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일기.

Comment 2015. 7. 25. 13:29

지난 주에 계속 4-5시간씩 잤더니 간만에 7시간을 넘게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올 7월은 정말 갖가지 일정들로 빽빽한 가득 차서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다음 한 주도 그렇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없다. 8월은 좀 나아지기를 희망하는데, 사람 만나는 약속을 다 그때로 미뤄뒀기 때문에 내가 희망하는 것만큼 책읽을 시간이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어쨌든 빨리 7월을 넘기고 8월에는 처박혀서 책만 읽는 게 간절한 소망이다. 7월은 세미나가 아니었다면 책을 거의 읽지 못했을 것이다(그래도 세미나 두 개를 강제로 돌리니까 일주일에 영어를 어떻게든 200쪽씩 읽게 돼서 두뇌가 아주 떨어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어도 기록할 시간이 없으니 블로그도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원래 황교익에 관해 무언가 짧게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 자료만 모아두고 끄적거리지 못했다(물론 critical하게 유의미한 글 자체를 찾기 힘들지만...한국의 대중문화 비평은 정말 놀랄 정도로 지적으로 빈곤하다!).


어제 부로 마감 하나가 끝났고, 내일 마감 하나 더, 그리고 다음 주의 갖가지 일정들만 넘기면 조금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책, 내 책을 읽고 싶다!


일의 홍수에 파묻혀서 새삼 느낀 게 있다면, 1) 효율적인 협업방식만 찾는다면 상이한 전공의 연구자들끼리의 작업이 단일 전공 내의 작업보다 훨씬 풍성해질 수 있다 2) 한국에서 인접전공자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많지는 않아 보이는데, 특히 내 또래에서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설령 구직과는 무관할지라도 지적인 역량의 제고 자체를 위해서는) 필수적일 성 싶다; 방법론의 엄격한 갱신과 함께 분업-협업 문화의 구축은 한국 인문사회학계의지적 돌파구를 만들어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3) 특히나 광범위한 사회적 현상의 분석을 위해서는 통계, 빅데이터를 비롯해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소화할 수 있는 기법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과 외 프로젝트를 하면서 통계적 처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고, 이언 해킹Ian Hacking의 통계사에 대한 책(<우연을 길들이다>_The Taming of Chance_: 엄밀히 말해 통계사 책이라기보다는 인식론적 고찰에 더 가깝지만...)을 조만간 읽어보려 한다; 계량이 질적분석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계량적 연구를 외면한 질적분석은 얄팍한 주관주의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4) 사회현상을 다루는 연구 언저리에 가보면서, 한국에 깊게 자리박힌 전통적인 학문분과에서 후속세대에게 요구하는 갖가지 기준들은 대체로 연구자들이 실제로 유의미한 연구를 하느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실감한다. 내가 받는 훈련의 전문성과 의미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것의 한계를 인식하고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른바 취직을 위한 정석적인 커리어는 그러한 필요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5) 스스로가 자신이 배워 온 방법론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야말로 다른 방법론과의 접촉이 필요한 순간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려는 노력이 우리를 지적으로 채찍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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