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예방·대응을 위한 정책제안: 제도적 환경을 구축하기

Critique 2018.04.18 03:59

*아래의 본문은 지난 410일 국회에서 열린 <Me Too 에서 With You: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미투운동 피해사례 성토대회 및 문제점 진단 토론회>의 토론문 및 411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에서 공동발표한 발제문을 수정·편집하여 하나의 글로 엮은 것이다.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과 인권센터: 현황과 개선방안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자는 현재 한국 대학의 인권센터를 둘러싼 주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대학원 내 성폭력 예방·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후자의 발제문은 대학 내 인권침해·(권력형)성폭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묶음을 제공하고자 했다. 수정과정에서 일차적으로 후자에서 인권센터 개선안을 다룬 2. 4) 항목을 같은 주제를 보다 자세히 다룬 전자의 내용으로 대체했으며, 여기에 더하여 서두에 이론적 논의를 추가하고 본문에 양일 간 토론과정에서 나온 논의 일부를 반영했다. 이 글이 대학 내 인권침해·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초에 발표문을 작성할 기회를 제공해주신 더불어민주당 노웅래의원실 이진원 비서님, 전국대학생회네트워크(준), 그리고 누구보다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이론적 접근: 사법적 접근, 공동체적 접근, 환경형성적 접근

2. 제도적 환경의 구축 방안

(1) '사건중심적' 접근

(2) 예방과 교육: 어떻게 올바른 규범을 의식의 차원에서 설정·공유할 것인가?

(3) 징계제도 현실화: 어떻게 가해자를 적절하게 징계할 것인가?

(4) 2차 피해 방지 및 사후처리: 어떻게 사건 이후 피해자의 삶을 보호·지원할 것인가?

3. 인권센터의 실효적 운영을 위하여: 표준모델 및 신뢰도 제고 방안

(1) 인권센터 현황

(2) 개선방안: 표준모델(가안) 및 신뢰도 제고방안

4. 국회의원실, 교육부, 유관기관의 역할: 어떻게 제도를 현실화할 것인가?

 

[*토론문 및 발표문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1) 410일 국회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미투운동 피해사례 성토대회 및 문제점 진단 토론회: Me Too 에서 With You>(유은혜의원실·전국대학원생노조 주관) 자료집: https://bit.ly/2JzLISV


2) 411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노웅래의원실·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주관) 자료집: https://goo.gl/eFimDN  ]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예방·대응을 위한 정책제안: 제도적 환경을 구축하기

 

이우창

(서울대학교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

/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정책위원)

 


1. 이론적 접근: 사법적 접근, 공동체적 접근, 환경형성적 접근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문제 해결·감소를 위해 정책·제도를 고민한다고 할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방식은 사법적접근이다. 가해자를 신고-징계 및 처벌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이러한 접근법은 죄인에게 응분의 처벌을 내리는 데 관심을 갖는 우리들의 정의감에 호소할 뿐더러 한국 대학의 교원징계절차·제도가 무척 낙후되었다는 사실관계로 말미암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제도의 고전적인 메커니즘, 즉 위법사항을 규정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과정을 강화하는 것은 제도를 설계하는 입장에서 볼 때도 비교적 쉽게 현실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로 2018410일 국회토론회에서 교육부 담당자가 발표한 계획안은 현재 교육부 역시 신고 및 징계절차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사법적 사고를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러 비판자들이 지적하듯 사법적 접근은 몇 가지 명백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처벌은 그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다양한 부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무력하다. 더 철저하고 강력한 징계는 분명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지만 그것이 곧 성차별·성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판단을 제도입안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바꾼다는 뜻은 될 수 없으며, 우리는 강력한 처벌에 맞서 은밀한 적대감이 움트는 사례를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가해자 집중접근법은 사건발생 이후 피해자와 공동체가 직면해야 할 막대한 부담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는다. 절도와 같은 범죄와 달리 성폭력, 특히 권력이 개입된 성폭력은 피해자의 삶과 내면에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남길 확률이 높다. 성폭력이 공동체·조직·집단 내부에서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너무나 쉽게 2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될 뿐더러 이때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와 공동체 전체에 깊은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가해자 징계에 초점을 맞춘 사법적 접근법은 어떻게 피해자의 삶을 지원하고 피해자·가해자가 속한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극히 제한적인 관심을 가질 뿐이다.

