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간행물 연구의 한 모델: 윤미선,「영국 모더니스트로서 예이츠의 탄생」 소개

Reading 2018.08.18 21:42
이번 포스팅은 역사적 문학/담론/문화연구의 한 접근법으로서 정기간행물 연구(periodical studies)에 흥미를 가진 동료 연구자/학생들을 위해 작성되었다. 특히 영국의 케임브리지 영문학과 중심으로 축적·발전해온 정기간행물 연구모델은 미국 영문학계의 성과에 보다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19세기 중후반 영문학에 대한 영국식의 '경험적' 혹은 역사적 연구에 대한 소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의 영문학 학술장에서 대부분의 (예비)연구자들에게 낯선 것으로 남아있다. 다행히도 케임브리지 영문과에서 이 분야로 훈련을 받으신 윤미선 선생님이 근래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하셨고, 지난 겨울 서울대학교 영문과 대학원생들이 조직한 세미나에서 선생님을 초빙하여 3주 정도에 걸쳐 짧게나마 정기간행물 연구방법론에 대한 입문 격의 강의를 듣는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최근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이번에 출판한 논문이 지난 세미나의 이론적/방법론적 논의를 실제로 적용해본 사례로 참고해볼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을 듣고 귀국하자마자 찾아 읽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고 뛰어난 작업이라는 인상을 받은 것도 있으나, 무엇보다 정기간행물 연구가 실제로 어떤 모델, 어떤 연구서사를 통해 전개되는지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논문(http://kiss.kstudy.com/thesis/thesis-view.asp?key=3613197)을 소개할 의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내용에서 1절은 그에 따라 먼저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고 다음으로 실제로 논문을 읽고 쓰려는 사람들을 위해 논문에서 어떤 방식의 사고/모델링이 전개되고 있는지를 재구성해본 시도다.더불어 정기간행물 연구방법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2절에서는 지난 겨울방학 세미나 리딩리스트도 추가했다. 과거의 담론적 실천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 보다 정교화된 방법론을 찾는 독자들에게 이 포스팅이 작게나마 유용한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1.

윤미선, 「영국 모더니스트로서 예이츠의 탄생: W. E. 헨리의 『내셔널 옵저버』와 19세기말 영국 문학장」(『영미문학연구』 34[2018]: 29-71)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 글은 저자가 (본인이 수학한) 케임브리지 영문학과 19세기 문학연구에서 채택한 정기간행물 연구방법론(같은 저자의「19세기 영미 정기간행물 연구: 문헌 연구에서 담론과 매체 연구로」, 2017 참조 / http://kiss.kstudy.com/thesis/thesis-view.asp?key=3524815)을 실제로 적용한 좋은 사례로서,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문인 중 한 명인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29)를 한 명의 고립된 문학영웅으로 읽는 대신 그의 초기 저술과 예술론이 "1890년대 당대에 예이츠와 마찬가지로 페이터적 유미주의의 비공동체 혹은 반-공동체적 성격을 비판하면서 문학의 형식적 완성에 대한 추구가 어떻게 영국이라는 국가의 공동체 정서와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역설했던 큰 비평적 흐름"(31-32)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를 문학(출판)장(場, field)이라는 맥락 내에서 드러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당시의 저명한 시인이자 "여러 정기간행물의 편집자였던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W. E. Henley)"를 중요한 연결고리로 지명하고 "앵글로색슨 문명은 소진되고 있으며 영국이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켈트 설화와 시 문학에 보존되어 온 남성적 에너리즐 소환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전망을 살핀 뒤 그것과 예이츠 저작의 깊은 관계를 탐색합니다(32-33). 최종적으로 "독자적으로 여겨지는 그 영역[영국 문학장]이 어떻게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특수하게 결합하는지, 영국 문학장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로 그 독자성을 인정받게 된 종류의 문학이 어떻게 당대의 맥락 속에서 행위자의 정치적 입장과 담론 실천에 의해 구체적 색채를 획득했는지 그 고유의 논리를 조명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1절 마지막에서 저자는 밝힙니다(35).

