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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26 00:15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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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Gray 2018.06.29 04:56 신고 Modify/Delete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인데요, 일단 개인의 경험에 기초해서 답변을 떠올려본다면...^^

      1) 텍스트마다 다를 수밖에 없음을 전제해 두고, "깊이" 읽는 게 필요한 텍스트라면 어느 정도 천천히 음미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더라도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경험도, 보통 두 번째 읽을 때는 첫 번째 독서에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지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유익하고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과도 이어지는 이야기 입니다만, (최대한 효율적으로) 논지를 정리해보는 노력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붙잡기 위해서는 해당 텍스트만이 아니라 그러한 텍스트의 언어를 공유하는 다른 저작들과 같이 보는 작업도 필요하고요. 즉 텍스트를 하나의 점으로 읽는 게 아니라 상호 연관된 여러 텍스트들의 그물망을 그려가면서 읽다보면 결과적으로 하나의 텍스트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의미도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뉘앙스와 서술의 배치 등등...에 대한 감각의 경우 저한테는 무엇보다 저 자신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보는 시간의 축적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쓰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 뒤에 비로소 보이는 지점들이 있다고나 할까요(꼼수, 우회로 등등^^). 많이 쓰고 고쳐보는 경험은 독서의 발전에 필수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 특히 여러 자료를 이용해 글을 쓸 때는 요약정리, 따로 메모/노트 만들기 등등 자신만의 정리방법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보통 인용할 대목(후보)들을 별개의 창에 다 옮겨둔 뒤 글을 쓰면서 해당 창에 미리 골라둔 인용/코멘트 등을 활용하는 편입니다(당연히 쪽수, 서지사항 등도 미리 써놓고요!).

      기억의 측면에서 보자면, 역시 여러 저자들 간 혹은 논쟁 간의 관계/구도 등을 자기 나름대로 재구성해보는 게 단순히 기억만을 촉진하는 걸 넘어 훨씬 일관되고 효과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일단 곧바로 떠오르는 요소들은 이런 것들인데, 작게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네요 :)

    • 2018.07.08 22:02 Modify/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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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Gray 2018.07.21 21:51 신고 Modify/Delete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공부하실 수 있기를요!

  2. 2018.06.01 11:02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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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8.05.15 12:38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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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thypia 2018.04.01 02:14 신고 Modify/Delete Reply

    문과 학부 4학기생입니다. 영문학 하는데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읽은 책도 별로 없고 읽어도 배우는 게 없는 느낌이었어요. 최근엔 정말 간단한 글(학부 입문 과정 수업의 숙제 수준입니다.) 에서 교수한테 비판을 먹었지만 그 비판을 스스로 납득하기가 어려워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는 제가 멍청해서 이해를 못한 것, 아니면 교수가 합리적인 답변을 제시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쓸모 없는 거라는 뜻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학문을 해보고 싶어서 관련 검색을 해보던 중 이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여기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 BeGray 2018.04.16 11:26 신고 Modify/Delete

      답변이 아주 많이 늦었습니다(마침 방금 올린 일기가 면피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너무 정신없이 살았네요). Athypia 님의 자세한 상황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누구나 수련기는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부 때 결코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고요. 학문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자신을 학자로, 연구자로 다듬어가는 과정을 밟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5. ㅁㅁ 2018.01.04 17:07 신고 Modify/Delete Reply

    인문학은 문외한입니다만 쓰신 글들 읽고 슬럼프 탈출해서 갑니다. 공부할 열의가 생기네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읽고도 전공에 도움이 되신다니, 참 부러운 전공입니다.

    • BeGray 2018.01.26 00:27 신고 Modify/Delete

      미약하게나마 힘이 되었다면 제가 더 기쁩니다. 제가 흥미를 갖는 또 중요하다고 믿는 영역들이 제 전공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넓다보니 어느새인가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 어차피 현실의 요구는 기존의 학적 울타리를 늘 넘어가버리곤 한다는 사실에 소소한 위안을 받습니다^^

  6. ㅇㅇ 2017.11.24 08:57 신고 Modify/Delete Reply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506918526050645&id=100001975374516&pnref=story
    '웜련'들이 이번에 학술대회 하나를 크랙 냈더군.

    https://www.facebook.com/misogynyinkorea/posts/1186756511433633
    작년 말 메갈리아의 반란 저자 유민석을 타겟으로 시작해서 여이연까지 불길이 번지고 연구자들과 심심하면 키배를 뜨는 상황인데

    http://slownews.kr/62215
    메갈리아, 워마드 안에서 교양파와 죽창파를 구분하지 못하는 연구자 따위가 어설프게 실드 치다가 나오는 결론이 이런거지.

