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왓모어, <서양 정치사상사> 한국어판 첫 인상
Intellectual History 2024. 12. 12. 03:23[2024년 12월 12일에 추가]
리처드 왓모어, 『서양 정치사상사』 (황소희 역, 교유서가, 2024; 원저는 Richard Whatmore, The History of Political Thought: A Very Short Introdu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21)를 한번 빠르게 다 읽었다. 간략한 인상만 기록한다.
책의 서술 자체는 아주 좋다. “정치사상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역사, 정치, 사상, 정치 논쟁에 관심 있는 독자들 모두가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다. 큰 이야기는 시원시원하게 하면서도 섬세한 독자만이 캐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아이러니를 섞어 슬쩍 얹어놓는 저자의 영국적인(?) 글쓰기 스타일이 옥스퍼드 VSI 시리즈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걸 깨달았다. 『지성사란 무엇인가?』에도 비슷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대목이 있지만, 마르크스주의, 현대 미국 정치철학, 케임브리지 언어맥락주의, 코젤렉의 개념사, 미셸 푸코를 하나의 책에서 함께 놓고 음미하는 구성은 지구상에서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비록 나는 푸코 챕터의 한 대목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역사 속에서’ 운동하는 사상이 마주치는 여러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그 어떠한 해법도 간단하게 정답이 될 수 없는 상황을 조명하는 저자의 서술은 사상사의 고유명과 학파 자체에는 큰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어판의 만듦새는 미묘하다. 공정하게 말하면 한국어판은 저자의 큰 요지를 이해하는 데 심각한 문제는 없으며, 가독성도 대체적으로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비학술적인 독자가 사서 읽었다고 해서 특별히 불만을 느끼지 못할 정도는 된다. 예컨대 사학과 학부생을 위한 독서리스트를 만든다면... 제외할 것까지는 아니다. 학술적인 용도로 이 책을 참고한다면, 인용하기 전에 반드시 원문대조를 권한다. 지성사를 공부하는 독자라면 원서를 천천히 숙독하는 것도 좋다(어차피 매우 짧고 판형도 작다).
왓모어는 영국·유럽 정치사상사 연구를 매우 깊고 넓게 원용할 뿐만 아니라, 언뜻 평이해 보이는 짧은 문장에 종종 아이러니한 혹은 (그때까지 본인이 설명해온 내용에 대한) 비판적인 뉘앙스를 섬세하게 덧붙이는 걸 즐기는 저자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어판은 이를 담아내지 못한다. 다른 블로그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맥락의 상세한 부연 없이 역사적 사실이 언급되거나, 18세기 혹은 영국학계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가 요구되거나(예컨대 “『18세기 영연방인The Eighteenth-Century Commonwealthman』”[45]에서 “Commonwealth”은 “영연방”이 아니라 res publica의 직역, 즉 국가/공화국을 지칭하며, 따라서 해당 도서명도 “18세기의 공화주의자”로 옮겨야 한다), 의미심장한 논평이 덧붙여지는 대목에 이르면 오역 혹은 원문의 섬세함을 뭉개지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역자의 역사적 배경지식이나 언어장악력이 저자의 지평에 미치지 못한다(단순한 해석상의 오류를 나열하진 않겠다). 역사적 지식은 그렇다치고, 정치학 베이스가 있는 역자가 “people”과 “nation”을 종종 “국민”에 뒤섞는 것은 매우 의아하다.
