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찰관의 체력검정 강화와 '남성주의적 인식'에 관하여

Comment 2019. 5. 28. 01:34
2019년 5월 27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대림동 주취자 공무집행방해 사건' 혹은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에 관한 성명서를 내면서, (여성을 포함한) 경찰 선발과정에서 체력 검정 기준을 상향시키겠다는 경찰청의 결정이 "물리력이 경찰의 가장 주요한 역량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왜곡된 남성주의적 인식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성명서 링크: http://www.kncw.or.kr/admin/bbs/board.php?bo_table=02_03&wr_id=121).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이번 사건을 두고 해당 경관 및 여성 경찰관 일반에 가해진 비난 상당수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성명서에서 '여경 무용론'을 비판한 데 기꺼이 동의한다. 그러나 어떠한 검정기준이 채택될 지 대략의 가늠조차도 하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체력검정 강화 자체가 "남성주의적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거부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명백히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성평등의 진전에 기여하기는커녕 역으로 장애물이 될 뿐이라는 사실은 외면하기 어렵다.

내가 해당 성명서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에서다. 첫째, 분명 여성경찰관 채용과정에서의 체력검정 강화가 남초 커뮤니티에서 주로 논의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체력검정 강화 자체가 "남성주의적 인식"에 기반한다는 결론을 뒷받침해주지는 않는다. 나는 이러한 주장이 단순히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치 강한 체력은 남성들의 전유물이고, 여성은 강한 체력과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설정하는 '역량의 성별화'를 전제하는 듯 읽히기 때문에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명서의 실제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물리력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민원인과 소통하며 피해상황과 갈등을 조정, 중재하는 등 소통능력이 필수적이며 여성 피해자 및 가해자가 발생했을 시 수사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말할 때, 이러한 태도가 역량/과업의 성별 분업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고, 여성 경찰관 혹은 지망자가 기본적인 물리적 역량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리라는 반여성주의적 태도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우리가 성차에 따라 특정한 영역의 역량이 다르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는 적절하고 효율적인 역량측정을 위한 합리적인 논의를 요구하는 사실이지 여성으로부터 물리적 역량을 박탈하는 선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둘째, 현재 우리 담론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성명서와 같은 논리는 최근의 반여성주의적 담론을 논박하기는커녕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의 여러 기사를 굳이 참고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여성혐오적/반여성주의적 담론은 한국 여성을 '합당한 의무를 행하지 않으면서 결실만 누리려는 기생적 존재'로 보는 시각을 확산시켜왔으며, 이러한 논리에 따라 여러 여성주의적/성평등적 정책 자체에 강력한 대중적 반감을 조장하고 있다. 이는 이번 대림동 사건을 둘러싼 '여경 무용론' 혹은 갖가지 무분별한 인신공격에도 그대로 나타난다--여성경찰관은 훨씬 낮은 자격요건만을 요구받으면서도 업무에 필요한 노고와 역량강화는 기피한다는, 요컨대 여성을 역량과 책임성 모두에서 열등한 존재로 그려내는 편견이 바로 그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이번 성명은 정확히 그러한 편견이 사실인 것인양 확산시킬 수 있는 논리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성명집필진의 본의가 무엇이든, 이 논리를 접하는 다수의 남성독자들은 성명서가 여성에게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는--이러한 경향 자체는 성평등이 진전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것이라면 무엇이든 거부하는 '이기적이고 무책임, 무능력한 여성'의 이미지를 그대로 읽어낼 것이며, 이를 '여경 무용론', 나아가 여성 일반에 대한 공격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관련 기사의 댓글들을 보라: https://v.kakao.com/v/20190527204050335).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표자들의 추정 연령대를 고려할 때, 그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했을 가능성은 분명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어떤 상황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체력검정의 강화·합리화 자체는 거부하지 않으면서 보다 적절하고 합리적인 측정방식을 찾아나가는 쪽이 보다 타당한 대응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물리력이 곧 남성적인 영역이라는, 혹은 그렇게 오독될 수 있는 주장을 하는 대신에, 왜 우리는 여성이 최소한의 신체적 역량조차도 발휘할 수 없는 존재라는 편견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지, 우리의 초중등교육과정에서 여성의 신체능력을 더 확장시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행해지고 있는지를 검토해보는 편이 더 여성주의에 부합하는 실천일 것이다.


