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청소년연합의 무상급식폐지운동: 한국우파 관변 시민단체에 관한 단평

Comment 2016. 2. 1. 12:03

기사링크: 데일리 대한민국(http://m.dailykorea.kr/a.html?uid=8889)


댓글들을 보면 멍청하고 생각없는 애들이다, 10대가 알아서 하는 거니 일단은 지켜보자...등등의 반응이 나오는데, 거두절미하고 현수막에 작게 적힌 내용만 읽어도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행사를 함께 준비하는 집단 명칭을 보자.


"전국청소년연합, 탈북청소년연맹, 대한청소년나라사랑연합, 교육수요자포럼, 청소년미래교육컨퍼런스, 미래청소년연합 경상정책포럼"


한국 우파들이 만들어온 관제 시민운동단체 명단을 보아온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차리겠지만, "탈북"이나 "나라사랑", "미래"는 우파들이 그냥 흔하게 선호하는 거의 클리셰 수준의 키워드다. 거기에 이 단체가 내세운 논리에 들어가는 레토릭을 보면 사태는 좀 더 분명해진다. "경쟁"과 "수요자중심"을 선호하는 것은 이명박 시절부터 내려오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교육철학의 산물이며 "무차별강제급식", 보편복지에 대항한 선별적 복지의 강조, 학생 "안전"의 요구 등은 2010년 초반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교육정책 논쟁에서 우파들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활용되었던 것들이다. 덧붙이자면 이들이 전교조를 비판하는 논리구조는 대표적인 극우파 관제 단체인 대한민국 청년대학생연합(대청연)이 민주노총을 저격할 때 사용하던 것과 매우 흡사한 인상을 준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대한청소년나라사랑연합"의 네이버 카페를 들어가 2011년 1월부터 활동한 게시물을 죽 보면 이들의 정치색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http://m.cafe.naver.com/communityofnasamo.cafe).


현재 나는 다음과 같이 추정하고 있다. 이 모임은 어버이연합-엄마부대봉사단-한국대학생포럼(한대포)-대청연으로 이어지는 우파 관제 '시민운동단체'의 계보에 속한다. 주지하다시피 김대중/노무현 시절까지 시민정치영역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가 쓴맛을 본 한국의 우파 정치집단은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조직적으로 유사(pseudo)-시민단체를 만들어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이 단체들은 대체로 지적, 정책적인 수준에서는 형편없는 논리를 제출할 뿐이지만(그나마 계급수준이 높은 한대포의 세미나자료를 읽어보면 학부 1학년도 안 되는 수준에 눈물이 난다ㅠㅠ), 어쨌든 이들에겐 정권이 유지되는 한 풍족한 지원금이 주어질 뿐더러 여기서 활동경력을 쌓아 새누리당 주도 우파네트워크에서 한 자리를 해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품을 수 있다(그래서 "어찌됐든 새누리가 이겨야 나도 한 자리 해먹는다"는 이해관계로 엮인 네트워크가 생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제3자들 중에서는 이게 뭐하는 집단인지, 논리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도 모르고 아 정부정책이 시민사회 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일장일단이 있구나 하고 넘어가는 이들이 있고, 이들은 바로 이걸 노리고 활동한다. 그러한 네트워크 중 하나로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의 회원단체 목록을 보라(http://www.koreaunited.kr/?page_id=468). 비슷한 단체로 "사단법인 대한민국감사국민위원회"(http://thankskorea.com/)를 참고.


물론 나는 이들의 대체로 한심하고 해로운 존재에 어떠한 온정적인 시선도 주고 싶지 않다. 문화연구자라고 해서 질 떨어지는 대상을 보면서 스트레스 안 받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정부가 시민운동에 이 정도로 개입하는 건 시민사회를 영원히 "미성숙한" 상태로 놓아두겠다는 의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쨌든 시민사회운동 분석에서 연구자들이 할 몫이, 그리고 밀알과 모래알을 가려내는 데서 시민 각자가 노력해야 할 몫이 이들 덕에 늘고 있다. 그러니 애꿎은 청소년 욕하지 말라는 결론.


*자료 제보해주신 분께 감사 드린다.



Trackbacks 0 : Comments 4
  1. 비이상 2016.02.01 12:48 신고 Modify/Delete Reply

    무상급식 관련해서는 많은 논쟁을 한 적이 있는데 참 답이 안 나오더군요. 무상급식 반대자들은 '보편과 평등'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할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애초데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철저하게 '반이념주의, 실용주의'에 기반해있기에 기대도 안 했습니다만, 차별과 계급성에 대해서 놀라도록 무지한 그들의 모습에서 어떤 섬뜩한 기운마저 느꼈습니다.

    • BeGray 2016.02.07 12:29 신고 Modify/Delete

      애초에 모르는 것도 있고 한번 입장이 정해지니까 더 눈 감고 싶은 것도 있고--사람은 자기정당화의 동물이니까요--... 이런 타입과 논쟁할 때는 그 "실용주의"가 사실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게 차라리 논쟁의 진전이 있죠.

  2. 강가딘 2016.02.05 09:47 Modify/Delete Reply

    온정적 시선을 보낼 이유는 전혀 없고, 그렇다고 암껏도 안 하고 무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아니고 그렇네요. 돈받고 일하는 청소년 시민단체보다 자발적으로 달리는 건강한 청소년 단체가 더 많아야 이넘들한테 밀리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겠지요. 결국은 담론도 실천도 숫자 싸움이고 힘겨루기니까요. 참 어렵네요. ㅜㅜ

    • BeGray 2016.02.07 12:32 신고 Modify/Delete

      아마 현재로서는 중도파/좌파들 사이에도 일종의 연합전선이 형성되어 "자발적인" 청소년 단체에게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게 힘의 균형이 맞는 길일 듯 싶어요. 이미 우파의 광범위한 조직체가 결성되고 있는 이상 반대편도 연합 없이는 각개격파 당하기 딱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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