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권가이드라인을 비난하는 탈동성애 기독교 비판

Critique 2016. 9. 24. 02:55
[이 글은 편집을 거쳐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게재되었다: http://www.huffingtonpost.kr/woochang-lee/story_b_12095266.html ]

나는 여기에서 단지 한 명의 이성적이고자 하는 개인이자, 한국 사회의 안녕에 책임감을 갖는 시민으로서 이야기한다.

"서울대기독교수협의회와 서울대기독교총동문회가 이번에 통과된 가이드라인 제시안에서 문제 삼는 부분은 두 가지다. 먼저 제2조 평등권이다. 평등권은 서울대 구성원은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두 단체는 가이드라인이 명시한 다양한 이유 중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제8조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와 및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 이를 위해 자유로운 언론 및 출판의 권리 또한 가진다. 단, 이러한 권리의 실천은 다른 구성원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토대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독 단체들은 이 중 두 번째 구절이 성소수자 반대 운동을 금지하고 전도 활동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이드라인 해설서에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혐오 표현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해설서는 종교 행위로 종교적 신념을 표현할 수 있지만 이를 다른 구성원에게 강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

서울대학교 인권가이드라인 학생측제시안( http://goo.gl/WsRtXw 참조)에 관하여 뉴스앤조이의 기사(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5880)에 인용된 서울대기독교수협의회와 서울대기독교총동문회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다.

1) 특정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의 권리는 다른 사람과 동등하지 못하며, 임의로 제약받을 수 있다.
2) 혐오 표현을 할 권리가 보호받지 못할 경우 자신들의 활동이 제약받을 것이다.
3) 타인에게 자신의 신념을 강요할 권리가 보장받지 못할 경우 전도 활동도 제약받을 것이다.

2번과 3번은 실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뜻한다. 서울대기독교수협의회와 서울대기독교총동문회가 생각하는 종교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는 혐오 표현과 타인에 대한 강요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로서는 이들의 홍보자보에 나온 단어를 빌려 "진실"과 "진리"에 따라 "공동체 건설"에 주력하고자 하는 양식있는 현대의 기독교 단체가 왜 혐오 표현과 타인에 대한 강요를 자신들의 핵심적인 활동으로 간주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신들이 혐오와 강요에 의존해서밖에 존속할 수 없는 단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혐오와 강요를 인정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대신 단체의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반성하고 고치는 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태도 아닌가?

1번의 경우, 유럽인권협약 및 세계인권선언, 그리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말하는 대한민국 헌법 모두 부당한 이유에 따른 권리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작성된 시기 상 이 문서들에서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과 같은 정교화된 표현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성에 따른 차별을 금한다는 말은 명시되어 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한다는 말이 명시되어 있다. 요컨대 1번의 주장, 누군가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라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국제적 인권규약, 한국 헌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모두에 정면으로 반한다. 서울대기독교수협의회와 서울대기독교총동문회는 자신들이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단체임을 표현하고 싶은 것인가?

2.

나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의 형성에 역사적으로 기여해왔으며, 그들이 오늘날 우리가 따르는 근대적 가치의 많은 부분을 형성해왔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한다. 동시에 다수의 합리적이고 존경할만한 기독교인들이 인간으로서든 시민으로서든 존경받을만한 대상이며, 그러한 삶에 기독교가 중요한 토대로 작용한다는 사실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서울대기독교수협의회·서울대기독교총동문회의 반인권적·반헌법적 입장표명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으며, 서울대기독인연합·대학촌교회·서울대학교회·서울대학교교직원신우회·서울대학교 선교단체협의회·한국기독의사회·CTS기독교방송·국민일보·한국기독언론인연합회가 이들의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행사에 협력한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 한국 사회의 지성과 합리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서울대학교의 교수와 학생, 학부모가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목표를 위해 동원되는 것을 보면 지성이 모욕받는 기분이다.

공적인 합리성에 의거하여 보편인권과 헌정적 가치를 따르고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강변하기 위해 혐오와 강요에 의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인권과 헌법의 정신까지도 멋대로 위반하겠다는 이들이 단지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안녕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서울대기독교수협의회와 서울대기독교총동문회를 위시해 잘못된 길로 들어선 일부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반인권적·반헌법적·반사회적 목표를 즉각적으로 철회하고, 비합리적인 선동으로 우리의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정중하게 요청하고 싶다. 더불어 여기에 소속된 이들이 일부 구성원의 비합리적이고 반사회적인 오판이 상식과 합리성, 사회의 안정을 존중하는 다수의 뜻을 멋대로 대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를 바란다. 왜 기독교의 가치가 몇몇 선동가들에 의해 더럽혀져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의 합리성과 공적 가치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껴온 서울대학교 및 그 구성원들, 그리고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가 이러한 선동과 압력에 부당하게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보편인권과 헌정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누군가에 대한 부당한 차별 및 타인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와 강요를 거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비합리적인 소수의 독단이 인권, 헌법, 국가와 사회의 안녕과 같은 공적 가치를 침해하도록 방관하고 여기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더 이상 기본적인 평화와 질서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서울대 인권가이드라인의 해당 부분, 나아가 한국 사회 제반 영역의 부당한 차별을 금하는 차별금지법이 대변하는 헌법의 정신이 소수의 선동으로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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