P. S.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여경무용론'에 찬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 대림동 사건을 통해 여성 경찰에 대한 모욕적인 비난이 일상화되면서, 그 반작용으로 '남성' 교사의 성희롱·성폭력 사건 기사 댓글란에는 교단에서 남성 교사 자체를 추방하라는 요구가 계속해서 더 큰 목소리로 등장하고 있다(당연하지만 성희롱 성폭력 교사의 대다수는 남성이기 때문에 여기서 남성교사를 옹호하기란 쉽지 않다). 대림동 사건이 남초의 승리의 찬가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개별 남성이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다른 사건에서 해당 직군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공격하는 보복전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경찰, 교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특정한 성별과 동일시되어왔던 직군들의 성별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흐름이 남성, 여성, 혹은 그 누구에게든 결코 더 좋은 일이 아님은 불합리한 성별 제약에 동의하지 않는 그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다.

대림동 사건을 보면서 경찰에게 더 강력한 신체능력이 요구된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으로부터 여성경찰관을, 여성을 싸잡아 마음껏 비난해도 된다는 행동으로 비약할 근거를 찾아내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이른바 '한남=잠재적 성범죄자' 도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도의 사리분별은 갖추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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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9.07.04 19:58 Modify/Delete Reply

    여성 경찰 시험에 대해 체력 검정을 강화 하는 게 남성중심적이라고 하긴 보다는 경찰 내부에 있는 가부장적인 기득권층들이 여성 체력을 깔보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무리한 일 시켜서 착취시키고 여성에게 강력 범죄 등과 같이 남성들과 동등한 업무를 하지 못하게 만든 게 원인입니다.
    (높으신 분들이 남성에게만 무리하게 시키고 여성에게는 그저 홍보 대사로 부려 먹는 것을 보면 한국 노동자 권리가 얼마나 최악인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만약에 여성 경찰에게 사람 다루는 체력 훈련을 길러서 범죄에 대해 확실하게 처리하게 됐다면 대림동 사건 같은 일이 없었습니다.
    이래서 업무에 대해 남녀에 대해 차별 대우가 사라져야 합니다

    • BeGray 2019.07.08 12:04 신고 Modify/Delete

      말씀하신 사항도 당연히 개선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는 약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 자체는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2. ㅇㅇ 2019.10.30 02:27 Modify/Delete Reply

    ps에 추가한 내용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한가지 여쭙고싶은게 있는데 작성자분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위해서 어떤 흐름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꼭 완벽하게 해결할수있는 방법이나 구체적인 글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생각이 있으시다면 알고 싶습니다.

    • BeGray 2019.11.05 18:14 신고 Modify/Delete

      일반적인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지금까지 취해온 전략을 관성적으로 반복하기보다는 각각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들이 어떠한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를 충분히 숙고하면서 그에 맞는 설득방식/개선방식을 찾아가는 게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silk 2019.11.03 18:57 Modify/Delete Reply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인권이 가장 다이나믹하게
    신장된 기간이 총력전으로 대표되는 세계대전이라는바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성 노동이 총력전 상황에서 후방의 지원 병력으로서 평가받은 이후로
    여성의 참정권 및 인권은 급속도로 진척되었다

    이것은 여성들 스스로 면제되었던
    의무를 부담함으로서 똑같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여권신장 운동의 기본이 되야 한다는 것이다

    근래 페미니즘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지고 있는 소위 여성운동이라는 것들에
    대해서 동의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피해보는게
    도대체 하나라도 있는가?

    사회적 또는 관습적으로 있다는 피해는 여자만 받아왔는가?

    남자들도 결국 수치화하지면 결국 비슷한 억울함이 있다

    우리 남성세대는 우리 이전에 세대가 누려왔던 남성우월이라는 부채에 대한
    채무를 여성 할당 내지 여성 전용이라는 이름으로 참고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치 내가 가해자인양
    남성우워르사회에서 혜택을 본 사람 취급하는
    페미니즘의 가면을 쓴 집단 이기주의의 작태는
    분노할 수 밖에 없다.

    "전황을 바꾼 총력전 연설"이라는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입니다.놀랍게도 이 따위 글에 좋아요가 809개나 박혀있답니다ㅋㅋ..begray님의 분석이 궁급합니다!!

