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법 추진안에 대한 비판적 논평

Comment 2016. 1. 21. 01:12
*한겨레 기사링크: "대학정원 16만명 줄이고 공,의대 2만명 늘린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27106.html

*주요 인용: "교육부는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대학 전공과 일자리가 일치하지 않는 ‘인력 미스매치(불균형)’ 현상을 해소해 청년 취업난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14~2016년 4만7000명, 2017~2019년 5만명, 2020~2022년 7만명의 대학 정원을 감축해 2022년까지 모두 16만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대학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추진하고 하반기에는 지난해 1주기에 이은 2주기 구조개혁 평가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학과 의학 등 인력이 부족한 분야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4년간 정원을 2만명 확대할 계획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대학이 기업 요청에 따라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졸업 뒤 취업을 보장하는 ‘사회맞춤형 학과’의 정원도 크게 늘어난다. 현재 4927명 수준에서 2017년까지 1만5000명으로 3배가량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정원 감축이 불가피한 자연과학과 인문·사회·예술 등 기초학문 분야의 위축과 반발이 예상된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른바 경제선진국들의 공학 전공자 비율은 10명 중 1명꼴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4명 중 1명 수준이고, 공학계열 취업률도 최근 4년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장기적으로 인력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등교육의 역할과 지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숫자 줄이기에 급급한 대학구조개혁법이 올 상반기 중에 제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하 나의 코멘트:

이준식 신입 교육부장관의 취임 후 곧바로 거대 플랜이 나왔다. 이번 정부는 남은 2년 동안 정말 끝까지, 막장까지 가볼 요량인듯 하다. 몇 가지만 지적하자.

1) 현재 대학구조개혁법 추진안은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2013-2023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의 예상치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래를 전망하는 것 자체는 좋지만 그 정확도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보고서 하나만 보고 대학교육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게 얼마나 합리적인 행위인지 반문이 가능하다(인력수급전망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다음 기사 및 대학교육연구소의 게시물을 참고하라: http://www.usline.kr/news/articleView.html?idxno=5822 및 http://khei-khei.tistory.com/1646).

2) 설령 인력수급전망을 신뢰한다고 해도, 각 학문을 대표하는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교육부에서 단기간에 독단적으로 제시한 계획에 따라 재구축한다는 게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애초에 이 법안 자체가 극단적인 "계획경제"의 산물이라고 할 법 한데(우리는 정말 1970년대에 와 있다!), 진짜 문제는 그 계획경제의 작동방식이 너무나도 허술하다는 거다...나는 계획경제 자체가 나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박근혜 정부의 계획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요컨대, 보고서의 신뢰도 및 그에 따른 해결책 모두에서 이 정책은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3) 대학교육은 대학생들만이 아니라 교육자 및 행정기구의 조정까지 같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제도적/비제도적 생태계다. 유감스럽게도 이 계획대로 모든 것이 신속하게 변화할 때, 이로 말미암은 한국 대학교육의 생태계 파괴는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현재도 더 적은 교원을 고용하면서 수업 질이 하락하는 문제가 증대하고 있다).

4) 심지어 진보적/합리적인 스탠스에 있는 이들도 종종 놓치는 거지만, 대학의 기능은 단순히 경제적 수요에 따른 전문인력양산이나 "기초학문보존"에만 있는 게 아니다(그러한 관점은 사회의 복잡함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낮은 사회이해도를 보여준다). 사회는 경제 못지 않게 정치 및 시민사회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국의 대학은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측면에 필요한 인력생산을 모두 책임지는 재생산기구다--대학의 기업종속화가 문제적인 건 자본이 나빠서가 아니라 대학이 기업의 요구보다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대학의 기능을 경제영역에 독점적으로 맞추고 있으며 다른 영역들의 필요를 고려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체제가 정치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시민들로만 구성된 사회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대학에서 시민사회의 구성원에 대한 교육을 포기할 경우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은 감당하기 힘든 정도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교육부와 박근혜정부의 고등교육정책추진은 그 파급력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아마추어적이라는 인상을 주며, 그들의 '실적'에 비해 한국의 미래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너무나 크다. 고등교육 및 정책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방향을 절대로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앞으로 2년 간은 (어쩌면 그 다음 5년도!) 어떻게 이 흐름을 막고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고등교육계의 쟁점이 될 것이다.

*추가 주석: 교육정책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교육모델을 참고하고 닮아가는 모습은 매우 주목할만하다(http://www.hellodd.com/news/article.html?no=56648). 그러나 전자는 대체로 후자의 조악한 복사판이라는 게 씁쓸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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