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 근황.
어제 7월 1일 자로 박사학위논문 최종심사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염려와 격려, 위로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명의 박사는 온 학계가 거들어야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합니다.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한 시점이 2020년 7월이니, 완성까지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에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을만큼 비효율적이었던 기간도 있었던 덕에 당초에 계획했던 바에 비해 집필 기간이 다소 늘어진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막연한 가설만 갖고 있던 영역에 들어가 문헌을 차곡차곡 하나씩 쌓아가면서 구체적인 서사로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있더군요. 특히 후반부에 작업량을 몰아치다보니 (...) 손목과 허리에 잔부상을 얻은 게 조금 아쉽지만, 돌아보면 대체로 유쾌한 마음으로 내달리는 여정이었던 듯 합니다. 매일 전날보다 약간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삶, 몇 주, 몇 달 전까지 어렴풋한 윤곽으로만 존재하던 무언가가 형태와 조직을 갖춘 글의 꼴로 눈앞에 나타날 때의 충만함은 대신할 것을 쉽사리 찾기 힘듭니다.
물론 한 달 뒤 제출까지 고쳐야 할 사항이 한가득이고(현재 종심원고가 너무 길고 정신이 없어서(?) 2/3 정도의 분량으로 철저하게 다듬는 게 목표입니다ㅠㅠ), 학술지 투고, 좌담회 출판, 서평 등등을 병행하며 최소한 8월 중순 정도까지는 여전히 바쁘게 지낼 예정입니다. 만 18세 시절부터(...) 15.5년 간 머물렀던 공간을 떠난다는 실감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가 성큼 눈앞으로 다가올 때의 불확실한 마음도 이제 조금씩 형태를 갖추어 갑니다. 그러나 글을 쓰고 매만지는 사람에게 글거리가 많은 건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어디로 굴러간들 글감이 있는 한 제게는 저의 시간과 영역, 존재 양식이 있는 셈이니까요.
지난 수개월 사이에 서평도, 논문도, 시론도 나온 것들이 있습니다만, 앞으로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조금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여나 가끔이라도 제 계정과 블로그를 찾아주셨던 분이 계시다면, 조금만 더 느긋하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지금껏 쓴 글보다 앞으로 쓸 글이, 그게 뭐가 되든, 더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