교유서가가 이 책에서 보여준 편집 상태는... 교정교열을 한 단계는 빠트린 느낌이다. 원문 대조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어니스트 바커”(83), “어네스트 바커”(129)처럼 동일 인명이 다르게 옮겨지거나, 독일어권 성씨에 붙는 “폰von”을 계속 “본”으로 옮긴다거나(“오토 본 기르케”[84]. “카를 본 사비니”[126]), 에밀리 뒤 샤틀레의 “du”를 “드”(46)로 옮긴 것 등을 놓친 건 명백한 편집진의 실수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을 설명할 때 “1972년부터 1997년 사이에 등장한”(160) 것이 “개념어”가 아니라 『역사적 근본 개념』이라는 것, 즉 해당 절이 개념사 사전 자체의 출간일을 수식한다는 사실 정도는 교정 과정에서 잡아주는 게 좋았을 것이다(구글링하면 위키에 다 나온다). 우리가 초판 1쇄에 갖가지 오류가 발견되는 상황을 용인해 주는 세계에 살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는 잡아줬어야 하지 않나?’라는 물음이 반복적으로 들게 만드는 상황을 부정할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해 나는 『서양 정치사상사』가 더 흠결 없는 형태로 나오지 못한 주된 원인은 역자보다는 출판사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역자가 성실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저 원저의 많은 부분이 애초에 그의 능력범위 바깥에 있었을 뿐이라는 게 공정한 판단일 것이다.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바 있듯, 한국에 관련 전공자들이 이미 있고 그들은 기꺼이 본인들이 애정하는 지도교수의 책 감수를 맡아주었을 것이다. 물론 교유서가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겨울에 내보내야 하는 첫 단추 시리즈 패키지’ 중 겨우 한 권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쏟을 여력은 없다고 불평할 수 있다. 종종 ‘현실적인’ 일처리를 하게 되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 동감한다. 하지만—
—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일급과 일급이 아닌 것, 양서와 그렇지 않은 것, 제대로 된 것과 대충 만든 것 사이의 차이가 나오는 법이다.
P. S. 내가 한국어판에 바라는 바는 딱 둘이다. 어떻게든 1쇄를 털어서 2쇄를 찍을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2쇄를 찍기 전에 적절한 감수자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문 검토를 받아 더 괜찮은 상태의 책이 나오는 것이다.
다음은 국역본 3장, 즉 60쪽에서 91쪽까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으며 한국어 문장이 눈에 걸리는 대목을 골라 원문을 찾아보고 검토한 내용이다. 표면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적 접근법을 비판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일 것 같은 3장은 실제로는 저자 왓모어 자신의 계몽·프랑스혁명 및 이후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꽤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61쪽
"그들의 관점을 재구조화reconstructing their view"
→ "그들의 관점을 재구성/복원"
"18세기 말까지 계속됐던by the end of the 18th century 상업의 발전이 유럽 국가들을 역사상 그 어떤 국가들보다도 강력하게 만들었으며"
→ "18세기 말에 이르면"
"평화와 우호적 관계peace and politeness"
→ 여기서 "politeness"는 18세기적 표현으로 한국어에 일대일 대응되는 표현을 찾기 어려운데(프랑스어에서 파생된 말로, 연마된polished의 연장선에서 비롯한 느낌을 떠올리면 됨. 세련됨, 정중함, 고상함 등등...으로 옮김), 굳이 번역하자면 (사교성에 기초한) "교화"에 가까운 느낌
62쪽
(애덤 스미스를 언급하며) "추정적인 면이 있는 역사 분석conjectural historical analysis"
→ 18세기 역사서술의 역사를 모르면 conjecture가 하나의 분석 기법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 있는데, "추론적인 역사 분석" 정도로 옮겨야 함
"추정적인 면이 있는 역사 분석을 정치, 도덕, 경제에 대한 역사에 각기 적용한 <국부론>의 분석적인 면"
→ 원문은 "the systematic nature of his Wealth of Nations (1776), combining conjectural historical analysis with the history of politics, morals, and the economy", 즉 "추론적인 역사 분석[방법]과 정치, 도덕, 경제의 역사를 결합한 <국부론>의 체계적인 면모" 정도가 적절함
원문이 mercantile system, 즉 "중상주의적 체제"인데 그걸 굳이 "'중상주의'"라고만 옮긴 것은 의아한 선택. 이 문맥에서 스미스가 공격하는 것은 사상으로서의 중상주의만이 아닌, (당시 영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간주된) 하나의 체제이기 때문.
68쪽
"The United States too had to become larger and more powerful, generating commercial revenues to defend itself in war, just like the European forms of state from which the Founding Fathers had differentiated their polity."에서 just like~ 부분을 "[페인은] 유럽과 같은 국가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본 것이다"로 옮긴 것은 과도한 의역.
"natural rights"를 "자연권"이 아닌 "자연적 권리"라고 옮긴 것은 틀렸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걸리는 부분
69쪽
"미신이나 열정superstition and enthusiasm": enthusiasm은 "열광" 정도로 옮기는 게 적절. 단순히 열정적인 상태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17-18세기 유럽에서 특정한 종교적인 상태를 (보통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임. cf. fanaticism, bigotry 등.
