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니즘 관련 자료들 [정리 중, 2018. 4. 6까지]

Comment 2017. 9. 16. 11:50
한국 온라인 안티페미니즘이 여론전을 염두에 두고 조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시물&페이지 몇 군데를 찾아 정리해서 올린다(*제보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나에겐 이것들이 일차적으로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지만, 많은 여성주의자들 혹은 여성주의 지지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안티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을 겨냥해 (종종 가짜뉴스 수준의) 프로파간다를 조직적으로 생성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좋든 싫든 한국의 온라인 공간은 전장이며, 한국 안티페미니즘의 조직화와 빠른 성장은--비록 페미니즘에 비할 때는 아직 미약하지만--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인 노력이 결여되었을 때, 특히 10-20대만 아니라 30-40대 남성들이 의식적 안티페미니스트로 빠르게 편입하게 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1. <꿀빠니즘의 답안지>
https://www.facebook.com/꿀빠니즘의-답안지-151354275446439/

원래 페미니즘을 조롱하는 <꿀빠니즘의 진실>이라는 페이지가 있었고, 이것이 문을 닫은 뒤 이쪽으로 옮겨간 게 보인다. 아직 생성되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게시물은 많지 않은데, 주목할 만한 게시물이 있다.

다음 포스팅은 "- 허위사실 유포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팩트영양식단" 이름의 게시물로, 15개의 항목에 걸쳐 페미니즘/페미니스트를 공격하기 위한 내용을 정리해놓고 있다. 이런 패턴은 과거 일베에서 5.18 폭동설을 확산시키기 위해 키배용 "팩트"들을 수집해 공유하던 것을 연상하게 한. 물론 어느 정도 영어로 된 원자료검색을 할 수 있고 유관 분야를 접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간단하게 반박가능한 내용들이지만(예를 들어 6번 항목에서 전거로 드는 인물들 중 밀턴 프리드먼을 제외하면 전부 극우파 포지션에 가까운 신뢰하기 힘든 발화자들이다; 마일로 야노풀로스는 대표적인 트럼프 지지 이데올로그다), 이런 내용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당황하거나 설득되기 쉽다.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51369975444869&id=151354275446439

*아마도 구 계정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다음 카드뉴스 포맷이 발견되는데(http://fun.jjang0u.com/chalkadak/view?db=160&no=302968 / 내용은 젠더 이퀄리즘 떡밥을 궤변 수준으로 옹호하고 있다), 이 양식을 볼 때 이전에 언급한 MLBPARK에 포스팅된 안티페미니즘 게시물 또한 이 페이지 운영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 <혐오없는 세상> 커뮤니티
구계정: https://www.facebook.com/혐오-없는-세상-276014696095653
신계정: https://www.facebook.com/혐오없는세상-1714493055499543

신계정 8월 19일에는 다음과 같은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안티 페미니즘/페미니즘 비판 칼럼 제보 받습니다.
과거 페미니즘 비판 칼럼을 작성한 적이 있거나 앞으로 작성할 의향이 있는 분들 중, 본인의 글이 혐오 없는 세상 페이지에 실리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작성하신 글을 메시지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고하신 글은 관리자들의 검토를 거친 후에 “#팔로워_칼럼” 해시태그와 함께 페이지에 게재됩니다."


3. <페미니스트 분쇄 연구소> 커뮤니티(*스스로를 NGO로 소개한다)
https://www.facebook.com/페미니스트-분쇄-연구소-1436485259759617

올해 4월 23일에 작성된 공지문은 다음과 같다: "[저들]이 말하는 여성혐오(misogyny)란, 여성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다뤄져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성혐오를 근절하라고 주장하는 자들인 페미니스트들이, 그들 스스로 여성혐오를 자행하는 장면을 제법 보았습니다.
이에 그 사례를 공유 및 공론화하여 페미니스트들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이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4. <젠더페미니스트 실체> 커뮤니티
https://www.facebook.com/젠더페미니스트-실체-143811532699225/

올해 9월 8일 게시물의 코멘트: "성평등 = 동성애 + 젠더 페미니즘
전교조와 좌파세력은 성평등을 옹호"

