다면 기독교와 보편 인권의 관계도 미약한 한국사회에서 규범과 세속화란 무엇일 수 있는가?

'역사학적' 질문: 과거로부터의 기원을 확인하는 것과 그 기능의 현존을 확인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인권의 기독교적 기원은 여전히 기독교적인 무언가를 요구하는가?

종교/양심/사상의 자유의 양의성.

*참조. 유럽인권협약 9조.

"제9조(사상․양심․종교의 자유)

1.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자기의 종교 또는 신념을 변경하는 자유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적 또는 사적으로 예배, 선교, 행사와 의식에 의하여 그의 종교 또는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2. 자기의 종교 또는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는 법률에 규정되고, 공공의 안전, 공공질서, 보건, 또는 도덕, 또는 다른 사람의 권리 및 자유의 보호를 위하여 민주사회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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