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자유주의' 또는 공권력을 사랑하는 사람들

Comment 2014. 10. 20. 03:02

원 페이지 링크: https://www.facebook.com/21Liberalism/photos/pcb.387017544786683/387017461453358/?type=1&theater (대략 4장 정도의 사진을 이어서 볼 것: 카카오톡 상에서의 대화 내용이 저장되어 있다)











이하 논평.



이 멍청한 대화는 한국 자유주의 우파가 사실상 지배체제에 대한 보수적인 옹호자와 뒤섞일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두 가지만 지적하자.


 저 운영자가 정말로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유--그러나 누구의 자유인가?--의 극단적인 옹호자라고 한다면, 미국의 자유지상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애초에 정부를 포함한 특정한 기구에게 저와 같이 막강한 권한 자체를 주는 것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해야 한다. 자유지상주의자의 눈으로 볼 때, 저 운영자는 한번 저런 권한/권력을 획득한 기구가 언제 포악한 통치자로 나설지, 그리고 그 경우에 어떻게 제약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예견과 불안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국가권력의 천진난만한 노예에 불과하다. 바꿔말하면 스크린샷에서 '자유주의' 페이지의 운영자가 보여주는 것은 상식에 대한 관철이 아니라 "강력한 공권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다.


 "미국의 시민들은 자유를 위해선 법과 질서가 유지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공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이 문장의 발화자가 실제로 사랑하는 것은 자유일까, 아니면 법=질서=강한 공권력일까? 내 생각에 그는 둘이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걸 의심해본 적 조차도 없지 않을까 싶다. 그게 한국의 이른바 자유주의 우파들의 지적 수준이기도 하고. 비교하자면 마루야마 마사오 같은 자유주의자들이 국가로부터 억압받지 않는 시민사회 자체의 힘을 자유의 근본적인 표현으로 보았다면(그래서 마루야마는 1960년대 대규모 반미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자유주의 이데올로그들에게 자유란 국가, 법, 질서가 시민사회의 '혼란'을 마음껏 때려잡을 자유를 의미한다. 공권력의 자유! 국가의 자유! 마음껏 '잠재적 범죄집단'으로서의 시민사회를 들쑤실 자유!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자칭 자유주의자들이 너무나 쉽게 파시스트들과 공동전선을 결성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 것이다.



 둘째, 저 운영자는 또한 자유주의자들의 절대적인 약점, 곧 형식적인 규칙만 지켜지면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부터는 눈을 돌리곤 하는 사고의 마비상태를 충실히 보여준다. 자, SNS 감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법과 질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가득찬 우리의 자유주의자의 답은 "중범죄 예방/수사를 위한 감청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수십일 간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SNS 사찰문제가 대통령 및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무려 "명예훼손"이라는 자의적 개념으로 지칭되는 행위를 포함해서!)과 정부 비판적 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온라인 감시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다는 사실에는 침묵한 채로 말이다! 나는 아직까지 원론적으로 중범죄까지 포용하자는 사람들의 주장이 대세를 점했다는 적은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저 자칭 '자유주의자'에게는 집회 및 시위를 준비하는 것, 그리고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당연히 '중범죄'에 속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자유주의란 이름의 페이지를 걸어두고 멍청한 이데올로기를 퍼트리는 건 '중범죄'가 아닐 수 있는가?


 저 '자유주의자'를 포함해 이 사태에 대해 "중범죄에 관해서 감청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라고 답변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확실한 건 그게 자유를 향한 참을 수 없는 열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랬다면 당연히 "무엇이 중범죄고 아닌지에 대한 확실하고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부터, "중범죄란 핑계로 검열로부터의 자유를 훼손할 위험은 없는가"와 같은 우려부터 떠올렸을 거다. 자유가 정말로 중요했다면 나왔을 의문들 이전에 정부와 국가권력과 경찰과 검찰과 경찰의 몽둥이와 수갑과 ... 등등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부터 떠오르니까 저런 맥락에 맞지 않는 이상한 답변부터 나오는 거다. 


 다시 말하자. 법, 질서, 공권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 그리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권력의 자유, 몽둥이를 휘두를 자유, 감청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사랑. 나는 스스로를 전혀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공권력의 자유를 내 사고와 언어와 행동에 대한 자유보다 우위에 놓을 정도로 내 자유를 낮게 평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저 운영자보다 좀 더 '자유주의적'인 것 같다.



 본인이 자유주의라는 단어에 호감을 느낀다면, 도대체 그게 누구의 누구에 대한 자유인지부터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걸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것처럼 '국제표준적' 기준으로 보면 국가주의자로 분류되는 게 좀 더 적당할 사람들이 자유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오해하는 일이 생기는 거다. 본인이 진정한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면 이런 오해부터 깨끗이 사라지도록--그러니까 이런 사이비 '자유주의자'를 전력껏 추방하기 위해--노력하시고.


 내 진지한 입장은 애초에 자유주의 자체가 극단적으로 실현될 때 주어진 지배적 체제에 대한 비판적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 그리하여 가장 강력한 권력을 '정상상태'로 간주하도록 이끌린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주의는 본래의 상식적인 위치를 상실하고 전혀 다른 지점으로 이끌린다. 어떤 면에서 저 '자유주의자'의 태도는 자유주의적 정신이 국가주의로 이끌리는 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는 중간단계이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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