여기에서 소개한 목록 중 가장 수구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안티페미니즘이다. 젠더페미니즘을 경계하는 주요 이유는 페미니스트들이 좌파와 동성애·트랜스젠더 진영을 지지한다고 믿기 때문.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 등이 올라오는 걸 볼 때 냉전 자유주의와 복음주의가 결합된 미국식 극우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올해 8월 25일 업로드 된 다음 게시물은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 상관관계]"라는 내용을 달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42091726204537&id=143811532699225


5. <남성차별철폐 정당,언론,시민단체 창립준비위원회> 커뮤니티
https://www.facebook.com/resistancekorea/

5월 9일에 올라온 공지문: "이 페이지에서는 안티페미니즘, 남성차별철폐 관련 단체의 설립을 지원하고 홍보합니다. 정당,언론,시민단체 모든 영역에서 설립을 추진합니다.
본 페이지는 정치적 중립입니다. 진보 단체건 보수 단체건 우리 뜻과 맞으면 홍보하고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웹사이트 제작/관리, 디자인, 자료수집, 후원, 후원 모집 등을 도와주실 분을 항시 모집합니다. 단체의 창립자로 나서보고 싶으신 분도 메시지 주십시오. 여러 검증을 거쳐 함께 할 수 있을지 판단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셨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저희에게 짧은 메시지라도 보내주십시오. 도움과 참여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6. 네이버 카페 <안티 페미 협회> [2017년 12월 2일 추가]


타임라인에 안티페미니즘 카페 유인물을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길래 안티페미니즘이 벌써 이 정도로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는 데 성공했나 싶어 놀랐다(해당 유인물 디자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cafe.naver.com/manpowers/1735 ). 잠시 짬을 내어 해당 유인물을 작성·유포한 카페에 들어가 보고 두 어 시간 정도 간단하게 전체 카페를 조사해 보았다.

먼저 전체 카페 및 담론의 성장과정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안티 페미 협회>는 본래 군가산점 부활론을 골자로 하되 이명박-박근혜 시기 우파정치세력과 맞닿아 있는 곳이었고 호주제 폐지 반대 등을 포함해 전통적인 남성중심주의 의제의 반복으로 출발했다. 2015-16년에 페미니즘 및 메갈리아 비판을 점차 언급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미미했던 이들의 활동이 본격화된 건 2017년 6-7월을 거치면서다. 이 시기에 지난 2-3년간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발점으로 전 사회적으로 부흥한 새로운 페미니즘 흐름에 대한 반발을 흡수하면서 본격적인 안티페미니즘(한국여성, 여성단체, 메갈리아, 워마드 비난 등등) 그룹으로 성장, 이 주제에 공명하는 사람들을 흡수하고 유사한 성향의 블로그·BJ·언론 등과 네트워크를 만든다. 주요 활동자들은 특히 워마드 계열을 예로 들며 페미니즘을 '래디컬' 페미니즘·여성이기주의로 규정하고 대중적으로 퍼진 페미니즘의 논의를 반박하는 담론들을 생산, 공급, 확산해야 한다는 의식적인 목표를 내세운다. 다문화가정혐오를 비롯해 이들은 여전히 극우파적 정치담론과 밀접히 결합해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주요 비난논리는 이전까지 남초적/우파적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통되어오던 것들을 상당 부분 계승하고 있다.

이하는 좀 더 구체적인 사항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1) 카페 기본사항
네이버 카페 <안티페미협회>(Anti Feminism, Association), 주소는 http://cafe.naver.com/manpowers . 대문 우편에 "군가산점의 대부 남거성이 직접 지휘하는 국내 최초 안티페미니즘 연구단체"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며 좌측 상단에 후원계좌 기재. 2017년 12월 2일 현 회원수 1550명대.

