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년트랙과 헬조선의 고등교육

Comment 2015. 8. 29. 18:23

기사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82309185&code=210100


참고기사:

저는 연봉 1440만원 ‘무늬만 교수’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82258515&code=940702

“정년 보장된 교수도 밉보이면 한순간 신분 추락”: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82330425&code=940702


이하 인용:


 "2년마다 재계약이 이뤄진다. 연봉은 5년 전 임용 첫해부터 줄곧 3900만원이다. 같은 대학 정년트랙 조교수 연봉이 70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60%에도 못 미친다. 그가 맡아야 할 기본 강의시간은 주 12시간. 강의전담이라고 해서 연구논문을 안 쓰는 것도 아니다. 재계약 요건이 강의평가와 연 1편 이상의 연구논문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계속해서 신규 채용 교수의 절반 이상을 저임금에 미래도 없는 비정년트랙으로 채운다면 원래 목표였던 교수 대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


"‘전임’이지만 1년 또는 2년마다 재계약하고 급여와 승진 등에서 정규직 교수와 차별받는 계약직 교수가 늘고 있다. 대학은 이들을 ‘비정년트랙 전임교수’라고 부른다. 정년을 보장받거나, 승진 심사를 받을 때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정년트랙 교수’와 구분해 쓰는 용어다. 가장 흔한 형태는 강의(교육)전담교수다. 강의는 거의 하지 않고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중점교수(연구전임교수), 연구비 수주 등 산학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산학협력교수, 외국인 교수도 대부분 비정년트랙이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수가 최근 5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고 28일 밝혔다. 2011년 전임교원의 12%(2179명)를 차지하던 비정년트랙 교수가 2015년 20.6%(4379명)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5년 1학기 사립대학 신규 임용 전임교수 중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비율은 무려 56.1%(874명)에 달한다. 신규 채용 전임교원의 둘 중 한 명이 비정년트랙인 셈이다. 또한 사립대학 10곳 중 4곳은 신규 임용 전임교원의 80% 이상을 비정년트랙으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최근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낮은 임금체계를 악용해 무기계약직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며 “승진 또한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직급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전담트랙’ ‘특성화트랙’ 등으로 명칭만 바꿔 저임금의 차별적 고용 형태를 확대하고 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의 연봉은 정년트랙 교수의 절반 정도다. 2013년 전국 71개 사립대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평균 연봉은 3655만원(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으로 정규직 평균 연봉(7426만원)의 49%에 불과했다. 대학 5곳 중 1곳 이상(23%)은 연봉이 1000만~2000만원대다. 임재홍 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수도권 사립대나 재정 여건이 괜찮은 대학은 연봉 3000만원 이상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에선 1000만~2000만원대도 수두룩하다”며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저임금 비정규직이 폭증한 것에 빗대 대학가의 IMF라는 말까지 나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ㄱ대학에선 비정년트랙 강의전담교수에게 주 9시간 강의와 연구활동 외에 학과 및 학교 행정업무까지 떠맡기고 있다. 전임교수 191명 중 정년트랙은 50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정년트랙이다. 이 대학 윤석민 교수(50·가명)는 “정년트랙 교수의 감독 아래 1월부터 3개월간 합숙하며 교육부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던 비정년트랙 교수가 지난 3월 과로로 쓰러졌다”면서 “비정년트랙 교수는 학교나 정년트랙 교수가 과도한 요구를 해도 재계약 때 불이익을 받을 게 두려워 순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하 짧은 평.





이 기사는 나의, 내 동학들의 가장 유력한 미래상을 보여준다. 인간노동을 갈아마시는 시대에 이런 일이야 어느 진로에든 있는 일이겠으나, 직접적으로 와닿는 강도가 다르다: 가슴에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다. 아주 간략하게 말하자면, 교육부는 대학감축을 위해 재정지원을 담보로 한 각종 평가로 대학을 압박하고, 대학은 이를 가장 취약한 집단인 비정규직 연구/교육자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연구자 신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대학은 좀 더 가혹하게 연구자들을 쥐어짤 수 있다. 대학을 압박하면서 대학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현재에 대학행정과 계약직/비정규직 연구자의 관계는 철저히 갑을관계의 속성을 띠어간다. 지적인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연구자의 길을 선택지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장기적으로는 교육행정당국이 의도한 바와 같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그 과정의 스트레스를 그대로 받을 연구자집단의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미래를 겪을지, 그리고 그 과정이 이후의 연구/교육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지금도 인문사회 쪽에서는 지속적으로 연구논문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충분한 정책적 고려가 이뤄지고 있는가는 의심스럽다. 아마 대부분의 대학원생들 및 시간강사들은 교육부가 자신들의 삶을, 연구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회의적으로 답변할 것이다. 제도 밖에는 길이 없고, 제도 안은 점점 '헬조선화'해 간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심지어 그것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조차도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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