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더젠 <발터 벤야민> / 툴민&재닉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비엔나> [130623]

Reading 2014. 3. 18. 13:47

*2013년 6월 23일


몸메 브로더젠의 <발터 벤야민>을 다 읽었다. 번역은 대체로 무난하지만 몇몇 오타들이 있고, 통상적으로 전체주의적totalitarian으로 번역되는 표현이 총체주의로 번역된 건 역자의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해명이 되어있지 않다. 책 자체에 아쉬운 점은, 2000년 이후에 집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영미권에서 수행되어왔던 벤야민 연구성과가 거의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수전 벅-모스Susan Buck-Morss의 고전적인 연구서조차 책 뒤의 서지사항에는 언급되어있지 않다. 어쨌든 벤야민의 삶과 글을 연대기적으로 말끔하게 정리한 글이고, 개중에는 우리가 벤야민에 대해 지녔던 통념들(예컨대 사회적으로 사실 무명에 가까웠다는 인식 등)을 수정하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다. 깊이 들어가진 않지만 처음 읽기에는 좋다. 아도르노 연구서에 비해 의외로 (최근의 인기를 감안할 때) 벤야민 개설서는 드문데 벅-모스의 책이 본격적인 연구서라면 브로더젠의 책은 가볍게 읽기 좋다.

먼저 읽은 책은 앨런 재닉Allan Janik 및 스티븐 툴민Stephen Toulmin이 쓴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비엔나>_Wittgenstein's Vienna_의 최근 출간된 개역본. 툴민이 이 책의 저자인 줄은 사고나서야 알았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및 부분적으로 <철학적 탐구>)의 해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빈 사회의 정신적인 스케치를 그려낸다. 통상적으로 논리실증주의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로 간주되는 <논고>가 빈 사회를 덮고 있던 정신적인 맥락 하에서 생각될 때 아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재닉과 툴민은 비트겐슈타인을 프레게 및 러셀로부터 이어지는 분석철학-언어철학의 계보에 넣는 해석과 달리 칸트-쇼펜하우어를 거쳐 20세기 초반 빈 사회의 지성적인 흐름(헤르츠/프리츠 마우트너/에른스트 마흐/톨스토이/카를 크라우스/아르놀트 쇤베르크 등등)에 위치시킬 때 비로소 그의 텍스트와 삶에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논리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의) 균열을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사실과 가치의 분리가 점차 진행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올바르게 분리할 수도, 혹은 올바르게 통합할 수도 없었던 빈 사회의 억압적인 분위기 위에서 윤리적인 것을 "말할 수 없는 것"이자 존경하고 우러러보아야 하는 것으로 여겼던 모럴리스트로서의 비트겐슈타인이 제대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비록 사실과 가치의 아주 오래부터 진행되어온 분리에 대해서, 그리고 그 위에서 칸트를 해석하는 방식에는 조금 의문점을 남기긴 하지만, 한 편의 지성사적인 스케치로서 이 책은 아주 뛰어나다. 칸트 및 20세기 철학,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5,6,7장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순전히 지성사 혹은 문화사로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챕터들이 (특히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20세기 초반, 혹은 19세기말 빈에 대해) 풍성한 읽을거리를 준다. 물론 이 둘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게 이 책의 요지이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5-7장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많았다.

슈니츨러의 <카사노바의 귀향/꿈의 노벨레>(순전히 피터 게이의 <부르주아전> 및 큐브릭의 영화 때문에 읽었다)와 사드의 <미덕의 불운>을 읽었다. 후자는 솔직히 쥐스띤느와 쥘리에뜨의 이야기를 제대로 읽고 싶은데, 초기의 원형만 번역이 되서 조금 아쉽다. 그러나 사드의 사상적인 진술은 여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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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비엔나> 에 덧붙이는 코멘트; 실증주의를 포함한 근대적 사유의 진행을 스케치할 수 있는 조그만한 단초를 제공한다 / 사드의 텍스트에 대한 코멘트; 칸트, 벤담, 사드. 그 자체로는 분명히 도덕적 인간이었던 벤담의 목소리를 사드의 텍스트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나는 어쨌든 이들의 연결을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의 한 챕터로부터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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