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서대여의 역사: 18세기 소설 유통과 문화" 집담회 안내
12월 1일 오후 4시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규장각한국학 워크숍 저작집담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집담회에서는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이민희 선생님께서 신작 《18세기의 세책사: 소설 읽기의 시작과 유행》(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2864232)을 소개하는 발표를 해주실 예정이고요, 저는 해당 발표의 토론을 맡습니다.
독서와 출판의 역사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사회의 극소수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도서가 다수의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의 영역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던 과정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인쇄술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단지 생산속도가 증가하는 것만으로는 시장과 산업을 창출할 순 없습니다. 많은 이에게 책값이 여전히 부담스러웠던 시절,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던 도서대여점(18세기 영국에서는 순환도서관 등등으로 번역되는 circulating library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리고 독자를 독서로 끌어당겼던 베스트셀러 소설의 출현은 독서문화·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8세기의 세책사》는 18세기부터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아메리카, 동아시아(한중일)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도서대여산업/문화가 급작스럽게 성장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총 13개국의 사례를 통해 "세책문화"의 등장과 변화, 쇠락을 훑어보는 책입니다(세책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실 분이 있으실텐데요, 도서대여업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대신 서술의 난이도는 높지 않아서, 비전공자 독자, 혹은 연구자가 아닌 독자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단순히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도서가 물질로서, 상품으로서, 제도로서 변화하는 과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흥미롭게 보실 수 있겠습니다(요 2-3년 사이에 이 분야에서 흥미로운 저작 몇 권이 번역출간됐는데요, 이후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저 자신이 직접 출판사나 서책사를 연구한 적이 있는 게 아닙니다만, 마침 박사논문에서 다룬 새뮤얼 리처드슨을 다루었고--보통 "소설가"로 기억됩니다만, 리처드슨의 본업은 출판기획을 겸하는 인쇄공 장인이었습니다--18세기 지식의 전파와 같은 주제에도 관심이 있다보니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제게 토론 제안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광범위한 공간적 범위를 제가 소화하는 건 무리인만큼, 부분적으로는 18세기 잉글랜드 연구자로서, 또 부분적으로는 20세기 말-21세기 초 한국의 도서대여점을 열심히 이용했던 당대인으로서 생산적인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합니다.
모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