논문 본문을 간략히 요약한다면, 2절은 19세기 후반 영국 정기간행물 장의 정치적·미학적 지형을 전체적으로 개괄하면서 헨리가 편집자를 맡은 (1888년 『스코츠 옵저버』로 먼저 출발한) 『내셔널 옵저버』가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지향했는가를 설명합니다. 근대 문명의 타락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원초적이고 시원적인 남성성(manliness)을 천명하고 이를 (스코틀랜드·아일랜드의 기원과 이어지는) 켈트적 근원과 연결짓는 헨리의 '남성다움' 담론 및 그것이 월터 페이터와 오스카 와일드와 같은 자신의 적수들을 어떻게 비판했는가를 들여다보면서 저자는 이러한 실천에서 미학 이론과 정치적 입장이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가를 소개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수준의 문학텍스트 독해를 시도하는 3절은 예이츠가 문학장에 진입하고 『장미 시편』을 집필할 때까지의 과정에서 그가 남성다움 담론을 핵으로 삼는 헨리의 시학에 얼마나 공명하고 있는지를 헨리의 「칼의 노래」(The Song of the Sword)와 예이츠의 장미 시편들을 함께 꼼꼼하게 읽음으로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예이츠의 시가 단지 "라이머 시인들이 수행했던 [기법상의] 실험"으로서의 성격만을 가지는 대신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헨리의 저작과 깊은 관련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냅니다(비록 저자가 밝히듯 이러한 관련성은 이후 예이츠 자신에 의해 지속적으로 부인되지만 말입니다). 마지막 4절은 먼저 이후 예이츠가 점차 헨리의 영향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는 과정을 간략히 기술한 후 오늘날 우리가 19세기 말-20세기 초중반의 서구 문학사조를 이해함에 있어 저자 자신이 "당대의 문맥에서 '여성적인' 유미주의에 대한 대당으로 제시된 미학적 흐름"으로서의(63) "대항유미주의"(counter-aestheticism)라 부르는 것이 유효성을 가지며("유미주의에 대한 이중적 입장 자체가 페이터와 전위적 프랑스 문학, 헨리 제임스 등을 '여성적'이라고 평가하며 새로운 예술과 문학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이에 대응하는 일종의 '남성적' 예술관을 발전시키고 지지한 19세기 말 영국 문학장의 산물이다. 대항유미주의는 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유효한 개념이다" 64) 정기간행물 연구방법론이 텍스트적 실천을 역사적으로 이해함에 있어 중요한 방법론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특히나 논문의 분석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참고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2절에서 저자가 문학(생산)장이라는 맥락을 실제로 어떻게 분석하고 재기술하는지를 메타레벨에서 조금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영국적인' '경험적'(empirical)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항이 행위자라면, 2절의 분석은 다른 무엇보다도 두 종류의 행위자를 우선적으로 배치합니다. 하나가 당연하게도 텍스트를 직접적으로 생산하는 필자들이라면, 보다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받는 것은 간행물 편집자들입니다(물론 헨리처럼 두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 출판문화에서는 다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부분이지만, 특히 19세기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영국 (간행물) 출판시장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무척 강력합니다. 전체 간행물의 입장과 논조, 대상독자를 정하고, 필자들을 선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필자들이 작성한 원고를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편집자들은 작게는 하나의 간행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서 시작해 크게는 담론장의 논쟁지형을 재편하고 사회의 언어적·문화적 규범을 수정하는 작업까지도 수행하게 됩니다; 즉 이들은 그 자체로 행위자이면서 다른 행위자들의 행위를 조건짓는 맥락을 구성힙니다.