70쪽
"20세기 정치사상사 저술에"
→ 원문은 "the writing of the history of political thought through the 20th century", 거칠게 옮기면 "20세기 내내 정치사상사를 서술하는 데에" 정도
71쪽
"정치사상사의 많은 연구는 특정 주제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접근법을 활용한 반박으로부터 이뤄졌다. 일례로, 정치사상사가들은 언제나 저항권 문제를 고민하며, 궁극적으로 혁명이 국가를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공동체를 처음부터 건설하는 최선의 수단인지를 고민해왔다."
→ 원문은 "Much work in the history of political thought has derived from the refutation of Marxist approaches to the subject. Historians of political thought have always engaged, for example, with the question of rights of resistance, ultimately whether revolution is the best means of changing a state or starting a new community from scratch.", 따라서 "정치사상사의 많은 연구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접근법을 반박하는 데에서 뻗어나왔다. 예를 들면, 정치사상사가들은 언제나 저항권의 문제를, 궁극적으로는 혁명이 국가의 변혁 혹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출범하는 일에서 가장 좋은 수단인지를 두고 씨름하고 있다" 정도로 옮겨야 함.
79쪽
"프롤레타리아와 소작농들로 이루어진 민중 연합체"
→ 원문은 "a democratic union of the proletariat and the peasantry", 즉 "민중"이 아닌 "민주적인"으로 옮겨야 함
"이제 소련이 된 곳에서 1923년경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마르크스주의의 추종자들에게 '진리'가 주입되기 시작했다"
→ 원문은 "By 1923 events in the now Soviet Union had begun to dictate the ‘truth’ of Marxism to acolytes.", 대략 "1923년에 이르러 이제는 소련이 된 곳에서 벌어진 사건들[즉 레닌의 사망과 스탈린의 권력승계]로 인해 마르크스주의의 '진리'가 그 추종자들에게 주입되기 시작했다"로 옮기는 편이 적절
81-82쪽
"콜링우드는 [...] 마르크스를 매우 중요한 인물로 언급하며, 그 이유로 [/] '모든 사상이 행동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들었다"
→ 원문은 "R. G. Collingwood identified Marx as being of great importance [...] because ‘all thought exists for the sake of action’."; 즉 "콜링우드는 [...] 마르크스를 매우 중요한 인물로 지목했는데, '모든 사상은 행동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82쪽
"애버딘 학교의 제임스 H. 번즈"(James H. Burns at Aberdeen) → 번즈는 1947년부터 애버딘 대학교U of Aberdeen의 정치이론 교강사직(lecturer; 보통은 교수로 가는 정년 트랙인데 아닌 경우도 있음)을 맡음. 즉 "애버딘 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정도로 옮겨야 함.
83쪽
"정치사상사가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마르크스주의적인 이해의 틀을 거부할 경우 자칫하면 정치사상사를 사회 변혁의 힘으로 전환하는 데 관심이 없는 고서 수집가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 "One danger for historians of political thought was that in rejecting a Marxist framework of understanding they were identifying themselves as antiquarians, uninterested in turning the history of political thought into a force for social change"; 좀 더 정확하게 옮기면 "마르크스주의적인 이해의 틀을 거부할 때 스스로를 정치사상사를 사회변혁을 위한 힘으로 전환하는 데 무관심한 고문헌연구자로 규정해버리게 되는 것이 정치사상사가들이 마주한 하나의 위험이었다", 즉 시제를 과거형으로 옮겨야 함. 여기서 저자는 오늘날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이 곧 현실정치에 관심이 없음을 의미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음. 한국어판에는 원문의 시제를 제대로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 혹은 뉘앙스 누락이 종종 눈에 띔.
"영향력 있는 고전주의자였다가 [...] 어니스트 바커"
→ "고전주의자"로 번역된 classicist는 "고전학자"로 옮겨야 함. "medievalist"가 "중세주의자"가 아니라 "중세학자/연구자"인 것과 같음.
"그는 존 로버트 실리가 남겨놓은 두 개의 역사적인 논문을 가르쳤으며"
→ "두 개의 역사적인 논문"(the two historical papers)에서 "papers"는 논문이 아니라 케임브리지 Tripos 체제의 "수업 과정"/"주제"을 가리키는 표현임. 지금도 케임브리지 역사학과의 tripos 로 검색하면 여러 과정/주제가 나오며, 각각의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읽어야 하는 방대한 문헌 목록을 찾아볼 수 있음.