2) 카페 게시판 분류(공지사항·가입인사 등은 제외)
<안티페미 광장> (세부게시판 3)
자유게시판, 페미기사/매스컴, 여초/남혐/여성범죄

<안티페미 투쟁> (세부게시판 3)
★돌격/화력집중, 전략 및 제안, 자유기고(나도논객)

<안티페미 현안> (세부게시판 9)
젠더폭력/여혐몰이, 성폭법/누명/성관련, 매춘특별법, 여성전용시리즈, 여성할당제, 병역/군대/군가산점, 호주제/가족법, 성인지 관련, 기타 정책/법안

<안티페미 자료실> (세부게시판 4)
★활동보고, 주요팩트D/B, 학술/이론/이념, 유머/엽기/멀티

<안티페미 추천링크> (세부링크 6)
리얼뉴스, 성범죄누명대책, 성난남자, 호주제(푸른솔), 정상연애공정결혼, 상남자 Ch 유투브

3) 공지문1: 이제 대세는 [안티페미협회]입니다! (수칙10조) http://cafe.naver.com/manpowers/1131

"천만 다행히도 우리 안페협은 대한민국의 남성운동을 주도한 엘리트 정예군단이 모인 곳입니다!
온/오프를 넘나들며 실질적으로 반페미 여론을 이끄는 힘은 실천하는 운동가 동지분들입니다! 이들이 1천명을 만들고 1만명을 만들어냅니다. 10만명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론과 체계, 열정,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직접 온/오프 필드투쟁으로 이행하는 <실천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름아닌 고 성재기 대표와 남성연대를 리드했던 이들입니다!"

[이하 "임시 수칙 10조" 중 일부]

1. 안티페미협회는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모임입니다.
본 협회는 페미니즘의 부조리와 폐해의 고발 및 바른여론의 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 단체입니다. 이성을 혐오하거나 평등을 반대하는 집단이 아니라, 부당한 차별과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상식, 논리, 이성, 정의>의 지향점과 <소통, 협조, 배려, 화합, 실천>의 덕목으로 건전한 활동을 추구합니다.

6. 기사내용은 출처 표기 필수입니다.
단, 여성신문은 링크없이 주요부분만 캡쳐해주십시오 --> 쓸데없는 조회수 방지

9. <선택과 집중>에 협조해 주십시오.
많은 현안들 중에서, 현재 최우선 집중해야 할 사안에 대한 의견 상시 부탁드립니다.

10. 상식과 질서에 위배되는 모든 행위는 통제합니다.
보편적 상식이나 단체의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 일체는 일일히 예시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운영진 재량으로 조치합니다.

4) 공지문2: [안페협] 여성부 척결-연합집회 (남거성 연설) http://cafe.naver.com/manpowers/5846

2017년 11월 30일 "여성부 규탄 연합집회" 동영상 자료 병기.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정책 규탄.
연계단체로 전국학부모연합, 동성혼반대국민연합, 안티페미협회가 기재(30-40명쯤 모인 걸로 추산)
녹화된 남거성(?)의 발언은 주로 양성평등을 위배하는 여성우월적 "극단적 페미니즘"과 이를 선도하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데 할애. "변종 맑시즘 - 페미니즘의 횡포"를 비판한다는 문구가 눈여겨 볼 점인데, 한국 안티페미니즘의 극우파적 기원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아직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인적자원과 영향력을 확보하기 힘든 안티페미협회가 다른 극우파 그룹들과 연계하기 위한 수사적 용법으로 보임.

5) 게시물 작성 추이

- 2010년 8월-2011년 11월까지 1년 넘는 기간 동안 총 게시물이 160여 건(현재는 특정일에 연속해서 올라온 게시물 일부만 남아있음). 2012년 전체 게시물 수도 140여 건 정도로 추산. 2013년은 50여건,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는 10여 건 추산, 이 기간 사실상 죽은 카페. 2015년 하반기는 70여건. 2016년은 약 240여건으로 증가, 그러나 2017년 6월 상순까지는 (5월 중순의 일시적인 상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게시물 조회수가 두 자리수, 적은 것들은 한 자리수도 많았음. 6월 중순부터 대부분은 두 자릿수, 가끔 세 자릿수 정도로 게시물 조회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게 보임. 6월 말-7월 초부터 이전까지 극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던 글 작성자 수가 점차 늘어나며 본격적인 카페활성화.

