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과 "공작": 페미니즘 혐오의 새로운 수사학
Comment 2018. 3. 27. 03:461. 몇 가지 키워드들: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 "메갈의 주장이나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도 않고, 그런 활동에 동참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 "좋은 방향의 (변질되기 이전의) 페미니즘" "과격한 글들" "정말로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 "정말로 반사회적인 사상을 추구하는 사람" "그런 문제가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과 메갈" "직장을 잃어야 할 정도의 범죄 행위" "쉽게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이유"
=> 1) 반사회적인 사상이자 범죄로서의 (변질된) 페미니즘과 메갈[리아], 2) 단지 무지했을 뿐인 평범한 사람, 3) 의심, 심문, 색출과 추방.
2. 아래에 인용한 대화가 경악스럽게 느껴진다면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기업 내 면담이라기보다는 '전체주의적' 혹은 매카시즘적인 마녀재판의 심문과정을 무척 닮아있기 때문이다. 피심문자는 자신이 평범하고 무지하며 단지 약간의 실수를 했을 뿐인 사람임을 입증하기 위해 필사적이며, (게임의 명운 앞에서 고뇌하는) 심문자는 단지 행위의 검토만이 아니라 피심문자의 '인성' 혹은 가장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보고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고자 한다. 자신이 피심문인의 위치에 서 있다고 상정해보라: 직업의 박탈과 필드에서의 추방당할 두려움이 당신의 혈관 속까지 얼어붙도록 할 것이다.
3. 특히나 댓글을 보면서 남초 게이머 집단과 여성주의자 및 그 지지자들 사이에 정말로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심연이 있음을 느낀다. 2년 간 동거한 애인의 "페미 선언"에 따른 공포, 분노, 갈등을 이야기하는 루리웹 포스팅에도 드러나듯(http://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7/read/30543474), 한국사회에는 여성주의·페미니즘을 메갈리아와 트위터·페이스북을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격전장에서 처음으로 접한 사람들이 아주 많이 존재한다. 자신이 속한 또래집단·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세계의 상식을 습득한 이들은 "페미니즘은 정신병" 혹은 (일베를 미러링한) 반사회적 행위라고 말하는 데 어떠한 주저함도 없으며, 개중 나은 경우라고 해봐야 (아래의 심문자처럼) '변질되기 이전의' 페미니즘과 '변질된' 페미니즘을 구별하는 정도다(가령 https://m.clien.net/service/board/park/11923534 도 보라).
안희정 성폭행 건 관련 기사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어떠한 거리낌도 없는 끔찍한 언어들로 쏟아내는 댓글에서도 드러나듯, "공작"과 "변질"의 수사학은 온라인 남성집단에서 여성주의 및 성평등을 입맛대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언어적 무기로 사용된다. "우리는 여성주의도, 미투운동도, 성평등도 지지한다--단지 그것이 '공작'에 의해 '변질'된 형태로 악용되는 것만을 거부할 뿐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실제로는 무엇이 "공작"이고 무엇이 "변질"인지 가려낼 수 있는 유의미한 기준을 하나도 제시하지 않는다(혹은 '카더라' 수준의 신뢰할 수 없는 가짜근거들로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한다). 결국 핵심은 다음과 같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나와 아무 상관이 없거나 내가 싫어하고 증오하는 인간을 공격하는 페미니즘·미투운동은 좋은 것이고, 내가 지지하고 좋아하는 인간을 공격하는 페미니즘·미투운동은 공작미투, 변질된 미투일 뿐이다. 즉 김어준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통해 우리의 언어망에서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작'을 수행하는데 성공했다. 이윽고 그들은 아, 페미니즘도 미투운동도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전부 "변질"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니 그것들을 우리의 화젯거리에서 치워버릴 수밖에 없고 그것들을 아직까지도 떠드는 사람들 또한 밀어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너무나도 편안하게 도달한다.