 

사법적 접근의 한계를 지적하는 여러 논의들이 공동체적해결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따라서 당연하다. 성폭력 발생 시를 위한 올바른 대처방안이 합의된 집단은 많지 않으며, 가해자가 (적절한 징계·처벌을 받고 있는 중이거나 그 이후라도) 공동체·조직·집단 혹은 일부 구성원과 연결되어 있고 또 복귀하고자 할 때 어떻게 가해자와 피해자, 나아가 공동체 전체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준비해놓은 집단은 정말로 드물다. 피해자, 가해자, (양자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들은 사건과 징계 이후에도 서로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며, 이때 적절히 기능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제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대체로 사건이 아닌 일상 속에서 살아가며, 이때 일상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다양한 공동체·집단이 어떤 의식·문화를 공유하는지, 그 구성원 간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대응방식이 작동하는지 등의 요소들로 구성된다. 징계와 사법적 절차가 직접적으로 인지·개입하기 힘든 일상적 환경의 다양한 영역에 주목한다는 것은 공동체적 접근법의 강점이다.

 

물론 우리는 공동체적 접근이 주목하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관리하는 일이 무척이나 까다롭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일상을 구성하는 영역들, 예컨대 의식·문화·관계·관행과 같은 요소들을 도대체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단 한 사람의 의식을 형성하고 바꾸는 일에서조차도 확실한 방법 따위는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문화와 관습을 인위적인 개입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란 불가능하다고 단념하기 쉽다. 더불어 공동체적 접근이 개별 공동체의 역량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면, 도대체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각각의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거부감을 가질)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단 말인가? “공동체적 해결을 외치는 통속적인 시도가 도덕적·윤리적 재무장의 요구로 귀결되거나 은밀히 사법적 접근으로 다시 돌아가기 쉽다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으로부터 기인한다.

 

우리가 대학 내 인권침해·성폭력의 문제를 다루면서 두 가지 접근법의 약점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제도와 문화·환경이 상호배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제도는 단순히 가해자의 위법한 행위를 처벌하고 막는 역할만을 수행하는 대신 구성원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행위하도록 유도하고 역량을 부여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법을 통해 환경·공동체가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형성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공동체적 해결의 옹호자들 중에서는 국가·제도로부터의 공동체가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동체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지만, 우리는 근대사회에서 법·행정과 같은 국가적 제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공동체의 자율성은, 이른바 자유주의적 개인에 대한 논쟁에서 참조할 수 있듯, 허공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갖가지 제도가 형성해놓은 환경을 토대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 존재한다. 감시와 처벌은 학부생들에게도 널리 읽히는 고전이 되었으나, 미셸 푸코의적어도 1970년대 중후반 푸코의핵심적인 기여가 어떻게 근대인이 환경의 다양한 요소를 관리하여 (제도적) 환경을, 나아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스스로의 삶을 통치하고 관리하게 되었는가를 탐구하는 데 있다는 사실은 좀처럼 강조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바가 단순히 사건을 일으키는 문제적 인원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고, 바람직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의 과제는 어떻게 제도적 개입을 통해 대학 내 환경을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데 있다.

 

 

2. 제도적 환경의 구축 방안

(1) '사건중심적' 접근 

그렇다면 대학 내 성폭력·인권침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제도적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 성폭력·인권침해에서 도대체 어떤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붙잡을 수 있는 인식의 기준점이 필요하다. 아래의 초보적인 시도에서 나는 그 기준점을 인권침해·성폭력 사건으로 정했다. 물론 이것이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사법적 접근으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다(물론 사법적 접근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며, 요점은 단지 그것이 환경형성적 접근의 일부분만을 구성한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나는 사건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질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성폭력 사건 발생 전, 어떻게 사건발생을 최소화·예방할 것인가?

사건 발생 시점부터 어떤 조치를 취하며, 또 어떤 절차를 밟아나갈 것인가?