    • BeGray 2019.11.05 18:17 신고 Modify/Delete

      (넓은 의미의) 안티페미니즘 집단에서 자신들끼리 통용되는 '여성권리신장의 역사'를--물론 그 결론은 지금은 더 이상 페미니즘이 필요없다는 것인데--만들고 있는 게 가끔 보여서 흥미로운데요, 사실 의외로 남성 여성 가릴 것 없이 성평등/차별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 제대로 설명하는 학술적인 내러티브를 많이 접할 일이 없는 것도 맞아서 그 부분을 보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4. noname 2020.01.12 12:13 Modify/Delete Reply

    힘들고 리스크 큰 일에 대한 기피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여성 전체적인 경향입니다. 당장 소방관, 경찰, 군인 같은 일이나 엔지니어, 건설업 등 분야만 봐도 알 수 있죠. 단순 근력의 차이가 아니라.. 힘든 일을 싫어하고 좀 덜 벌더라도 편하고 안전한 일을 상대적으로 선택한다는 거죠. 외과 등 생명과 직결되며 응급환자를 다루는 분야는 남성이 압도적이고 연장근무도 더 많이 하고요. 당직 문제도 마찬가지로 남녀문제에 대한 매우 선택적 평등과 취약함을 드러내는 부분이지요. 그러니 이는 편견이 아닌 사실 자체라고 볼 수 있죠. 이게 편견이었더라면 여성 집단 전체가 스스로 각성할 부분이지 남성의 가부장적인 시선이 세상을 지배하는... 운운할게 아닌 부분이죠.

    교육계의 화두라는 남성 교사에 의한 성폭행은 전체 남성 교사 중 일부만이 저지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여경, 여성 소방관이 현장에 배치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편한 사무일을 하고 그러면서도 그저 승진 비율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조작, 이유모를 승진을 하여 정말 현장 최전선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남성 동료들을 제치죠. 그러니 이 비교 또한 잘못된 겁니다. 일부 성폭행 남성 교사와 대다수의 사무직 여경, 여자 소방관은 다르다는 거죠.

    제발 사회 내 만연한 가부장적 편견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여성 집단의 행태에 대해 생각해 보시길.. 결국 이게 다 편한 일 하지만 눈총은 받기 싫고 그러면서 같거나 혹은 그 이상의 이익을 좇으니 생기는 거 아니겠습니까...ㅎㅎㅎ

    • BeGray 2020.01.12 17:37 신고 Modify/Delete

      저라면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본성 같은 걸 함부로 말하는 멍청한 짓은 애초에 잘 하지 않을 듯 합니다. 더불어 설령 어떤 경향성이 역사적으로 관찰되었다고 해도, 그게 곧 오늘날의 모든 케이스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해석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고요. 가운데 문단은 애초에 글의 해석 자체를 잘 못하고 쓰신 거 같은데, 제가 noname 님의 지성에서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5. 남성을 굳이? 2020.02.02 14:25 Modify/Delete Reply

    과연 남성교사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일까요 여성 교사의 건에도 여성교사 개인을 욕할뿐 여성교사무용론을 하는 자는 볼수없는데요? 당신의 편협한시각이 문제라고 보이는데요? 거기에 여경무용론은 범죄로인한 인식이아닌 기본적 직무를 수행하지못하는 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중 하나입니다. 여러복합적인 상황을 봐야할 사회현상을 한가지를 콕찝어 표적수사하듯하면 과연그것을 해석함에 있어 타당성을 가질수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 BeGray 2020.03.29 02:34 신고 Modify/Delete

      진지한 대화를 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글을 세 번 정도 다시 꼼꼼히 읽고 정리된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6. ㅇㅇ 2020.03.17 18:35 Modify/Delete Reply

    잘 보았으며 추신부에 특히 큰 공감을 보냅니다. 그리고 대림동 여경 사건과 관련해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30퍼의 물리력이 요구되는 업무는 여경무용론의 반박이 될 수 있지만, 체력검정개선의 반박이 되지는 못한다고요. 페미니즘이 성별 구분에 따른 차별을 반대한다면 경찰로서 통합될 일이므로 남녀 간 생리적 격차를 감안하더라도 단위동작은 통일돼야하며, 나아가 말씀하신대로 업무에 실용적인 동작으로 개선하는 것이 성평등과 안티페미니즘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저는 지금이순간도 때때로 여혐을 저지르는 자이기에 페미니스트라 스스로 칭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BeGray 2020.03.29 02:36 신고 Modify/Delete

      이 문제에 관해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곧 소개할 기회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저는 '여혐'이든 '페미'든, 구체적인 사안들을 놓고 충분히 합리적인 태도로 대화한다면 생각보다 격차를 꽤 좁힐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모쪼록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7. ㅇㅇ 2020.05.12 13:49 Modify/Delete Reply

    결국 기술의 발전이 성별의 전통적 역할을 가장 많이 부순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에서도 여경무용론이 나온적있는데 경찰의 총기소지및 발포권이 구체적으로 정립되니까 무용론이 사라졌다는군요..
    뭐 총앞에선 최홍만도 허수아비니까요...
    세상에 많은 갈등이 생기면 두렵기도 한데 한편으로 어떻게 바뀔지 궁금키도 합니다..