    • BeGray 2017.12.18 23:41 신고 Modify/Delete

      답변이 늦었고, 저는 마지막에 링크하신 글은 꽤 흥미롭게 읽었지만 몇 가지 방법론에서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고, "교양파와 죽창파를 구분하지 못하는 연구자 따위"가 저를 지칭하는 거라면 저는 이전의 글에서부터 메갈리아 구성원들이 균질적이지 않다는 건 표방해왔기 때문에 별로 타당하지 않은 문제제기 같고(그리고 그 경우 글을 좀 읽고 이야기하라는 말을 권해주고 싶고), 근데 일면식도 없는 남의 블로그에서 그닥 호감가지 않는 말투로 찍 쓰고 가는 건 예의가 없는 것 같고...쯤이 제 답변이 되겠습니다, 무례한 씨 :)

    • BeGray 2017.12.25 12:18 신고 Modify/Delete

      ㅇㅇ 님 // ㅋ 링크는 감사히 봤고, 예의는 못 배워먹으신 것 같으니 유감스럽지만 저는 댓글 삭제 마차에 ㅇㅇ 님을 태워 국경 바깥으로 내몰 수밖에 없네요. 그럼 안녕히 가시길.

    • ㅇㅇ 2017.12.28 20:22 신고 Modify/Delete

      그 예의 타령이 메갈리아 까는 핵심요손데 그걸 약자의 저항이라고 빨아제끼는 먹물의 모순은 지극히 나에게 흥미롭다네, 애송이.

    • BeGray 2018.01.26 00:25 신고 Modify/Delete

      애송이란 단어의 스웩이 좀 웃겨서 댓글 하나 더 달아드립니다 :) 터프하고 공격적인 단어를 조금 쓰면 스스로가 더 우위에 있는 사람이 된다는 착각은 왼손에 흑염룡을 달고 다니는 시절로 충분하지 않은가 싶지만요. 니가 아는 정도의 사실관계를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 유치함의 발로겠죠. 다음 놀이동산은 저쪽입니다, 안녕히.

  7. 필필명 2017.09.14 22:39 신고 Modify/Delete Reply

    케이팝 패다가 엉뚱하게 유교 패는 논문에 대한 코멘트<-를 읽다가 댓글이 길어져서 방명록에 씁니다.

    일본만화 남성(과 명예여성) 오타쿠들이 숫자가 많아지고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끼친 영향은 다음과 같다고 봅니다. (1)메이져가 되어 대중문화에 영향을 끼쳤다(일본 포르노그라피 소녀캐릭의 주된 수요공급층이 됨) (2)일본만화는 소년 성장물이 많고 전지적 작가 시점을 많이 차용하는데, 이로 인해 "자기가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놈들이 크게 늘음(반지성주의 만연. 만화 말고 다른 책은 쳐읽지를 않기 때문에, 똑똑한 척은 좋아하는데 정작 공부를 안 해서,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행정제도 돌아가는 것조차 무지함)(오유-루리웹-트위터 애니프사-나무위키 류) (3)자기가 똑똑하다고 믿는 (2)놈들의 말재간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믿는 놈들이 크게 늘음(알싸-이종 등등) (4)남성은 무엇인가를 이루고 성장해나가는 캐릭이며 여성은 부속품이고 민폐를 끼치는 것들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의 재생산

    ~라고 옛날 오타쿠이자 일본어 전공으로써 이러한 느낌적인 느낌은 갖고 있지만, 이것을 연구하는 분은 찾기 힘든데, 혹시 관련해서 논문 쓰시는 분을 아시나요... 논문이 나왔나요 흑흑