사건 이후 가해자·피해자를 위해 각각 어떤 절차·장치가 준비되어야 하는가?

위 사항이 잘 준수되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행위자에게 어떤 권한·역량·책임을 부여해야 하는가?

 

네 가지 질문 중 앞의 세 가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세 가지, 즉 사건 발생 이전, 발생 및 이후 단기간, 발생 이후 장기간 이라는 시간적 범주를 구획하고 각 시간적 범주에 필요한 제도를 질문하며, 네 번째 질문은 그에 필요한 행위를 수행할 적절한 행위자를 지정하고 어떻게 해당 행위자의 역량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하는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크게 예방과 교육”, “징계제도 현실화”, “2차 피해 방지 및 사후처리”, “실효적 운영이 가능한 인권센터 모델라는 네 가지 중심문제를 정하고 각 문제에 따른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이중 인권센터에 대한 논의는 '3. 인권센터의 실효적 운영을 위하여'에서 별도로 다룬다).

 

(2) 예방과 교육: 어떻게 올바른 규범을 의식의 차원에서 설정·공유할 것인가?

대학 구성원들이 기본적인 인권·성평등 의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

- 단기적으로 대학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권·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하되

- 장기적으로 초중고교 과정에서 이미 인권·성평등 의식을 습득시킬 수 있도록 구성(교육부 초중등교육 담당 부처와의 연계)

- 교육대상자의 조건에 맞춘 맞춤형 교육 내용 다양화. 코스별로 발전, 심화된 교육내용 개발


특히 모든 교원 대상 인권·성평등 교육을 가급적 빠르게 의무화

- 교원집단은 대학 내 권력구조에서 상층부에 놓일 가능성이 크며, 지도학생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교육의 핵심대상

- 그중에서도 더 영향력이 큰 보직 교수 및 인사권자를 위한 교육과정은 추가로 구성해야 함(교원 평가에 반영 등 수강 실효화를 위한 장치 마련)

 

(3) 징계제도 현실화: 어떻게 가해자를 적절하게 징계할 것인가?

-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에 명문화된 교원징계양형을 현실화: 중징계 정직 3개월 다음이 곧바로 해임·파면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해임·파면 사안이 아닌 한 최대징계가 정직 3개월로 마무리되는 현황의 개정 필요, 징계항목을 추가적으로 보완

- 성희롱·성추행 등에서도 권력관계가 개입한 경우에 상응하는 징계항목을 추가

- 현재 불신을 받고 있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제도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를 조사하고 필요시 보완

 

(4) 2차 피해 방지 및 사후처리: 어떻게 사건 이후 피해자의 삶을 보호·지원할 것인가?

사건발생 후 긴급 조치(피해자-가해자 공간 분리, 가해자 접근 금지 등)와 장기 조치(징계 결정 및 제도 개선)의 시간적 범주를 설정하고 각 범주 당 필요한 사항 또는 행동지침을 점검·보완해야 함. 이때 각 행동지침 별 담당기구(학과·단대 또는 학부·대학당국 등)를 설정하고 담당기구의 권한 및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게 효과적. 가해자가 교원일 경우 학교가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음을 강조.


2차 피해 방지: 작게는 사건발생 후부터 징계확정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하기 쉬운 2차 피해를, 크게는 피해자의 졸업·학위취득 시까지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게 목적

- 특히 징계확정시기까지 상기한 긴급조치 실행(피해자-가해자 공간 분리, 가해자 접근 금지 등)

- 피해학생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사결정 자리에 가해자가 들어갈 수 없도록 규정

- 피해자 졸업까지 상담 및 필요한 지원 제공

- 가해자가 지도교수일 경우 지도교수 교체가 용이하도록 절차를 개정

- 피해자가 속한 집단의 교직원들이 의도하지 않은 2차 가해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사항을 목록화, 배부 및 교육


사후처리 과정

- 가해자가 학교로 복귀할 경우 유사한 사건을 다시 일으키거나 피해자에게 보복하려는 의도를 품지 않도록 충분히 교육, 이를 표준모델화하여 모든 대학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함

- 학교본부 및 소속 학과의 감독·관리책임을 의무화(ex: 미국 대학의 캠퍼스 crime report 홈페이지 공시):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개개인만이 아닌 이들이 속한 집단·기구에도 역할을 부여해야 함.