    • BeGray 2020.05.16 14:35 신고 Modify/Delete

      저는 다른 곳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기술발전"이라고 추상적이라고 부르는 변화가, 물론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렇게 쉽게 곧바로 다른 영역의 변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아주 단순화하지 않으면 안 되죠. 특정한 기술적 발전--그 자체도 사실 이렇게 단수처럼 말하기 어렵지만--이 어떻게 사회에 작용하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제 아무리 거칠게 말해도 그것이 어떤 사람들을 통해, 또 어떤 제도적/사회적 맥락을 통해 어떻게 작용하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가령 말씀하신 사례에서는 '총기'라는 기술발전이 중요한 게 아니라(이미 개인이 휴대할 수 있을만큼 소형화된 총기는 수세기 전에 나왔으니까요) 그것이 특정한 사람들, 즉 경찰에 의해 소지/발포될 수 있다는 '법적/제도적' 지침의 등장이 오히려 더 강력한 분기점으로 작용한 것처럼 말이죠.

      뭐, 세상에 갈등과 변화가 없었던 시기는 적어도 지난 수세기 이내에는 없었던 만큼, 너무 안심하지도 너무 걱정하지도 않고 차분히 지켜보면서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가장 덜 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

  8. Robert 2020.05.18 13:25 Modify/Delete Reply

    https://brunch.co.kr/@goldmund/51?fbclid=IwAR1WsuXZXed1DaLR7v7dUcCZ1uTfQDu0-vBifG9u2bFCM0Hl3KCKWeZlIw0#comment

    본문 취지에 매우 공감하면서, 이미 보셨을 수 있지만(+경찰 쪽 해명은 대략적으로나마 들었었고 이 사건을 빌미로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황당해 했지만) 애초부터 대림동에서 벌어진 사건도 아니었다는 게 상당히 허탈하더군요. 특히 다른 사건에서 여성 경찰관으로 알려졌던 사람이 알고 보니 머리 긴 남성 주민이었다는 건 더 그러네요(...)

    • BeGray 2020.05.20 15:54 신고 Modify/Delete

      해당 기사는 저도 재미있게 읽었고, 사건이 '사실'이 아닌만큼 사람들이 내놓은 반응와 언어가 그 자체로 흥미로운--또 유의해야 할--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링크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 ㅈㅇㅁ 2020.06.15 08:01 Modify/Delete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을 접할 때 마다 드는 생각이, 근래들어 현실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남초 소사회 내에서 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 쌓여가고 확산 일로를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참 딱하기 그지 없습니다. 특히나 직장 동료들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될 때에는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아요. 이 많은 사람들이 적확한 사료를 바탕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과거에 쌓아왔던 편견을 강화하고 재생산 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절망적이기까지 합니다.

    저는 어찌보면 BeGray님과 이 곳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아마도 반 페미니스트에 가까워 보일 수 도 있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만(적어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성 평등의 원칙, 섹스와 젠더에 관계 없이 사람은 그 자체로 인격적으로 동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원칙 만큼은 지키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글의 전체적인 논조에 깊이 공감이 갑니다.

    안티페미니즘 집단에서 자신들끼리 통용되는 '여성권리신장의 역사' 가 아닌 실제 학술적 논의의 역사가 어떻든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과 피해자 서사'에서 언급하셨던 두 가지의 피해자 서사가 사회에 뿌리내리고 공존하고 있는 한 상대방을 납득 시킬 수 있으면서 전략적인 목표는 달성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해보이는 때 입니다.

    • BeGray 2020.06.19 11:49 신고 Modify/Delete

      글 차분하게 읽어주신 점 먼저 감사드립니다^^. 저는 누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생각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말씀하신 "성 평등의 원칙, 섹스와 젠더에 관계 없이 사람은 그 자체로 인격적으로 동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느냐 여부가 훨씬 더 결정적인 구별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뎃길을 만들어내는 게 (저를 포함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리고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정도의 마음입니다!