(*2017년 첫 게시물 번호711, 5월 말 893, 6월 말 1056, 7월 말 1558, 8월 말 2849, 9월 말 4041, 10월 말 5052, 11월 말 5863. 5-6월부터 카페가 점차 활상화, 8-10월에 카페가 현 규모로 커짐, 11월은 다시 이전 달 대비 게시물 수가 2/3 정도로 감소).

-2010년 8월 상순 활동시작, 군가산점제를 주요 이슈로 삼음. 2011년 10월-11월에 호주제, 전통적 가치관 관련 언급 등장. "남성성"에 대한 강조. 2012년부터 다문화주의, 외국인에 비난도 섞여 있음. 남거성은 여성부, 군대를 걸면서 "월남 패망"을 언급(2012년 11월 21일, 게시물 번호324). 2013년 말부터 제목에 페미니즘을 언급하는 글들이 나타남, "여성 이기주의" "남자들만 희생하고 양보" 식의 프레임을 짜기 시작. 2015년 하반기부터 남거성이 페미니즘 공략의 필요성을 언급, "좌파와 닮은꼴 페미니즘"(2015.9.15, 게시물 422). 성폭행 무고, 여성 가해자, 여성 꼼수, "여성주의독재법"(2015.12.27 게시물 456), 성매매 관련법에서 성구매자만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 등 언급.

2016년 1월 남거성이 처음으로 "메갈리안" 언급(2016.1.14, 게시물번호465), 메갈리아 언급은 2016년 중반부터 좀 더 늘어남, 1월은 주로 공공기관 인사이동 및 기업의 여성 관련 기사 스크랩. 2016년 11월엔 다른 유저가 "성소수자들은 범죄자"란 게시물 작성(번호693).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문화 전반의 여성지원·성평등 정책시도, 여성혐오 비판, 페미니즘 수용의 분위기를 스크랩하는 게시물이 올라옴. 특히 페미니스트·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명시적으로 늘어남. "페미나치" "여초주의 블로그" "꼴페미니즘" 등등. 2017년 중반부터 여성주의 옹호적 주장들에 대한 "대안"-팩트를 제시하는 게시물이 점차 등장, 쉴라 플라이나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즈 같은 "반페미 학자"에 대한 참조도 보임(2017.6.14, 게시물955-56). "맑시즘을 짜깁기한 <페미니즘>"(2017.6.29, 번호1044). 7월에는 박유천 케이스 언급.

7월 초에 정의당, 민주당을 타깃으로 삼음. "남성운동이 성공하려면 우파정권이 들어서는 수 밖에 없"다는 글에서 카페의 정치성향이 여전히 (극)우파적임을 알 수 있음(2017.7.14, 번호1138), "문재인 정권의 페미정책은 반드시 '자충수'", "이번 좌파정부가 최대고비" 등등--이후 11월 경에 이르면 "페미니스트 문재인"을 조롱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옴. 카페활성화에 따른 자신감을 보여주듯 7월 13일 "이제 대세는 [안티페미협회]입니다! (수칙10조)"(위의 공지문1번 게시물)이 올라옴. 7월 중순 "남성인권연대" 카페를 포함한 다른 "남성인권" 단체들의 문제를 비판하며 여기로 옮겨왔다는 식의 글들이 보임. 이후 페미니즘만이 아니라 한국 여자들이 글러먹었다는 식의 토로&페미니즘의 확장에 대한 거부감&남성의 강함·권위&'남혐거부'에 대한 게시물 등이 섞여서 등장.

8월 6일 워마드 강남역 시위에 맞춰 같은 날 광화문역에서 "[안티페미협회] 페미/메갈 여혐사기극 규탄 시위"를 개최, 안티페미니즘 피켓을 제작하여 배부(규탄시위 공지문 http://cafe.naver.com/manpowers/1732 / 피켓 디자인 파일 http://cafe.naver.com/manpowers/1735 ). 이날 시위를 기점으로 가입자가 늘어난 듯. 8월 9일 "메갈 유튜버 '갓건배' 신고합시다!" 게시물 등장(번호 1895, 조회수 현 시점 1800 이상), 이후 한동안 갓건배 관련 게시물이 계속 작성, 워마드의 문제적인 언행을 비난하는 게시물도 계속 나옴. "맘충"에 대한 언급도 지속적.

