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영어 문장 쓰기와 건축술적 사유

Comment 2014. 7. 26. 14:02

오랜만에 영어로 글을 끼적거리면서, 확실히 영어 문장쓰기가 특정한 사고방식을 요구한다는 것을 느낀다. 다소의 비약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나와 같이 '자연스러운' 영어문장 쓰는 법을 이제사 배우기 시작하는 외국인 서술자들에게, 영어 쓰기란 건축술적인 사고를 포기하고 평면적인 사고, 순간순간의 점들로 이루어진 사고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관계사절을 사용할 때 나는 '이해하기 쉽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관계사절이 해당 문장 혹은 이전 문장의 시작부와 관련을 맺는 대신 바로 곁에 붙어 있는 명사적인 것=nod로부터 서술되어야 한다는 것을 암암리에 배운다. 곧 매 순간 각각의 절들과 문장들은 짧은 호흡 안에서 자신의 주어부를 찾아야만 하며, 대명사와 같은 장치들의 반복적인 사용을 거치지 않고서는 개념과 서술부가 서술의 진행에 따라 '공간적으로' 점차 멀어져 갈 수밖에 없는 문장의 '기둥'/고정점과 끊기지 않은 관계를 형성하기란 매우 어렵다. 아주 간단한 예시를 들어본다면, "I like the cat, which traces mouses."와 같은 문장에서 which 로부터 시작하는 서술부는 I 가 아닌 바로 근처의 cat을 주어로 삼게 된다. 즉 이 문장은 하나의 긴 호흡을 지닌 전체라기보다는 분절된 두 개의 문장에 가까우며, I 로부터 출발하여 the cat 에 도달한 필자/독자는 이제 the cat 으로부터 시작하여 mouses 로 끝나는 새로운 짧은 문장에 들어선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고패턴, 즉 매 순간의 사고를 이전까지의 호흡과 단절하고 새로운 땅에서 뿌리뻗는 씨앗으로부터 출발할 것을 요구하는 논리는 '정상적인 영어 문장'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나는 영어가 열등한 언어라거나 철학적이거나 심층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언어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적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의 한국어가 건축술적 사고에 있어 영어와 특별히 다를 것이 있는가?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안다는 것만으로 사유가 깊어지고 생의 본질적인 체험과 가까워지는가? 단순히 삶으로부터 새롭게 배태되어 나오는 단어들을 접한다는 것에서 사고의 심화가 기인할 수 있다면, 인터넷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신조어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특정한 언어를 아는 것보다는 언어 표현들과 사고패턴의 역사성을 살피는 것, 우리가 투명하리라는 순진한 믿음과 함께 사용하는 일상어들에 아로새겨진 이데올로기들의 역장forcefield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단지 특정한 사고방식/태도가 영어 문장 생산의 규범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를 은연중에 어디로 이끄는지에 대한 반성적인 질문이 필요하지 않은가를 제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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