- 피해자는 사건처리의 단계별 진행과정과 결정사항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어야 하며 필요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함(현재는 징계과정이 학교-가해자 양자 간 일로 규정되면서 가해자에 대한 충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피해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상황). 2차 피해 예방 장치가 갖춰져 있고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 사건 처리과정과 교훈을 소속 공동체가 정리하고 공유하는 작업도 가능해야 함. 사건 해결 경험과 역량이 축적될 수 있는 지원 필요.

 

 

3. 인권센터의 실효적 운영을 위하여: 표준모델 및 신뢰도 제고 방안

(1) 인권센터 현황

현재 대학 및 교수사회가 인권침해·성폭력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 외부의 교육부가 전체 대학을 모두 직접 관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따라서 상기한 제도개선사항이 현실에서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관련 업무를 자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대학 내 기구가 필요하며, 인권센터가 대학 별 인권환경개선을 위한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음.


2012-13년 서울대학교·중앙대학교 인권센터 설치 이후 인권센터가 설치된 대학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 2017727일 노웅래의원실의 대학 인권센터 설치 의무화법발의문에 따르면 의원실·교육부 설문조사에서 총 237개 대학 중 97개 대학이 답신했고 그중 19개교가 설치했다고 답변, 집계되지 않은 대학 및 이후에 설치한 대학들을 고려하면 더 많은 수의 대학 인권센터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음.


인권센터의 증가와 별도로 그중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은 걸로 보임: 인권센터 중 학내 위상이 분명하고, 3인 이상의 상근인력이 존재하며, 변호사·상담사 등의 전문인력을 고용하고, 학내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조력을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으며 따라서 인권센터라는 이름만을 공유할 뿐 실질적인 운영실태·기능은 대학마다 천차만별.


대학에 정착하여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인권센터 중에서도 중립성 시비·인력 및 예산부족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음. 인권센터가 학내구성원, 특히 학생들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학 내 성폭력 중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영역이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음.

 

=> 따라서 1) 인권센터 설치대학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되 2) 인권센터가 설치로만 끝나는 대신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표준모델을 제공하고 3)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신뢰도를 제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

 

(2) 개선방안: 표준모델(가안) 및 신뢰도 제고방안

1) 인권센터 표준모델(가안)

: 인권센터는 현재 일차적으로 학내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성폭력 사건의 조정과 해결을 담당하는 기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인권센터가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응하는 소극적 역할에 머무르는 대신 학내 구성원의 인권의식 교육을 통해 사건발생을 예방하는 선제적 역할, 학내 인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 및 제도개선까지 지원하여 인권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적극적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환경 자체를 개선하지 않고 발생한 사건 처리에만 국한할 경우 업무 과부하에 센터기능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음). 이를 위해 크게 피해사례 대응 구성원 대상 인권교육 실태조사 및 학술지원 제도환경개선의 통로 라는 네 가지 기능을 제시한다.

 

인권침해·성폭력 피해사례 대응: 피해자 상담 및 제도적 해결 방안 안내, 당사자 간 조정 및 중재, 사건조사 및 심의, 징계(요청). 특히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적절한 예방책을 준비해야 함. 피해자가 학생일 경우, 단기적으로는 사건발생부터 징계확정 이전까지, 장기적으로는 피해자의 졸업까지 필요한 상담·지원책을 파악하고 이에 필요한 절차들을 마련해야 함. 이때 어차피 신고가 들어간 시점에서 가해자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음으로 단순히 피해자의 신상을 보호하는 것 이상의 강력한 보호지침을 준비.