    • BeGray 2017.09.22 00:51 신고 Modify/Delete

      아 지금에야 방명록 확인을 했네요. 요즘 정신이 없다보니 죄송합니다 ㅠㅠ

      흠 근데 2-3에서 지적해주신 사항은 사실 예전에도 그런 사람들은 많았기 때문에 (...) 이게 정말 일본 오타쿠 그룹의 고유한 특징인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있습니다. "오타쿠 서브컬쳐가 한국에 끼친 영향"은 사실 꽤 큰 주제라서 논문이 있다고 해도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작업할 것 같긴 한데요, 저도 그쪽 레퍼런스 뒤져보는 작업은 하지 않아서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혹시 언젠가 읽을만한 글 발견하시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 2017.01.12 00:17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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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Gray 2017.01.15 00:24 신고 Modify/Delete

      아, <신음악의 철학>은 매우 흥미롭고 또 재미있는 책입니다. 저는 원래 프레드릭 제임슨의 <맑스주의와 형식>에서 아도르노를 소개한 장을 읽고 그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음악을 전혀 모르면서도 <신음악>의 두 비평이 각각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에 대한 최상급의 비평적 사유를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최근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아도르노의 저작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은 데다 가장 근접한 주제를 다룬 안내서인 맥스 패디슨의 <아도르노의 음악 미학>을 비롯해 주요 서적이 전부 고향에 있는지라 바로 찾아보기가 쉽지 않군요.

      일단 떠오르는 것은 <신음악>과 형제 관계에 있는 책들, 즉 <계몽의 변증법>과 <미니마 모랄리아> 입니다. 이중 후자에서 예술에 관한 내용을 검토해보시면 아주 약간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22, 47, 48, 136, 137, 144, 145번 글들). <프리즘>에 수록된 "아르놀트 쇤베르크"도 <신음악>의 쇤베르크 파트와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요, 한국어 텍스트로는 <문제는 리얼리즘이다>에 수록된 "강요된 화해"의 루카치 비판이 아도르노의 미학적 입장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짧지만 분명한 글입니다.

      다만 <신음악>은 한국에 번역된 아도르노의 다른 글들과 달리 그 자체로 예술텍스트비평의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말러: 음악적 인상학>이나 <베토벤. 음악의 철학>이 그나마 예외로군요. <문학론>은 아직 한국어로 제대로 된 번역이 없으니...). 위에 언급한 다른 저작들은 어디까지나 예술에 대한 이론적 글이지 그 자체로 비평은 아니죠. 이 경우는...일단은 까다롭지만 천천히 소화하며 사고를 따라가는 게 가장 좋은 독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개념과 방법을 잘 이해하는 문제라면 <변증법 입문>이나 <미학강의1>이 더 낫겠지만, 실제로 텍스트로부터 무엇을 끌어내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라서... 그래서 사실 저는 이 책의 독서가 <미학강의1>보다 더 짧게 걸릴 거라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세미나의 경우 발제자가 내용이나 주요개념을 정리하기보다는 같이 서로 막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목을 읽으면서 함께 아도르노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보는 강독세미나에 가깝게 진행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무척 까다롭고, 저도 석사 논문 쓰던 시절 처음 읽은 텍스트라 학부생 때의 독서경험을 참고할 수 없습니다만^^; 끝까지 읽으면 그만한 소득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화이팅입니다 :)

    • 2017.01.16 01:36 Modify/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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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김우건 2016.06.23 06:17 신고 Modify/Delete Reply