8-9월을 거쳐 페미니즘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고 반대논리를 제시한다고 주장하는 게시물들이 확실히 주류가 됨. 9월에 "대학가에 안티페미니즘 전단기 붙이기"(9.23, 번호3645), "하루 뉴스기사 댓글에 5개씩 카페홍보댓글 작성"(9.24. 번호 3665)을 촉구하는 게시물 작성. 이 시기에 회원 수 1000명 도달, 축하 게시물이 올라옴. '남성인권'운동이 본격적인 안티페미니즘으로 전화, 대항논리를 마련하고 페미니스트들을 타격하며 "페미니즘에 프레임을 씌워야" 한다는 제목의 글들도 보임(9.27, 번호3849). 안티/페미니즘 관련 블로그나 사이트 링크 등등도 보임. 저출산의 원인으로 페미니즘을 지목하는 글처럼 많은 경우 기존의 담론을 재활용하여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으로 연결. 페미니즘이 사회를 장악했다는 유사-음모론에 기반, 그로 인해 남성이 피해자가 된다거나, 여성의 이기주의가 충족된다거나, 사회가 타락한다(비혼, 저출산 등등)는 큰 패턴들이 있음.

11월 초에는 낙태죄 이슈가 언급, 안티페미니즘 커뮤니티가 종종 여초·페미니즘 커뮤니티의 이슈를 받아와 점화함을 보여줌. 11월 25일부터 유아인에 대한 지지 게시물 보임. 흥미로운 게시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태도를 두고 회원간 논쟁이 벌어짐(2017.11.28, 5783번 http://cafe.naver.com/manpowers/5783 ). 몰카·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강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지속적으로 나타남.


7. [2018년 4월 6일 페이스북에 작성한 포스팅]


딴지일보 게시판에서 이 "인터뷰"가 많은 호응을 얻은 모양이다(http://www.ddanzi.com/index.php?mid=free&document_srl=507882388). 내용은 긴 스크롤에 비해 무척 단순하며 두 가지 명제로 요약될 수 있다.


1) '여성인권'운동 및 '여성계'는 부패했고 진보언론("한경오")은 여기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없도록 "종북"처럼 교조화된 상태이다.

2) 진보언론의 노무현·문재인 비판은 "어줍잖은 엘리트 의식"과 "만만한" 정권에 대한 우월감 때문이다.

즉 이 "인터뷰"는 기존의 '(진보)언론=노무현·문재인을 공격하는 기레기' 프레임에서 '(진보)언론=노무현·문재인을 공격하고 여성계에 교조적으로 점령당한 기레기' 프레임으로의 확장을 꾀한다. 기존 프레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도가 진보언론의 여성주의 관련 기사를 불신하고 비판하며 경우에 따라 공격해야 한다는 정치적 함의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독자를 유도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인터뷰"를 읽는 과정에서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만 체크해보자.

1) 필자는 "인터뷰"가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2) 설령 "인터뷰"가 실재하는 (전직) 기자를 진짜로 인터뷰한 내용일지라도 해당 기자의 주장이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갖고 있으며 또 사실을 반영하는지는 전혀 검증되고 있지 않다.

3) 가령 노무현 정권기의 언론을 돌아본다면, 당시 정권의 선택이 이후의 시점에서 볼 때 얼마나 타당했는지와 별개로 정권에서 기존 진보진영이 갖고 있던 입장과 반대되는 정책을 밀어붙인 경우가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대표적으로 한미FTA 추진). 오히려 노무현 정권을 높이 평가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권이 그런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는 게 맞지, 당시 진보언론의 비판 자체가 도덕적으로 글렀다는 식으로 가는 건 몰역사적이고 단면적인 해석이다. 당시의 사실관계를 다 빼버리고 일종의 도덕적인 저열함으로 언론의 행위를 평가하는 건 정치적 프로파간다는 될 수 있어도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는 기자가 할 일은 아님은 분명하다.

