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착취적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읽고.

Comment 2014. 9. 3. 02:02

"나는 한국기업의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자마자 1년 내로 퇴사할 것을 한 달 안에 직감했다"  링크.

http://www.huffingtonpost.kr/michael-kocken/story_b_5734148.html



보통 허핑턴포스트 글은 별로 퍼오고 싶지 않은데, 이 관찰기는 나름 의미가 있다. 전문직종에 속하는 일들을 포함해 '조직'에 들어가게 된 지인들 중 다수가 엄청난 노동강도와 이를 당연시하며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는, 한 마디로 착취적인 조직문화에 대해 호소한다. 이 조직문화의 악질적인 특성 중 하나는, 업무처리에 보다 능률적인 뛰어난 구성원일수록 더 많은 노동력을 착취할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데 있다. 쉽게 말해 잘 하는 만큼 더 많은 일을 가혹하게 받는다. 실제로 학부 때부터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내 필터가 특별히 온정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친구들의 경우 처음에 수 년 이상 조직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는 의사를 머지 않은 시간 내에 버리고 최소한의 경력만 확보한 뒤 다른 좀 더 '인간적인' 삶이 가능한 곳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곤 한다. 뒤집어 말한다면 적지 않은 조직 및 그 중간관리자 이상 급들은 새로운 구성원들을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제품처럼 활용하며, 신규구성원을 육성한다거나 보살핀다는 개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개인의 착취라는 시점이 아닌 조직 자체를 놓고 보아도 이런 행태의 지속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요점을 정리한다면 곧 수 년 내로 그러한 조직들은 중간관리자 양성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능력있는 신규구성원들이 전부 착취를 견디다 못해 이탈한다고 할 때--그리고 해당 구성원이 능력이 있을수록 더욱 신속하고 용이하게 자신이 있던 조직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다--, 경력을 쌓고 중간관리자로 남는 인원들의 능력이 평균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잔존하는 구성원이 중간관리자로 승진하는 경우 신규구성원에 대한 착취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으며, 다른 조직으로부터 중간관리자를 '수입'해 오는 경우 역시 기존 조직문화가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점에서 조직문화가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될 폭은 적을 것이다(물론 이런 조직에서 중간관리자의 노동강도도 결코 낮지 않을텐데, 다른 조직에서 우수한 인원을 충원해올 수 있는가는 또다른 문제다). 그리고 CEO의 전략적 행위 및 투자방식의 중요성 못지 않게 실무 차원에서의 디테일이 중요함을 기억한다면, 중간관리자 층이 얄팍해지는 것은 조직의 효율성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기업은 막대한 노동량으로 유명했지만, 오늘날처럼 과로사가 화이트칼라 직군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것은 조금 유의해서 봐야 할 현상인 듯 싶다. 인건비를 계속 줄이고 더 많은 노동을 수탈하는 기업의 전통적인 생존전략이 거의 한계에 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원래 이런 종류의 무리가 지속되면 항상 반작용이 부메랑처럼 날아들어온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인간을 그 따위로 수탈하는 조직이 엿 좀 먹는 꼴을 봐도 그렇게 안타깝지는 않을 것 같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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