4. 한쪽에는 남초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2년 간 축적된 페미니즘에 대한 광적인 두려움과 '도덕적으로 정당화된' 혐오감, 상업적 보이콧 운동을 통한 메갈리아=페미니스트 사냥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새롭게 등장한 공작과 변질의 언어를 통해 페미니즘을 용납가능한 범위 안쪽으로 길들여 아무래도 좋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언어망, 사회적 실천의 범위 내에서 소거시키려는 광범위한 담론적 '공작'이 위치한다. 이 두 가지 방향의 힘은 기존의 안티페미니즘과는 다소 다른 결에서 페미니즘을 포위하고 무력화하고자 하며, 최종적으로 페미니즘이 기존 체제에 그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걸 막아내고자 한다. 성차별·폭력의 폭로, 여성혐오에 대한 도덕적 비난, 전향자들의 계몽·문명화라는 세 가지 언어적 전술을 채택해온 온라인 여성주의자들은 이제 이런 반격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
빠른 속도로 격변하는 온라인 담론투쟁에서 만능 파괴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우선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의 중심에는 자신들이 합리적, 정상적, 상식적이라는 굳건한 자기승인의 도덕감정이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페미니즘의 투쟁에서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이러한 정상적, 합리적, 상식적인 시민의 자아를 비판하고 재규정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여성주의와 그 적들간의 투쟁은 곧 정상성을 둘러싼 투쟁이었으며, 심지어 비정상성에 대한 옹호조차도 비정상성을 이의없이 받아들이는 게 정상적이라는 주장, 즉 정상성에 대한 재규정을 포함한다. 정상성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것, 좀 더 나은 전략을 찾아내고 상대방이 외면할 수 없는 새로운 정상성을 구축해서 들이미는 것, 사회가 공유하는 정상성을 재구축하는 것, 이것이 여성주의자들의 전술적 전제임은 틀림없다.
이하는 http://tos.nexon.com/news/tosnotice/view.aspx?n4ArticleSN=1025 에서 일부 인용.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며,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자유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책임이 뒤따르기에,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된 유저들의 항의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문제의 근원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논란의 당사자가 된 성혜진씨와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만약 정말로 담당자가 그런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동료로서 같이 일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기에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습니다.
면담의 결과는 성혜진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대로 성혜진씨는 메갈의 주장이나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도 않고, 그런 활동에 동참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Q(김학규) :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가요?
A(성혜진) : 여성민우회 같은 경우 계정을 정리하면서 제가 팔로잉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여성민우회 같은 계정은 후원을 받고 있는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생리대 문제,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고 생각하여 깊게 생각하지 않고 팔로잉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페미디아같은 경우는 막연히 좋은 방향의 (변질되기 이전의) 페미니즘에 관련된 거라 생각했었고 이 또한 깊게 생각하지 않고 팔로잉을 누른 것 같습니다. 진짜 언제 했는지도 기억도 잘 안나는 팔로워 계정입니다.
Q(김학규) : 한남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성혜진) : 그 당시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리트윗을 하였습니다. '한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리트윗한 것이 아닙니다.
Q(김학규) :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성혜진) : 이 글 하나인줄 알았습니다.타임라인에서 글이 많은 경우 접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밑에 과격한 글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저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 그때 확인하지 않고 마음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이하 김학규]
저는 면담을 끝내고 나서도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성혜진씨가 리트윗했거나 좋아요를 눌렀던 스레드의 일부, 팔로우를 했던 계정들만 모아서 캡춰한 스샷만 보고 있으면 전형적인 메갈 계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성혜진씨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보면 대부분 그냥 그림이나 사진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사과문 이후 관련된 글이 지워지거나 언팔된 것도 논란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과문에서 문제가 될 계정을 삭제하고 차단하겠다고 약속한 바를 따른 것 뿐입니다. 그런 사항과 면담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위에 옮겨놓은 성혜진씨의 대답이 변명에 급급하여 지어낸 글이 아니라 정말로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논란 이후 게시판의 글들이나 덧글을 보면 다른 회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원화가의 작업내용을 삭제하고 계약을 해지했던 것처럼 IMC 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들을 다수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사자가 정직원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쉽게 해고가 곤란하다던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 정말로 반사회적인 사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동료로써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성혜진씨는 그런 문제가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한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1건 리트윗한 것,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과 메갈을 구분하지 못하고 관련된 단체나 개인을 팔로우한 것 등은 실수일 수는 있지만 직장을 잃어야 할 정도의 범죄 행위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쉽게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이전에 메갈과 관련된 인물들이 당장 문제가 되니 사과문으로 면피를 했다가 뒤에 가서는 다시 본색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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