사건 예방 및 기본권 신장을 위한 학교구성원 대상 인권교육: 전체구성원 교육 및 요청에 따라 개인·집단·기구담당자 교육, 징계가 끝난 뒤 학교로 복귀하는 가해자에 대한 교육 마련(*적절한 가해자 교육이 없을 경우 재발 및 2차 피해의 위험이 높음), 피해자가 속한 집단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히 관련 교직원 대상 행동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


실태조사 및 학술지원: 정기적인 학내 인권실태·교육연구환경조사 및 조사활동지원, 학내 학술문화활동 주관 및 지원. 특히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진 유관전공자·학내구성원과 인권센터가 협력관계를 생성하는 게 효율적: 인권센터는 학내구성원이 해당분야의 경험·이력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사활동을 지원하며, 학내구성원은 인권센터에 다양한 실태조사보고서·전문성을 제공하는 상호협력체계 구축. 이러한 상호협력체계는 인권센터가 학내구성원의 인지와 신뢰를 획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뿐더러 장기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인권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음.


제도·환경개선의 통로: 실태조사·피해사례 분석·구성원의 요청 등을 참고, 학내 인권 환경을 디자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대학당국에 제시하고 반영하는 통로로 기능, 이 역할이 인권 거버넌스의 핵심. 대학이 외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진단·분석·개선하여 인권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인권센터의 정책제안 기능과 기존 학내 거버넌스구조 사이의 연계를 강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

 

이때 핵심은 인권센터의 역할이 이미 발생한 사건의 처리에 국한되지 않고 사건발생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환경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재구축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

 

2) 기존 인권센터 운영에서 지적된 문제 개선

: 기존 인권센터 운영에서 지적된 가장 일반적인 사항은 센터 운영·사건 심의과정에서 인권센터의 중립성이 의심받는 것 및 인권센터의 역량부족 문제다. 두 가지 문제는 인권센터의 학내 신뢰도를 하락시켜 어차피 인권센터에 고발해도 제대로 처리될 리가 없다는 회의적 태도를 유발한다. 회의적 태도의 확산은 인권침해·성폭력 문제가 제도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거나 가해자·피해자의 극단적인 해결시도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인권센터의 중립성·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인권센터의 자율성·중립성 보완 => 인권센터 운영진에 학생대표 참여비율 보장, 사건 조사·심의 시 현재처럼 (사건 심의·조사 훈련을 받은 적이 없고 다른 동료 교원들의 압력에 취약한) 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피해학생의 요청에 따라 학생 측의 시야·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원 포함을 의무화하고 심의·조사능력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야 함. 인권센터가 학내에서 독립적인 위상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함.


예산·인력부족으로 인한 낮은 역량 => 학교의 특성·크기에 따라 적절한 인력규모를 산정하여 권장값을 제공, 학교가 충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유도. 인권센터 운영실태는 교육부·인권위의 협조를 통한 모니터링. 표준모델에서 언급했듯 학내에 이미 존재하는 연구인력·구성원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 또한 탐색해야 함.

 

 

4. 국회의원실, 교육부, 유관기관의 역할: 어떻게 제도를 현실화할 것인가?

 

① 상기사항을 입법&시행령으로 제정.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인 인권센터 설치의무화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성범죄 교수 솜방망이 처벌 방지법(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포함. 대학원 교육 및 인권·성폭력 문제에 대한 학교의 책임을 입법화.


 교육부 주관 하에 기존에 설치된 인권센터·앞으로 설치될 인권센터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표준모델을 빠르게 구축, 전국 대학에 제시. 특히 인권센터 예산에 대한 학교의 책임을 규정화할 수 없는 경우, 대신 학교별 인권센터 운영실태를 간단하게 지표화하여 공개 및 여러 지원사업평가에 반영. 인권센터가 자율적·효율적·책임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인권위와의 협조 하에 모니터링을 시도하는 방식 등 다양한 유도책을 마련.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다른 유관기관과의 협조체제도 고려.


 특히 교육부가 학생대표자들의 요구수렴을 일회성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준정기적으로 수렴/자문을 받는 테이블의 마련.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을 비롯해 학생대표기구들이 가진 전문성을 인정하고 활용해야 함.


 정기적·통합적인 전국단위 대학원 교육·연구·노동 경험 실태조사 필요, 교육부 차원에서 대학원생들의 인권·성평등 정책 조사, 연구, 모임 등을 교육부·인권위 차원에서 장려하고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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