84쪽
"바커는 수년 전부터 이미 그러한 비판을 지속해 오고 있었다"
→ 원문은 "His critique had been formulated many years before", 즉 "[근대적 독재에 대한] 그의 비판론은 오래 전부터 [여기의 문맥에서는 앞서 언급한 역사학 과정, 즉 정치사상사를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정립된/체계화된 것이었다"로 옮겨야 함.
"오토 본 기르케"(84)
→ "본"von은 독일식으로 "폰"으로 표기해야 함(담당 에디터가 유럽어 표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듯).
85쪽
원문의 "utopian"을 굳이 "완전히 이상주의적인"으로 옮긴 이유는 잘 모르겠음.
"사회 변혁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사상사를 이끄는 데 있어서의 이념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긴 라스키"
→ "Laski, for whom ideas mattered in leading the history of political thought to justify societal transformation", 이 문장의 뜻은 "라스키에게 있어 관념/사상은 사회 변혁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사상사를 이끄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쯤이 됨. 여기서 "이념"으로 옮겨진 "ideas"는 "사상"이나 "관념"으로 옮기는 게 적절해 보임; 인간의 생각/관념이 특정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가르침을 강조하는 맥락.
87쪽
"모든 분파가 교리적으로 이단인 다른 분파와의 차이점을 내세우며 스스로를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자라 주장했다"
→ 원문 "each portraying themselves as truly Marxist to be contrasted with the doctrinal heresies of others"는 "각 분파는 스스로를 다른 분파의 이단적 교리[or 다른 교리적 이단]와 맞서는 참된 마르크스주의자로 그려냈다" 정도로 옮겼으면 조금 더 자연스러웠을 듯.
"코젤렉이 카를 슈미트를 인용하며"(Reinhard Koselleck, drawing upon Carl Schmitt,)에서는 코젤렉이 슈미트를 단순히 인용만한 게 아니라 원문 그대로 슈미트에게 "기대며/의지하며draw upon"의 뉘앙스를 살렸어야 함. 여기서 암시하는 코젤렉의 책은 슈미트에게 한창 젖어있던 시기에 쓴 박사논문, 즉 <비판과 위기Kritik und Krise>임.
같은 쪽 페늘롱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a Catholic archbishop"을 그냥 "프랑스의 대주교"로 옮긴 것은 누락임(대주교 제도는, "켄터베리 대주교"에서 알 수 있듯, 카톨릭에만 있는 게 아님). 18세기 유럽 지성사 연구자들은 기본적인 종파 구별은 항상 머릿속에 넣고 있음.
90쪽
"국가와 개인의 부의 획득"이라고 옮긴 부분의 원문은 "the acquisition of riches by the state and by its people", 즉 "국가와 그 인민이 부를 획득하는 것" 정도로 옮겨야 함(당연하지만 "people"은 "개인"이 아님!).
"어떤 사업이든 늘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 "As the fortunes of trade forever oscillated", 즉 "교역의 운명은 끝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법이므로"; 이 대목은 도시의 상업/교역 자체의 불안정성을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을 기술하는 지점(18세기에 흔히 통용되는 상업론 중 하나), 따라서 "어떤 사업"처럼 뭉툭하게 옮기면 안 됨.
"Caesarism"을 "전제정치"라 옮긴 건 오역. 이 시기 정체론을 아는 사람이라면 통상적으로 "전제정"에 해당하는 표현은 despotism이며, 그것과 카이사르주의/시저리즘을 단순하게 동일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앎. 실제로 해당 문단은 명시적으로 카이사르주의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내용임.
"대중들의 자유를 종식시키려는"
→ "put an end to popular liberties where they existed"; 일단 "popular liberties"는 "대중들의 자유"가 아니라 "인민의 자유"(여기서 popular는 인민people의 형용사형)이며 그 뒤에 번역문에서는 누락된 "where they existed"는 "그들", 즉 (상비군에 입대하여 용병처럼 되어버린) 도시 이주자들이 "자유"를 통해/그 속에서 "존재하고 있었음"을 의미함--옮기기 매우 곤혹스러운 표현인 것은 맞음. 다만 이는 저자가 고대 로마사 서술로부터 18세기까지 이어져 내려온 공화정의 몰락 과정에 대한 사상적 전통을 암시하는 대목이기에 최대한 뉘앙스를 살리는 게 맞는 선택(cf. J. G. A. Pocock, Barbarism and Religion, vol. 3, 특히 "libertas et imperium"을 설명하는 대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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