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교육부 대학정책 특집 요약정리
Critique 2015. 12. 25. 00:10한국 고등교육 관련해서 읽을만한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주는 유일한 언론이 있다면 단연 교수신문이다. 한국에서 지적인 주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가 구독할만한 언론으로는 이만한 매체도 없을텐데도 주로 학과사무실에나 배송될 뿐 굉장히 소수의 사람들만 보는 게 아쉬워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링크한다(https://www.facebook.com/kyosunet/).
이번에 교수신문에서 다룬 주제는 흥미롭게도 교육부의 대학정책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학문/교육의 자율성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고, 특히 적지 않은 재정과 노력을 요구하는 고등교육분야에서는 철저히 교육부를 통한 중앙집권적/정부주도적 의사결정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교육부를 직접적으로 논의 테이블의 한 가운데로 끌어올리는 시선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데, 이번에 교수신문에서 기획을 했고 읽어볼 기사들이 나왔다. 몇 가지 기사를 링크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부터라도 막연히 "교육부"라는 큰 이름으로 묶는 대신 교육부 내의 관료집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누가/어떤 기관이 어떤 업무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의사결정구조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분석하는 작업, 다시 말해 행정과 권력의 분석을 행하는 시선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정밀한 분석 없이 알아서 개선되지 않는다.
1) "교수 92.6% “대학개혁보다 교육부개혁이 먼저다” / [특별기획] 2015 전국대학교수 1천180명 의견조사"
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767
: 최근 교육부가 주도했거나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한 교수집단의 평가를 묻는 설문조사. 설문통계만이 아니라 간략한 이슈분석을 곁들여서 한 눈에 현황을 파악하기 좋다. 주요 쟁점을 인용한다.
"<교수신문>이 지난 11일~17일 일주일간 전국 4년제·전문대학 교수 1천180명(전임 757명, 비전임 423명)을 설문한 결과 92.6%(1천92명)가 “대학개혁보다 ‘교육부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교수들은 교육부가 대학을 재정지원과 연계한 각종 평가로 묶어두면서 일부 대학의 주요 보직에 교육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 데 따른 비판적 시각을 내보였다."
"■대학구조개혁 평가= 특성화·링크·에이스사업 등 최근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평가를 통한 경쟁배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평가는 많아진 반면 교육부의 사업담당부서는 제각각 운영되다보니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비교육적인 효과가 악순환 되고 있다는 말이다."
"대학현장이 이렇다보니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교수들은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처음 도입한 ‘5등급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5.3%(770명)가 ‘그렇지 않다’고 바라봤고, 19.5%(220명)만이 ‘공정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공정했다’고 응답한 교수는 1.4%(16명)에 불과했다."
"■교수 신분·급여 체계= 정부가 국립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누적식 성과급적 연봉제’가 교육부의 기대처럼 “교수 간 경쟁 분위기를 제고해 대학의 연구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도 응답자의 78.9%(932명)가 ‘그렇지 않다’ 혹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경쟁 분위기가 연구역량에 도움이 된다고 바라보는 의견은 16.2%(192명)에 그쳤다."
"■국공립대 총장선출제도=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의 대안으로 국공립대에 권유하는 ‘간선제’에 대해서도 83.0%(980명)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교육부는 총장선거 과정에서 외부요인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명분으로 이른바 ‘임의추출’ 방식의 간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시간강사법= 2011년 제정된 이후 수많은 논란 끝에 두 차례 시행이 유예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14조2항 등 일부개정)’이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역시 응답자의 대다수인 73.5%(867명)가 ‘반대’했고, 17.1%(202명)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현행 시간강사법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9.4%(111명)에 불과했다. ‘계약제 전임교원(비정년 트랙)’이 크게 늘어나는 등 교수의 ‘계약직’ 신분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대해서도 92.6%(1천92명)가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라고 응답했다."
