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ypal Voices" 광고에 관하여, 단평

Critique 2015. 3. 1. 12:08

Paypal Voices 광고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F7HxLCFMeY]


이 광고영상은 마치 주술적인 효과를 갖는다. 벤야민이 말했듯 예술이 종교 제의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개인 감상자들을 위한 전시 기능으로 이행한 것이 근대 예술의 생성과정이었다면(<기술복제가 가능한 시대의 예술작품>), 자본의 손에 들어간 영상예술은 다시금 무제약적으로 사람들을 컨트롤하는 주술로 기능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소비의 세계를 선언한다; 이 선언문은 돈이 vote의 수단이자 무엇에도 제약되지 않는 마법적인magical 힘을 갖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소비자일 때 people economy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물론 그 소비의 끝이 어디인지, 돈을 갖지 못한 이들도 'We'에 포함될 수 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즉 여기에서 인민과 인민의 정치, 문화, 사회는 모두 화폐 소비행위에 잡아먹힌다. 아마도 미국에서가 아니라면 이렇게 대담하게 유토피아적 전망과 소비행위를 결부시키는 발상이 쉽게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메시지 자체는 기껏해야 광고문에 불과한 문구들은 다수--우리는 이 텍스트를 보면서 people을 multitude로 보고 다수의 폭정을 경계한 보수주의자들의 심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텐데--의 형상과 목소리가 마치 하나의 리바이어던leviathan과 같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영상적 처리기술 앞에서 압도적인 힘을 갖는다; 기법과 형식의 중요성이 예술에 얼마나 본질적인지를 말했던 옛 대가들은 이 광고에서도 올바르다. 광고를 보는 이는 각각의 목소리/형상을 '대면'하기 전에 그것들이 곧바로 다른 형상/목소리들로 재빨리 대체되는 것을 본다. 그러한 전환들은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카메라와 느리게 전개되는 포즈변환을 통해 하나의 움직임으로서 일체감을 갖는다. 빠른 전환으로 인해 자신의 앞에 통일된 목적을 가진 군중들이 있다는 인식으로 이끌린다(머리로 아니라고 부정해도 그러한 감성적 파악으로 이끌린다; 내 모국어가 영어였다면 이 광고의 힘은 더 자연스럽게 내게 침투했을 것이다). 마치 광장(물론 쇼핑몰이야말로 오늘날의 광장이지만)을 가득 메운 수천수만의 인간들이 동일한 포즈로 동일한 문구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외치는 것을 직면했을 때, 그래서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이 개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인간-덩어리인 거대한 괴물이라고 지각할 때와 같다.


 이 광고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굴복시킨다; 실제의 인간적인 집단행동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불일치는 소거되었고, 그 자리를 거의 완벽한 일체감을 가진 집단이 채운다는 점에서 이 광고는 비인간적인 것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비인간적인 것이 갖는 힘, 다수가 갖는 힘이 개개인으로서 광고를 보고 있는 우리를 압도한다; '너도 "우리"가 되어라!'라고 울려퍼지는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명령이 있다. 그러한 명령에 불쾌감을 느낄 사람은 적지 않겠지만, 그것을, 그것을 담고 있는 다수의 울려퍼짐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광고를 진지하게 대면하면서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철저히 메타적인 레벨에 설 수 있는 정신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페이팔의 광고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과 자본이 구축한 세계가 더 이상 개인의 자유로운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을 직접적으로 설득하고, 암시를 주고, 최면을 걸고, 나아가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명령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돈을 지불해주세요"가 아니라, "너도 우리의 일부가 되어라"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여기에 영상기법은 독자의 오감을 다수의 목소리/이미지로 둘러싸는 기술적 처리방법을 제공한다--우리의 전신에 목소리가 울려펴지고 또 그 목소리들이 우리를 에워싸 우리의 영혼에까지 침투하는데, 그 목소리 앞에서 우리는 무릎을 꿇은 채 과감히 주체성을 포기하고 그 일부가 되라는 유혹이자 명령을 받는다. 기술은 다시금 주술로까지 고양된다. 이 모든 것들이 1분짜리 유튜브 영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오늘날 자본과 자본에 복무하는 영상/예술기법의 발전상을 체현한다.


선언문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We Are The People,

who have built a whole new place to live, dream and be.

We employ ourselves, and vote with our money.

Our phone is our wallet.

We can spend Bitcoin with a tap, without a pocket

We can buy and sell and rent and send

And lend a twenty to a friend

from the coffee bar and share-car, We Are

unstoppable, with our thumbs.

Just One Touch to buy just about anything.

No need for filling billing info time-after-time

or remember password rhymes

to get that dress, a cabin, a concert ticket.

We live on all devices, and are as mobile as nature intended.

No need to send any details or data,

Not even when we pay each other.

We have magical money, not bound by bank or bill

It’s instant, simple, and secure enough,

to get out of the way.

Consider yourself invited to 'The People Economy'"

Trackbacks 0 : Comments 2
  1. 이시명 2015.03.01 18:46 Modify/Delete Reply

    이거 엄청 무섭네... 압도적인 공포? 불편함? 영화들에서 나오는 인간을 통제하려 드는 '인간형상을 한 기계'가 이런 모습이면 훨씬 무서울 거 같다는 생각?

    • BeGray 2015.03.02 19:46 신고 Modify/Delete

      바로 그런 공포감 혹은 위압감을 표현하는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paypal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 형상을 한 자본-기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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