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일기

Comment 2015. 7. 29. 11:46

수유너머N 화요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간만에 열심히 토론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틀 간 별 시덥잖은 일들로 신경 쓸 게 많았는데, 다른 모든 걸 잊고 논의에만 두뇌를 집중하다가 나와보니 머리가 상쾌하다. 정작 내 토론문에 대해선 아쉬운 게 많다. 좀 더 읽고 생각해서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좀 나았을텐데, 너무 급하게 써서 성에 찰만큼 충분히 공을 들이지 못했다. 발표 현장에서 급한 대로 문장교정을 보니 4쪽 짜리에 열 군데는 넘게 고친 듯 하다(지금은 너무 피곤하고...급한 일들이 정리되는 대로 조금 더 손을 봐서 올릴 예정이다). 인권과 공화주의/공동체주의의 관계는 여전히 추가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자연권과 인권사에 대해서는 어차피 기본상식 알아둔다는 생각으로 좀 더 읽어두려 한다. 지금까지 인권 개념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박래군 씨의 구속도 있고 이번 토론회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알아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좋든 싫든 인권이라는 이름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광범위한 건 사실이다. 법과 권리의 언어 자체에 대한 흥미도 어느 정도 생겼다(도대체 내가 어디가 문학전공자일까...).


같이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분께 9월부터 스키너와 포칵을 읽는 세미나를 제의받았고, 기쁜 마음으로 하겠다고 답했다(다만 코스웍과 먹고 사는 일이 어느 정도 짐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예정대로 세미나를 하게 된다면, 수유라는 공간/집단을 알아가는 시간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의 재벌종속적 고등교육정책 및 취업시장의 추이를 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대학에서 정상적인 직장을 잡을 가능성을 낮춰 생각하게 된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유학생들은 계속해서 적체될 거다; 일자리는 산술급수적으로 감소하는데 구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농담을 하고 싶을 정도다; 국내 박사 쿼터제 같은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국내박사의 취업확률이 극적으로 감소하리라는 건 단순계산만 해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수 년, 어쩌면 10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버티면서 취업을 노려볼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지도,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다(가족을 꾸려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취직 외의 다른 생존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이전까지 수유를 포함해 학외 연구자네트워크를 다소간 낭만적인 공간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는데, 우리 세대의 인문사회연구자들에겐 생존을 위해 그런 공간이 더욱 필요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무엇보다도 먹고 살면서 공부하기 위해서.


내일은 오늘 하나도 준비를 못한 세미나를 하고, 모레 있을 알바 면접 인터뷰 준비를 하고, 프로젝트 잡일로 녹취를 해야 한다. 모레는 면접을 보고, 학술팀 논의에 갔다가, 모임 회의를 가야 한다. 그 다음 날엔 故 승욱 선배 2주기라, 체력이 허락한다면 대전에 다녀오려 한다. 올해는 여러 가지로 승욱 선배가 더욱 자주 떠오른다. 아마 계속 잠이 모자라기 때문에, 계속 일들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일 것이다. 8월에는 쉬면서 책이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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