    BeGray 님의 글들을 보면서, 제 사고와 지식이 얼마나 작고 조잡한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대학교 교양 과제를 하다가 님의 <위플레쉬>에 대한 글을 읽게 된게 인연이 되었네요. 제가 누구인지도 모르시고 아무런 관계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질문에 답변해 주시는 건 어쩌면 님에게는 무례한 일이 될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요즘 (요즘이라고 해도 근 2년 가까이 심심하면 떠오릅니다)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서 답변해 줄만한 사람이라 느껴저서, 그냥 모르는 여자에게 전화번호 물어 보듯이 그냥 질러 봅니다. 거창하게 서론이 길어졌는데요, 질문 자체는 간단합니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은 사람으로써 정관사 the 의 의미가 아직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실질적인 영역을 넘어서 그게 어떤 의미로 아니면 화자의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용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 많이도 찾아 봤지만 만족할 만한 답은 나오지 않더군요. 제가 한 단어에는 하나의 의미가 반드시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나 만약 복수의 뜻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전이나 사람들이 전하는 의미의 항목들은 적어도 제게는 그 각각의 사용처(?)가 너무나도 불문명 하네요. 특히 추상적인 것을 지칭하는 명사 앞에서 the의 유무가 저를 햇갈리게 합니다. (무관사, 정관사)영어권 사용자들이 '특정 혹은 유일' 하다고 생각할때 그 특정하다고 생각할지 말지는 그저 단어마다의 관습에 근거한 것일까요? 아니면 전체를 아우르진 못해도 어느정도 일정한 기준이 있는 것일까요? 또 특정한 것을 지칭한다고 하면서 일반적인 것을 표현할때 사용한다니 혼란이 가중됩니다. 질문이 너무 두서 없고 정리가 되어있질 않네요. 제 한심한 글쏨시로는 제가 전달하려는 바를 이렇게 밖에는 표현 못합니다.. 어쨌든 저는 '던저' 보았습니다. 답변 유무를 떠나서 BeGray 이 불쾌하게 생각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BeGray 2016.07.08 04:44 신고 Modify/Delete

      이런 저런 일들로 제 답변이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문의하신 내용은 저도 사전적인 답변 이상의 것을 드릴 수 없겠네요(관습적인 측면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지점이기도 하고, 저도 그 외국인에 포함되기 때문에 다른 이의 답변을 옮기는 것 이외의 신뢰할만한 답변을 드릴 수가 없는 질문입니다 ㅠㅠ

  10. 2016.05.24 17:16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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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Gray 2016.05.28 23:10 신고 Modify/Delete

      요즘 블로그에 시간을 잘 못 쏟아서, 답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1.

      "근대사상사"도 워낙 광범위한 분야라 저도 관심있는 부분 위주로 조금씩 공부를 해 나가는 중이라 한 두 권의 책으로 쉽게 답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것들은요.

      일단 단 한 권으로 서양 근대사상사에 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책으로는 역시 찰스 테일러의 <자아의 원천들>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새물결에서 나온 한국어판은 편집이 그다지 꼼꼼하게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저는 몇몇 부분만 훑어봤는데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2부에서 5부까지는 서양 고대부터 근대 시기에 이르기까지를 커다란 문제의식 하에서 흐름을 잡아 정리하는데 무척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테일러의 작업이 특히 예술과 철학/사상에 초점을 두고 있으니 말씀하신 관심사와도 연결될 것 같네요(비슷한 작업으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의 <덕의 상실>이 있는데, 번역이 매우 곤란합니다).

      18세기 영국문학의 역사를 다루는 고전적인 저술은 역시 이언 와트의 <소설의 발생>(The Rise of the Novel)일 것입니다. 물론 이후에 영문학계에서는 와트의 주장을 보완/수정/비판하는 수많은 작업이 있었습니다만(무엇보다도 와트의 책이 거의 다루지 않은 여성작가들의 엄청난 비중에 관해서요),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거의 없네요. 한국어판은 큰 문제 없이 잘 읽힙니다. 문학사회학 측면에서 이 시기보다 좀 더 포괄적이지만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기나긴 혁명>입니다(저는 몇 년 전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읽어서 지금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군요ㅠㅠ). 윌리엄스의 책 한국어판은 좋습니다.

      19세기 유럽소설에 관해서는 프랑코 모레티의 <세상의 이치>가 한권으로 읽는 데는 가장 괜찮을 것 같습니다. 모레티 자신의 문제의식이 사회사와 문학사를 접목시키는 데 있기에 다른 분야의 독자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한국어판도 번역이 좋습니다(<기나긴 혁명>과 같은 역자입니다). 20세기 초반을 다룬 <근대의 서사시>도 매우 흥미로운 책입니다만, 절판이라 책을 새로 사서 읽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모레티의 초기 논문집인 <공포의 변증법>은 한국어판 번역과 편집에 아주 문제가 많습니다만(그리고 비싸기 때문에 별로 사서 보는 걸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분명 주목할 글들이 많습니다.