  10. 이것이냐 저것이냐 2020.09.05 21:37 신고 Modify/Delete Reply

    1.이 사건으로 인해 여경 전체에 대한 일반화나 비하표현 등이 과도한 면이 있었다는 데 동의합니다.

    2.여성경찰,소방관,군인의 역량에 대한 회의가 커지는 이유는 비단 미소지니뿐 아니라 생물학적 팩트와 훨씬 낮은 기준으로 체력 시험을 치르는 현실에 기인하지 않을까요.
    또한 내근직 비율이나 야간 당직 빈도의 차이가 그런 인식을 강화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경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3.경찰,군인은 성평등이나 취업률 이전에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범죄 피해자를 반드시 여경만 상대할 수 있다는 통념 또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낡은 성윤리와 성관념을 가졌단 방증이라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엄연한 현실인만큼 여성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인원만 따로 할당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같은 기준으로 선발하고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 정의롭지 않을까요. 또한 낮은 선발 기준과 할당제를 베풀어 주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미소지니에 해당 되지 않을까요?

    4.여성경찰이 옆의 동료와는 달리 취객을 제압하지 못하고 시민에게 '명령문'으로 도움을 요구한 것은 비판 받을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윤리도 업무수행능력도 부족했다고 봅니다.

    더 큰 문제는 언론에서 영상을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편집해서 왜곡하였고 경찰은 각 인터넷 사이트 등에 공문까지 보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비판을 금지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양상이 여경의 효용성과 정부의 여경 비율을 늘리겠다는 발표에 대한 회의와 분노로 이어진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여성과 남성에게는 -소수의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 지구력,근력,맷집 등의 신체능력의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경이 남경보다 이런 능력에 있어 더 낮을 것이란 판단은 반페미니즘보다는 현실에 기초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외가 있을 것입니다만 체력시험을 더 쉽게 치기까지 하는 상황엔 저런 의심은 더 커질 것이고 사실일 확률도 더 높습니다.
    이것은 대다수의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근력 등이 강하고 신장이 크다는 것과 같이 그저 객관적인 사실로서의 경향성입니다. 대부분의 개는 늑대보다 약하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차별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생물학적인 사실이지요.
    물론 소속 집단의 평균적 능력보다 개별 개인의 능력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고 국가의 치안을 지키는 의무를 맡으며 세금으로 댓가를 받고자 한다면 그 예외적 능력을 마땅히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BeGray 2020.09.08 00:33 신고 Modify/Delete

      온건한 논평 감사합니다. 항목으로 나누어 써주신 것 중 제가 의견을 덧붙일만한 것에만 국한해 말씀드리자면,

      2. 경찰체력검정 문제는 나름의 역사와 난점들이 있었던 듯 합니다(현행 제도가 지금의 사회적 맥락에서 논쟁을 유발하기 좋다는 것은 물론 사실입니다). 이 논문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http://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1a0202e37d52c72d&control_no=a405e58d9bc1d4297f7a54760bb41745

      3. 언급하신 기본적인 취지의 타당성은 동의하면서, 2번 항목의 논의와도 이어지는 것이지만 "같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지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경찰업무수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적/신체적/도덕적 역량의 기준치만 통과하면 되는 것인지 등등 말이죠. 다만 저는 남경 대 여경 구도로 가기 전에, 실제로 이전의 경찰체력측정 과목들을 보면 (이건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업무역량과 너무 동떨어진 측면이 있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라, 그걸 합리화하는 게 좀 더 우선적이라고 생각합니다(개정이 어떻게 되었나가 모르겠네요). 막말로 푸시업-싯업-달리기 등의 운동은 너무나 기본적인 역량만을 측정하는 것이니까요.

      4. 해당 사건에 관해서 찾아보시면 아예 처음부터 오보와 오해로 뒤덮인 것이었다는 후속보도도 나왔기 때문에, 사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경찰을 비판하고 말고가 유의미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왜 그런 영상이 그렇게 편집되고 살이 붙어 공유되었는지가 더 던져볼만한 질문인 듯 합니다.

      5. 위에서도 언급했듯, 체력측정의 방식과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준치를 정해놓고 그걸 통과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있고, 점수를 매기는 것도 있고... 물론 성별의 경향적 차이를 아예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겠습니다만, 저는 이 문제를 남성과 여성의 우열 프레임 안에서만 사고하는 것은 좀 비생산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되고 서로 약점을 들춰내며 물어뜯는, 이른바 '젠더갈등'을 악화시키기 십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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