4) 저기서 교조화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계' '여성주의화된 진보언론'(그런 게 실재한다면!)은 애초에 단일한 그룹이 아니다. 페미니즘 비판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종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싸잡아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2010년대 중반 대거 떠오른 온라인 페미니즘 및 그 영향하에서 페미니스트가 된 사람들과 이전부터 활동해 온 페미니스트들이 동일한 관점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성주의자 집단 내에서 전체적인 담론/인프라를 장악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그 집단의 결합력은 그런 대업을 수행할만큼 강한 것 같지 않다). 어느 그룹에나 존재하는 부패가 여성단체에 없다고 주장하는 건 당연히 무리겠으나, 애초에 (여성주의에 호의적인) 기자들조차도 여성주의에 대한 이해도/태도가 제각각임에도 저렇게 일방적으로 정리되는 게 사실관계에 부합할지에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5) 보다 스트레이트하게 들어가보면, 해당 "인터뷰"의 요지는 정확히 강성 민주당/문재인 지지자 그룹 중 (안희정·민주당 계열 정치인에 대한 미투운동이 계기가 됐든 혹은 이전부터 여성주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든) 안티페미니즘적 성향을 지닌 집단이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에 너무나 딱 들어맞는다. "종북"마냥 여성주의를 띄워주는 상황도, 노무현·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것도 전부 진보언론 내부의 저열한 도덕성과 부패 때문이며, 따라서 그것들을 무시하거나 저항하고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글의 "인터뷰이" 혹은 "전직 기자"는, 그가 만약 실존하는 인물이라면, 처음부터 딴지일보 게시판의 강성 문재인 지지-안티페미니즘 성향 이용자들이 원하고 또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의 대변인처럼 말한다.

위와 같은 사항을 고려할 때 나는 합리적인 독자들이라면 이 "인터뷰"가 주장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좀 더 흥미로운 지점은 댓글들을 통해서 드러나는 게시판 독자들의 반응이다. 이 글의 사실성·신뢰도를 뒷받침할만한 근거 제시가 전혀 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댓글을 단) 게시판 독자들은 어떠한 의심도 없이 해당 내용과 메시지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후 수용자들은 다른 커뮤니티·SNS에서 활동할 때, 기사댓글을 달 때, 지인과 이야기할 때 본인이 읽은 내용을 "진보언론 전직 기자가 이야기한 사실인데-"라고 주장하면서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재인 지지자 집단 내부의 안티페미니즘을 더욱 촉진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터뷰" 및 댓글반응은 이른바 "가짜뉴스"fakenews의 수용 및 유포과정이 이처럼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이루어진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스스로를 "비판적인 민주시민"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잦은 민주당/문재인 지지자 그룹에서조차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평소에 믿어온 경향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부정확하거나 의심스러운 주장을 별다른 비판없이 "진실"로 수용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로 '선동'에 무척 취약함을 깨닫게 해준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자신들이 이미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집단이라고 믿는 그룹이야말로 의심스러운 주장에 직면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안티페미니즘 담론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관찰범위를 명시적인 안티페미니즘 커뮤니티나 일베와 같은 (극)우파적 집단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이번 게시물은 민주당 지지자 그룹 내에 의식적·조직적으로 안티페미니즘을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 움직임이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조만간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유형의 안티페미니즘은 기존에 문재인 지지자 그룹 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언론=기레기' 프레임과 연계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예측된다(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가면 여성주의 관련 활동·법안·정책을 다루는 행정기구·국회의원실에 대한 지명과 마타도어, 공격이 개시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자 내부의 여성주의자·지지자 그룹이 이 흐름에 적절히 대처하는데 실패한다면, 우리는 불과 1-2년 내 민주당과 정권의 여성주의적 정책들이 좌초되고 최악의 경우 우회한 안티페미니즘에 장악당하는 결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후 추가 제보가 들어올 때 계속 보충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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