      프랑스 쪽은 제가 잘 모르겠고(아, 그 누구보다도 덜 중요하지 않은 루소의 경우 최근 책세상에서 전집이 번역되고 있고, 매우 통찰력 있는 스타로뱅스키의 <투명성과 장애물> 및 리오 담로시의 루소 전기가 좋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독일 철학사에 관해서는 매우 탁월한 철학사가 프레더릭 바이저의 책이 괜찮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18세기 말 초기 독일낭만주의에 관해서는 그린비에서 나온 <낭만주의의 명령>을, 19세기 중반 헤겔 사후 독일철학에 관해서는 최근 도서출판b에서 나온 <헤겔 이후>를 추천합니다. 그 가운데 헤겔에 관해서는 테일러의 <헤겔> 중 1부, 테리 핀카드의 헤겔 전기(도서출판 길 판을 구할 수 있습니다), 바이저의 최근 헤겔 연구 안내서(<헤겔: 그의 철학적 주제들>)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독일에 비해 한국인들에게 매우 저평가되어 있지만,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영국인들의 작업은 서구 근대 사상사를 포괄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시기를 개괄하는 좋은 한국어 책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홉스와 로크 뿐만 아니라 18세기 초 샤프츠베리를 포함한 덕과 상업의 논의,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에 대해서도 괜찮은 책이 없군요. (절판되긴 했지만) 피터 게이의 <계몽주의의 기원> 1권이 그래도 어느 정도 앞 시대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고요(만약 책을 구하실 수 없으면 제게 따로 메일주소를 알려주세요), 사상사라기보다는 사회사라고 하는 편이 맞는 이영석 선생의 <지식인과 사회>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이 나온 사회적 맥락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좀 더 학술적인 논의로 넘어가고 싶으시면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변동>과 윌리엄스의 <키워드>를 읽어보세요. 하버마스의 책은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시민사회"가 어떻게 변모해가는가를 사상사/문화사/사회사를 훑으면서 큰 줄거리를 짜고 있고, 윌리엄스의 단어집은 각각의 단어들이 어떻게 근대 시기 전후에 그 의미가 변해가는지 하나하나 역사적으로 훑어보기 좋습니다. 영국 18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미적 감수성에 종교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준 콜린 캠벨의 <낭만주의 윤리와 근대 소비주의 정신>도 흥미로울 겁니다 :)


      2.

      "수년간 정규 과정을 통해 공부한 인문계 학생과 비교해선 영원히 전 평범한 교양독자에 머무를텐데" -> 어차피 대부분의 인문계 학생들도 냉정히 말해 평범한 교양독자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이상으로 독서 훈련을 시키는 학교/학과도 거의 없고, 알아서 그걸 수행하는 학생은 더욱 적죠. 어떤 의도에서 인문학 분야의 독서를 하고 계시는지 제가 알 수 없어서 올바른 답변을 드릴 자신은 없습니다만, 단지 상대적인 비교우위의 측면에서 보자면 평소에 꾸준히 많이 읽는 비전공자가 수업에만 (그것도 많지 않은 분량을) 잠깐 읽는 학부 전공자보다 더 높은 소양을 보여줄 거라 생각합니다--다만 해당 전공에서 요구하는 글쓰기 포맷을 습득하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겠지요.

      교양수준 이상의 공부를 하는 건 (다만 교양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할지는 저도 답변하기 힘들군요 ㅎㅎㅎ 전문적인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서 하는 모든 공부는 교양bildung에 속하지 않나요?^^) 저로서는 물론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주어진 직업적 훈련, 직업적 삶, 가족을 포함한 좁은 인간관계 이상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라면,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더 많은 영역을 탐색하고 자신의 삶을 넓히는 게 매우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에요. 우리의 삶은 그것보다 더 깊고 넓어질 수 있죠. 거기에 대해 욕구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매우 절실할테고요.

    • 2016.05.30 11:33 Modify/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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