2)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 ‘간선제’ 일원화 / 교육부 15일, ‘간선제’ 대신 ‘대학구성원 참여제’로 명명…보상·불이익 방안 발표"
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904
: 올해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의 투신 이후 총장직선제 폐지에 대한 반발이 전국적으로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간선제로의 이행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사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안을 상세히 정리하고 있다. "대학구성원 참여제"라는 좋은 이름을 걸었지만, 실제로 간선제로 이행하지 않을시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항목은 교육부의 해당 정책추진자가 마치 개목걸이를 쥔 주인처럼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구조개혁평가·국립대 총장임명 공정성 문제제기, 왜 귀막나?"
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768
4) "사학 공공성 확보할 수 있는 국가정책 요구한다"
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770
5) "교육부 오래 겪을수록 ‘교육부 개혁’ 원해"
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769
: 3~5의 기고는 1번 기사에서 소개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교수들의 기고다. 임재홍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이 작성한 3번이 이명박 정부의 고등교육정책부터 시작해 가장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4번은 정부/여당의 개입으로 사실상 교육부가 사학문제를 방기하는 세태를 비판적으로 지적한다(5번은 특별히 중요한 내용을 덧붙이지는 않고 있다). 3번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일부 인용한다.
"지난 이명박정부 때 국립대학 정책의 변화가 특히 심했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국립대학의 민영화를 염두에 둔 법인화 정책을 잠정 중단하면서, 그 우회정책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중 대표적인 정책이 총장직선제의 폐지와 성과연봉제의 도입이었다.
총장직선제의 폐지와 성과연봉제의 도입에 대해 국립대학은 이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즉 교과부의 정책은 껍데기만 선진화 방안이지 실제는 후진화 방안이며, 그 이유는 국립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골자였다. 그러나 교과부는 두 정책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들 제도들은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
교육부는 대학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이른바 ‘추천위원회 선정’ 방식을 강권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강압으로 간선제적 요소마저 배제돼 ‘추천위원회 선정’ 방식은 ‘임의추출방식의 로또형 총장선출’제도가 돼 버렸다. 소수의 추천위원만이 선거권을 행사하다보니 용인할 수 없는 표가치의 왜곡현상도 발생했다.
나아가 교육부는 ‘추천위원회 선정’ 방식으로 추천된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경북대의 총장임용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을 최소한의 이유 제시도 없이 거부했다. 이로 인해 대학행정의 공백이 초래됐다. 그런가하면 순천대에서는 1순위자를 거부하고 2순위자를 임명해 버렸다. 이제는 무순위로 2명의 총장후보자를 추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6) "교육부장관에 이준식 서울대 전 부총장 내정"
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919
: 황우여 총리 이후 신임 사회부총리/교육부장관으로 서울대 공대 교수 / 전 연구부총장의 내정을 알리는 짤막한 기사. 교수신문에서 소개한 경력만 보면 전형적인 보직교수 테크를 탄 사례처럼 보이는데, 특히 2012-14년 연구부총장이면 서울대 법인화를 추진했던 오연천 전 총장 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보인다. 공학 전공자들에게는 공학교육인증(ABEEK), 즉 친기업적 공대생 표준화 세팅의 전면적인 확대를 추진한 인물로 악명이 높은 모양이다.
한경에서 나온 기사(라는 이름의 보도자료, 링크는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122199301)에서는 "공대혁신 전도사"라는 별칭을 붙여줬는데, "4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8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 ‘공과대학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혁신안에는 논문 실적 위주로 돼 있는 교수평가 시스템을 산학 협력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꾸고, 서울대가 산업체 경력만으로 전임교수를 채용하겠다는 내용"과 같은 대목을 참고한다면 사실상 기업종속적 대학개조를 추진하는 현재 정책의 선두에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대학 구조개혁을) 대학 자율에 맡기면 좋겠지만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는 본질적으로 변화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을 감안한다면 대학의 자율권보다는 국가-자본의 이해에 따라 국가주도적 대학재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중립적 입장에서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운, 올바른 [역사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데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거스를 생각은 없어 보인다.
요컨대, 새로운 교육부 장관 하에서 지금까지 교육부가 추진해온 정책기조가 바뀔 일은 없어보인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대로 황우여 전 교육부총리가 차라리 온건파로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확실한 건 교수집단이 지금과 같이 사실상 방관자로 남는다면 현재의 사태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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