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후보 1번 박경미 교수 선정에 관한 의문

Comment 2016. 3. 20. 13:57
[이 글은 편집을 거쳐 ppss에 게재되었다. http://ppss.kr/archives/76923]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순번 발표 후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번으로 지명된 것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나는 1번으로 지명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에게 더 눈길이 간다. 이유는 간단한데, 그의 주 이력에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및 대학구조개혁위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지난 몇 년간 교육부가 수행한 대학구조개혁이 끼친 엄청난 영향을--그리고 거기에 따라붙은 각종 잡음을--아주 잘 알 것이다. 쉽게 말해 교육부가 대학 수 감축 및 구조조정을 미끼로 대학에 목줄을 걸고 현재 프라임/코어PRIME/CORE 사업을 포함해 대대적인 인문사회 전공통폐합까지 진행하게 된 일련의 흐름에 박경미 교수 역시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금까지 이 과정의 여러 문제점을 미온적으로나마 비판해왔으며 거의 모든 대학이 현재의 정책이 졸속으로 결정되는 상황에 강한 거부감을 비쳐왔음을 생각해보면, 나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지도부 측에서 대학문제에 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별도로 박 교수의 제자 논문표절의혹에 대해서는 경향신문 및 한겨레 기사를 참고하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201314491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35837.html).

나의 의문이 단순히 카더라 수준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2015년 4월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19대 332회 1차, 회의록은 http://likms.assembly.go.kr/record/mhs-40-010.do 에서 상임위원회 탭을 클릭하면 찾아볼 수 있다)을 확인해보자. 첫 번째 안건이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로, 박 교수는 여기에 진술자로 참석했다. 간단하게 박 교수가 취한 스탠스만 점검해보자.

1) 박 교수는 (대학구조개혁위원 답게)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걸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지방대부터 구조조정하는 법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포함해 당시 대학구조개혁법안에 가해진 비판을 여기서 전부 정리할 필요는 없겠지만(주요한 비판점으로 회의록의 6-8쪽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의 발언을 보라),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부실 사립대학 법인의 자진 해산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법인의 재산처분과정에 특례를 제공하느냐 문제였다. 사실상 법인이 대학사업을 접고 철수할 경우 원래 투자한 재산보다 더 많은 금액을 다시 가져갈 수 있는 루트를 열어준 것에 대해 초법적 예외를 허용하는 모럴 해저드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매우 강력하게 제기된 것은 당연하다(대표적으로 회의록 13쪽을 보라). 그리고 박 교수는 이걸 한시적으로 열어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18쪽).

2) 내가 좀 더 문제적으로 생각하는 건 회의록 24쪽의 발언이다. 직접 인용하자면 박 교수는 "대학이 정원을 감축하게 되면 그 대학 내에서 융합 전공을 만들기도 하고 그 학과 내에서 헤쳐 모여 하면서 어떤 인력수급 전망을 보면서 산업인력에 맞도록 보정을 하기 때문에 질 제고를 보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질 제고로 이어질 그런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부 주관 PRIME/CORE 사업의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PRIME사업은 고용노동부에서 작성한 향후 10년간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보고서 하나에 맞추어(!) 대규모 재정지원을 미끼로 전체 대학의 대대적인 전공 재조정, 그러니까 인문계를 통폐합하고 이공계 전공을 늘리거나 '융합' 전공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 거의 1-2년만에 졸속으로 결정되고 시행에 들어갔다는 것--그걸 가르칠 시스템이 하루 아침에 생길 수 있는가?--그리고 미래 전망 보고서 하나를 근거로 국가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벌이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 대대적으로 제기되고 있다(이공계 인력 역시 과잉공급문제가 이미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 애초에 대학의 목적이 기업인력수요를 위한 인스턴트 자원양성이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이 사업의 문제적인 측면을 새삼 강조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확실히 당선되어 교문위에 들어갈 박 교수가 PRIME/CORE 사업에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대학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내가 의구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요컨대 나는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1) 박경미 교수는 현재의 대학구조개혁 과정 및 PRIME/CORE를 포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업들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고등교육관을 갖고 있는가?
2) 더불어민주당은 박경미 교수를 왜 선정한 것이며, 현재의 고등교육 관련 문제적인 사업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박경미 교수를 비례대표 1번으로 채택한 것은 현재 교육부 주도 하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의 산업인력기지화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인가?

*박경미 교수가 2006년 동아일보에 기고한 기묘한 칼럼이 발굴되었다. 우회적인 표현으로 점철된 글이지만, 그가 사학법 개정에 대해 당시 사학 개혁 거부자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겠다(http://news.donga.com/3/all/20060118/8267075/1).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박경미 교수의 표절논란에 대해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라고 답하고, 그를 추천한 이유로 "아이들이 수학 (때문에) 힘들고 그런데 그 바람도 일으키고 알파고에 수학이 중요하지 않으냐 [...] (박 교수는) 교육 관련해서 굉장히 알려졌다"는 말을 덧붙였다(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3/20/0200000000AKR20160320058700001.HTML). 나는 홍창선 위원장의 알파고 드립은 귀엽게 넘어갈 수 있지만, 민주당의 당론과 정 반대포지션에서 사학재단을 옹호하고 대학구조개혁을 강행하려 한 인사를 "수학 교육"의 중요성 같은 말로 옹호하는 건 좀 멍청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학 및 고등교육문제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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