저자의 분석은 상기한 전제에 기반하여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포함합니다. ①먼저 행위자로서의 편집자·필자가 속한 시공간의 담론적 조건·요구 및 간행물 장의 상황을 전체적인 맥락으로 제시하고(35-37), ②그러한 상황 속에서 특정한 간행물 및 그 운영진이 어떠한 목표·동기·필요를 갖게 되는지 입증 및 재구성하며(37-38), ③그들이 그러한 동기를 목표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어떠한 담론적 프레임을 형성하게 되는지를 재구성하고(38-41) ④이러한 목표·프레임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언어적 실천으로 전개되는지를 분석·제시하는데 이 과정은 다시 a.논쟁적 구도 b.필자·텍스트 선정 및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 드러나는 편집자의 의도와 목표 c.관습·제도를 포함해 언어적 실천의 전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요소의 지적 등을 포함하며 ⑤이러한 분석은 그 자체로 특정한 시공간의 문학장을 이해하려는 작업이면서도 동시에 (이 논문 3절의 경우에서처럼) 특정한 문학적 실천을 역사화하기 위한 맥락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상기한 모든 것들이 매우 압축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논문 35-46쪽은 관심이 있는 연구자라면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뜯어보면서 저자가 어떤 모델링에 입각해 문학장의 구조에서 개별 언어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재구성하는지, 이러한 재구성 작업을 위해 어떠한 요소들을 논리적 항으로 선별하고 이 항들을 다시 연결시키는지, 이것이 어떤 형태의 분석적 서사에 기초하고 있으며 또 어떤 논리적 모멘트들이 작용하는지를 주의깊게 살피고 메타레벨에서 재구성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부르디외의 연구를 중요한 이론적 자원으로 언급하지만, 분석모델의 연마과정에서 한국어 저작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개인적으로 근래 상당히 읽을만하게 번역된 브뤼노 라투르의 『젊은 과학의 전선: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연결망의 구축』(Science in Action, 황희숙 역, 아카넷, 2016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8889970)을 함께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요컨대 우리는 이 무척이나 압축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논문을, 이것이 아직 한국의 독자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영국 19세기 후반부 담론의 역사를 다시 쓰는 흐름의 일부라는 사실과 함께, 한편으로는 영국 정기간행물 연구 및 부르디외의 모델을 참고하여 저자-행위자 및 언어적 실천의 맥락화를 수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꼼꼼한 문학텍스트 독해를 수행하면서 양자의 결합을 통해 문학작품/언어를 역사/맥락 속의 실천으로 다시 이해하고자 하는, 깊이 음미할 연구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문학·사상·담론의 역사적 분석모델을 탐색하는 연구자·학생 동료들에게 참고할 만한 중요한 작업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2.

<19세기 영국 정기간행물 연구방법론 세미나> 리딩 커리큘럼
: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자료들은 예비모임 리딩 중 1) 윤미선 선생님 동향논문, 2) 레이먼드 윌리엄스(한국어판도 좋음; 문화연구의 고전적인 위치와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1강의 1) Laurel Brake 책(현대 영국 정기간행물 연구의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말에 정기간행물 연구의 문제의식이 "프랑스 이론"과 조우하는 흔적으로는 2강 리딩 자료의 special issue 참고하실 수 있는데 별로 도움 안 되는 글도 섞여 있어서 여유가 되는 분이 보시면 되겠다. 이하는 2018년 겨울방학 세미나 당시 커리다.

예비모임 리딩:

1)윤미선 선생님의 정기간행물 연구동향소개논문(한국어)
윤미선, 「19세기 영미 정기간행물 연구: 문헌 연구에서 담론과 매체 연구로」(2017)
2) Raymond Williams, _The Long Revolution_(1961) 1.2장("The Analysis of Culture")&2.2장("The Growth of Reading Public")
(한국어판은 레이먼드 윌리엄스, <기나긴 혁명>, 성은애 역, 문학동네, 2007 로도 볼 수 있음)

세미나 진행:

1강 정기간행물 연구 방법론 소개
- 읽어올 텍스트:
1) Laurel Brake, _Subjugated Knowledges: Journalism, Gender&Literature_(Macmillan, 1994): introduction, 1장( 꼼꼼히 읽어올 것, ***1명 발제), 2장(가볍게 읽어도 됨)
2) Matthew Arnold, "The Function of Criticism at the Present Time" 전문
3) ---, _Culture and Anarchy_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에 수록된 excerpts)

2강
- 읽어올 텍스트:
_Victorian Periodicals Review_ 22.3(1989) Special Issue: Theory 편


Trackback 0 : Comment 0

Write a comment